은대(銀臺) 이십영(二十詠) ㅡ 습유(拾遺) / 간이집 제6권

2018. 1. 1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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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집 제6권 / 습유(拾遺)

은대(銀臺) 이십영(二十詠). 기미년 봄에 직부전시(直赴殿試)의 명이 내려졌는데, 그때 신은(新恩)을 받았다는 이유로, 주서(注書) 이청련(李靑蓮) 공이 시운(詩韻)을 출제한 다음에, 급히 지어 올리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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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석(怪石)

바다 속에 잠겨 있는 운근을 누가 뽑아냈나 / 雲根誰拔海中潛
귀신이 잘 드는 칼로 조각(彫刻)한 듯하오그려 / 刻削應經鬼劍銛
옥쟁반 받친 청자 화분 오솔길 안에 세워 두니 / 藉玉盛盆三徑裏
머름과 탑상(榻牀) 마주하며 삐죽 솟은 산봉우리 / 當軒對榻一峯尖
이끼 흔적 그윽한 곳 연무(煙霧)가 일어날 듯 / 苔痕幽處欲煙起
물이 타고 올라올 땐 비에 흠뻑 적셔질 듯 / 水脈上時成雨沾
신선 같은 관원께서 문서를 뒤적일 때 / 也爲仙官淸案牘
성긴 발 뚫고 삽상한 기운 들어오게 하리로다 / 長敎爽氣透疏簾



고목(枯木)

바짝 여윈 나뭇가지 그래도 꿋꿋이 뻗었나니 / 崢嶸枯幹尙强堅
땅속 깊이 뿌리 서려 샘물과 기맥(氣脈)을 통함이라 / 爲有蟠根未斷泉
지하의 큰 거북이가 변해서 된 것이라고 / 地下玄龜應已化
인간 세상 고로(古老)들이 서로들 말을 전하누나 / 人間白首得相傳
옛날에는 천 길 높이 기걸찬 기상을 뽐내더니 / 曾將傑氣凌千仞
지금은 다시 봄의 마음 어디에서도 볼 수 없네 / 不復春心在一邊
이끼에 꽃이 돋아나고 여라(女蘿) 덩굴 덮였으니 / 苔蘚作花蘿作葉
조물이 끝내 감싸는 줄 이를 통해 알겠도다 / 還知造物未終捐
만년향(萬年香) 속칭 만년송(萬年松)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향나무 종류이다.

세상에서 볼 수 없는 금강산의 멋진 종자 / 金剛仙種世難看
은대로 옮겨 들어와서 옥 난간에 기대었네 / 移入銀臺傍玉欄
이름도 만년이라 오래 견딜 줄 내 알겠고 / 名著萬年知耐久
사철 푸른 그 빛깔 세한(歲寒)의 절조를 보겠도다 / 色同四節見凌寒
사람의 기교도 한몫 거든 서린 뿌리 굽은 줄기 / 盤根屈榦添人巧
동그랗게 땅에 잇댄 가는 잎새 낮은 가지 / 細葉低枝接地團
맑은 밤엔 그 향기 얼마나 더 진동할까 / 想得淸宵香更別
뜨락의 밝은 달빛 아래 이슬방울도 영롱하리 / 一庭皎月露溥溥



사계화(四季花)

울긋불긋 온갖 꽃들 예쁜 모습도 한때 잠깐 / 千紅萬紫蹔時姸
사계절 계속 피는 이 꽃 같은 게 또 있으랴 / 誰似玆花四季連
그윽한 향기 맑은 날에 더욱 더 물씬하고 / 馥馥幽香晴更烈
곱디고운 그 색깔 저녁에 유달리 산뜻하네 / 娟娟秀色晩偏鮮
사람 사는 이 땅 위에 항상 머무는 봄빛이여 / 人間有地留春事
하늘 위의 선녀들이 무시로 내려오시나 봐 / 天上無端降女仙
중국의 기록에도 안 나오는 진기한 꽃 / 奇品不登中國譜
멋진 시구 옛사람만 독점했다 말할쏜가 / 莫言佳句昔人專



노송(老松)

굽은 줄기 늘어진 가지 모두 그렇게 절로절로 / 曲榦樛枝儘自然
태산 마루 응당 뽑힐 기이한 자태로세 / 奇姿應選泰山巓
뒤늦게 시듦을 알게 하는 늘 푸른 그 색깔이요 / 色貞堪賞後彫質
처음 심은 해 알 수 없는 예스런 그 기품이라 / 氣古難知初種年
섬돌 위 달빛에 어른어른 그림자 차게 드리우고 / 寒影疏分階上月
바위 틈 물소리 가늘게 띤 솔바람 맑게도 불어 주네 / 淸聲細帶石間泉
맑은 창가 마주하니 홍경의 경지를 이루는 듯 / 晴窓剩對成弘景
은대가 지선의 세계임을 이제야 알겠도다 / 始覺銀臺有地仙



오죽(烏竹)

대나무 몇 그루 의의에서 옮겨 온 듯 / 種出猗猗竹數竿
세간에서 보기 드문 이것이 바로 오죽일세 / 世間殊品是烏斑
도성 먼지 찌들려 까맣게 물들었으리요 / 不應京國緇塵化
상강(湘江)의 슬픈 눈물 말라붙었음이로다 / 眞作湘靈苦淚乾
눈발 속의 푸른빛 음기(陰氣)도 참담하지 않고 / 冒雪靑靑陰未慘
여름에도 써늘해라 비 오는 듯한 대 바람 소리 / 含風瀝瀝夏猶寒
양주 학의 행운이 인생에 실제로 있다 해도 / 人生果有楊州鶴
차군만 길이 대한다면 좋은 벼슬도 돌려주리 / 長對此君還好官



홍련(紅蓮)

연꽃은 물에 몸 가누고 물은 분지(盆池)에 의지하고 / 蓮生依水水依盆
몇 송이 붉은 꽃잎 수 놓은 비단이 나풀대듯 / 數朶朱華錦繡翻
연분홍 빛은 사람에게 뭔가 말을 하려 하고 / 嫩色迎人看欲語
향기는 해님 끌어들여 화창한 날씨를 만들었네 / 輕香惹日氣生暄
취한 눈으로 바라보니 육랑의 얼굴이 영락없고 / 渾疑醉着六郞面
어쩌면 또 서자의 혼을 불러들인 듯하오그려 / 又恐招還西子魂
늦은 시절에 그야말로 경국지색(傾國之色)을 만나다니 / 晩節眞逢傾國艷
봄철에 꽃들이 피어난들 따져 무엇하리요 / 春來滿眼不堪論



백련(白蓮)

홍련이 좋다지만 백련꽃과 견주리요 / 紅蓮爭似白蓮葩
하얀 색깔 선명하게 얕은 모래를 비추누나 / 皓色鮮明映淺沙
옥패를 두른 신녀께서 물속으로 왕림한 듯 / 神女水中移玉佩
옥비녀 꽂은 항아님이 하늘 위에서 내려온 듯 / 姮娥天上墜瑤釵
한결 더 조촐한 초가을 달빛의 이슬방울 / 初秋月露仍添潔
어찌 감히 흙탕물이 한 점이라도 범접하랴 / 一點塵泥未敢加
천고토록 은근하신 우리 주무숙 / 千古殷勤周茂叔
이 꽃을 대하시면 얼마나 또 사랑할까 / 也將何意愛玆花



해류(海榴)

대해의 물결 건너온 특이한 종자 / 異種來經大海濤
대궐에 의탁한 인연 역시 기이하기만 하오그려 / 托根眞界亦奇遭
붉은 꽃에 가느랗게 붙인 붉은 수염이요 / 丹鬚細接丹葩嫩
푸른 가지 무성하게 휘감은 푸른 잎새로세 / 翠葉繁縈翠榦高
한림원(翰林院)의 외로운 떨기 초라하다 말을 마오 / 翰苑孤叢休道少
향산의 묘한 시구 찬탄할 만하지 않소 / 香山妙句自堪褒
꽃만 좋으리요 열매도 기가 막히나니 / 不徒花好仍佳實
도리(桃李)도 결국에는 천하게 여겨지리이다 / 畢竟輿臺李與桃



산류(山榴)

층진 가지 물들인 연지 곤지 붉은 꽃잎 / 臙脂奇萼滿層枝
이 산 꽃을 어디에서 캐어다 심었을까 / 也是山花底得移
천태산 가장 높은 정상에서 내려와서 / 來自天台最高處
두우가 슬피 울 때 때마침 활짝 피었구나 / 開當杜宇正啼時
기막힌 비유라 할 붉은 치마 붉은 등불 / 紅裙絳燄眞堪喩
밤 달과 봄바람은 시에 또 얼마나 등장했노 / 夜月東風幾入詩
금대(金帶)에 꽂아 놓은 이 꽃을 한번 보소 / 看取玆花金作帶
다음에는 누구에게 이 영광이 돌아갈지 / 他年符應屬他誰



서향화(瑞香花)

여산의 품종 이곳에다 씨 뿌린 지 몇 년인고 / 種出廬山問幾年
납월(臘月) 지나 매화 전에 꽃이 활짝 피었도다 / 花開臘後是梅前
천향 국색이 꽃을 누구라서 감상할까 / 天香國色誰堪賞
금궐이라 은대에 별세계(別世界)가 펼쳐졌네 / 金闕銀臺別有仙
섬돌 가까이 옮겨 앉자 향기가 코에 물씬물씬 / 移榻近階邀馥馥
주렴 걷고 다가서자 문 앞에 곱디고운 모습 / 捲簾當戶看娟娟
꽃이나 사람이나 비슷한 걸 알겠노니 / 偏知物與人相似
대궐의 비와 이슬 맞고 은혜에 흠뻑 젖는 것을 / 沾被恩光雨露邊



동정귤(洞庭橘) 이 귤나무는 씨를 심는데, 이따금씩 씨를 가지고 가서 살려 내곤 하였다.

후황의 가수가 강남(江南) 땅에만 자라나서 / 后皇嘉樹限南荒
동방 사람 맛보지 못해 늘상 유감이었는데 / 每恨東人鮮得嘗
봉전에서 내려 주신 황금 열매 받고 보니 / 金顆初承蓬殿賜
쟁반 위에 그래도 동정의 향기가 가득하네 / 琱盤猶滿洞庭香
귤 쪼개고 씨 꺼내어 옮겨 심을 요량하고 / 剖來取核思移種
화분에 수북이 흙 담아서 양지 쪽에 두었나니 / 埋了盈盆置向陽
인인을 위하는 하늘의 마음 조화를 부려 주신다면 / 天爲仁人私造化
뒷날 푸른 숲이 앞 담장을 덮으리라 / 靑林他日蔽前墻



창포(菖蒲)

창포 화분 마주하니 나도 몰래 그윽해져 / 對却盆蒲意自幽
푸른 떨기 길다란 잎 간들간들 장난치네 / 綠叢脩葉弄輕柔
산들바람 불어오는 저녁나절 보기 좋고 / 看宜獵獵輕風夕
가을비 후두두둑 듣기에도 참 좋아라 / 聽愛泠泠急雨秋
서리와 눈에 끄떡없다 요자가 읊었던가 / 不變雪霜寥子頌
샘과 돌에 맹세했다 사공도 노래했지 / 同盟泉石謝公謳
어찌 끝내 정원 섬돌 감상으로만 그칠쏜가 / 終然豈止庭階玩
뿌리 캐어 먹어 보소 머리도 희지 않을 테니 / 採服令人不白頭



부평(浮萍)

점점이 어지럽게 물 위에 뜬 부평초들 / 汎汎紛紛點綠漪
한가한 눈으로 바라보니 기특하기 일반일세 / 閑時看作一般奇
뛰는 물고기 감싸려고 덮어 주러 오시는가 / 遮來似爲藏魚躍
물새들 틈새 못 찾도록 한데 뭉쳐서 떠 가는가 / 約去如知避鳥窺
길 떠나든 머물러 있든 그저 무심할 뿐이거니 / 只是無心浮更泊
이합집산(離合集散)의 자취를 남긴 적이 있으리요 / 何曾有迹合還離
너를 보니 빈 배의 이야기 생각나나니 / 憑君擬却虛舟說
이 몸은 부평초요 세상은 못이 아니겠나 / 身是浮萍世是池



단풍[楓]

누가 단풍나무를 대궐 뜨락에 심으면서 / 誰栽楓樹向仙庭
은대(銀臺)의 운치를 더 돋보이게 하였는고 / 作意偏敎近北廳
해맑은 달빛 비칠 때면 층진 그림자 어른어른 / 每泊晴蟾層影落
때로 머물다 가는 새들 노랫소리 재잘재잘 / 時留過鳥好音聆
가을엔 된서리 붉은 단풍 뒹구는 낙엽이 애처롭고 / 秋憐亂葉經霜赤
여름엔 새파란 나뭇가지 무성한 그늘이 어여뻐라 / 夏愛繁枝蔽日靑
천상의 맑은 관직 쉴 시간도 많을 테니 / 天上官淸應剩暇
난간에 몸 기대고서 너 위해 시를 지으리라 / 尋詩爲尒倚風欞



배나무[梨]

높이 솟은 배나무 하나 어쩌면 그리 어여쁜지 / 高梨一樹政夭夭
우로의 은혜 듬뿍 받고 특별히 재배되었구나 / 特地栽培雨露饒
흐드러지게 꽃 필 때면 눈송이가 휘날리고 / 開作好花是香雪
귀한 열매 맺고 나면 입속에서 술술 녹네 / 結成珍實卽含消
아름다운 그 이름은 대곡과 나란히 할 만하고 / 佳名大谷傳宜並
특이한 그 종자는 멀리 요지의 품종인 듯 / 異種瑤池降想遙
청절한 시신 중에 선풍도골(仙風道骨) 또 많으니 / 淸切侍臣多道骨
임금님 향 피우고 자리(紫梨)를 맛보게 해 드리리 / 摘嘗應被上親燒



목등경(木燈檠)

몇 자 남짓 나무 잘라 걸어 놓은 등잔대 / 斸木爲檠數尺强
짧은 것보단 조금 길고 긴 것보단 조금 짧네 / 長於短者短於長
인간 세상 먼지 낀 자리 비춰 줄 수 있겠는가 / 未宜人世照塵席
선관(仙官)의 책상머리 가까이 함이 당연하리 / 故與地仙親筆床
한밤중에 정신없이 임금님 분부를 적노라면 / 中夜急書綸綍字
자그마한 등잔 불빛 해님 별님에 못지않네 / 小明常敵日星光
하늘에서 금련촉을 내려 주신다 하더라도 / 從天縱賜金蓮燭
수고 많은 이 등경을 담 밑에 차마 버리리요 / 忍使功多怨棄墻



동관분(銅盥盆)

너의 미덕 현인(賢人)의 마음 아니라고 뉘 말하랴 / 非云汝美稱賢心
바탕도 꾸밈이 하나 없고 도량 역시 깊은 것을 / 質取無文量取深
항상 깨끗이 씻어 주니 무슨 악취가 행여 날까 / 能潔未應嫌有臭
날로 새롭게 되면 그뿐 잠언(箴言)이 굳이 필요할까 / 自新何必待爲箴
조회(朝會)하러 일어날 때 항상 먼저 대하는 너 / 趁朝起處常先近
어찌 오늘뿐이리요 어제도 내일도 그러하리 / 從古傳來不但今
임금님의 타구(唾具) 보소 옻칠 외에 더 했던가 / 宸殿唾壺無過漆
금과 은으로 바꿀 생각 시신들 감히 못하리라 / 侍臣終敢易銀金



석정(石鼎)

용두(龍頭)는 쭈글쭈글 배는 부풀어 한껏 불룩 / 頭容菌蠢腹膨脝
산의 뼈를 누가 깎아 이 돌솥을 만들었나 / 山骨誰將斸得成
차도 끓여 먹고 약도 겸해서 달여 먹고 / 也爲烹茶兼煮藥
떫은 쇠나 비린 구리 그런 솥과 비할쏜가 / 應嫌鐵澁與銅腥
이끼 무늬 마른 곳은 흡사 전서(篆書)를 잘못 쓴 듯 / 蘚文乾處似訛篆
물소리 끓어 넘칠 때는 생황(笙簧) 소리 요란하듯 / 泉響沸時如亂笙
오늘날 연구(聯句) 지을 훌륭한 분들 계시나니 / 此日聯詩賢輩在
국 끓여 간 맞추는 멋진 일 보여 주시리라 / 調羹終要道施行



지로(地爐)

움푹 패인 땅속에다 멋진 화로를 만들다니 / 爲爐因地坎然幽
대장장이 할 일 없어 부끄러워 어떡하나 / 巧冶無功定覺羞
틀도 본래 번듯해서 솥과 냄비도 올려놓고 / 自有典形安鼎銚
불을 때도 이마 그을릴 걱정이 전혀 없소 / 能當焦爛受薪棷
겨울에 친하고 여름에 소원한 차이는 있다 해도 / 冬親夏遠情雖異
저녁에 덮었다 아침에 불 살려 끝도 없이 이용하네 / 暮槪朝燃用不休
이 불씨를 근시 중에 누가 활활 일으켜서 / 近侍何人能撥火
온 누리에 따스한 바람 감돌게 해 주실꼬 / 却吹餘煖遍蒼丘


[주-D001] 이청련(李靑蓮) : 
청련은 이후백(李後白)의 호이다.
[주-D002] 운근(雲根) : 
벼랑이나 바윗돌을 뜻하는 시어(詩語)이다. 두보(杜甫)의 시에 “충주 고을은 삼협의 안에 있는지라, 마을 인가가 운근 아래 모여 있네.[忠州三峽內 井邑聚雲根]”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그 주(註)에 “오악(五岳)의 구름이 바위에 부딪쳐 일어나기 때문에, 구름의 뿌리라고 한 것이다.” 하였다. 《杜少陵詩集 卷14 題忠州龍興寺所居院壁》
[주-D003] 옥쟁반 …… 화분 : 
소식(蘇軾)의 시에 “고려청자 화분에 담아 두고서, 문등현(文登縣) 옥쟁반을 받쳐 놓았네.[盛以高麗盆 藉以文登玉]”라는 구절이 보인다. 《蘇東坡詩集 卷36 僕所藏仇池石……然以此詩先之》
[주-D004] 태산 …… 자태로세 : 
진 시황(秦始皇)이 태산에 올라가 봉선(封禪)의 제사를 올리고 나서 홀연히 폭풍우를 만나자 소나무 아래로 피했는데, 그 소나무가 공을 세웠다고 하여 오대부(五大夫)로 봉했다는 ‘대부송(大夫松)’의 고사가 있다. 《史記 卷6 秦始皇本紀》
[주-D005] 뒤늦게 …… 색깔이요 : 
《논어》 자한(子罕)에 “날씨가 추워지고 나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뒤늦게 시듦을 알게 된다.[歲寒然後知松柏之後彫也]”라는 말이 있다.
[주-D006] 홍경(弘景) : 
남조 제(南朝齊)의 은사(隱士) 도홍경(陶弘景)을 가리킨다. 그가 워낙 솔바람 소리를 좋아하여 정원에 모두 소나무를 심어 놓고는 마음의 위안으로 삼았는데, 그가 산수 사이를 홀로 거닐면 보는 이들이 모두 신선으로 여겼다는 기록이 있다. 《南史 卷76 陶弘景列傳》
[주-D007] 지선(地仙) : 
인간 세계에 그대로 머물러 사는 선인(仙人)을 말한다. 진(晉)나라 갈홍(葛洪)의 《포박자(抱朴子)》 논선(論仙)에 “상사(上士)로서 몸을 지니고 하늘로 올라가는 자를 천선(天仙)이라 하고, 중사(中士)로서 명산에 노니는 자를 지선(地仙)이라 한다.”는 말이 있다.
[주-D008] 의의(猗猗) : 
대나무 숲으로 유명했던 고대 위(衛)나라의 기원(淇園)을 말한다. 나이가 90이 넘었어도 선정(善政)을 베풀려고 노력했다는 위 무공(衛武公)을 기린 기욱(淇奧)이라는 시 첫머리에 “저 기수 물굽이를 바라다보니, 푸른 대 아름답게 우거졌도다.[瞻彼淇奧 綠竹猗猗]”라는 구절이 나온다. 《詩經 衛風》
[주-D009] 도성 …… 물들었으리요 : 
진(晉)나라 육기(陸機)의 시에 “도성엔 먼지가 어찌 그리 많은지, 흰옷이 새까맣게 물들었구려.[京洛多風塵 表衣化爲緇]”라는 명구(名句)가 나온다. 《文選 卷24 爲顧彦先贈婦》
[주-D010] 상강(湘江)의 …… 말라붙었음이로다 : 
요(堯) 임금의 두 딸로 순(舜) 임금의 왕비가 된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이 순 임금 사후에 상강에서 슬피 울다가 물에 빠져 죽었는데, 이때 흘린 눈물 방울이 대나무에 얼룩져서 소상 반죽(瀟湘斑竹)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博物志 卷8》
[주-D011] 눈발 …… 않고 : 
만물을 암담하고 처참하게 만드는 가을과 겨울에도 늘 푸른 모습을 잃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동한(東漢) 장형(張衡)의 〈서경부(西京賦)〉에 “대저 사람은 양기가 우세할 때에는 마음이 화창해졌다가, 음기가 우세할 때에는 참담해지게 마련이다.[夫人在陽時則舒 在陰時則慘]”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여기서 양시(陽時)는 봄과 여름을 가리키고 음시(陰時)는 가을과 겨울을 가리킨다.
[주-D012] 양주 학(楊州鶴) : 
인생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기막히게 좋은 일을 말한다. 어떤 이는 양주 자사(楊州刺史)가 되고 싶다고 하고, 어떤 이는 많은 재물을 얻기를 원하고, 어떤 이는 학을 타고 하늘로 오르고 싶다고 하였는데, 이 말을 들은 한 사람이 “나는 허리에 십만 관(貫)의 돈을 두르고, 학을 타고서 양주로 날아가고 싶다.”고 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淵鑑類函 鳥3 鶴3》
[주-D013] 차군(此君) : 
대나무의 별칭이다. 동진(東晉) 왕휘지(王徽之)가 텅 빈 집에 기거하면서 문득 대나무를 심으라고 하자, 그 이유를 물으니, 그가 대나무를 가리키면서 “나는 이 자가 없으면 하루도 살 수가 없다.[何可一日無此君邪]”고 말한 고사가 있다. 《晉書 卷80 王徽之列傳》
[주-D014] 육랑(六郞)의 얼굴 : 
연꽃을 비유한 말이다. 당(唐)나라 측천무후(則天武后)가 집정(執政)할 때에 사람들이 육랑이라고 불렀던 장창종(張昌宗)이 잘 생긴 용모 때문에 무후의 총애를 받았는데, 양재사(楊再思)가 아첨하며 말하기를 “사람들은 육랑의 얼굴이 연꽃 같다고 말을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연꽃이 육랑을 닮았지 육랑이 연꽃을 닮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하였던 고사가 있다. 《舊唐書 卷90 楊再思列傳》
[주-D015] 서자(西子) : 
춘추 시대 월(越)나라의 미인이었던 서시(西施)를 가리킨다.
[주-D016] 옥패를 …… 왕림한 듯 : 
주(周)나라 정교보(鄭交甫)가 신녀(神女)인 강비(江妃) 두 사람을 만나 마음속으로 애모한 나머지 그들이 허리에 찬 패옥(佩玉)을 선물로 달라고 청하자 그 신녀들이 끌러 주고 사라졌다는 전설이 있다. 《列仙傳 上》
[주-D017] 항아(姮娥) : 
달 속에 있다는 선녀의 이름이다.
[주-D018] 주무숙(周茂叔) : 
무숙은 북송(北宋)의 유학자 주돈이(周敦頤)의 자이다. 일찍이 〈애련설(愛蓮說)〉을 지어 연꽃이야말로 꽃 중의 군자라고 칭송하였다.
[주-D019] 대해(大海)의 …… 종자 : 
석류가 해외(海外)의 품종이라는 뜻이다. 한(漢)나라 장건(張騫)이 서역(西域)에서 들여왔다고 하여, 해석류(海石榴) 혹은 해류(海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주-D020] 향산(香山) : 
향산거사(香山居士)라고 자호(自號)한 당(唐)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를 말한다.
[주-D021] 산류(山榴) : 
산석류(山石榴)의 준말로, 두견화(杜鵑花) 즉 진달래꽃을 말한다.
[주-D022] 두우(杜宇) : 
전국 시대 촉왕(蜀王) 망제(望帝)의 죽은 넋이 변해서 새가 되었다는 두견이를 말한다.
[주-D023] 기막힌 …… 등불 : 
백거이(白居易)의 〈산석류화(山石榴花)〉 시에 “붉게 타는 등불 일 천 심지요, 붉은 치마 입은 기녀 한 무리로세.[絳燄燈千炷 紅裙妓一行]”라는 구절이 나온다. 《白樂天詩後集 卷8》
[주-D024] 금대(金帶)에 …… 꽃 : 
문무과 급제자에게 임금이 하사하는 어사화(御賜花)를 비유한 것이다.
[주-D025] 여산(廬山)의 품종 : 
여산의 비구(比丘)가 반석 위에서 낮잠을 즐기는 중에 꿈속에서 강렬한 꽃 향기를 맡고 깨어나 그 꽃을 찾아낸 뒤 수화(睡花)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뒤에 사람들이 상서로운 꽃이라고 하여 집에 심으면서 서향화(瑞香華)라고 불렀다는 고사가 있다. 《淸異錄 睡香》
[주-D026] 천향 국색(千香國色) : 
다른 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기와 색깔 모두가 뛰어나다는 말인데, 보통은 모란을 읊는 시에 많이 등장하는 표현이다.
[주-D027] 후황(后皇)의 …… 자라나서 : 
중국 양자강 이남 동정호 부근에서 유명한 귤이 생산되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후황의 가수(嘉樹)는 황천(皇天) 후토(后土)가 내놓은 나무 중에 특히 멋있는 나무라는 말이다. 초(楚)나라 굴원(屈原)의 시에 “후황의 가수인 귤나무가 남쪽의 이 땅을 사모해 찾아왔네.[后皇嘉樹橘徠服兮]”라는 구절이 나온다. 《楚辭 9章 橘頌》
[주-D028] 봉전(蓬殿) : 
장안(長安)의 궁전인 봉래전(蓬萊殿)의 약칭으로, 중국의 황성(皇城)을 가리킨다.
[주-D029] 서리와 …… 읊었던가 : 
요자(寥子)는 참료자(參寥子)의 약칭으로, 소동파의 절친한 벗이었던 승려 도잠(道潛)의 호이다. 그의 〈창포(菖蒲)〉 시에 “서린 뿌리 아홉 마디, 서리와 눈에도 시들지 않네.[根盤九節 霜雪不槁]”라는 구절이 나온다. 《參寥子詩集 卷11 孔平子書閣所藏石菖蒲》
[주-D030] 샘과 …… 노래했지 : 
사공(謝公)은 송(宋)나라 사방득(謝枋得)을 가리킨다. 그의 〈창포가(菖蒲歌)〉에 “특이한 그 뿌리는 먼지와 티끌을 띠지 않고, 외로운 그 절조는 천석과 맹세하길 좋아한다오.[異根不帶塵埃氣 孤操愛結泉石盟]”라는 구절이 나온다. 《古文眞寶 前集 卷8》
[주-D031] 뿌리 …… 않을 테니 : 
숭산(嵩山)의 선인(仙人)이 한 무제(漢武帝)에게 창포 뿌리를 캐어 먹으면 장생(長生)한다고 일러 주자 무제가 3년 동안 먹어 보다가 싫증을 내고 그만두었는데, 왕흥(王興)이라는 사람이 그 말을 듣고는 오래도록 계속 복용한 결과 장생했다는 전설이 있다. 《神仙傳 卷3 王興》
[주-D032] 빈 배의 이야기 : 
굳이 계교(計巧)를 부리며 어렵게 세상을 살아갈 것이 없이 그저 텅 빈 마음으로 외물(外物)을 대하며 무심하게 지내면 무난하리라는 뜻의 비유이다. 《장자》 산목(山木)에 “배를 타고 강물을 건널 때, 어디에선가 빈 배[虛船]가 와서 부딪치면, 비록 마음이 좁고 조급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화를 내지 않는 법이다.”라는 말이 있다.
[주-D033] 누가 …… 심으면서 : 
옛날 한(漢)나라 궁정(宮庭)에 단풍나무를 많이 심어서 궁전을 풍신(楓宸)이라고 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이다.
[주-D034] 대곡(大谷) : 
가장 맛 좋은 배의 생산지로 전해지는 곳이다. 진(晉)나라 반악(潘岳)의 〈한거부(閑居賦)〉에 “장공이 사는 대곡에서 생산되는 배 맛이요, 양나라 후가(侯家)의 감나무인 오비의 맛이로다.[張公大谷之梨 梁侯烏椑之柹]”라는 대목이 나온다. 《文選 卷16》
[주-D035] 요지(瑤池) : 
서왕모(西王母)가 사는 곳으로, 이곳에서 목천자(穆天子)를 맞아 연회를 베풀었다고 한다.
[주-D036] 자리(紫梨) : 
천 년에 한 번 꽃 피어 열매를 맺는다는 배의 이름으로, 노자(老子)가 서쪽으로 유람할 적에 요지(瑤池)로 서왕모를 찾아가 그 소녀(小女)인 태진(太眞)과 자리를 함께 먹었다는 전설이 있다. 《別國洞冥記 卷2》 《尹喜內傳》
[주-D037] 금련촉(金蓮燭) : 
황금 연꽃 모양의 촉등(燭燈)으로, 신하에 대한 왕의 특별 예우를 표현할 때 곧잘 쓰이는 말이다. 당(唐)나라 영호도(令狐綯)가 궁궐에서 밤늦게까지 황제와 대화를 나누다가 돌아갈 무렵에 촛불이 거의 다 꺼지자, 황제가 자신의 수레와 금련촉을 주어 보냈는데, 관리들이 이것을 보고는 황제의 행차로 여겼다는 고사가 있다. 《新唐書 卷166 令狐綯列傳》
[주-D038] 날로 …… 필요할까 : 
은(殷)나라 탕왕(湯王)의 〈반명(盤銘)〉에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나날이 새롭게 하라.[日日新 又日新]”는 잠언이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大學》
[주-D039] 용두(龍頭)는 …… 불룩 : 
용두는 솥의 다리 부분이 용의 머리 형상으로 조각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한퇴지(韓退之)의 〈석정(石鼎)〉 시에 “용두는 영지(靈芝)버섯처럼 쭈글쭈글 오므라졌고, 배는 돼지처럼 한껏 부풀어 불룩하네.[龍頭縮菌蠢 豕腹漲彭亨]”라는 구절이 나온다. 《韓昌黎集 補遺 石鼎聯句詩》
[주-D040] 산의 …… 만들었나 : 
산의 뼈는 바윗돌을 가리킨다. 한퇴지의 상기(上記) 시 첫머리에 “솜씨 좋은 장인(匠人)이 산의 뼈를 깎아다가, 속을 파내고서 끓일 물건을 만들었네.[巧匠斲山骨 刳中事煎烹]”라는 구절이 나온다.
[주-D041] 떫은 …… 비할쏜가 : 
무쇠나 구리로 만든 솥보다 돌솥이 훨씬 좋다는 말이다. 소식(蘇軾)의 〈석요(石銚)〉 시에 “구리는 비린내 나고 쇠는 떫어 물 끓이기에 안 좋은데, 고색창연한 이 돌솥은 깊고 넉넉해 너무 좋아.[銅腥鐵澁不宜泉 愛此蒼然深且寬]”라는 구절이 나온다. 《蘇東坡詩集 卷24 次韻周穜惠石銚》
[주-D042] 오늘날 …… 주시리라 : 
한퇴지의 〈석정(石鼎)〉 시가 여러 사람에 의해 연구(聯句)의 형태로 지어진 것처럼, 그만한 실력을 갖춘 뛰어난 신하들이 임금을 도와 성대한 정치를 펼쳐 보일 것이라는 말이다. 《서경》 상서(商書) 열명 하(說命下)에 무정(武丁)이 재상인 부열(傅說)에게 “여러 가지 양념을 넣고 국을 끓일 때면, 그대가 간을 맞출 소금과 매실이 되어 주오.[若作和羹 爾惟鹽梅]”라고 부탁하는 내용이 실려 있다.
[주-D043] 불을 …… 없소 : 
화재 발생의 염려가 없다는 것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순우곤(淳于髨)이 이웃집에 손님으로 왔다가 화재의 염려가 있으니 굴뚝을 고치고 옆에 있는 나뭇단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충고했는데도 그 주인이 말을 듣지 않아 마침내 불이 난 결과 그 불을 끄느라 머리카락이 타고 이마가 그을렸다[焦頭爛額]는 ‘곡돌 사신(曲突徙薪)’의 이야기가 있다. 《漢書 卷68 霍光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