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20. 17:29ㆍ잡주머니
퇴계 이황! 선생이 떠나자 두향이는 관기에서 스스로 물러나 남한강에서 운막을 치고 평생 선생을 그리며 살았는데. 선생이 보고싶어 사흘 밤낮을 걸어 도산에 오니 공교롭게도 건지산 위로 퇴계선생의 시신을 옮기는 꽃행여가 훠이 훠이 나가는 광경을 목격한 두향이는 그 길로 단양으로 돌아가 남한강 위에 신발을 벗어 치마를 뒤집어 쓴 채 생을 마감하니 지금도 충주호 옥순봉 앞에는 "두향이지묘"가 있으며 단양 문화원에서는 아직까지 두향이제를 지내고 있답니다. |
퇴계 이황(退溪 李滉)의 사상
(배재현) 유교는 윤리도덕을 중심으로 한 사상체계이지만 전근대 동아시아 사회에 있어서는 제왕의 권위를 뒷받침하거나 집권세력의 억압성을 가리는 지배적 정치이념으로서 큰 역할을 차지했었다. 이렇게 정치 이데올로기로서의 왕도사상(王道思想)과 충효사상(忠孝思想)을 기본 내용으로 하는 전통 유학은 송(宋)나라에 들어와 당시 폐단을 노정하고 있던 불교와 노장사상들의 이론적 성과물들을 흡수함으로써 유학의 전통을 수립하게 되었다. 송의 학자들은 유교에 철학적 세계관을 부여하였다. 그 중 주자(朱子 1130~1200)는 자연의 구조와 인간의 심성구조가 동일하다고 생각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우주 자연의 질서가 곧 인간 사회의 도덕적 당위가 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를 증명하기 위하여 이기론(理氣論)을 폈는데, 그 목적은 우주 자연의 근본 이치(理)와 인간의 본성(性)이 일치한다는 것(性卽理)을 밝히는데 있었다. 중국 성리학(性理學)에서는 인간의 본성이 곧 하늘의 의지(天命)이므로 인간이 본성을 회복하여 그것으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천인합일(天人合一)'의 논리를 중심으로 이론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고려말 정치경제의 피폐와 불교의 폐단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질서를 수립하기 위해 들여온 한국의 성리학에서는 하늘과 사람이 애초에 분리되지 않는 하나였다는 '천인무간(天人無間)'을 전제로 이론을 전개하였다. 그래서 한국의 성리학에서는 인간의 본래모습을 회복하여 성인이 되자는 수양철학과, 인간사회의 본래모습인 지상의 낙원을 이룩하고자 하는 지치주의(至治主義)가 발전한다. 유학을 토대로 하여 천인일체의 이상사회를 현실에서 실현하고자 하였던 정암 조광조(靜庵 趙光祖)의 지치주의가 실패로 끝남과 동시에 15C말~16C초 훈척과 왕의 비리를 경험하면서 도덕적 자기완성을 목표로 하는 수기(修己)의 인간교육을 통한 이상사회 실현을 모색하게 되었다. 이에 이러한 수기의 기본조건으로서 인간의 본성을 철학적으로 해명할 필요가 있었다. 중국의 학자들이 이(理)와 기(氣)로서 우주자연과 인간본성을 설명하기도 했지만 인간본성과 직접 관련되는 사단(四端)이나 칠정(七情)과 같은 심학에 대해서는 깊이 탐구하지 않았었다. 이와 같은 심성의 문제에 관한 연구는 회재 이언적(晦齋 李彦迪)과 화담 서경덕(花潭 徐敬德)에 의해 시도되었으며 이후 퇴계 이황(退溪 李滉)에 의해 심화되었다. 퇴계가 중요시했던 사상의 기본내용은 인간다움을 위한 수양이었고, 스스로가 완벽한 도를 실현하는 이상적인 인격자가 되는 것이었다. 성인이 되고자 했던 퇴계가 배우고자 했던 것은 理였다. 그는 '理는 귀하고 氣는 천하다'고 생각했다. 理란 '옳은 것' 또는 '지당한 것'으로서 영원 불변의 진리, 곧 모든 사물과 관련된 법칙,원리 또는 이치의 도리의 뜻을 나타낸다. 이에 반해 氣란 모든 구체적 사물과 관련된 질료(質料)·형질(形質)의 뜻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모든 사물을 이루는데 있어서 필요한 '현상적 요소'라 말할 수 있다. 퇴계는 理를 배워 理에 도달하는 것을 최고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理는 형체도, 색깔도, 냄새도 없기 때문에 직접 인식할 수가 없으므로 성현이 理라고 한 것이 理이다. 그래서 퇴계는 사물을 직접 알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자부하지 않았고, 또 설사 안다고 해도 오직 성현을 따르는 것이 가장 온당한 방법이라 생각하였다. 율곡이 퇴계를 가리켜 "주자를 한결같이 따랐다(一從朱子)"라는 말에서 보이 듯이 퇴계의 학문하는 방법을 '본받는 것(依樣)'이라 한다. 원래 송대 성리학의 이기론(理氣論)은 천명을 인식하기 위한 우주론의 일환으로 전개된 것인데, 이 이기론이 우리 나라에 수입되면서 인간학적으로 해석된다. 왜냐하면, 우리 나라의 전통 사상에 따르면 '하늘과 내가 이미 하나'이므로 따로 하늘을 알기 위한 인식론적인 노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하늘의 큰 성질이 내포되어 있는 인간의 내면 구조를 밝히고 내면의 수양을 통하여 심성의 이를 밝혀 실현하는 것만이 필요하다. 심성의 이가 바로 성(性)인데, 성의 내용은 인의예지(仁義禮智)이다. 그러나 이 인의예지는 우리의 본성에 구비되어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형이상학적인 理이기 때문에 감각이나 의식으로는 파악할 수가 없다. 그래서 수양의 대상은 인의예지가 직접 드러난 네 가지 마음으로 옮겨간다. 어진 마음인 인이 발현된 '측은지심(惻隱之心)', 의로운 마음인 의가 발현된 '수오지심(羞惡之心)' ,질서를 존중하는 마음인 예가 드러난 '사양지심(辭讓之心)', 지혜로운 마음인 지가 발현된 '시비지심(是非之心)'이 바로 그것인데, 본성의 네 가지 측면이 마음의 단서로 나타났다 하여 '사단(四端)'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심성의 理는 사단의 마음과, 사사로운 마음이 개입되지 않은 도심(道心)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쉽게 말하면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양심'이다. 이 양심을 잘 지켜 확충해 나가고 인간의 일곱가지 정(情)인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을 잘 다스려 욕심을 제거하자는 것이 그의 사상의 핵심인 '경(敬, 居敬) - 마음을 한 곳에 모아 달아나지 않게 한다는 것으로, 거경이란 마음을 거울같이 맑고 깨끗하게 가져 사사로운 마음이나 욕심이 생기지 않도록 함을 말함-'사상이다. 그러므로 퇴계의 사상에 따르면 경건한 태도로 마음가짐을 성실히 하면 영원 불변의 진리요 당위인 理는 인식될 수 있는 것이다. 퇴계는 "사단은 이가 발현한 것이고 칠정은 기가 발한 것이다(四端理之發 七情氣之發)"라고 하여 理는 순수한 선이지만 氣는 선악의 구분이 있으며 언제나 理가 氣보다 선행하고 능동적인 작용을 한다고 하였다. 즉, 당위가 존재보다 우선할 뿐 아니라 우선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봉 기대승(高峰 奇大升)은 이에 반대하여 "발현되지 않은 것은 '性'으로서 이라 할 수 있으나 사단이나 칠정은 모두 발현한 것이니 똑같이 '情'- 곧 氣의 발현-"으로 보았다. 이에 퇴계는 "사단은 理가 발하여 거기에 氣가 따르는 것이고, 칠정은 氣가 발하여 거기에 理가 올라타는 것(四端理發而氣隨之 七情氣發而理乘之)"으로 자신의 잘못을 시정하고 사단이나 칠정은 모두 정이라는 제자의 견해를 인정하였다. 하지만 사단은 인간의 본성에서 나오는 양심이고, 칠정은 외부의 사물과 접촉하여 움직인 것이다. 그러므로 사단의 마음은 잘 보존하여 발현되도록 지켜야하는 것이고, 칠정은 잘못될 수도 있으므로 잘 다스려서 치우치지 않도록 수양해야 하는 것이라고 거듭 주장하였다. 자연계의 사물현상은 물론 봉건사회의 모든 통치질서와 봉건도덕 규범을 절대적인 理의 발현으로 보는 그의 도학정치사상은 봉건통치질서의 영원성과 절대성을 합리화하고 변호하며 피압박대중을 영원히 그에 얽매여두자는 명분론(名分論)적 질서의식이라 하여 북한학계에서는 비판받고 있지만,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을 통하여 '천인일체(天人一切)'의 본모습을 회복하기 위한 한국적인 수양법을 완성시켰다. 이러한 사실은 조선조 성리학이 퇴계의 사상을 계기로 하여 본격적인 한국화의 길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울러 퇴율(退栗)의 이기론에 관한 견해의 차이는 그들의 제자들에 의해 학파의 형성을 보게 되었고, 이들 학파에 의한 각 서원을 중심으로 하는 성리학 연구와 교육이 활발해지면서 성리학은 17c 학문 사상의 지배적인 조류로서 자리를 차지하기도 하였으며 전통 유학과 실학의 연결고리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퇴계의 철학사상은 국내뿐 아니라 널리 국외에까지 영향을 주어 후지와라(藤原)에의해 일본 주자학을 창시하게 하였고, 그 후 일본에서는 주자(朱子)의 직제자로 떠받들 정도였다. 현재 東京과 臺灣에 퇴계학 연구소가 있으며, Washington, Newyork, Hawaii등에 퇴계 연구회가 조직되어 있다. 1976년 국제퇴계학회가 창설되어 거의 해마다 국제학술회의가 열려, 퇴계는 명실공히 세계적인 철학자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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