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17. 01:38ㆍ美學 이야기
김홍도(檀園 金弘道)
쌍작보희도(雙鵲報喜圖)
김홍도(金弘道), 쌍작보희도
한국화 지본담채
23.1 x 27.6 cm
간송미술관 소장
출처 : 한국데이터진흥원
그림의 화제
幾度能尋織女橋 (기도능심직녀교) 몇 번이나 직녀교를 찾을 수 있을까?
* 幾度(기도) : 몇 번
이 문장에서 ‘難(난)’자를 ‘能(능)’자로 바꾸어 부정의 문장을 긍정의 문장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림은 버들가지에 까치 두 마리가 앉아 서로 쳐다보고 웃고 있는 모습인데, 버드나무에서 새 잎이 돋아나고 있는 정겨운 모습을 화면에 담았습니다. 그림의 오른쪽 여백에는 단원 특유의 행초체 글씨가 쓰여 고 글씨의 말미에는 백문방인 ‘金弘道印(김홍도인)’을 찍었습니다.
쓰여 있는 글씨는 일곱 글자로써 한시의 칠언절구의 한 대목으로 보여 지는데, 중국의 문헌에 이와 같은 문구가 들어가 있는 옛 한시가 있는지 찾아본 결과 작자미상의 옛 고전 한시(漢詩) 칠언절구 십수(十首) 중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습니다.
何因得薦陽臺夢 무엇 때문에 양대의 꿈을 계속 얻으려 하는가?
幾度難尋織女橋 몇 번이나 직녀교를 찾기는 어렵네.
慘慘悽悽仍滴滴 암담하고 구슬픔이 뚝뚝 떨어져서
霏霏拂拂又迢迢 흩날리고 솔솔 날리며 아득히 머네.
* 陽臺(양대) : 해가 잘 비치는 대, 남녀(男女)의 정교(情交)를 의미(意味)
* 慘慘(참참) : 초췌한 모양 . 걱정하는 모양 ( 憂悶 ). 암담한 모양 ( 昏暗 )
* 悽悽(처처) : 마음이 매우 구슬픔
* 滴滴(적적) :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모양
* 霏霏(비비) : (비나 눈이) 흩날리다. (연기·구름 등이) 매우 성하다. 자욱하다. 무성하다.
* 拂拂(배배) : (바람이) 솔솔 부는 모양.
* 迢迢(초초) : (길이) 아득히 멀다.
또한 우리나라의 옛 시에서 직녀교(織女橋)란 단어를 넣어 작시한 글 중에서 『동명집(東溟集)』 중
‘만세교(萬歲橋) 이수(二首)’란 제목의 시(詩)를 보면,
城上迢迢一望遙 성 위에서 바라보면 아스라이 보인다는데
昔年聞說見今朝 지난날에 그 말 듣고 오늘 아침 보았다네.
人間壯觀無如此 인간 세상 장관치고 이 같은 곳 없거니와
直比天河織女橋 은하수에 있다 하는 직녀교가 이 같으리.
海門秋水泛槎歸 가을날에 바닷가서 배를 띄워 돌아가니
橋畔依然織女機 다리가엔 의연하게 직녀 베틀 걸려있네.
烏鵲亦驚河漢近 오작 역시 은하수가 가까운지 놀라서
夜深還向月明飛 깊은 밤에 되레 밝은 달을 향해 날아가네.
이와 같은 시의 용례로 볼 때 직녀교(織女橋)는 곧 오작교(烏鵲橋)를 말하며, 견우(牽牛)와 직녀(織女) 두 별이 부부 사이이면서도 은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다가 1년에 한 번 칠월 칠석에 만나는데, 이때 그들이 은하를 건너올 수 있도록 까치들이 오작교를 만들어 준다는 옛 전설을 담고 있습니다.
그림을 다시 보면 버들가지에 새 잎이 돋아나는 것은 새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말하고 있으며, 까치는 ‘喜(희)’의 의미가 있는데, 두 마리가 함께 있으니 이는 길상의 ‘囍(희)’로써 큰 기쁨을 의미합니다. 아울러 제화 시에서 언급한 ‘직녀교(織女橋)’는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다리를 말하는 것이니, 개혁의 성군 정조가 등극하고 서얼출신의 중인 계급이 관료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임금과 은거하는 재사(才士)가 만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며, 이 다리를 서얼 출신 중인이 걸어서 왕궁으로 들어가는 것이니 직녀교(織女橋)라 표현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그림은 단원이 젊어서 화원화가로 있던 시기에 제작된 작품으로써 정조에 의해 시행된 능력 위주의 관료 발탁에 견우와 직녀가 민나듯 군신(君臣)으로 만나는 새로운 희망과 기쁨을 한껏 표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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