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은 꺾였어도 최고의 공력, 박봉술 명창

2017. 12. 30. 21:46율려 이야기



       


 '명인명창 이야기'는 네티즌들에게는 낯선 분들이 많고, 내용도 생소한 이야기가 많을 겁니다. 그래도 어디엔가 있을 '우리 문화 지킴이'들을 위하여 지금 아니면 언제 그 소중한 분들에 대한 기록을 블로그스피어에 남길 수 있겠느냐는 생각으로 연재 중입니다. 오늘은 목은 껶였어도 소릿길을 빛낸 박봉술 명창의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새벽 3,4시, 옆에서 쿨쿨 잠을 자고 있는 어린 아들의 입에 아버지가 앵두사탕을 슬며시 넣어 주며 흔들어 깨웁니다.

“봉술아, 봉술아!”
“.....예!”
“잠이 깨냐?”
“예!”
“그럼 아버지 따라 해봐라. 둥둥둥 내 사랑 어허 둥둥 내 사랑----”
"둥둥둥 내 사랑 어허 둥둥 내 사랑"
 
소년은 어렴풋한 잠결에 앵두사탕을 빨아 먹으면서 아버지를 따라 판소리를 부릅니다. 자신의 사랑과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차세대 명창으로 승승장구하던 아들 박봉래가  33세의 나이에 아깝게 세상을 뜨자, 박만조씨는 이제 막 10살을 넘은 막내 아들 봉술에게 자신이 직접 판소리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1921년에 전라남도 구례군 용방면 중방리에서 박만조씨의 5형제 중 막내로 태어 난 박봉술 소년은 이렇듯 아버지의 판소리에 대한 집념 때문에 소리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한약방을 운영하던 그의 부친은 오래 전부터 판소리에 심취해 있었는데, 특히 송만갑 명창과 교분이 두터워서 그에게 판소리를 직접 배우기도 하고, 큰아들인 박봉래를 그의 제자로 집어넣어 소리공부를 시켰습니다. 그런데 큰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그 꿈이 꺾이자, 형에게 판소리를 배우던 막내아들에게 당신의 꿈을 걸어보기로 작정했던 것입니다.

동네 친구들과 놀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던 봉술 소년은 차츰 판소리에 재미를 붙여 낮에도 열심히 소리공부를 했습니다. 그 뒤 ‘꽃기운이 올라’ 소리에 힘도 생기고 소릿길에 눈이 뜨이자, 명창이 되어 일세를 울리려는 욕망이 솟아올랐습니다.

그리하여 16
살에 서울로 상경한 봉술 소년은 드디어 <조선성악연구회>에서 꿈에도 그리던 송만갑 명창을 만나 그에게 소리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송만갑 명창은 구한말과 일본 식민지 시대에 이 나라 방방곡곡에 이름을 드날린 최고의 명창입니다. 박봉술 명창의 회고에 따르면 ‘송 명창 사진만 보아도 오갈이 들어서 소리 못하는 명창이 많을’ 정도로 뛰어난 명창이었습니다.

“우리 선생이 소리만 허시면 그 자그마한 몸 어디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 쇳소리 같은 '철성'이 몸으로 파고든단 말이여. 그러면 등골이 오싹오싹혀지고 앉아 있던 사람들이 가만히 앉아 있들 못허게 헌단 말여.
그리고 이 대목이 좋으면 저 대목이 좋고, 저 대목이 좋으면 이 대목이 좋고 해서 마디마디 소리가 좋고, 또 어떻게나 '상청'이 잘 나는지 상청을 질러대면 앵벌 날아가는 소리가 에--엥 에--엥 허고 나와서 사람을 환장하게 만든단 말여.
거그다 또 같은 노래를 헐 때마다 달리 혀. 말하자면 즉흥적으로 작곡도 허고 편곡도 허는 거지. 그런디 그것이 또 이렇게 불러도 좋고 저렇게 불러도 좋아. 수만 번을 불러서 소리를 뚜르르 꿰고 있으니 그런 재주가 나오는 거지. 우리 선생님이 그만큼 공력이 좋았어.”

박봉술은 “나는 평생에 우리 송선생님 한 분한테만 소리를 배웠다”고 말할 만큼 송만갑 명창의 소릿제를 많이 물려받은 명창입니다.

송만갑 명창(좌)과 박봉술 명창(우). 출처 : http://news.d.paran.com/snews/newsview2...r%3D2009

그렇듯 소년 명창으로서 귀여움을 받으며 공부를 하고, 밤에는 ‘놀음’ 다녔습니다. 놀음이란 요샛말로 밤무대를 뛴다는 말인데 그때의 이름난 요정인 명월관, 식도원, 국일관과 같은 곳에 불려가서 판소리를 하면 어른 명창의 절반 값인 5원이 출연료인 ‘소리채’로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1년쯤 지났을 때 갑자기 목이 ‘괄리기’ 시작했습니다.

변성기가 되어 목이 잘 쉬고 고음이 나지 않고 소리가 탁해지는 것을 목이 괄린다고 합니다. 그럴 때는 소리를 잠시 쉬거나 성대를 보살펴가며 연습해야 하는데, 조급한 마음에 
고향으로 내려 와 지리산의 쌍계사에서 백일 공부를 혼자 시작한 것이 평생의 탈이 되고 말았습니다. 너무 무리한 나머지 안타깝게도 목이 ‘꺾이고’ 만 것입니다.

예전과 같은 맑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탁한 음색으로 변하고, 고음은 꽉 잠겨서 나오지 않으니 
그는 울적한 마음으로 고향으로 돌아왓습니다. 그 다음 해에 타고 난 목청과 애간장을 녹이는 목구성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임방울 명창을 따라 일본 순회공연에 참가했지만, 목이 꺾인 그는 보잘 것 없는 단역을 맡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본에서 석 달쯤 순회공연을 한 뒤에 다시 고향에 돌아 오기도 하는 동안 해방이 되고 창극단들이 ‘비온 뒤 대나무 순 열리 듯’ 자꾸자꾸 생겨 이 단체 저 단체 따라 다니며 재미있는 일도 많이 겪었고 고생도 ‘직사하게’ 했습니다.

그럭저럭 결혼도 하고 전라남도 순천시로 이사해서 살게 되었는데, 이사한 지 얼마 안 되어 ‘여순반란사건’을 겪게 되었습니다. 

1948년 4월 3일에 제주도에서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4·3사태가 확산되자, 이승만 정부는 이를 진압하기 위해 국군 제14연대를 급파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지창수·김지회 등 좌익계 군인들이 민간인을 학살할 수 없다고 반발하며 제주도 출동을 거부하고, '친일파 처단'과 '조국통일' 등의 기치를 내걸고 반란을 일으켜 일대 혼란이 일어난 것입니다. 

한번은 길을 가다가 반란군의 검문에 걸렸는데, 손을 내밀어보라고 해서 내밀었습니다. 그랬더니 느닷없이 뺨을 때리면서 “이거 개놈의 새끼 아니냐?”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습니다. 손이 하얗고 못이 안 박혀 있으니 일 안 하고 놀고먹는 반동이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저, 저는 소리 허는 사람입니다“
“소리가 뭐냐?”
“창이요.”
“창? 창이 뭐냐?”
“노래요.”
“노래? 그럼 노래 한번 해봐라”
"(두 손을 하늘로 올린 채 벌벌 떨면서) 둥둥둥 내 사랑 어허 둥둥 내 사랑.....”
“오, 그게 소리구나. 너 그럼 이승만 찬양하고 김일성 나쁘다고 노래 안 했냐?”
“아뇨. 나는 춘향가, 흥보가 이런 노래만 부르요.”
“그럼 우리 김일성 수령 동지를 찬양하는 노래를 불러봐라.”
“나는 그런 거 부를 줄 모르요. 그저 옛날 선생님한테 배운 노래만 겨우 부를 줄 아요.”

그 말을 들은 반란군은 허허 웃더니 공중에다 대고 총을 한 발 쏜 다음 어서 가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도 당원들이 수시로 찾아 와서 공산당에 가입해서 소리로 활약하라고 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무섭고 싫어서 못 마시는 막걸리를 잔뜩 마시고 인사불성이 되게 취해 버렸습니다. 그랬더니 그 날은 편하게 넘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뒤로도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취한 척 하며 드러누워 버리곤 했습니다. 그 '술' 덕분에 어지러운 시절을 죽지 않고 간신히 넘길 수 있었습니다.

그 뒤 순천에 국악원이 생기자 소리선생으로 지내면서 점차 술이 늘어갔습니다. 남모를 괴로움이 그를 점점 술꾼으로 몰아간 것입니다.

“소리를 안 알어줘. 바디는 좋고 공력은 있다고들 하지만 목이 꺾였응께 알어주는 사람이 드물어. 기껏 힘들여서 소리허고 나면 오천 원, 만 원씩 던져주니 오장이 상허고 울화가 나서 에잇 잡것, 나도 먹을 것이나 실컷 먹고 시간이나 때우자 허고 같이 앉어서 술을 먹어 버려”

이런 저런 울화가 쌓여 나중에는 ‘술이 봉 걸리 박’이란 별명까지 얻을 만큼 '술꾼'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한때는 공부에 정진하려고 술을 끊어보기도 했습니다.

“한 삼 년 끊어 봤제. 그런디 술을 안 먹고 조심을 혀봐도 별것이 없어. 영양실조만 걸려”

그래서 차라리 ‘영양가 있는’ 안주를 먹으면서 술을 마시는 게 몸에도 좋고 정신에도 좋을 것 같아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세월을 보내는 동안에 틈틈이 소리꾼으로서 활동을 하였지만 쟁쟁한 명창들의 그늘에 가려 그의 소리는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러다가는 평생의 공부가 죽도 밥도 안되겠다 싶어 '이를 갈고' 성공해보자고 결심한 끝에 1970년에 혼자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열심히
제자를 가르치고 공연 활동도 활발하게 한 보람이 있어 드디어 52살 되던 해인 1973년에 판소리 「적벽가」 인간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는 판소리에서 무엇보다 '공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명창이었습니다.


'공력'이란 소리를 짜나가는 솜씨를 일컫는 말입니다. 목청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소리의 흐름과 가사 내용이 조화를 이루고, 가지고 나가는 소릿길에 무궁무진한 변화가 있고, 장단의 이음새가 자유자재하여 천변만화, 조화무궁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 공력이 높다고 합니다. 제아무리 목청이 좋고 고음과 저음을 마음대로 구사하여도, 변화가 없이 무미건조하게 소리를 하면 공력이 없다고하여 높이 쳐주질 않습니다.

“옛날 명창들 소리를 들으면 가지고 나가다가 느닷없이 신기허고 묘헌 소리가 나온단 말여. 헌디 요즘은 그런 소리를 들을 수가 없어.”

그것도 그럴 것이 요즘은 문화재 전수에 지나치게 많은 비중이 주어져서 스승에게 배운 그대로 하지 않고 가사 하나 장단 하나만 바꾸어도 큰일 나는 줄로 알고 있으니, 개개인의 개성과 특성이 살아나지 않고 비슷비슷한 ‘복사 소리’ 불리워지고 있습니다.

“요즘 학자나 이론가들이 동편제니 서편제니 나누는디 나는 그런 거 안 따지네. 동편제는 무겁고 맺음새가 분명허고 서편제는 애원성이 많고 끝을 길게 끌고 허는 특징들이 있다고들 허지만, 그런 것들이 서로 오고가며 배우고 가르치고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지금은 뚜렷하게 구별 지을 특성도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어. 괜스리 파벌만 생기고.
옛날에는 누구한테 배웠든지 간에 그 사람이 소리 잘 허먼 알아줬고 선생님한티 배운 것도 자기가 자꾸 고쳐감서 자기에 맞는 소리로 짰던 것이지 요새처럼 그렇게 빡빡허게 허들 안했어”

그의 소리를 처음 들어 보는 사람들은 안으로 꽉 잠겨서 탁한 음색이 나오고, 고음으로 올라갈 때는 가늘게 뽑는 가성인 ‘암성’으로 들릴 듯 말듯 부르는 소리를 듣고서 왜 그를 명창이라고 하는지 의심이 생길 것입니다.

그러나 자꾸 듣게 되면, 저음인 ‘하성’의 웅장함과 걸걸함, 그리고 소리를 질질 끌거나 잔 멋을 부리지 않고 곧 ‘소리에 꼬리를 달지 않고’ 씩씩하고 꿋꿋하고 거뜬거뜬하게 몰고 나가는 남성다운 소릿길, 그리고 아기자기하고 변화무쌍하게 구사하는 장단의 변화, 들으면 들을수록 감칠맛이 나고 깊이 있고 무게 있는 그의 소리에 점점 끌려 들게 됩니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그의 소리가 나라에서 제일 공력이 많은 소리라고 감탄을 하게 됩니다.



비록 '목이 꺾여' 한세상을 울린 명창은 못 되고 말았지만 어느 명창보다 소리 연륜이 깊고 공력 높은 스승에게서 갈고 닦은 덕에 누구에게도 공력이 뒤떨어지지 않던 그는, 후학에 대한 안타까움을 남긴 채 1989년에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출처: http://dreamnet21.tistory.com/352 [김명곤의 세상이야기]

2010.05.23 | 블로그 > 티스토리  http://dreamnet21.tistory.com/352






[스크랩] 국창 송만갑, 박봉술 추모공연| 자유게시판
느티나무 | 조회 28 |추천 0 | 2009.05.09. 11:23

 

4월 23일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있은

국창 송만갑, 박봉술 선생 추모공연에 다녀왔습니다.

 

 

오늘 공연은 박봉술 선생의 수제자인 송순섭 명창의 노고로 열리게 되었습니다.

 

 

가왕 송흥록의 후손으로 동편제의 거목인 국창 송만갑 선생님

 

 

송만갑 선생의 제자로 당대의 명창이었던 박봉술 선생님

 

 

소리꾼뿐 아니라 사회자, 고수들 또한 당대의 명인들이 함께한 공연이었다.

고려대학교 교수이자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인 유영선생님의 구수하면서도 친절한 해설과

김청만 선생님과 박근영 선생, 정향자 선생의 튼실한 북소리가 있어 더욱 빛이 난 자리였다.

 

 

첫번째 순서는 박봉술선생의 친손자인 박명언의 수궁가 한대목이 있었고

다음으로  이옥천 명창의 춘향가가 이어졌다.

이옥천 명창은 실수마저도 웃음과 재치로 눙치는 여유를 보여주었다.

 

 

다음은  차세대 명창인 젊은 여자 소리꾼들이 나와

적벽가중 새타령에서 조자룡 복병 대목을 때로는 함께

때로는 주고 받으며 불러주니 우리 국악의 희망을 보여준 소리였다.

 

 

 

박녹주제 흥보가의 박송희 명창님

언제나 인자하신 할머님 같은 명창께서는 해오름을 가득메운 관객들에 고무되어

단가와 흥보가중 셋째박타는 대목에서 화초장 타령을 녹록치 않은 소리로 들려주셨다.

 

 

두말이 필요없는 안숙선 명창

감기로 컨디션이 최악이었음에도   적벽가 한대목을 구성지게 들려주셨다.

 

 

김일구 명창님은 먼저 단가 광대가로 시작하셔

적벽가 중 적벽대전 대목을 불러주시니 좌중을 쥐락펴락하며

소리와 장단을 희롱하는 원숙한 소리에 또 한번 경탄할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을 장식하신 오늘의 총감독인 송순섭 명창의  수궁가중 소상팔경 대목

동편제의 적통을 이어가는 노대가의 공연으로 즐거운  두시간의 소리판을 마무리하였다.

 


출처 :궁중문화와 전통예술의 창조적 계승 원문보기   글쓴이:  : 느티나무  




박봉술 바디 <적벽가> 사설입니다 소리공부 / 여가살이

2016. 5. 20. 23:28


                   


박봉술 바디 <적벽가> 사설입니다

 

 

 

1. 도원결의

 

[아니리]
한(漢)나라 말엽 위한오(魏漢吳) 삼국시절에 황후유약(皇后幼弱) 하고 군도병기(群盜竝起)한디, 간흉(奸凶)허다 조맹덕(曺孟德)은 천자를 가칭(假稱)하야 천하를 엿보았고, 범람(汎濫)타 손중모(孫仲謀)는 강하(江夏)의 험고(險固)믿고 제업(帝業)을 명심(銘心)하여 창의(倡義)할 사, 유현덕(劉玄德)은 종사(宗社)를 돌아보아 혈성(血誠)으로 구치(驅馳)하니, 충간(忠奸)이 공립(共立)허고 정족(鼎足)이 삼분할 새, 모사는 운집(雲集)이요 명장은 봉기(蜂起)로다. 북위모사(北魏謀士) 정욱(程昱) 순유(筍攸) 순문약(筍文若)이며 동오모사(東吳謀士) 노숙(魯肅) 장소(張紹) 제갈근(諸葛瑾)과 경천위지(經天緯地) 무궁조화(無窮造化) 잘긴들 아니하리. 그때여 한나라 유현덕은 관우(關羽) 장비(張飛)와 더불어서 도원(桃園)에서 의형제 결의(結義)를 하는디

 

[중모리]
도원이 어데인고, 한나라 탁현(??縣)이라. 누상촌(樓桑村) 봄이 들어 붉은 안개 피어나고, 반도화(蟠桃花) 흐르는 물 아침노을에 물들었다. 제단(祭壇)을 살펴보니, 금(禁)줄을 둘러치고 오우백마(烏牛白馬)로 제(祭) 지내며, 세 사람이 손을 잡고 의맹(義盟)을 정하는데, 유현덕으로 장형(長兄) 삼고, 관운장(關雲長)은 중형(仲兄)이요, 장익덕(張翼德) 아우 되어, 몸은 비록 삼인이나 마음과 한가지라. 유?관?장 의형제는 같은 연월(年月) 한 날 한 시에 죽기로써 맹약(盟約)을 하고, 피 끓는 구국충심(救國忠心) 도원결의(桃園結義) 이루었구나. 한말(漢末)이 불운(不運)하여 풍진(風塵)이 뒤끓는다. 황건적(黃巾賊)을 평란(平亂)하니 동탁(董卓)이 일어나고, 동탁 난을 평정(平定)하니 이곽(李郭)이 난을 짓고, 이곽을 평정한 후 난세간웅(亂世奸雄) 조아만(曹阿瞞)은 협천자이횡포(挾天子而橫暴)하고, 벽안자염(碧眼紫髥) 손중모(孫仲謀)는 강동(江東)에 웅거(雄據)하여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자랑한다.

 

 

2. 삼고초려

 

[아니리]
그 때에 유ㆍ관ㆍ장(劉?關?張)은 삼인이 결심하여 한실(漢室)을 회복코저 적군과 분투(奮鬪)하나, 장중(帳中)에 모사(謀士) 없어 주야로 한(恨)할 적에, 뜻밖에 서서(徐庶)가 떠나며 공명을 천거(薦擧)하되, “전무후무(前無後無) 제갈공명 와룡강(臥龍岡)의 복룡(伏龍)이요, 초당(草堂)에 깊이 묻혀 상통천문(上通天文), 하달지리(下達地理), 구궁팔괘(九宮八卦), 둔갑장신(遁甲藏身)을 흉중(胸中)에 품었으니 긍만고지인재이요(?萬古之人材), 초인간(超人間)의 철인(哲人)이라.” 이렇듯 말을 하니, 유현덕 반기 여겨 관?장과 와룡강을 찾아갈 제,

 

[진양조]
당당(堂堂)한 유현주(劉賢主)는 신장은 팔척(八尺)이요, 얼굴은 관옥(冠玉) 같고, 자고기이(自顧其耳)하며 수수과슬(垂手過膝) 영웅이라. 적로마상(?盧馬上)에 앞서시고, 그 뒤에 또 한 장군의 위인(爲人)을 보니, 신장은 구척이나 되고, 봉(鳳)의 눈, 삼각수(三角鬚), 청룡도(靑龍刀) 비껴들고 적토마상(赤兎馬上)에 두렷이 앉은 거동 운장 위세(威勢)가 분명하고, 그 뒤에 또 한 사람을 보니, 신장은 칠척(八尺) 오촌이요, 얼굴이 검고, 제비턱, 쌍고리눈에 사모장창(蛇矛長槍)을 눈 위에 번뜻 들고, 세모마상(細毛馬上)에 당당히 높이 앉아 산악을 와그르르르르르르 무너낼 듯, 세상을 모두 안하(眼下)에 내려다보니 익덕(翼德)일시가 분명쿠나. 이 때는 건안(建安) 팔년 중춘(仲春)이라. 와룡강을 당도하니 경개(景槪) 무궁 기이(奇異)하구나. 산불고이수려(山不高而秀麗)하고, 수불심이증청(水不深而澄淸)이요, 지불광이평탄(地不廣而平坦)하고, 임불대이무성(林不大而茂盛)이라. 원학(猿鶴)은 상친(相親)하고, 송죽(松竹)은 교취(交翠)로다. 석벽부용(石壁芙蓉)은 구름 속에 잠겨 있고, 청송(靑松)은 천고절(千古節) 푸른 빛을 띠었어라. 시문(柴門)에 다다라 문을 두드리며,

 

 

3. 삼고초려 2

 

[아니리]
“동자야, 선생님 계옵시냐?” 동자 여짜오되, “선생께옵서 박릉(博陵)의 최주평(崔州平)과, 영주(潁州)의 석광원(石廣元), 여남(汝南)의 맹공위(孟公威)며 매일 서로 벗이 되야 강호(江湖)에 배 띄워 선유(船遊)타가, 임간(林間)에 바돌 두러 나가신 지 오래이다.” 현덕이 이른 말이, “그럼 선생님이 오시거든 한종실(漢宗室) 유황숙(劉皇叔)이가 뵈러 왔더라고 잊지 말고 여쭈어라.” 동자다려 부탁하고 신야(新野)로 돌아와 일삭(一朔)이 넘은 후에, 두 번 다시 찾아가서도 못 뵈옵고 한운이 여류하여 수삼삭(數三朔) 지난 후에, 현훈옥백(玄?玉帛)으로 예물(禮物)을 갖추고 관?장과 삼고초려(三顧草廬) 찾아갈 제,

 

[중모리]
남양융중(南陽隆中) 당도하여 시문(柴門)을 두드리니 동자 나오거늘, “선생님 계옵시냐?” 동자 여짜오되, “초당(草堂)에 춘수(春睡) 깊어 계시나니다.” 현덕이 반기 여겨 관공?장비를 문 밖에 세워두고 완완(緩緩)히 들어가니, 소슬(蕭瑟)한 송죽성(松竹聲)과 청량(淸亮)한 풍경(風磬) 소리 초당(草堂)이 한적쿠나. 계하(階下)에 대시(待時)하고 기다려 서 있으되, 공명은 한와(閑臥)하여 아무 동정(動靜)이 없는지라.

 

[중중모리]
익덕이 성질을 급히 내어, 고리눈 부릅뜨고 검은 팔 뒤걷으며 고성대갈 왈(高聲大喝曰), “아! 우리 가가(哥哥)는 한주(漢主) 금지옥엽(金枝玉葉)이라. 저만한 사람을 보랴하고 수차(數次) 수고를 하였거든, 요망(妖妄)을 피우고 누워 일어나지를 아니하니, 부러 거만(倨慢)하여이다. 소제(小弟)가 초당을 들어가, 초당에 불을 버썩 지르면, 공명이 재주가 있다하니, 자나, 깨나, 죽나, 사나, 동정을 보아, 제 만일 죽기 싫으면 응당 나올 테니, 노끈으로 결박(結縛)하여 신야(新野)로 돌아가사이다.” 검불을 단박 쓸어 쥐고, 끄르럼에 불을 들고 초당 앞으로 우루루루루루 달려드니, 현덕이 깜짝 놀래 익덕의 손을 잡고, “현제(賢弟)야, 현제야, 이런 법이 없느니라. 은왕성탕(殷王成湯)도 이윤(伊尹)을 삼빙(三聘)하고, 문왕(文王)도 여상(呂尙)을 보랴하고 위수(渭水)에 왕래하니, 삼고초려가 무엇이랴.” 좋은 말로 경계(警戒) 후에, “운장은 익덕 데리고 문 밖에 멀리 서 동정(動靜)을 기다려라.”

 

 

4. 공명의 유비 영접

 

[아니리]
공명이 그제야 잠에 깨어 풍월지어 읊으는디 "초당에 춘수족(春睡足)하니 창외(窓外) 일지지(日遲遲)라. 대몽(大夢)을 수선교(誰先覺)요, 평생을 아자지(我自知)라." 동자 들어와 여짜오되 "전일 두 번 찾어 왔던 유황숙이 밖에서 기다린 지가 거웃 반일이 되었나이다."


[중모리]
공명이 그제야 놀랜 체 하고 의관(衣冠)을 정제(整齊)한다. 머리에는 팔각(八角) 윤건(綸巾), 몸에는 학창의(鶴?衣)로다. 백우선(白羽扇) 손에 들고 당하에 내려와 현덕을 인도하여 예필좌정(禮畢坐定) 후(後)에, 공명이 눈을 들어 현덕의 기상을 보니, 수수(粹秀)한 영웅이요, 창업지주(創業之主)가 분명하고, 현덕도 눈을 들어 공명의 기상(氣像)을 보니, 신장은 팔 척이요, 얼굴은 관옥(冠玉) 같고, 미재강산정기(眉在江山精氣)하여 단념청기(丹念淸氣)하고, 밝은 기운이 미간(眉間)에 일어나니 만고영웅(萬古英雄) 기상이라. 현덕이 속으로 칭찬하며 공손히 앉아서 말을 한다.

 

 

5. 유비 간청

 

[아니리]
“선생님을 뵈옵고저 세 번 찾아온 뜻은 다름이 아니오라, 한실(漢室)이 경복(傾覆)하고, 간신이 농권(弄權)하와, 종묘사직(宗廟社稷)이 망재조석(亡在朝夕)이라. 이 몸이 제주(濟主)로서 갈충보국(竭忠報國) 하려 하되, 병미장과(兵微將寡)하고 재주 단천(短淺)하와 흥복(興復)치 못하오니, 사직(社稷)이 처량하고 불쌍한 게 창생(蒼生)이라. 원컨대 선생께옵서는 유비와 백성을 아끼시어 출산상조(出山上朝)하사이다.” 공명이 대답하되, “신(臣)은 본래 지식이 천박(淺薄)하여, 포의야부(布衣野夫)로 남양 땅에서 춘풍세우(春風細雨) 밭이나 갈고, 풍월(風月)이나 지어 읊을지언정, 국가 대사를 내 어찌 아오리까? 낭설(浪說)을 들으시고 존가(尊駕) 허행(虛行)하였나이다.” 굳이 사양 마다하니, 현덕이 하릴없어,

 

[진양조]
서안(書案)을 탕탕 두드리며, “여보 선생, 듣조시오. 천하대세(天下大勢)가 날로 기울어져서 조적(曹賊)이 협천자이령제후(挾天子而令諸侯)를 하니, 사백 년 한실(漢室) 운이 일조일석(一朝一夕)에 있삽거든, 선생은 청렴(淸廉)한 본을 받어 세상 공명(功名)을 부운(浮雲)으로 생각하니, 억조창생(億兆蒼生)을 뉘 건지리까?” 말을 마치고, 두 눈에 눈물이 듣거니 맺거니 방울방울 떨어지고, 가슴을 두드려 복통단장(腹痛斷腸) 울음을 우니, 용의 음성이 와룡강(臥龍岡)을 진동한 듯, 뉘라 아니 감동하리.

 

 

6. 조조군사 대적

 

[아니리]
두 눈에 눈물이 떨어져 양 소매를 적시거늘, 공명이 감동하여 가기로 허락한 후에, 벽상(壁上)을 가리키며, “이건 형주(荊州) 지도요, 저건 서천(西川) 사십일주(四十一州)라.” 현덕이 형주 지도를 얻고, 서천 사십일주를 얻어 기업(基業)을 삼은 후, 관우 장비를 불러 공명과 상면(相面)시키고, 예단(禮緞)을 올려, 그날 밤 사인이 초당에서 유숙(留宿)하고 이튿날 길을 떠날 적에, 공명이 아우 균을 불러, “내 유황숙에게 삼고지은혜(三顧之恩惠)를 갚으려고 세상에 출세(出世)하니, 너는 송학(松鶴)을 잘 가꾸고 학업을 잃지 말라.” 신신(申申) 부탁하고, 사륜거(四輪車)에 높이 앉아,

 

[중모리]
와룡강을 하직하고 신야(新野)로 돌아오니, 병불만천(兵不滿千)이요, 장불십여인(將不十餘人)이라. 공명이 민병(民兵)을 초모(招募)하여 스스로 팔진법(八陣法) 가르칠 제, 방포일성(放砲一聲)하고 금고(金鼓)를 쿵쿵 울려 조적(曹賊)과 대결할 제, 박망(博望)의 소둔(燒屯), 백하(白河) 엄몰(淹沒)하고, 장담하던 하후돈(夏侯惇)과 승기(勝氣)내던 조인(曹仁) 등 기창도주(棄槍逃走) 패한 분심(憤心), 수륙대병(水陸大兵)을 조발(調發)하여 남으로 짓쳐 내려갈 제, 원망(怨望)이 창천(漲天)이요, 민심(民心)이 소요(騷擾)로구나. 현덕이 하릴없어 강하(江夏)로 물러나니, 신야, 번성(樊城), 양양(襄陽) 백성들이 현덕의 뒤를 따르거늘, 따라오는 저 백성을 차마 버릴 길이 바이 없어, 조운(趙雲)으로 가솔(家率)을 부탁하고, 익덕(翼德)으로 백성을 이끌어 일행십리(日行十里) 행할 적에, 그 때 마침 황혼이라 광풍(狂風)이 우루루루루루루루, 현덕 면전(面前)에 수자기(帥字旗) 부러져 펄펄 날리거늘, 경산(景山)에 올라 바라보니 조조의 수륙대병(水陸大兵)이 물밀듯이 쫓아온다. 기치창검(旗幟槍劍)은 팔공산(八公山) 나뭇잎 같고, 제장(諸將)이 앞으로 공을 다툴 적에, 문빙(文聘)이 말을 채쳐 달려드니, 익덕이 분기충천(憤氣衝天), 불같이 급한 성품 창을 들어 문빙을 물리치고, 현덕을 보호하여 장판교(長坂橋)를 지내갈 제, 수십 만 백성 울음소리 산곡중(山谷中)에 가득하고, 제장(諸將)은 사생(死生)을 모르고 앙천통곡(仰天痛哭)하며, 진(陣)을 헤쳐 도망을 간다.

 

 

7. 조자룡 양 부인 구출

 

[아니리]
한 모롱이 돌아드니, 현덕의 일행이 언덕 아래 쉬어 앉아 제장 모이기를 기다릴 적에,

[중중모리]
그 때에 조운(趙雲)은 공자(公子) 선(禪)과 양부인(兩婦人)을 잃고, 일편단심(一片丹心) 먹은 마음 분함이 추상(秋霜)이라. 위진(魏陣)을 바라보니, 번창휘마(繁槍揮馬) 가는 거동(擧動), 만리창천(萬里蒼天) 구름 속의 편진(翩進)하는 용의 모양, 구십춘광(九十春光) 새벽 밤에 빠르기는 유성 같고, 단산(丹山) 맹호 기상이라. 풍우(風雨)같이 지내다가 한 곳을 바라보니, 헤어진 남녀노소 서로 잡고 울음을 우니, 조운이 크게 웨쳐, “여봐라, 남녀 백성들아! 너희 총중(叢中) 가는 중에 감부인(甘夫人)을 보았느냐?” 그 때에 감부인은 오는 장수를 바라보며, 나삼(羅杉)을 무릅쓰고 일장통곡(一場痛哭)할 제, 조조의 제장 순우(淳于)가 미축(?竺)을 생금(生擒)하여 제 진으로 돌아갈 제, 조운이 얼른 보고 일성포향(一聲砲響)에 수년도를 선뜻 들어 탈마위진(奪馬魏陣)하여 감부인을 호송(護送)하고, 또 한 곳 바라보니 양양(襄陽)으로 가는 백성 막지소향(莫知所向) 길을 잃어 갈 바를 방황(彷徨)커늘,  “여봐라, 남녀 백성들아! 너희들 가는 중에 미부인(?夫人)을 보았느냐?” 저 백성 이른 말이, “어떠한 부인인지, 전면(前面) 빈 집 안에 아이를 안고 우더이다.” 조운이 말을 채쳐 그 곳을 당도하니, 과연 부인이 공자를 안고, 좌편 팔 창을 맞고, 우편 다리 살을 맞아 일신(一身)이 운동을 못하고, 슬피 앉아서 울음을 운다.

 

 

8. 장판교 싸움 1

 

[아니리]
조운이 말에서 내려 부축하며 위로하되, “부인께서 고생함은 소장(小將)의 불충지심(不忠之心)이라 죄사무석(罪死無惜)이오나, 추병(追兵)이 급하오니 부인께서 승마서행(乘馬徐行)하옵시면, 소장이 보호하여 뒤를 끊고 가오리다.” 부인이 이른 말씀, “장군께서 갈성탄력(竭誠彈力)으로 어찌 두 목숨을 건지리까? 한나라 제실지체(帝室之體) 골육(骨肉)이 이뿐이니, 부디 이 아이를 살려 부자 상봉(相逢)케 함은 장군의 장중(掌中)에 있는가 하나이다.” 공자를 부탁하고 우물에 뛰어들어 자문지사(自刎之死)커늘, 조운이 하릴없어 담을 헐어 시신 묻고, 공자 일신(一身) 보존하여 갑옷으로 장신(臧身)하고,

 

[자진모리]
마상에 선뜻 올라 채를 쳐 도망할 제, 앞으로 마연(馬延)?장의(張?), 뒤로 초촉(焦觸)?장남(張南), 앞을 막고 뒤를 치니, 조운 일시 함정이라. 청공검(靑?劍) 빼어 들고, 동에 가 번뜻 서장(西將)을 뎅그렁, 남장(南將)을 얼러서 북장(北將)을 선뜻, 이리저리 헤쳐가다 토갱(土坑) 중(中)에 가 뚝 떨어져 거의 죽게 되었을 제, 장합(張?)이 바라보고 쫓아오니 자룡 생명이 급한지라. 뜻밖에 오색채운(五色彩雲)이 토갱 중에서 일어나고, 천붕지탑(天崩地?)이 와그르르르르, 번개불이 번뜻. 조운 탄 말 용총(龍?)이라, 벽력같이 소리 질러 토갱 밖으로 뛰어나오니, 장합이 겁을 내어 달아나고, 조운이 말을 놓아 행운유수(行雲流水)로 도망할 제, 장판교(長坂橋) 바라보니 일원(一員) 대장 먹장 얼굴, 장팔사모(丈八蛇矛) 들고, “조운은 속래(速來)하라! 오는 추병(追兵)을 내 막으마.” 조운이 말을 놓아 장판교를 지낼 제, 인피마곤(人疲馬困)하여 기사지경(幾死之境)이 되었구나.

 

 

9. 장판교 싸움 2

 

[아니리]
한 모롱이 돌아드니 현덕의 일행이 중인(衆人)들과 언덕 아래 쉬어 앉아 제장 모이기를 기다릴 적에, 조운이 말께 내려 복지(伏地)하여 여짜오되, “감부인을 호송하고, 미부인을 모셔 오려 하였더니, 공자를 부탁하고 우물에 뛰어들어 자문지사(自刎之死)커늘, 소장은 하릴없이 담을 헐어 시신을 묻고, 공자 일신(一身) 보존하여 근근(僅僅)히 살아왔나이다.” 갑옷 끌러놓고 보니, 아두(阿斗)는 잠이 들어 아직 깨지 않은지라, 조운이 아두 받들어 현덕에게 드리니, 현덕이 아두 받아 땅에 내던지며, “어린 유자(幼子) 살리려다 중(重)한 장군을 손상할 뻔하였고.” 조운이 급히 내려가 아두 안고 여짜오되, “소장(小將)은 심혈을 다 바쳐도 만분의 일(萬分之一)을 갚지 못하겠나니다.” 이렇듯 서로 위로할 적에, 한 곳 바라보니 그 때에 장익덕은 장판교 마상(馬上)에 높이 앉아 조적(曹賊)과 대결(對決)을 하는데,

 

[엇모리]
위진(魏陣)을 바라보니, 조조의 수륙대병(水陸大兵)이 물밀듯이 쫓아온다. 진두(塵頭)는 편야(遍野)하고, 함성(喊聲)은 통창(通敞)이라. 장판교상 바라보니, 일원대장(一員大將) 먹장 얼굴 장팔사모(丈八蛇矛) 들고 조진(曹陣)을 한번 일컬으며, “일원 연인(燕人) 장익덕은 이곳에 와서 머무른다.” 한 번을 호통하니 하늘이 떠그르르르르 무너져 벽해가 뒤넘는 듯, 두 번을 고함 질러노니 땅이 툭 꺼지는 듯, 세 번을 호통하니 십이간(十二間) 장판교가 중둥이 절컥 무너져 흐르는 물이 위로 출렁, 나는 새도 떨어지니, 조군이 황황(遑遑)하여 하후걸(夏侯傑)이가 낙마(落馬)하고, 조진(曹陣)이 쟁(錚)을 쳐서 퇴병(退兵)하여 물러가니, 익덕의 위엄 장하다.

 

 

10. 공명 동오로 건너감

 

[아니리]
강하(江夏)로 물러나와 견벽불출(堅壁不出)헐 제, 그 때에 강동의 손권, 주유(朱瑜), 한나라 공명선생의 높은 이름 듣고 노숙(魯肅)을 보내어 좋은 말로 유인커늘, 공명의 깊은 지혜 거짓 속은 체 가기로 허락한 후 현주전(賢主前) 하직하니, 현주 대경 탄왈(大驚歎曰), “분분(紛紛)한 천하득실(天下得失) 선생만 믿삽는데, 출타국(出他國)이 웬 일이오? 심양(心量) 처분(處分) 하옵소서.” 공명이 가만히 여짜오되, “이 때를 헤아리니, 오왕손권(吳王孫權)하고 위견조조(魏見曹操)하니 한실(漢室)이 미약이라. 신이 이때를 타 오나라 들어가 손권?주유를 격동(激動)하여 조조와 싸움 붙이고, 신은 도주이환(逃走而還)하여 중도이기(中途而起) 하오면, 오?위 양국 형세를 일안(一案)에 도취(圖取)하여 좌이득공(坐而得功)할 테오니, 현주는 염려치 말으시고, 금(今) 동짓달 이십일 묘시에 자룡을 일엽선(一葉船) 주어 남병산하(南屛山下) 오강(吳江) 어귀로 보내소서. 만일 때를 어기오면 신을 다시 대면(對面)치 못하리다.”

 

[중모리]
하직하고 물러나와, 공명선생 거동 보소. 노숙 따라 오나라 들어갈 제, 백우선(白羽扇) 손에 들고 일엽편주(一葉片舟) 빨리 저어 강동에 당도하니, 노숙이 인도하여 관역(館驛) 안헐(安歇)할 새, 공명이 눈을 들어 좌우를 살펴보니, 아관박대(峨冠博帶)로 장소(張昭) 등 십여 인이 일좌로 늘어서서 설전군유(舌戰群儒)가 분분할 제, 수다(數多)히 묻는 말씀 한두 말로 물리치니, 기이하구나, 공명선생. 손중모(孫仲謀)도 호일(豪逸)하매 주유를 격동(激動)할 제 대략이 무궁하니, 주유 부질없이 시기하여, 제 죽을 줄 모르고 욕살공명(欲殺孔明) 가소롭다. 삼일위한(三日爲限) 십만전(十萬箭)을 일야무중자득(一夜霧中自得)하니, 만고 높은 재주 귀신도 난측(難測)이라. 방통(龐統)의 연환계(連環計)와 황개(黃蓋)의 고육계(苦肉計)인들 공명 기품(氣稟) 아닐진대 게 뉘라서 성공하리.

 

 

11. 조조 호기

 

[아니리]
그 때여 적벽강 조승상(曹丞相)은 백만 대병을 조발(調發)하야,

 

[진양조]
천여 척 전선(戰船) 모아 연환계(連環計)를 굳이 무어 강상육지(江上陸地) 삼아 두고, 일등명장(一等名將)이 유진(留陣)할 제, 말 달려 창 쓰기며, 활 쏘아 총(銃) 놓기, 십팔기(十八技) 사습(私習)하기 백만군중(百萬軍中)이 요란할 제, 조조 진중(陣中)에 술 많이 빚고, 떡도 치고, 밥도 짓고, 우양(牛羊)을 많이 잡아 장졸(將卒)을 호궤(?饋)할 제, 동산월색(東山月色)은 여동백일(如同白日)이요, 장강 일대(長江一帶)는 여횡소련(如橫素練)이라. 그 때 조조는 장대상(將臺上)에 가 높이 앉아 남병산색(南屛山色) 그림 경(景)을, “동을 가리켜 시상(柴桑)이요, 서를 보니 하구성(夏口城)이요, 남을 가리켜 번성(樊城)이요, 북을 보니 오림(烏林)이로구나. 사면이 광활(廣闊)커든 어찌 성공 못할쏜가. 내 나이 오십사 세로 여득강남(如得江南)이면 향부귀하(享富貴何) 낙태평(樂泰平), 동작대(銅雀臺) 좋은 집에 이교녀(二喬女)를 가취(嫁娶)하면, 모년향락(暮年享樂)이 나의 원(願)에 족(足)할지라. 어와, 장졸 영 들어라. 너희들도 주육간(酒肉間)에 실컷 먹고 위(魏)?한(漢)?오(吳) 승부(勝負)를 명일(明日)로 결단하자. 만승제업(萬乘帝業)을 한 사람께 맡겼으랴. 득천하(得天下)한 연후(然後)에 천금상(千金賞) 만호후(萬戶侯)를 차례로 봉하리라.” 문무 장졸이 영을 듣더니 군례(軍禮)로 모두 늘어서서, “원득개가(願得凱歌) 하오리다.”

 

 

12. 군사들 노는 모양

 

[아니리]
이렇듯 군사들이 승기(勝氣) 내어, 주육(酒肉)을 쟁식(爭食)하고,

 

[중모리]
노래 불러 춤도 추고, 서름겨워 곡(哭)하는 놈, 이야기로 히히 하하 웃는 놈, 투전(鬪?)하다가 다투는 놈, 반취중(半醉中)에 욕하는 놈, 진취중(盡醉中)에 토하는 놈, 잠에 지쳐 서서 자다 창끝에다 턱 괴인 놈, 처처(處處) 많은 군병중(軍兵中)에 병루즉장위불행(病淚卽將爲不幸)이라. 장하(帳下)의 한 군사 벙치 벗어 손에 들고 여광여취(如狂如醉) 실성발광(失性發狂) 그저 퍼버리고 울음을 운다.

 

 

13. 군사 설움 타령 1

 

[아니리]
한 군사 내달으며, “아나, 이애. 승상은 지금 대군을 거느리고 천리전장(千里戰場)을 나오시며 승부가 미결(未決)되어 천하 대사를 바라는데, 어찌 요망스럽게 왜 울음을 우느냐? 이리 오너라. 우리 술이나 먹고 놀자.” 저 군사 연(連)하여 왈, “네 말도 옳다마는, 나의 설움을 들어봐라.”

 

[진양조]
“고당상(高堂上) 학발양친(鶴髮兩親) 배별(拜別)한 지가 몇 날이나 되며, 부혜(父兮)여 생아(生我)시고, 모혜(母兮)여 육아(育我)시니, 욕보덕택(欲報德澤)인대 호천망극(昊千罔極)이로구나. 화목하던 절내권당(節內眷堂), 규중(閨中)안 홍안(紅顔) 처자(妻子) 천리 전장에다가 나를 보내고, 오늘이나 소식이 올거나, 내일이나 기별(寄別)이 올거나, 기다리고 바라다가 서산에 해는 기울어지니 출문망(出門望)이 몇 번이며, 바람 불고 비 죽죽 오는데 의려지망(依閭之望)이 몇 번이나 되며, 소중랑(蘇中郞)의 홍안거래(鴻雁去來) 편지를 뉘 전하며, 상사곡(相思曲) 단장회(斷腸懷)는 주야(晝夜) 수심(愁心)에 맺혔구나. 조총(鳥銃) 환도(環刀)를 드러메고 육전(陸戰), 수전(水戰)을 섞어할 적에 생사(生死)가 조석(朝夕)이로구나. 만일 객사(客死)를 하거드면, 게 뉘라서 안장(安葬)을 하며, 골폭사장(骨曝沙場)에 흐여져서 오연(烏鳶)의 밥이 된들, 뉘랴 손뼉을 두드리며 후여 쳐 날려줄 이가 뉘 있드란 말이냐? 일일사친십이시(一日思親十二時)로구나.”

 

 

14. 군사 설움 타령 2

 

[아니리]
이렇듯이 설리우니 한 군사 내다르며 “부모 생각 네 설움은 성효지심(誠孝之心)이 기특허다. 전장에 나와서도 효성이 지극하니 너는 아니 죽고 살고 가그라.” 또 한 군사 내다르며

 

[중중모리]
“여봐라, 군사들아. 네 내 설움을 들어라. 네 내 설움을 들어봐라. 나는 남에 오대독신(五代獨身)으로 열입곱에 장가들어, 근(近) 오십 장근(將近)토록 슬하(膝下) 일점혈육(一點血肉)이 없어 매일 부부 한탄. 엇다, 우리 집 마누라가 온갖 공을 다 드릴 제, 명산대찰(名山大刹), 영신당(靈神堂), 고묘(古廟), 총사(叢祠), 석왕사(釋王寺), 석불(石佛), 보살(菩薩), 미륵(彌勒), 노구(老軀)맞이 집짓기와, 칠성불공(七星佛供), 나한불공(羅漢佛供), 백일산제(百日山祭), 신중(神衆)맞이, 가사시주(袈裟施主), 인등시주(引燈施主), 다리 권선(勸善), 길닦기, 집에 들어 있는 날은 성주(城主), 조왕(?王)에 당산(堂山), 천룡(天龍), 중천군웅(中天群雄)에, 지신제(地神祭)를 지극 정성 드리니, 공든 탑이 무너지며, 심근 남기가 꺾어지랴. 그달부터 태기(胎氣) 있어, 석부정부좌(席不正不坐)하고, 할부정불식(割不正不食)하고, 이불청음성(耳不聽淫聲), 목불시악색(目不視惡色)하여 십 삭(十朔)이 점점 차더니, 하루난 해복(解腹) 기미가 있구나. ‘아이고 배야,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다리야.’ 혼미 중(昏迷中)에 탄생하니, 딸이라도 반가울 데 아들을 낳았구나. 열 손에다 떠받들어 땅에 뉘일 날이 전혀 없이 삼칠일(三七日)이 다 지나고, 오륙삭(五六朔) 넘어가니, 발바닥에 살이 올라 터덕터덕 노는 양, 빵긋 웃는 양, 엄마 아빠 도리도리, 쥐얌, 잘깡, 섬마 둥둥 내 아들. 내 아들이지, 내 아들. 옷고름에 돈을 채워, 감을 사 껍질 벗겨 손에 들려서 어르며, 주야 사랑 애중(愛重)한 게 자식밖에 또 있느냐? 뜻밖에 급한 난리, ‘위국 땅 백성들아. 적벽으로 싸움 가자. 나오너라.’ 웨는 소리 아니 올 수 없더구나. 사당(祠堂) 문을 열어놓고 통곡(痛哭) 재배(再拜)한 연후, 간간한 어린 자식, 유정(有情)한 가솔(家率) 얼굴 한 데 대고 문지르며, ‘부디 이 자식을 잘 길러서 나의 후사(後嗣)를 전해 주오.’ 생이별(生離別) 하직하고 전장(戰場)에를 나왔으나, 언제나 내가 다시 고향을 돌아가 그립던 자식을 품안에 안고, ‘아가, 응아.’ 얼러볼거나. 아이고 아이고, 내 일이야.”

 

 

15. 군사 설움 타령 3

 

[아니리]
이렇듯이 울음을 우니 여러 군사 하는 말이, “자식 두고 생각하는 정 졸장부(拙丈夫)의 말이로다. 전쟁에 나와서 너 죽어도, 후사(後嗣)는 전켔으니 네 설움은 가소(可笑)롭다.” 또 한 군사 나오면서,

 

[중모리]
“이내 설움 들어봐라. 나는 부모님을 조실(早失)하고, 일가친척 바이없어 혈혈단신(孑孑單身) 이내 몸이, 이성지합(二姓之合) 우리 아내 얼굴도 어여쁘고 행실도 조촐하여, 종가대사(宗家大事) 탁신헌정(託身獻情) 일시 떠날 뜻이 바이없어 철가는 줄 모를 적에, 불화변 일어나며, ‘위국땅 백성들아. 적벽으로 싸움 가자.’ 천아성(天鵝聲) 웨는 소리 족불리지(足不離地) 나를 끌어내니, 아니 갈 수 없더구나. 군복 입고, 전립(戰笠)을 쓰고, 창대 끌고 나올 적에, 우리 아내 내 거동을 보더니 버선발로 우루루루루루 달려들어 나를 안고 엎더지며, ‘날 죽이고 가오. 살려 두고는 못 가리다. 이팔홍안(二八紅顔) 젊은 년을 나 혼자만 떼어두고 전장을 가랴시오?’ 내 마음이 어찌 되겄느냐? 우리 마누라를 달래랼 제, ‘허허, 마누라, 우지 마오. 장부가 세상에 태어났다가 전쟁 출세를 못하고 죽으면, 장부 절개가 아니라고 하니, 우지 말라면 우지 마오.’ 달래어도 아니 듣고, 화를 내도 아니 듣더구나. 잡았던 손길을 에후리쳐 떨치고 전장을 나왔으나, 일부일전쟁(日復日戰爭)은 불식(不息)이라. 살아가기 꾀를 낸들, 동서남북으로 수직(守直)을 하니 함정에 든 범이 되고, 그물에 걸린 내가 고기로구나. 어느 때나 고향을 가서, 그립던 마누라 손을 잡고 만단정회(萬端情懷) 풀어볼거나. 아이고, 아이고.” 울음을 운다.

 

 

16. 군사 호기

 

[아니리]
이렇듯 설리 우니, 한 군사 내달으며 “가속(家屬)이라 하는 것은 불가무자(不可無字)라 어쩔 수가 없느니라. 네 설움을 울만허다.” 또 한 군사 나서는디 그 중에 키 작고 머리 크고 모기눈 주벅 턱에 쥐털수염 거사리고 작도만한 칼을 막 내두리며 만군중이 송신(送神)을 허게 말을 허겄다.

 

[중중모리]
“이놈 저놈, 말 듣거라. 너희들 모두다 졸장부다. 위국자불고가(爲國者不考家)라 옛 글에도 일러 있고, 남아하필연처자(男兒何必戀妻子)리오? 막향강촌노장년(莫向江村老壯年)하소. 우리 몸이 군사되어, 전장을 나왔다가 공명도 못 이루고 속절없이 돌아가면 부끄럽지 않겠느냐? 이내 심사(心思) 평생 한(恨)이 요하삼척(腰下三尺) 드는 칼로 오한(吳漢) 양진(兩陣) 장수 머리를 선뜻 뗑기렁 베어 들고, 창끝에 높이 달아, 개가성(凱歌聲) 부르면서, 득승고(得勝鼓) 쿵쿵 울리며 본국으로 돌아갈 제, 부모, 동생, 처자, 권솔(眷率), 일가친척이 반기하여 펄쩍 뛰어나오며, ‘다녀온다, 다녀와. 전장 갔던 낭군이 살아를 오니 반갑네. 이리 오오, 이리 와.’ 울며불며 반기할 제, 원근간(遠近間) 기쁨을 보이면 그 아니 좋더란 말이냐? 우지 말라면, 우지 마라.”

 

 

17. 싸움타령

 

[아니리]
이렇듯이 말을 하니 한 군사 내다르며, “네 말이 참말로 그럴진대, 천하장사 항도령이라고 불러주마.” 한 군사 또 내다르며 싸움타령으로 노래를 하는디,

 

[중모리]
“습용간과(習用干戈) 헌원씨(軒轅氏) 여염제(與炎帝)로 판천(阪泉)싸움. 능작대무(能作大霧) 치우작란(蚩尤作亂) 사로잡던 탁록(琢鹿)싸움. 주나라 쇠진(衰盡) 천지(天地) 분분한 춘추(春秋)싸움. 위복진황(威福秦皇) 늙은 후에 잠식(蠶食) 산동(山東) 육국(六國)싸움. 봉기제장(蜂起諸將) 요란하다, 팔년풍진(八年風塵) 초한(楚漢)싸움. 칠십여전(七十餘戰) 공(功)이 없다, 항(項)도령의 우벽(羽壁)싸움. 통일천하 언제 할꼬, 위한오 삼국싸움. 동남풍이 훨훨 부니, 위텁구나 적벽(赤壁)싸움.” “얘, 아서라, 싸움타령. 가슴 끔적 기막힌다. 싸움타령 하지 말고, 공성신퇴(功成身退) 하고지고.” 또 한 군사 나서면서, “너희 아직 술잔 먹고 재담(才談), 취담(醉談), 실담(失談), 허담(虛談), 장담(壯談), 패담(悖談), 하거니와, 명일(明日) 대전(大戰) 시살(?殺)할 제 승부를 뉘 알쏘냐? 유능제강(柔能制剛)이요, 약능제성(弱能制盛)이라. 병가(兵家)의 징험(徵驗)이요, 흥망성쇠 재덕(在德)이니, 승부간(勝負間)에 즉사(卽死), 악사(惡死), 몰사(沒死)할 제 너희들 어찌 하려느냐?” 뭇 군사들이 모두 이 말을 듣고 회심(回心) 걱정을 하올 적에,

 

 

18. 오작남비

 

[진양조]
떴다, 저 까마귀. 월명심야(月明深夜) 고요한데, 남천(南天)을 무릅쓰고 반공(半空)중에 둥둥 높이 떠서 ‘까옥 까옥 까르르르르르르’ 울고 가니, 조조가 보고서 묻는 말이, “저 까마귀 여하명(如何鳴)고?”

 

[아니리]
좌우제장(左右諸將)이 여짜오되 "달이 밝으매 별이 드무니 까마귀가 새벽인가하야 남으로 떠서 우나보이다." 조조 듣고 시흥(詩興)이 도도(滔滔)하야 글 지어 읊었으되 "월명성희(月明星稀)에 오작(烏鵲)이 남비(南飛)허니 요수삼잡( 樹三 )에 무지가의(無枝可依)라. 까마귀가 떠서 울고 우리 진(陣)을 지내가니 어떻다 하리오." 제장 중 유복(劉馥)이가 여짜오되, "월명성희에 오작이 남비하고 요수삼잡에 무지가의란 곡조는 명일 임전시에 반드시 불길조(不吉兆)로소이다." 조조 듣고 화를 내어, "네 이놈! 니가 어찌 나의 심중에 있는 말을 헌단말인고." 요설(妖說)이라 집단(執斷)허고 취중에 살해하니 근들 아니 불쌍하냐. 수육군을 분발허고 싸움을 재촉헐제,

 

 

19. 조조 장수 분발

 

[자진모리]
차일(此日) 수군도독(水軍都督) 모개(毛?), 우금(于禁)이요, 연쇄전선(連鎖戰船) 필쇄(畢鎖)하고, 즉일(卽日) 군병 재촉하여, 조조 누선(樓船)에 높이 앉아 수륙군(水陸軍) 제장(諸將)을 분발(分發)할 제, 수진(水陣)의 중협총(中挾摠) 모개, 우금이요, 전협총(前挾摠) 장합(張?)이요, 좌협총(左挾摠) 문빙(文聘)이며, 우협총(右挾摠) 여통(呂通), 후협총(後挾摠) 여건(呂虔)이라. 육진(陸陣)의 전사파(前司把) 서황(徐晃)이며, 좌사파(左司把) 악진(樂進)이요, 우사파(右司把) 하후연(夏侯淵)이며, 수륙응접사(水陸應接使) 하후돈(夏侯惇)이며, 조홍(曹洪)이요, 좌우 호위장(護衛將)에 허저(許?), 장요(張遼)라. 수진(水陣)에 발방왈(發榜曰), ‘관기청착(官旗聽著) 이청금고(耳聽金鼓) 목시정기(目視旌旗) 가선여마(駕船如馬) 견적쟁선(見賊爭先) 동주공명(同舟共命) 종도적주(縱逃賊舟)면, 군법부대(軍法不貸) 관초고동(關哨鼓動) 기거(旗擧)아.’ 육진에 분부하되, ‘유유소설(悠悠小設)하면, 적유소시(敵有所施)하여, 시여청여(視如聽如)라. 가증여탈퇴(假曾汝脫退)면 적불급거이(敵不急據而)니 각대정제(各隊整齊)하여 불허참전(不許參戰) 월후(越後)하라.’ 각응성필(各應聲畢)에 전선(戰船) 풍범(風帆)으로 연선(連船), 평지같이 왕래하여 이리저리 다닌다.

 

[아니리]
조조, 연습을 관광(觀光)하고 마음이 대희(大喜)하여, 방사원(龐士元)의 묘한 계책을 진중에 자랑하니, 정욱(程昱)?순욱(荀彧) 여짜오되, “만일 불로 치올진댄 어찌 회피하오리까?” 조조 듣고 대답하되, “나의 진은 북에 있고, 저의 진은 남에 있으니, 만일 불로 치면은 저의 진이 먼저 탈 것이니, 반드시 승전(勝戰)할 묘법(妙法)이로다.”

 

 

20. 주유 탄식

 

[중모리]
그 때여 오나라 주유는 진세(陣勢)를 가만히 살펴보니, 광풍(狂風)이 홀기(忽起)하여 조채황기(曹寨黃旗)는 강중(江中)에 떨어지고, 오진(吳陣) 깃발은 주유 면상(面上) 치고 가니 화공(火攻)할 징조로되, 동남풍이 없었으니 욕파무계(欲破無計)하여 한 소리 크게 하고 토혈기색(吐血氣塞)이 가련(可憐)토다.

 

[아니리]
주유 병세가 점점 깊어 눕고 일지 못헐 적에 공명이 노숙을 반연(攀緣)허여 주유의 병을 볼 제, 좌우를 물리치고 양약(凉藥)을 먹일지라. "양(凉)은 서늘한 게요, 서늘한 즉 바람이라." 주유 아무 대답을 아니 허니 공명이 다시 십육자 글을 써서 주유를 주니 주유 받아 본 즉 허였으되 “욕파조병(慾破曺兵)이면 의용화공(宜用火攻)허고 만사구비(萬事具備)허나 흠동남풍(欠東南風)이라.” 주유 탄복허여 물어 왈 "바람은 천지 조화온디 어찌 인력으로 얻으리까?" 공명이 대답허되 "모사는 재인이요 성사는 재천이라. 내 헐 일 다 헌 후에 천의야 어찌 아오리까. 오백장졸만 명하야 주시면 노숙(魯肅)과 남병산(南屛山)에 올라가 동남풍을 비오리다."

 

 

21. 공명 동남풍 기원

 

[자진모리]
주유가 반겨 듣고 오백 장졸을 영솔(領率), “일백이십 정군(精軍)은 기 잡고 단을 지켜 청령사후(聽令俟侯)하라!” 그 때여 공명은 기풍삼일(祈風三日)하랴 하고 노숙과 병마(竝馬)하여 남병산 올라가 지세(地勢)를 살피더니, 동남방(東南方) 붉은 흙을 군사로 취용(取用)하여 삼층단(三層壇)을 높이 쌓으니, 방원(方圓)은 이십사장(二十四丈)이요, 매일층고(每一層高)삼척, 합하니 구척이로구나. 하일층(下一層) 이십팔수(二十八宿) 각색 기를 꽂았다. 동방(東方) 칠면(七面) 청기(靑旗)에는 교룡학호토호표(蛟龍?狐兎虎豹)로다. 포창룡지형(布蒼龍之形)하여 동방(東方) 청기(靑旗)를 세우고, 북방(北方) 칠면(七面) 흑기(黑旗)에는 해우복서연저유(懈牛?鼠燕猪?)로다. 작현무지세(作玄武之勢)하여 북방(北方) 흑기(黑旗)를 세우고, 서방(西方) 칠면(七面) 백기(白旗)에는 낭구치계오후원(狼狗雉鷄烏?猿)이라. 거백호지세(踞白虎之勢)하여 서방(西方) 백기(白旗)를 세우고, 남방(南方) 칠면(七面) 홍기(紅旗)에는 안양장마녹사인(?羊獐馬鹿蛇蚓)이라, 성주작지상(成朱雀之狀)하여 남방(南方) 홍기(紅旗)를 세우고, 제일 층 중루(中樓)에는 황신대기(黃神大旗)를 세웠으되, 하도낙서 그린 팔괘 육십사괘를 안검, 팔위를 배립하여 한가운데 둥두렷이 꽂고, 상일층 용사인, 각인을 속발관대하고, 검은 나포 봉의와 박대 주리 방군을 입히고, 전좌입일인하여 수집장간(手執長竿)하고, 간첨상(竿尖上)에 용계우보(用鷄羽?) 이초풍신(以招風信)하고, 전후입일인(前後立一人) 계칠성호대(繫七星號帶) 이표풍색(以表風色), 후좌입일인(後左立一人) 봉보검(奉寶劍)하고, 후우입일인(後右立一人)인 봉향로(捧香爐)하여, “단하(壇下)에 이십사인(二十四人)은 각각 정기(旌旗), 보검(寶劍), 대극(大戟), 장창(長槍), 황모(黃耗), 백월(白鉞)과 주번(朱?) 조독(?纛)을 가져 환요사면(環繞四面)하라.” 차시(此時)에 공명은 목욕재계(沐浴齋戒) 정(淨)히 하고, 전조단발(剪爪斷髮), 신영백모(身?白茅), 단상에 이르러서 노숙의 손을 잡고, “여보, 자경.” “예.” “자경(子敬)은 진중에 내려가서 공근(公瑾)의 조병(調兵)함을 도우되, 만봉향로(捧香爐)하여야 내가 비는 바 응(應)함이 없더라도 괴이(怪異)함은 두지 마오.” 약속을 정하여 노숙을 보낸 후에 수다(數多)한 장졸(將卒)에게 엄숙히 영을 하되, “불허단이방위(不許壇離方位)하며, 불허실구난언(不許失口亂言)하며, 불허교두접이(不許交頭接耳)하며, 불허대경소괴(不許大聲所怪)하라! 만일 위령자(違令者)는 군법으로 참(斬)하리라.” 그 때에 공명은 완보(緩步)로 단에 올라,

 

 

22. 공명 하산

 

[아니리]
분향(焚香) 헌작(獻酌) 후에, 하늘을 우러러 독축(讀祝)을 하는데, 이 축문(祝文) 조화야 뉘가 알 리 있겠느냐. 삼일을 제 지내고 하단(下壇), 장중에 잠깐 쉬어 풍세(風勢)를 살피더니, 바람을 얻은 후에

 

[중모리]
머리 풀고, 발 벗고, 학창의(鶴?衣)를 거듬거듬 흉중(胸中)에다가 딱 붙이고, 장막(帳幕) 밖으로 선뜻 퉁퉁, 남병산을 얼른 넘어 상류를 바라보니, 강촌(江村)은 요락(遙落)하고 샛별이 둥실둥실 떠, 지난 달빛 비꼈난데, 오강변(吳江邊)을 당도하니, 상산(常山) 조자룡(趙子龍)은 배맡에 등대(等待)하고 선생 오심을 기다리다, 선생 오심을 보고, 자룡의 거동 봐라. 선미(船尾)에 충충 내려가 공명전(孔明前) 절하며, “선생은 위방진중(危邦陣中)을 평안히 다녀오시니까?” 공명 또한 반가라고 자룡 손길 잡고, “현주(賢主) 안녕하옵시며, 제장군졸(諸將軍卒)이 다 무사하오?” “예.” 둘이 급히 배에 올라, 일편(一片) 풍석(風席)을 순풍(順風)에 추여 달고, 도용도용(滔溶滔溶) 떠나간다.

 

 

23. 조자룡 활쏘다

 

[아니리]
그 때여 주유는 일반 문무(文武)와 장대상(將臺上)에 모여 앉아 군병 조발(調發) 예비(豫備) 할 제, 이날 간간근야(間間近夜)에 천색(天色)은 청명(晴明)하고 미풍(微風)이 부동(不動)커늘, 주유 노숙다려 왈, “공명이 나를 속였다. 이 융동(隆冬) 때에 어찌 동남풍이 있을쏘냐?” 노숙이 대답하되, “제 생각에는 아니 속일 사람인 듯 하외이다.” “어찌 아니 속일 줄을 아느뇨?” “공명을 지내보니, 재주는 영웅이요, 사람은 또한 군자라, 군자 영웅이 이러한 대사에 거짓말로 어찌 남을 속이리까? 조금만 기다려 보사이다.”

 

[자진모리]
말을 맞지 못하여 이날 밤 삼경시(三更時)에 바람이 차차 일어난다. 뜻밖에 광풍이 우루루루루루루루, 풍성(風聲)이 요란커늘, 주유 급히 장대상에 퉁퉁 내려 깃발을 바라보니, 청룡(靑龍) 주작(朱雀) 양 기각(兩旗脚)이 백호(白虎) 현무(玄武)를 응하여 서북으로 펄펄. 삽시간에 동남대풍(東南大風)이 불어 기각(旗脚)이 와지끈, 움죽, 깃폭판도 떼그르르르르르 천둥같이 일어나니, 주유가 이 모양을 보더니, 간담(肝膽)이 떨어지는지라. “이 사람의 탈조화(脫造化)는 귀신도 난측(難測)이라. 만일 오래 두어서는 동오의 화근(禍根)이매, 죽여 후환(後患)을 면하리라.” 서성(徐盛), 정봉(丁奉)을 불러 은근(慇懃)히 분부하되, “너희 수륙으로 나누고 남병산을 올라가서, 제갈량을 만나거든, 장단(長短)을 묻지 말고 공명의 상투 잡고 드는 칼로 목을 얼른 쏵, 미명(未明)에 당도하라. 공명을 지내보니, 재주는 영웅이요, 사람은 군자라. 죽이기는 아까우나, 그를 살려 두어서는 장차에 유환(遺患)이니, 명심불망(銘心不忘)하라.” 서성은 배를 타고, 정봉은 말을 놓아, 남병산 높은 봉을 나는 듯이 올라가서 사면을 살펴보니, 공명은 간 곳 없고, 집기장사(執旗壯士)는 당풍립(當風立)하여, 끈 떨어진 차일(遮日) 장막(帳幕) 동남대풍에 펄렁펄렁. 기 잡은 군사들은 여기저기가 이만하고 서 있거늘, “이놈, 군사야.” “예.” “공명이 어디로 가더냐?” 저 군사 여짜오되, “공명은 모르오나 바람을 얻은 후 머리 풀고, 발 벗고, 이 너머로 가더이다.” 두 장수 분을 내어, “그러면 그렇지. 지재차산중(只在此山中)이여든 종천강(從天降)하며 종지출(從地出)할까? 제가 어디로 도망을 갈까?” 단하(壇下)로 쫓아가니, 만경창파(萬頃蒼波) 너른 바다 물결은 흉용(洶湧)한데, 공명의 내거종적(來去踪跡) 무거처(無去處)이어늘, 수졸(水卒)을 불러, “이놈, 수졸(水卒)아.” “예.” “공명이 어디로 가더냐?” “아니, 소졸등(小卒等)은 공명은 모르오나, 작일(昨日) 일모시(日暮時) 강안(江岸)에 매인 배, 양양강수(洋洋江水) 맑은 물에 고기 낚는 어선배, 십리장강벽파상 왕래하던 거룻배, 동강(桐江)의 칠리탄(七里灘) 엄자릉(嚴子陵)의 낚싯배, 오호상연월(五湖上煙月) 속에 범상공(范相公) 가는 밴지 만단(萬端) 의심을 하였더니, 뜻밖에 어떤 사람이 머리 풀고, 발 벗고 창황분주(倉惶奔走) 내려와 선미에 다다르매, 그 배 안에서 일원대장(一員大將)이 우뚝 나서는데, 한 번 보매 두 번 보기 엄숙한 장수 선미에 퉁퉁 내려, 절하며 읍을 치고, 둘이 귀를 대고 무엇이라고 소근소근, 고개를 까딱까딱, 입을 쫑긋쫑긋하더니, 그 배를 급히 잡어 타고 상류로 가더이다.” “옳다. 그것이 공명일다.” 날랜 배를 잡어 타고, “이놈, 사공아.” “예.” “네 배를 빨리 저어 공명 탄 배를 잡아야망정, 만일에 못 잡으면, 이내 장창(長槍)으로 네 목을 뗑기렁 베어 이 물에 풍덩 드리치면, 네 장창(長槍)을 뉘 찾으리?” 사공들이 황겁(惶怯)하여, “여봐라, 친구들아! 우리가 까딱 잘못하다가는 오강(吳江)의 고기 밥이 되겄구나. 열두 친구야, 키따리 잡아라. 위겨라 저어라 저어라 위겨라 어기야뒤야 어기야, 어기야뒤여 어어어허 어어이허기야, 엉 어기야 엉 어기야.” 은은(殷殷)히 떠들어갈 제 상류를 바라보니, 오강 여울 떴는 배 흰 부채 뒤적뒤적 공명일시가 분명쿠나. 서성이 크게 외쳐, “저기 가는 공명 선생. 가지 말고 게 머물러 나의 한 말 듣고 가오.” 공명이 허허허 대소(大笑)하며, “너의 도독(都督) 살해 마음 내 이미 아는지라, 후일 보자고 회보(回報)하라!” 서성?정봉 못 듣는 체 빨리 저어서 쫓아오며, “긴(緊)히 할 말이 있사오니, 게 잠깐 머무소서.” 자룡이 분을 내어, “선생은 어찌 저런 범람(氾濫)한 놈들을 목전(目前)에다가 두오니까? 소장의 화살 끝에 저놈의 배아지를 산적(散炙) 꿰듯 하오리다.” 공명이 만류하되, “아니, 그는 양국 화친(和親)을 생각해서, 죽이든 말으시고 놀래켜서나 보내소서.” 자룡이 분을 참고 선미(船尾)에 우뚝 나서, “이놈, 서성, 정봉아. 상산 조자룡을 아는다, 모르느냐? 우리나라 높은 선생 너의 나라 들어가서 유공(有功)이 많았거든, 은혜는 생각지 않고 이놈들, 해(害)코자 따라오느냐? 너희를 죽여 마땅하되, 양국 화친을 생각하여 죽이든 않거니와 나의  수단(手段)이나 네 보아라.” 가는 배 머무르고, 오는 배 바라보며 백 보(百步) 안에 가 드듯마듯, 장궁(長弓) 철전(鐵箭)을 먹여, 비정비팔(非丁非八)하고 흉허복실(胸虛腹實)하여, 대투를 숙이고, 호무뼈 거들며, 주먹이 터지게 줌통을 꽉 쥐고, 하삼지(下三脂)에 힘을 올려 궁현(弓弦)을 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귀밑 아씩, 정기일발(正機一發) 깍지손을 딱 떼니, 번개같이 빠른 살이 해상(海上)으로 피르르르르르르. 서성 탄 배 덜컥, 돛대 와지끈 물에 가 풍! 오던 배 가로져 물결이 뒤채어, 소슬광풍(蕭瑟狂風)에 뱃머리 빙빙 빙빙빙빙 물결이 워리렁 출렁 뒤둥그러져 본국으로 떠나간다.

 

[중모리]
자룡의 거동 보소. 의기(意氣) 양양하여 활 든 팔 내리고, 깍지손 올려 허리 짚고 웅성(雄聲)으로 호령(號令)하되, “이놈들, 당양(當陽) 장판교 싸움에 아두(阿斗)를 품에 품고, 필마단창(匹馬單槍)으로 위국적병(魏國敵兵) 십만 대군을 한 칼에 무찌르던 상산 조자룡이란 명망(名望)도 못 들었는냐? 너희를 죽일 것이로되, 우리 선생 명령하(命令下)에 너희를 산적(散炙)죽음을 못 시키는구나. 어, 분한지고. 사공아.” “예.” “돛 달고 노 저어라.” 순풍에 돛을 달고 도용도용(滔溶滔溶) 떠나간다.

 

 

24. 주유와 공명, 제장 분발

 

[아니리]
서성 전봉이 겁주(怯走)하여 돌아와 이 사연을 회보(回報)하니, 주유 듣고 하릴없어, ‘그러면 조조를 먼저 치고, 현덕을 후도(後圖)하자’ 약속을 다시 하고, 수륙군을 정돈하여 싸움을 재촉할 제,

 

[중모리]
“감녕(甘寧)은 채중(蔡中) 항졸(降卒) 거느리고 조조 진중 들어가서 거화위호(炬火爲號)하라. 전영(前營)의 태사자(太史慈)는 각솔삼천(各率三千)하여 각처(各處)에 매복(埋伏)하고, 영병(領兵) 군관(軍官) 제일대(第一隊) 한당(韓當), 제이대(第二隊) 주태(周泰), 제삼대(第三隊) 장흠(蔣欽), 제사대(第四隊) 진무(陳武) 등은 삼백 전선(戰船) 일자(一字)로 파열(擺列)하여, 상부도독(上部都督) 주유, 정보(程普), 서성, 정봉, 선봉대장(先鋒大將) 황개(黃蓋)라.” 주유 군중에 호령하되, “병법에 이르기를 승화연여운(乘火煙如雲)하고 일제(一齊) 응진(應陣)하며, 봉총(捧銃) 휴봉(携棒)하여 산붕여장도(山崩如壯圖)라고 하였으니, 황개(黃蓋) 화선(火船) 거화(炬火) 보아 황혼시(黃昏時) 호령출(號令出)을 각선(各船)에 청후(聽侯)하라. 기거(起去)아.” 차시에 한나라 공명 선생은 일엽편주(一葉片舟) 빨리 저어 본국으로 돌아오니, 일등명장(一等名將)이 벌였는데, 거기장군(車騎將軍) 장익덕(張翼德)과 진군장군(鎭軍將軍) 조자룡 군례(軍禮)로 꾸벅꾸벅 현신(現身)하니, 공명 또한 군중(軍中)에 답배(答拜)하고 현주께 뵈온 후에, 장대상(將臺上)에 가 높이 앉아 방포성(放包聲)의 금고(金鼓)를 쿵쿵 울리며, 장졸을 차례로 분발한다. “병과장소(兵寡將少)하니 필용파선(必用派先)이라.” 진군장군 조자룡을 불러, “그대는 삼천군(三千軍) 거느리고 오림(烏林) 갈대숲에 둔병매복(屯兵埋伏)을 하였다가, 조병(曹兵)이 지나거든 내닫지 말고, 선군(先軍) 지내거든 불 놓아 엄습(掩襲)하여 사로잡으라. 기거(起去)아.” 거기장군 장익덕을 불러, “그대도 삼천군 거느리고 오림산등후(烏林山嶝後) 호로곡(葫蘆谷)에 둔병매복을 하였다가, 명일  오시(午時)에 조조 비를 맞고 그리 지내다가 군사 밥 먹이느라고 연기 날 것이니, 불 놓아 엄살하여 사로잡으라. 기거아.” 미방(?芳), 미축(?竺), 유봉(劉封)을 불러들여, “너희는 각각 모두 전선 타고 강상에 가 멀리 떴다, 패군(敗軍) 기계(器械)를 앗아오너라.”

 

 

25. 관운장 항의

 

[아니리]
이렇듯이 약속하여 분발할 제,

 

[엇모리]
한 장수 들어온다. 한 장수 들어온다. 이는 뉜고 하니 한수정후(漢壽亭侯) 관공(關公)이라. 봉의 눈 부릅뜨고, 삼각수(三角鬚) 거사려, 청룡도(靑龍刀) 비껴들고 엄연(嚴然)히 들어와, 큰 소리로 여짜오되, “형장(兄長) 모아 전장마다 낙오(落伍)한 일이 없삽더니, 오늘날 대전시(大戰時)에 찾는 일이 없사오니, 그 어쩐 일이니까?”

 

 

26. 관운장 행군

 

[아니리]
공명이 허허 웃으며 대답하되, “장군을 제일 요긴(要緊)한 화용도(華容道)로 보내랴 하였으나, 전일 조조가 장군에게 후대(厚待)한 공이 적지 아니한지라, 장군은 조조를 잡고도 놓을 듯하여 정(定)치 아니하오.” 관공이 정색(正色)하여 칼을 짚고 궤고 왈(?告曰), “군중은 무사정(無私情)이온데 어찌 사(私) 두오리까?” 만일 조조를 잡고도 놓으면 의율당참(依律當斬)하올 차(次)로 군령장(軍令狀)을 써서 올리거늘, 공명이 허락하여 관공을 화용도로 보낼 적에, “장군은 제일 요긴한 화용도를 가시거든, 화용도 소로(小路) 높은 봉(峰)에 불 놓아 연기 내고, 조조를 유인하여 묻지 말고 잡아오시오.” 관공이 다시 꿇어 여짜오되, “그곳 길이 둘이온데, 만일 조조가 그 길로 아니 오면 그는 어찌 하오리까?” “예. 나도 그는 군령장을 두니 그리 아오.” 맞군령장(軍令狀)에 두 착함(着銜)이 분명하니, 관공이 대희(大喜)하사 관평(關平), 주창(周倉) 거느리고, 오교도수(五校刀手) 앞세워 원앙대로(鴛鴦大路) 배립(排立)하여 화용도로 행군할 제, 청도기(淸道旗)를 벌였는데, 행군(行軍) 절차가 꼭 요렇게 생겼던가 보더라.

 

[자진모리]
청도기를 벌였는데, 청도(淸道) 한 쌍, 홍문(紅門) 한 쌍, 청룡(靑龍), 동남각(東南角), 동북각(東北角), 청고초(靑高招), 청문(靑門) 한 쌍, 주작(朱雀) 남동각(南東角), 남서각(南西角), 홍고초(紅高招), 홍문(紅門) 한 쌍, 백호(白虎), 서북각(西北角), 서남각(西南角), 백고초(白高招), 백문(白門) 한 쌍, 현무(玄武), 북동각(北東角), 북서각(北西角), 흑고초(黑高招), 흑문(黑門) 한 쌍, 황신(黃神), 표미(豹尾), 금고(金鼓) 한 쌍, 나 한 쌍, 쟁(錚) 한 쌍, 바라 한 쌍, 영기(令旗) 두 쌍, 고(鼓) 두 쌍, 세악(細樂) 두 쌍, 중사명(中司命), 좌관이(左貫耳) 우영전(右令箭) 집사(執事) 한 쌍, 군뢰직열(軍牢直列)이 두 쌍, 난후(?後), 친병(親兵), 교사(敎師) 당보(塘報) 각 두 쌍으로 좌르르르르 늘어서서 좌마(座馬) 독(纛)으로 가는 거동, 기색(氣色)은 영웅이요, 검광(劍光)은 여상(如霜)이라. 위엄이 늠름하고, 살기(殺氣)가 등등(騰騰)하니, 이런 대군 행차(行次)가 세상에서는 드문지라.

 

 

27. 조조 장담

 

[아니리]
현덕이 공명을 치하하고, 주유 용병(用兵) 간심차(看審次)로 번구(樊口)를 내려서니, 동남풍이 점기(漸起)로구나.

 

[중모리]
그 때여 적벽강 조조는 장대상(將臺上)에 가 높이 앉어 장검(長劍)을 어루만지며, “이봐 장졸, 들어서라! 이내 장창으로 황건(黃巾) 동탁(董卓)을 베고, 여포(呂包) 사로잡아 사해(四海)를 평정(平定)하니, 그 아니 천운(天運)이냐? 하늘이 날 위하여 도움이 분명하니, 어찌 아니가 좋을쏘냐?” 정욱이 여짜오되, “분분(紛紛)한 융동(隆冬) 때에 동남풍이 괴이하니 미리 예방을 하사이다.”

 

[아니리]
조조 허허 웃으며 대답하되, “동지(冬至)에 일양(一陽)이 시생(始生)하니, 기유동남풍(豈有東南風)가?” 의심 말라 분부하고, 황개 약속을 기다릴 제,

 

[중머리]
그 때여 오나라 황개(黃蓋)는 이십 화선(二十火船) 거느리고, 청룡아기(靑龍牙旗) 선기상(船旗上)에, 삼승(三升)돛 높이 달아, 오강(吳江) 여울 바람을 맞추어 지국총 소리하며 조조 진중 바라보고 은은(殷殷)히 떠들어오니, 조조가 보고 대희(大喜)하여 장졸(將卒)다려 이른 말이, “정욱아, 네 보아라. 정욱아, 정욱아, 네 보아라. 황공복(黃公覆)이 나를 위하여 양초(糧草) 많이 싣고 저기 온다. 정욱아, 정욱아. 네 보아라. 허허 흐흐.” 대소(大笑)하니,

 

 

28. 화공

 

[아니리]
정욱이 여짜오되, “군량(軍糧) 실은 배량이면 선체(船體)가 온중(穩重)할데, 요요(搖搖)하고 범류(泛流)하니, 만일 그 속에 간교(奸巧) 있을진댄 어찌 회피하오리까?” 조조 이 말 듣고 의심이 나서 방비(防備)를 해보는데, “그래 그래, 네 말이 당연하니 문빙(文聘) 불러 방색하라.” 문빙이 우뚝 나서, “저기 오는 배 어디 배요? 우리 승상님 영(令) 전에는 진 안을 들어서지 말랍신다.”

 

[자진모리]
이 말이 지듯마듯 뜻밖에 살 한 개가 피르르르 문빙(文聘) 맞아 떨어지고, 황개 화선 이십 척에 거화포(擧火砲) 승기(乘機) 전(前)에 때때때 나발소리, 두리둥둥 뇌고(雷鼓) 치며 황개 합선 동남풍에 배를 몰아 번개같이 달려들어 고함이 진동하여, 한 번을 불이 벗썩, 천지가 뜨르르르르르르르, 강산이 무너지고, 두 번을 불이 벗썩, 우주가 바뀌는 듯, 세 번을 불로 치니 화염이 충천(衝天), 풍성(風聲) 우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 물결은 출렁, 전선(戰船) 뒤뚱, 돛대 와지끈, 용총, 활대, 노사욱대, 비우, 삼판나리, 족판(足板), 행장(行裝), 멍에, 각 부대(各部隊)가 물에 가 풍! 기치(旗幟) 펄펄, 장막(帳幕) 쪽쪽. 화전(火箭), 궁전(弓箭), 방패, 창과 깨어진 퉁노구, 거말장, 마름쇠, 나발, 장고, 북, 꽹과리 왱기렁 쟁기렁 와르르 철철철 산산히 깨어져서, 풍파강상(風波江上)에 화광(火光)이 훨훨. 수만 전선(戰船)이 간 곳이 없고, 적벽강이 뒤끓어 붉게 되어 불빛이 난리가 아니냐. 가련할손 백만 군병은 날도 뛰도 못하고, 숨 막히고 기막히고, 살도 맞고 창에도 찔려, 앉아 죽고, 서서 죽고, 울다가 웃다 죽고, 밟혀 죽고, 맞아 죽고, 원통히 죽고, 불쌍히 죽고, 애써 죽고, 똥싸 죽고, 가엾이 죽고, 성내어 죽고, 졸다가 죽고, 진실로 죽고, 재담(才談)으로 죽고, 무단(無斷)히 죽고, 함부로 덤부로 죽고, 떼떼구르르 궁굴며 아뿔싸 가슴 탕탕 두드리며 죽고, 참으로 죽고, 거짓말로 죽고, 죽어보느라고 죽고, ‘이놈 네에미’ 욕하며 죽고, 떡 입에다 물고 죽고, 꿈꾸다가 죽고, 또 한 놈은 돛대 끝으로 우루루루루루루 나서 이마 우에 손을 얹고 고향을 바라보며, 앙천통곡(仰天痛哭) 호천망극(昊天罔極), ‘아이고, 어머니. 나는 죽습니다.’ 물에 가 풍 빠져 죽고, 한 군사 내달으며, ‘나는 남의 오대독신(五代獨身)이로구나. 칠십당년(七十當年) 늙은 양친을 내가 다시 못 보고 죽겄구나. 내가 아무 때라도 이 봉변 당하면은 먹고 죽을라고 비상(砒霜) 사 넣었더니라.’ 와삭와삭 깨물어 먹고 죽고, 한 놈은 그 통에 한가한 치라고 시조(時調) 반장(半章)을 빼다 죽고, 즉사(卽死), 몰사(沒死), 대해수중(大海水中)의 깊은 물에 사람을 모두다 국수 풀 듯 더럭더럭 풀며, 적극(赤戟), 조총(鳥銃), 괴암통, 남날개, 도래송곳, 독바늘 적벽풍파(赤壁風波)에 떠나갈 적에, 일등 명장이 쓸 데가 없고, 날랜 장수가 무용(無用)이로구나. 허저(許?)는 창만 들고, 서황(徐晃)은 칼만 들고 남은 군사 거느리고 죽을 뻔 도망할 제, 황개 화연(火煙)을 무릅쓰고 쫓아오며 웨는 말이, “붉은 홍포(紅袍) 입은 놈이 조조니라. 도망 말고 쉬 죽거라. 선봉대장에 황개라.” 호통하니, 조조 여혼(餘魂) 기겁할 제, 입은 홍포를 벗어버리고 죽을 뻔 도망할 제, 다른 군사를 가리키며, “참 조조는 저기 간다.” 제 이름을 제가 부르며, “이놈, 조조! 부질없이 총 놓다 화약 눈에 뛰어들어서 몹시도 아리니라. 날다려 조조란 놈 제가 진실 조조니라.” 꾀탈앙탈 도망할 제, 장요(張遼) 활을 급히 쏘니, 황개 맞아서 배 아래 뚝 떨어져 물에 가 풍 거꾸러져 낙수(落水)하니, “의공(義公)아, 날 구하라.” 한당(韓當)이 급히 건져 살을 빼어 본진으로 보내랼 적에, 좌우편 호통소리 조조 장요 넋이 없어 오림(烏林)께로 도망을 할 적에, 조조 잔말이 비상(非常)하여, “둔종(臀腫) 났다, 다칠세라. 배 아프다, 농치지 마라. 까딱하면은 똥 싸겄다. 여봐라, 정욱아. 위급하다, 위급하다. 날 살려라, 날 살려라.” 조조가 겁김에 말을 거꾸로 타고, “아이고, 여봐라, 정욱아. 어찌 오늘은 이놈의 말이 퇴불여전(退不如前)을 하여, 적벽강으로만 뿌드등 뿌드등 돌아가는구나. 주유 노숙이 축지법(縮地法)을 못하는 줄 알았더니마는, 상(上)부터 땅을 찍어 우그리던가 보구나. 여봐라, 정욱아. 위급하다, 날 살려라.” “승상이 말을 거꾸로 탔소.” “언제 옳게 타겄느냐. 말 머리만 들어다가 뒤에다가 붙여라. 나 죽겄다, 어서 가자.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29. 오림 패주

 

[아니리]
정욱이 웃고 여짜오되, “승상 말씀을 듣자오니, 영웅이란 말씀은 삼국에 날만도 하시오.”

 

[중모리]
창황분주(蒼黃奔走) 도망을 갈 제, 새만 푸르르르르르 날아가도 복병(伏兵)인가 의심을 하고, 낙엽만 버썩 떨어져도 추병(追兵)인가 의심을 하여, 엎더지고 자빠지며, 오림산 험한 곳을 반생반사(半生半死) 도망을 간다.

 

[아니리]
조조가 가다가 목을 움쑥움쑥 움치니 정욱이 여짜오되 "아 승상님 무게 많은 중에 말 허리 느오리다. 어찌하야 목은 그리 움치시나니까?" "야야 말마라 말 말어. 내 귓전에 화살이 위윙허고 눈앞에 칼날이 번뜻번뜻 허는구나." 정욱이 여짜오되 "이제는 아무 곳도 없사오니 목을 늘여 사면을 더러 살펴보옵소서." "야야 진정 조용허냐?" 조조가 막 목을 늘여 사면을 살피랴 헐 제, 의외에도 말굽통 머리에서 메초리란 놈이 푸루루루 날아나니 조조 깜짝 놀래, "아이고 여봐라 정욱아. 내 목 달아났다 목 있나 좀 보아라." "눈치밝소. 그 조그마한 메초리를 보고 그대지 놀래실진대 큰 장꿩 보았으면 기절초풍 할 뻔하였소, 그리여" "야야 그게 메초리드냐. 허허 그놈 비록 조그마한 놈이지마는 털 뜯어서 가진 양념하야 보글보글 보글보글 볶아놓면 술 안주 몇 점 쌈박허니 좋니라마는." "그 우환 중에도 입맛은 안 변했소 그려." 조조가 목을 늘여 사면을 살펴보니 그새 적벽강에서 죽은 군사들이 원조(寃鳥)라는 새가 되어 모도 조승상을 보고 원망을 허며 우는디 이것이 적벽강 새타령인가 보더라.

 

 

30. 새타령

 

[중모리]
산천은 험준(險峻)하고 수목(樹木)은 총잡(叢雜)한데, 만학(萬壑)에 눈 쌓이고, 천봉(千峰)에 바람이 칠 제, 화초목실(花草木實)이 없었으니, 앵무 원앙이 끊쳤는데, 새가 어이 울랴마는, 적벽화전(赤壁火戰)에 죽은 군사 원조(寃鳥)라는 새가 되어, 조승상을 원망하여 지지거려 울더니라. 나무 나무 끝끄터리 앉아 우는 각새 소리, 도탄에 싸인 군사 고향 이별이 몇 해런고. 귀촉도(歸蜀道) 귀촉도 불여귀(不如歸)라 슬피 우는 저 촉혼조(蜀魂鳥). 여산군량(如山軍糧)을 소진(燒盡)하니 촌비노략(村匪擄掠)이 한때로구나. 소탱 소탱 저 흉년새. 백만 군사를 자랑터니 금일 패군(敗軍)이 어인 일고, 입삐쭉 입삐쭉 저 삐쭉새. 자칭 영웅 간 데 없고 백 계도생(百計圖生) 을 꾀로만 판다, 꾀꼬리 수리루리루 저 꾀꼬리. 초평대로(草坪大路)를 마다하고, 심산총림(深山叢林)의 골기악 까옥 저 까마귀. 가련타, 주린 장졸 냉병(冷病)인들 아니 들리. 병에 좋다고 쑥국 쑥쑥국. 장요(張遼)는 활을 들고, 살이 없다 걱정 말아라, 살 간다 수루루루루루 저 호반(湖畔)새. 반공에 둥둥 높이 떠 동남풍을 네가 막아주랴느냐, 너울너울 저 바람막이. 철망(鐵網 의 벗어났구나, 화병아 우지 마라, 노고지리 노고지리, 저 종달새. 황개 호통 겁을 내어 벗은 홍포(紅袍)를 내 입었네, 따옥 따오기 저 따오기. 화용도가 불원(不遠)이로다, 적벽풍파(赤壁風波)가 밀려온다, 어서 가자 저 게오리. 웃는 끝에는 겁낸 장졸 갈수록 얄망궂다. 복병(伏兵)을 보고서 도망을 하리. 이리 가며 팽당그르르르, 저리 가며 행똥행똥, 사설(辭說) 많은 저 할미새. 순금 갑옷을 어디다가 두고 활도 맞고 창에도 찔려, 기한(飢寒)에 골몰(汨沒)이 되어 내 단장(丹粧)을 부러워 마라, 상처 독기(毒氣)를 쪼아주마. 뾰족한 저 긴 부리로, 속 텅 빈 고목 안고 오르며 떼그르르르, 내리며 꾸뻑 떼그르르르, 뚜드럭 꾸벅 찌꺽 떼그르르르르, 저 때쩌구리는 처량하구나. 각새 소리 조조가 듣더니 탄식한다. “우지 마라, 우지 마라. 각새들아, 너무나 우지를 말아라. 너희가 모두 다 내 제장(諸將) 죽은 원귀(寃鬼)가, 나를 원망하여서 우는구나.”

 

 

31. 조조, 조자룡 피해 도망

 

[아니리]
한참 이리 설리 울다가 “히히히 해해해” 대소하니, 정욱이 여짜오되 "근근도생(僅僅圖生) 창황중(蒼黃中)에 슬픈 신세는 생각잖고 무슨 일로 그렇게 또 웃나니까?” 조조 듣고 대답하되, “야야, 내 웃는 게 다름이 아니니라. 주유는 실기(實技)는 있으되 꾀가 없고, 공명은 꾀는 좀 있으되 실기 없음을 생각하여 웃었느니라.”

 

[엇모리]
이말이 지듯마듯 오림산곡(烏林山谷) 양편(兩便)에서 고성(高聲) 화광(火光)이 충천(衝天). 한 장수 나온다. 한 장수 나온다. 얼굴은 형산(荊山) 백옥(白玉) 같고, 눈은 소상강(瀟湘江) 물결이라. 인(麟)의 허리, 곰의 팔, 녹포엄신갑(鹿布掩身甲)에 팔척(八尺) 장검(長劍)을 비껴들어, 당당(堂堂) 위풍(威風) 일포성(一咆聲) 큰 소리로 호령(號令)하되, “네 이놈, 조조야! 상산명장(常山名將) 조자룡을 아는다, 모르는다? 조조는 닫지 말고 내 장창 받아라!” 우레같은 소리를 벽력같이 뒤지르며, 말 놓아 달려들어, 동에 얼른 서를 쳐, 남에 얼른 북을 쳐, 생문(生門)으로 들이달아 사문(死門)에 와 번뜻. 장졸의 머리가 추풍낙엽이라. 여 와서 번뜻하며 저 와 땡기렁 베고, 저 와서 번뜻하며 여기 와 땡기렁 베고, 좌우로 충돌. 어릅파 어릅파 어릅파, 백송골이 꿩 차듯, 두꺼비 파리 잡듯, 은장도(銀粧刀) 칼 빼듯, 여름날 번개치듯 홍행홍행 쳐들어갈 제, 피 흘러 강수(江水) 되고, 주검이 여산(如山)이라. 서황(徐晃), 장합(張?) 쌍접(雙接) 겨우겨우 방어하고 호로곡으로 도망을 간다.

 

 

32. 조조 신세 한탄

 

[진양조]
바람은 우루루루루루루 지동치듯 불고, 궂은비는 퍼붓는데, 갑옷 젖고, 기계(器械) 잃고, 어디메로 가야만 살거나. 조조 군중에 영을 놓아 촌려노략(村廬擄掠) 양식을 얻고, 말도 잡아 약간 구급(救急) 을 하며, 젖은 옷은 쇄풍(?風)해 달고 겨우겨우 살아갈 적, 한 곳을 바라보니, 한수(漢水) 여울 흐른 물은 이릉교(彛陵橋)로 닿았는데, 적적산곡(寂寂山谷) 청계상(淸溪上)에 쌍쌍(雙雙) 백구(白鷗)만 흘리떴구나. 두 쭉지를 쫙 벌리고, 펄펄 수루루루 둥덩. 우후청강(雨後晴江) 좋은 흥미(興味), “묻노라, 저 백구야. 너는 어이 한가하여 홍요월색(紅蓼月色) 어인 일고? 어적수성(漁笛數聲)이 적막한데 뉘 기약을 기다리다가, 범피창파(泛彼滄波) 흘리떠서 오락가락 승유(勝遊)하고, 나는 어이 분주(奔走)하여, 천 리 전장을 나왔다가 백만 군사 몰사(沒死)를 시키고, 풍파(風波)에 곤(困)한 신세 반생반사(半生半死)가 되었으니, 무슨 면목으로 고향을 갈거나. 애닯고 분한 뜻을 어이하면은 갚드란 말이냐?”

 

 

33. 조조, 장비 피해 도망

 

[아니리]
탄식하던 끝에 “히히 해해” 대소하니, 정욱이 기가 막혀, “얘들아, 승상님이 또 웃으셨다! 승상이 웃으시면 복병(伏兵)이 꼭 나느니라.” 조조 듣고 기가 막혀 “야 이놈들아! 내가 웃으면 복병이 꼭꼭 난단 말이냐? 아 이전에 우리집에서는 아무리 웃어도 복병은커녕 뱃병도 안나고, 좋은 청주병만 자주 들어오더라. 한참을 이러할 제, 좌우 산곡(山谷)에서 복병이 일어나니, 정욱이 기가 막혀, “여보시오, 승상님. 죽어도 원(怨)이나 없게 즐기시는 웃음이나 실컷 더 웃어보시오.” 조조 웃음 쑥 들어가고 미쳐 정신 못 차릴 적에,

 

[자진모리]
장비의 거동 봐라. 표독(慓毒)한 저 장수. 먹장낯 고리눈에 다박수염을 거사리고, 흑총마(黑?馬) 집떠타, 사모장창(蛇矛長槍)을 들고, 불꽃같이 급한 성정(性情) 맹호(猛虎)같이 달려들어, “엇다, 이놈 조조야! 날다 길다, 길다 날다? 팔랑개비라 비상천(飛上天)하며, 뒤제기라 땅을 팔다? 닫지 말고 창 받아라!” 우레같은 소리를 벽력같이 뒤지르며 군중(軍中)에 횡행(橫行)가자, 조조의 약간 남은 군기(軍器) 일시에 다 뺏는다. 청도순시(淸道巡視), 사명영기(司命令旗), 언월환도(偃月環刀), 쟁(錚), 북, 나발, 금고(金鼓), 세악수(細樂手), 화전(火箭), 숙정패(肅靜牌), 장창(長槍), 대검(大劍), 쇠도리깨, 투구, 갑옷, 화살, 동개, 고두리, 세신바늘, 도래송곳, 마름쇠, 장막(帳幕), 퉁노구, 부시, 화용(火茸)을 일시에 모두 앗고, 차시(此時)에 대장이 풍백(風伯)을 호령하니, 웅성낙조불견(雄聲落鳥不見)하여 나는 새도 떨어지고, 땅이 툭툭 꺼지는 듯. 조조가 황겁(惶怯)하여 아래턱만 까불까불. “여봐라, 정욱아. 전일(前日)에 관공 말이, ‘내 아우 장익덕은 만군중(萬軍中) 장수 머리를 풀같이 베어 온다’ 주야장천(晝夜長川) 포장(褒?)터니마는, 그 말이 적실(的實)하니, 이러한 영웅 중에 내가 어이 살아가랴. 날 살려라. 날 살려라.” 허저, 장요, 서황 등은 안장 없는 말을 타고 한사협공(限死挾攻) 방어할 제, 조조는 갑옷 벗고 군사 한 데 뒤섞이어,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천방지축(天方地軸)으로 도망을 가는구나.

 

[아니리]
한 곳을 당도하니 전면에 길이 둘이 있는지라. 조조 제장(諸將)다려 물어 왈, “이 길은 어느 지경(地境)으로 닿았으며, 저 길은 어느 지경으로 행(行)하느냐?” 제장이 대답하되, “대로(大路)로는 초평(草坪)하오나 이십 리가 더 머옵고, 소로(小路)로는 가까우나 화용도 길이 험악하오니, 초평대로(草坪大路)로 가사이다.” 조조 위급함만 생각하고, “소로로 가자.” 정욱이 여짜오되, “소로 산상(山上)에 화광(火光)이 있사온즉, 봉연기처(烽煙起處)에 필유군마유진(必有軍馬留陣)하리니 초평대로로 가사이다.” 조조 듣고 화를 내어, “너 이놈, 네가 어찌 병법(兵法)도 모르고 어찌 장수라고 다니는고? 병서(兵書)에 하였으되, 실즉허(實卽虛)하고, 허즉실(虛卽實)이라 하였느니라. 꾀 많은 공명이가 대로에 복병하고 소로에 헛불을 놓아 날 못 가게 유인한들, 내가 제까짓 놈 꾀에 빠질쏘냐? 잔말 말고 소로로 가자.” 장졸을 억제(抑制)하고 화용도로 들어갈 제,

 

 

34. 정욱과 군사 탄식

 

[중모리]
이 때 인마(人馬) 기진하여 데인 노약(老弱) 막대 짚고, 상(傷)한 장졸(將卒) 갱려(羹藜)하여, 눈비 섞어 오는 날에 산고수첩(山高水疊) 험한 길로 휘어진 잡목이며, 엉클어진 칡잎을 허첨허첨 검쳐잡고, 후유 끌끌 혀를 차며, “촉도지난(蜀道之難)이 험(險)타한들 이에서 더할쏘냐?” 허저, 장요, 서황 등은 뒤를 살펴 방어하고, 정욱이가 울음을 운다.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평생의 소약지심(所約之心) 운주결승(運籌決勝)하쟀더니 제부종시불여의(諸復終始不如意)라. 초행노숙(草行露宿) 어인 일고? 승상이 망상(妄想)하여 주색(酒色)보면 한사(限死)하고, 임전(臨戰)하면 꾀병터니, 삼부육사(三傅六師) 간 곳 없고, 백만 대병이 몰사하니, 모사(謀事)가 허사되고, 장수 또한 공수(空手)로다.” 이렇듯이 울음을 우니 전별장(全別將)도 울고 간다. “박망(博望)의 소둔(燒屯) 겨우 살아 적벽화전(赤壁火戰) 또 웬일고? 우설(雨雪)에 상(傷)한 길을 고치라고만 호령을 하니, 지친 군사가 원(怨)없을까? 전복병(前伏兵)에 살아오나, 후복병(後伏兵)이 다시 나니, 그 일을 뉘랴서 당하더란 말이냐?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울음을 운다.

 

 

35. 장승타령

 

[아니리]
조조 듣고 화를 내어, “네 이놈들, 사생(死生)이 유명(有命)커늘 너희 어찌 하여 또 우는고? 또 다시 우는 자 있으면, 이놈들, 군법으로 참(斬)하리라.” 초원 산곡(山谷) 아득한데, 두세 번 머물러 낙후패졸(落後敗卒) 영솔(領率)하여 한 곳을 당도하니, 적적산중(寂寂山中) 송림간(松林間)에 소리 없이 키 큰 장수 노목(怒目)을 질시(嫉視)하고, 채수염 점잖으니, 엄연(嚴然)히 서 있거늘, 조조 보고 대경(大驚)질색하여, “아이코 여봐라, 정욱아! 저 앞에 나를 보고 우뚝 섰는 저 장수가 저 누구냐? 좀 살펴봐라. 어디서 보던 얼굴 같다.” 정욱이 여짜오되, “승상님, 그게 장승이오.” 조조 더욱 깜짝 놀래, “장승이라니? 장비네 한 일가(一家)냐?” 정욱이 여짜오되, “화용도 이수(里數) 표(標)한 장승이온데, 그다지 놀래시니이까?” 조조 얕은 속으로 화를 솔곳이 내가지고, “이 요망한 장승놈이 영웅 나를 속였구나. 네 여봐라, 그 장승놈 잡어들여서 군법으로 시행하라.” “예.” 좌우 군사 소리치고 장승 잡아들일 적에, 조조가 잠깐 조으는디, 비몽사몽간에(非夢似夢間) 목신(木神)이 현몽(現夢)을 허는디,

 

[중중모리]
“천지만물(天地萬物) 생겨날 제, 각색 초목(各色草木)이 먼저 나, 유소씨(有巢氏) 신농씨(神農氏) 구목위소(構木爲巢)를 하였고, 헌원씨(軒轅氏) 작주거(作舟車) 이제불통(以濟不通)을 하였고, 석상(石上)의 오동목(梧桐木)은 오현금(五絃琴) 복판(腹板) 되어 대순(大舜) 슬상(膝上)에 비껴 누워, 남풍가(南風歌) 지어내어 시르렁 둥덩 탈 제 봉황도 춤추고, 산조(山鳥)도 날아드니 그 아니 태평이며, 문왕지감당목(文王之甘棠木)은 비파성(琵琶聲) 띠어 있고, 사후(死後) 영혼 관판목(棺板木)은 백골신체(白骨身體) 안장(安葬)하고, 신발실당(身發室堂)하올 적에 율목(栗木)은 신주(神柱) 되어 사시절사(四時節祀) 기고일(忌故日)에 만반진수(滿盤珍羞) 설위(設爲)하고, 분향(焚香), 헌작(獻酌), 독축(讀祝)하니 그 소중이(所重) 어떠하며, 목물(木物) 팔자(八字)가 다 좋되, 이내 일신 곤궁하여 하산작량(下山作樑)이 몇 해런고. 궁궐(宮闕) 동량(棟梁) 못 될진대, 차라리 다 버리고 대광(大廣)이나 바랐더니, 무지한 어떤 놈이 가지 찢어 방천(防川)말과, 동동이 끊어내어 마판(馬板) 구유, 작도판, 개밥통, 뒷간 가래 소욕(所欲)대로 다 헌 후에, 남은 것은 목수를 시켜, 어느 험귀(險鬼) 얼굴인지, 방울눈, 다박수염, 주먹코, 주토(朱土)칠, 팔자 없는 사모품대(紗帽品帶) 장승이라고 이름 지어, 행인거래(行人去來) 대도상(大道上)에 엄연(嚴然)히 세워두니, 입이 있으니 말을 하며, 발이 있어 걸어갈까. 유이불문(有耳不聞), 유목불견(有目不見), 불피풍우(不避風雨) 우뚝 서서 진퇴중(進退中)에 있는 나를, 승상님은 모르시고 그다지 놀래시니, 그리하고 대전(對戰)하며, 기군찬역(欺君纂逆) 아닌 나를 무죄행형(無罪行刑)이 웬 일이오? 분간(分揀) 방송(放送)하옵기를 천만천만(千萬千萬) 바라내다.”

 

 

36. 군사 점고

 

[아니리]
조조가 깜짝 놀라 잠에서 퍼뜩 깨더니마는, “얘들아, 목신(木神) 행형(行刑) 마라. 목신 보고 놀랜 것이 내 도리어 실체(失體)로구나. 도로 그자리 갖다 분간(分揀) 방송(放送)하여라.” 도로 그 자리에 갖다 세웠것다. 조조가 홧김에 일호주(一壺酒) 취케 먹고 앉아서, 오한(吳漢) 양진(兩陣) 장수(將帥) 험구(險口)를 하는데, 이런 가관(可觀)이 없제. “내가 이번 싸움에 패(敗)는 좀 보기는 보았지만은, 도대체 오한 양진 장수 근본(根本)인즉 그놈들이 보잘 것 없는 상놈들이니라. 유현덕 이 손은 제가 자칭 한종실(漢宗室)이라 하되, 양산(陽山) 채마전(菜痲田)에서 돗자리 치기 짚신 삼아 생활하던 궁반(窮班)이요, 관공 그 손은 하동(河東) 그릇장사 점한(店漢)이요, 장비 그 손은 탁군(??郡) 산육장사놈이라. 그놈의 고리눈에 돌리어 유ㆍ관ㆍ장(劉關張) 삼인(三人)이 결의형제(結義兄弟) 맺었것다. 또한 조자룡인가 이 손은, 제가 벼룩 신령(神靈) 아들놈인 체하고, 진중으로 팔팔팔팔팔팔팔 뛰어 다니면서 아까운 장수 목만 쏵쏵 베어가거든. 그놈 근본 뉘 알 리 있나? 그놈은 상산 돌 틈에서 쑥 불거진 놈이라, 뉘 놈의 자식인 줄 모르지마는, 저희끼리 차작(借作)하여 조자룡이라 하것다. 아, 내 나이 실존장(實尊長)인데, 이 놈이 여차하면, ‘이놈, 조조야, 이놈, 조조야.’ 하고 이웃집 개 이름부르듯 불러대니 내가 세욕(世慾)에 뜻이 없단말여. 그놈 뒈졌으면 좋지마는, 죽지도 않고 내 원수놈이었다. 또한 제갈량인지 요 손은, 술법(術法) 있는 체하고 말은 잘 하지마는, 현덕이가 용렬(庸劣)한 자라, 그 손을 데려다가 선생이니, 후생(後生)이니 하지마는, 남양 땅에서 밭 갈던 농토생이 아니냐? 제까짓놈이 알며는 얼마나 알겠느냐? 너희들 그놈들 만나거든 미리 겁내지 마라. 아주 별 보잘것 없는 보리몽탱이니라.” 정욱이 여짜오되, “왕후장상(王侯將相)이 영유종호(寧有種乎)아. 예로부터 일렀삽고, 병교자(兵驕者)는 패(敗)라 하니, 남의 험구 그만하시고 남은 군사 점고(點考)나 하사이다.” “점고하잘 것 뭣 있나? 정욱이 너, 나, 나, 너, 모두 합쳐서 한 오십 명쯤 되니, 손가락으로 꼽아봐도 알겠구나. 정욱이 네가 점고하여 봐라.” 정욱이가 군안(軍案)을 안고, 군사점고를 하는데, “대장의 안유병이!” “물고(物故)요!” 조조가 듣더니마는, “아차차차차, 아까운 놈 죽어버렸네. 안유병이가 어찌하여 죽었느냐?” “오림에서 자룡 만나 죽었소.” “너희 급히 가서 안유병이 살인 가 물러오너라.” “아, 승상님 혼자 가겨 물러 보시시오.” “야, 이놈들아. 나 혼자 가 맞아 죽게야?” “아, 그러면 소졸등(小卒等)은 어찌 간단 말씀이오?” “그놈이 하도 불쌍해서 하는 말이다. 또 불러라!” “후사파(後司把)에 천총(千摠) 허무적이!”

 

[중모리]
허무적이가 들어온다. 투구 벗어 손에 들고, 갑옷 벗어 짊어지고, 부러진 창대를 거꾸로 짚고 전동전동 들어오며, “원한(怨恨)하니 제갈량 동남풍 아닐진대 백만 대병(百萬大兵)이 다 죽을까. 어이타 불에 소진(燒盡)하여 돌아가지 못할 패군(敗軍), 갈 도리(道理)는 아니하고 점고는 웬 일이오? 점고 말고 어서 가사이다.” 조조가 화를 내어, “네 이놈! 너는 천총지도리(千摠之道理)로 군례(軍禮)도 없이 오연불배(傲然不拜) 괘씸하구나. 네, 저놈 목 싹 베어 내던져라!” 허무적이 기가 막혀, “예, 죽여주오. 승상 장하(杖下)에 죽게되면, 혼비중천(魂飛中天) 날아 고향을 가거드면 부모, 동생, 처자, 권솔(眷率) 얼굴이나 보겄내다. 당장에 목숨을 끊어 주오.” 조조 감심(感心)하여, “오냐, 허무적아, 우지 마라. 네 부모가 내 부모요, 네 권솔이 내 권솔이니 우지 마라, 우지를 말어라. 이애, 우지 마라.”

 

 

37. 골래종이, 전동다리, 구먹쇠

 

[아니리]
“우지 말고 거기 있다가 점고 끝에 함께 가자. 또 불러라!” “좌기병(右旗兵)에 골래종(骨內腫)이!”

 

[엇모리]
골래종이 들어온다. 골래종이 들어온다. 좌편 팔 창을 맞고, 우편 팔 살을 맞아, 다리도 절룩절룩, 반생반사(半生半死) 들어와, “예!”

 

[아니리]
조조가 고만허고 보더니, “에끼, 엇다, 거 병신 부자로구나. 저놈이 어디서 낮잠 자다가 산벼락 맞은 놈 아니냐, 저? 네 여봐라, 우리는 죽겄다 살겄다 달아나면, 저놈은 뒤에 느지막히 떨어졌다가 우리 간 곳만 손가락으로 똑똑 가르쳐줄 놈이니, 너그 여러 날 전쟁불식(戰爭不息)에 소증(素症)인들 없겠느냐. 저놈 큰 가마솥에다가 물 많이 붓고 폭신 진케 달여라. 한 그릇씩 먹고 가자.” 골래종이 골을 내어 눈을 찢어지게 흘기며, “승상님 눈 뽄이 인장식(人醬食) 많이 하게 생겼소.” “엇다, 저놈 보기 싫다. 쫓아내고 또 불러라!” “우기병(右旗兵)에 전동다리!”

 

[중중모리]
전동다리가 들어온다. 전동다리가 들어온다. 부러진 창대 드러메고, 발세치레 건조(乾調)로 세 발걸음 중뛰엄, 몸을 날려 껑정껑정 섭수 있게 들어와, “예!”

 

[아니리]
조조가 보더니, “에끼, 웬 놈이 저리 성하냐?” “성하거든 어서 회쳐 잡수시오.” “네 이놈, 그게 웬 말인고?” “아, 승상님이 병든 놈은 달여 먹자기로, 성한 놈은 회쳐 잡수라 하였소.” “워따, 이놈아. 너는 하도 성하기에 반가와서 하는 말이로다.” “승상님 군사들이 미련해서 죽고 병신이 되지요.” “네 이놈, 그게 웬말인고?” “승상님도 생각을 해보시오. 싸움할 때는 뒤로 숨고, 싸움 아니할 때는 앞에서 저정거리고 다니면 죽을 바도 없고 병신될 바 만무(萬無)하지요.” “워따, 그놈 뒀다가 군중에 씨 할까 무섭구나. 저놈 보기 싫다. 쫓아내고 또 불러라.” “마병장(馬兵長) 구먹쇠!” “예이!” “야, 이놈아, 너는 전장에 잃은 건 없느냐?” “예, 잃은 건 별로 없습니다.” “야, 그 신통하구나. 말은 다 어쨌는고?” “팔아버렸소.” “이런 흉(兇)한 도적놈이 있나. 아, 이놈아, 그 좋은 말을 날더러 묻지도 않고 네 것 팔듯 팔았단 말이냐?” “그런 게 아니라, 한나라 공명이가 사러 보내더라고 왔기에, 미리 대돈금으로 열일곱 마리에 양 일곱 돈 받고 팔아버렸소.” “야, 이놈아. 말 없으면 무엇을 타고 간단 말이냐?” “아, 승상님도, 타고 가실 것은 걱정 마시오. 들것을 만들어서 타고 가시든지, 정 편케 가실 양이면, 지게에다 짊어지고 설렁설렁 가면, 길 붇고 더욱 좋지라우.” “아, 이놈아. 내가 앉은뱅이 의원이냐? 지게에다 짊어지고 가게, 이 쳐 죽일 놈아! 그놈 눈구녁이 큰 일 낼 놈이로고.” “아, 눈이사 승상님 눈이 더 큰 일 내게 생겼지라우.” “여봐라, 정욱아. 이놈들 말말에 폭폭하여 나 죽겄다. 점고 그만하고 내 시장한께 어서 군량(軍糧)지기 불러 밥 지어라!”

 

[중모리]
점고하여 보니 불과 백여 명이라. 그 중에 갑옷 벗고, 투구 벗고, 창 잃고 앉은 놈, 누은 놈, 엎진 놈, 퍼진 놈, 배가 고파 기진(氣盡)한 놈, 고향을 바라보며 앙천통곡(仰天痛哭) 우는 소리 화용산곡(華容山谷)이 망망(茫茫)하다. 조조 마상(馬上)에서 채를 들어 호령하며 행군길을 재촉하더니마는,

 

 

38. 관운장 출현

 

[아니리]
“히히 해해” 대소하니, 정욱이 기가 막혀, “얘들아, 승상님이 또 웃으셨다! 적벽에서 한 번 웃어 백만 군사 몰사하고, 오림(烏林)에 두 번 웃어 죽을 봉변당하고, 이 병 속 같은 데서 또 웃어놨으니, 이제는 씨도 없이 다 죽는구나!” 조조 이 말 듣고 얕은 속에 화를 내어, “야, 이놈들아. 내가 웃으면 복병이 꼭꼭 나타난단 말이냐? 느그놈들도 내 웃으면 트집 잡지 말고 생각을 좀 해 봐라. 만일 주유 공명이가 이곳에다가 복병(伏兵)은 말고 병든 군사 여나믄만 묻어 두었더라도, 조조는 말고 비조(飛操)라도 살아갈 수 있겠느냐?” “히히 해해” 대소하니,

 

[자진모리]
웃음이 지듯마듯 화용도(華容道) 산상(山上)에서 방포성(放砲聲)이 ‘꿍!’ 이 너머에서도 ‘꿍!’ 저 너머에서도 ‘꿍 궁그르르르르르르르!’ 산악이 무너지고, 천지가 뒤바뀐 듯, 뇌고 나팔 우, 쿵 쾡 처르르르르르르르. 화용산곡(華容山谷)이 뒤끓으니, 위국(魏國) 장졸(將卒)들이 혼불부신(魂不附身)하여 면면상고(面面相顧) 서 있을 제, 오백(五百) 도부수(刀斧手)가 양 편으로 갈라서서 대장기(大將旗)를 들었는데, ‘대원수(大元帥) 관공(關公) 삼군(三軍) 사명기(司命旗)라!’ 둥두렷이 새겼는데, 늠름하다 주안봉목(朱顔鳳目), 와잠미(臥蠶眉), 삼각수(三角鬚)에 봉의 눈을 부릅뜨고, 청룡도(靑龍刀) 비껴들고, 적토마(赤兎馬) 달려오며, 우레 같은 소리를 벽력같이 뒤지르며, “네 이놈, 조조야! 네 어디로 도망을 갈다? 짜른 목 길게 빼어 청룡도 받아라!” 조조가 기가 막혀, “여봐라, 정욱아! 오는 장수 누구냐?” 정욱이도 혼을 잃고, “호통 소리 장비 같고, 날랜 모양 자룡 같소!” “아, 이 녀석아. 자세히 좀 살펴봐라!” 정욱이 정신 차려 살펴보고 하는 말이, “기색(旗色)은 홍색이요, 위풍(威風)이 인후(仁厚)하니 관공(關公)일시 분명하오.” “더욱 관공이량이면 욕도무처(欲逃無處)요, 욕탈무계(欲脫無計)라.”

 

[아니리]
“사세도차(事勢到此)하니 암커나 대적(對敵)하여 볼밖에는 도리가 없다. 너희들도 힘껏 한 번 싸워보아라.” 정욱이 여짜오되,

 

[중모리]
“장군님의 높은 재주, 호통 소리 한 번 하면 길짐승도 갈 수 없고, 검광(劍光)이 번뜻하면 나는 새도 뚝 떨어지니, 적수단검(赤手單劍)으로 오관참장(五關斬將) 하던 수단(手段), 인마(人馬) 기진(氣盡)하였으니 감히 어찌 당하리까? 만일 당적(當敵)을 하려다는 씨 없이 모두 죽을 테니, 전일 장군님이 승상 은혜를 입었으니, 어서 빌어나 보옵소서.” “빌 마음도 있다마는, 나의 웅명(雄名)이 삼국에 으뜸이라, 사즉사(死卽死)언정 이제 내가 비는 것은 후세의 웃음이 되리로다.”

 

 

39. 조조 목숨 애걸

 

[아니리]
“허허 얘들아. 내가 신통한 꾀를 하나 생각했다.” “무슨 꾀를 생각했소?” “내가 죽었다고 홑이불로 덮어놓고 군중(軍中)에 발상(發喪)하고, 느그들 모두 발 뻗어놓고 앉아 울면, 송장이라고 피할 것이니, 그 때 홑이불 뒤집어쓰고 그냥 살살 기다가 한달음박질로 달아나자.” 정욱이 여짜오되, “여보시오, 승상님. 산 승상 잡으려고 양국 명장(名將)이 쟁공(爭功)한데, 사승상(死丞相) 목 베기야, 청룡도 그 잘 드는 칼로 누운 목 얼마나 그리 힘들여 베오리까? 공연한 꾀 냈다가 목만 허비하고 보면, 다시 움 길어날 수 없고, 화용원귀(華容怨鬼) 될 터이니, 얕은 꾀 내지 말고 어서 들어가 한 번 빌어나 보옵소서.” 조조가 하릴없이 장군 마하(馬下)에 빌러 들어가는디,

 

[중모리]
투구 벗어 땅에 놓고, 갑옷 벗어서 말께 얹고, 장검 빼어서 땅에 꽂고, 대하머리 고추상투 가는 목을 움츠리고 모양없이 들어가서, 큰 키를 줄이면서 간교한 웃음소리로, “히히 해해.” 몸을 굽혀 절하며 하는 말이, “장군님 뵈온 지 오래오니, 별래무양(別來無恙)하시니까?” 관공의 어진 마음 마상(馬上)에서 몸을 굽혀 호언(好言)으로 대답하되, “나는 봉명(奉命)하여 조승상을 잡으려고 이곳에 와 복병해서 기다린 지 오래것다!” 조조가 비는 말이, “탁명한사(濁名寒士) 조맹덕은 천자의 명을 받아 만군(萬軍)을 거느리고, 천리 전장 나왔다가 오적(吳賊)의 패(敗)를 보고, 초수(楚水) 오산(吳山) 험한 길에 황망(慌忙)히도 가옵다가, 천만의외(千萬意外) 이곳에서 장군님을 만났으니, 어찌 아니 반가리까? 유정(有情)하신 장군님은 고정(古情)을 생각하여, 살려 돌려보내 주심을 천만천만(千萬千萬) 바라내다.” 관공이 꾸짖어 왈, “이놈, 네 말이 간사한 말이로다. 내 비록 전일에 후은(厚恩)은 입었으나, 오늘날은 오(吳)?한(漢) 양진사(兩陣事)에 어찌 사(私)로 공(公)을 폐(廢)하리오? 진작 죽일 것이로되, 전일 면분(面分) 생각고 문답(問答)은 서로 하거니와, 필경(畢竟)은 죽이려니. 네 누세한록지신(累世漢祿之臣)으로 능상겁하(凌上怯下)할 뿐더러, 삼분천하(三分天下) 분분(紛紛)함도 널로 하여 요란하고, 기린각충의인(麒麟閣忠義人)도 널로 하여 훼파(毁破)되니, 난세지간웅(亂世之奸雄)이요, 치세지능신(治世之能臣) 너를 뉘 아니 미워하리? 좋은 길 다 버리고 화용도로 들어올 제는 네 운명이 그뿐이니, 잔말 말고 칼 받아라!” 조조가 다시 애긍(哀矜)히 비는 말이, “장군님, 듣조시오. 절흉(絶凶)같은 흉노(匈奴)로되, 백등칠일지위(白登七日之圍)하여 한고조(漢高祖)를 살렸삽고, 지백지신(智伯之臣) 예양(豫讓)이는 조양자(趙襄子)를 죽이려고 협비수(挾匕首)하고 궁중도측(宮中塗?)하였으되, 조양자 어진 마음 의인(義人)이라 이르시고 오근피지(吾謹避之)하였으니, 장군님도 그를 보아 소장을 살려주고, 삼가 피하소서.” 관공이 꾸짖어 왈, “예양은 의인(義人)이요, 조양자는 천중대인(天中大人)이라 일이 그러하거니와, 너는 한나라 적자(賊子)요, 나는 한나라 의장(義將)이라, 너 잡으러 예 왔으니, 어찌 너를 살려 보낼쏘냐? 갈 길이 총급(悤急)하니, 잔말 말고 칼 받아라!”

 

 

40. 관운장 호령

 

[중중모리]
우뢰같은 호통 소리 조조의 약간 남은 일촌간장(一寸肝腸)이 다 녹는다. “아이고 여보, 장군님. 시각(時刻)에 죽일망정 나의 한 말을 들어보오. 전사(前事)를 잊으리까? 장군님의 장략(將略)으로 황건적(黃巾賊) 패(敗)를 보아, 도원형제(桃園兄弟) 분산(分散)하고 거주(居住)를 모르실 제, 내 나라로 모셔 들여 삼일소연(三日小宴), 오일대연(五日大宴), 상마(上馬)에 천금(千金)이요, 하마(下馬)에 백금(百金)이라. 금은보화 아끼잖고 말로 되어서 드렸으며, 천하일색(天下一色) 골라 들여, 고대광실(高臺廣室) 높은 집 미녀충공(美女充空)하였으며, 조석(朝夕)으로 문안 등대(等待), 정성으로 봉양터니 그 정회(情懷)가 적다하며, 도원형제 만나려고 고귀(告歸)없이 가실 적에, 오관(五關) 육장(六將)을 다 죽여도 나는 원망을 아니 하고 직지(直旨) 호송을 하였는데, 장군님은 어찌하여 고정(古情)을 저버리시고 원수같이 미워하니, 의장(義將)이라 하신 말씀 그 아니 허사(虛辭)니까?”

 

[중모리]
관공이 듣고 꾸짖어 왈, “네 이놈, 조조야. 네 말이 모두 당치않다. 내 그 때 운수 불길하여 네 나라 갔을 적, 하북대장(河北大將) 안량(顔良), 문추(文醜)가 네 나라 수다(數多) 장졸 씨 없이 모두 죽이거늘, 은혜를 생각하니 그저 있기가 미안하여, 신하로 자칭(自稱)하고 전장으로 나갈 적에, 네 손으로 술을 부어 내게 올리거늘, 잔을 잠깐 머무르고 적토마상(赤兎馬上)에 선뜻 올라 나는 듯이 달려가, 일고성(一高聲) 한 칼 끝에 안량, 문추 두 장수 머리 선뜻 땡기렁 베어 들고 네 진으로 돌아오니 술이 식지 아니했고, 적장이 황겁(惶怯)하여 백마위진(白馬圍陣) 무너지고, 벽산도 천 리 땅을 일전(一戰) 모두 앗아내야 네 안책(案冊)에다 기록하니, 그 은혜 갚아 있고, 오늘날은 너를 잡을 때라, 군령장(軍令狀)에다 다짐을 두었으니, 잔말 말고 칼 받아라!”

 

 

41. 주창의 재촉

 

[아니리]
칼을 번쩍 빼어들고 조조 앞으로 바짝 달려드니, 조조가 질색하여 옷깃으로 가리면서 칼 막으려 방색(防塞)하니, 관공이 웃으시며, “네가 박적을 쓰고 벼락은 피할망정, 네 옷깃으로 내 청룡도를 피한단 말이냐?” “글쎄요. 초행노숙(草行露宿)하옵다가 겁결에 잠이 깨어 초풍할까 조급(躁急)하니, 장군님 제발 가까이 좀 서지 마옵소서.” “이놈, 네 말이 날다려 유정(有情)타 하며, 어찌 가까이 서지는 말라는고?” “글쎄요. 장군님은 유정하오나, 청룡도는 무정하여 고의를 베일까 염려로소이다.” 관공이 칼을 들어 조조 목을 베이는 듯, “검여(劍汝) 둘이 혼인(婚姻)하면 생기자유혈(生其子流血)이라. 네 목에 피를 내어 내 칼을 한번 씻으려 함이로다.” 칼을 번뜻 들어 조조 등 너머의 땅을 컥 찍어노니, 조조 정신 아찔하여 군사들을 돌아다보며, “얘들아, 청룡도가 잘 든다더니 과약기언(果若其言)이로구나. 아프잖게도 잘도 도려가신다. 내 목 있나 봐라.” 관공이 웃으시며, “목 없으면 죽었으니, 죽은 조조도 말을 하느냐?” “예. 그는 정신이 좋삽기로 말은 겨우 하지마는, 혼은 벌써 피란(避亂) 간 지가 오래로소이다.” 관공은 본디 조조의 은혜를 태산같이 입은지라, 조조의 애긍(哀矜)히 비는 말에는, 아무리 철석(鐵石)같은 간장(肝腸)인들 감동 아니할 리가 있겠느냐? 조조를 놓을까 말까 유예미결(猶豫未決)하던 차에,

 

[자진모리]
주창(周倉)이 여짜오되, “장군님은 어이하여 첫 칼에 베일 조조 여태까지 살려두니, 옛 일을 모르시오? 강동(江東)의 모진 범이 함양(咸陽)을 파(破)한 후, 홍문연(鴻門宴) 앉은 패공(沛公) 무심히 그를 놓아 항장(項莊)의 날랜 칼이 쓸 곳이 없었고, 계명산(鷄鳴山) 추야월(秋夜月)에 장량(張良)의 옥퉁소 한 곡조 슬피 불어 팔천병(八千兵) 흩었으니, 오강풍랑(烏江風浪)의 자문사(自刎死)라. 하물며 조맹덕(曹孟德)은 치세지능신(治世之能臣)이요, 난세지간웅(亂世之奸雄)이라. 소량지인(小量之人) 이요, 양호유환(養虎遺患)이라. 장군이 만일 놓사오면 소장(小將)이 잡으리다.” 별안간 달려들어 조조의 멱살을 꽉 잡으며, “왕지명이(王之命) 현어주창수(懸於周倉手)라, 내 손에 달린 목숨 네 어디로 피할쏘냐.” 냅다 잡고 흔들어노니,

 

 

42. 관운장이 조조 살려줌

 

[아니리]
조조가 벌벌 떨며, “여보, 주별감(周別監). 내 이다음에 만나거든 주별감 좋아하는 술 많이 받아드릴 테니 제발 날 좀 놔주시오.” 관공이 가만히 보시더니, “아서라, 아서라. 그리 마라. 어디 차마 보겠느냐? 목불인견(目不忍見) 이로구나. 목숨일랑 끊지 말고 사로잡아 가자.” 좌우에 제장군졸을 한편으로 갈라 세우고 관공이 막 말머리를 돌리실 제, 조조가 급히 말을 잡아 타고 일(一)마장을 달아난지라. 관공이 거짓 분을 내어, “내 분부도 듣지 않고 제 마음대로 달아나니, 그 죄로 죽어 보라!”

 

[중모리]
조조 듣고 말 아래 뚝 떨어지니, 장졸들이 황겁하여 장군 마하(馬下)에 가 두 손 합장(合掌) 비는데, 사람의 인륜(人倫) 으로는 못 볼레라. “비나이다, 비나이다, 장군님전 비나이다. 살려주오, 살려주오, 우리 승상 살려주오. 우리 승상 살려주면, 높고 높은 장군 은혜 본국 천 리 돌아가서 호호만세(呼號萬歲)를 하오리다.” 조조 기가 막혀, “우지 마라! 불쌍한 장졸들아, 우지를 말어라. 나 죽기는 설잖으나, 잔약(孱弱)한 너의 정상(情狀) 불인견지목(不忍見之目)이로구나. 풍파의 곤한 신세 곤귀고향(困歸故鄕) 가는 길에 장군님을 만났으니, 인후(仁厚)하신 처분으로 설마 살려주시제, 죽일쏘냐.” 관공이 거짓 꾸짖어 왈, “이놈, 네 말이 당치않은 말이로다. 내 너를 잡으러 올 제 군령장에다 다짐을 두었으니, 그대 살고 나 죽기는 그 아니 원통하냐?” 조조가 애연(哀然)히 비는 말이, “현덕과 공명 선생님이 장군님 아옵기를 오른 팔로 믿사오니, 초로(草露)같은 이 몸 조조 아니 잡어가더라도 군율(軍律) 시행은 안 하리다. 장군님이 타신 적토마(赤兎馬)며 청룡도(靑龍刀)를 소장(小將)이 드리고, 그 칼에 죽삽기는 그 아니 원통허오? 별반통촉(別般洞燭)을 허옵소서.” 관공이 감심(感心)하여 조조를 쾌(快)히 놓고 회마(回馬)하여 돌아가니, 세인(世人)이 노래를 하되, “슬겁구나, 슬겁구나. 화용도 좁은 길에 맹덕이가 살아가니, 천추(千秋)에 늠름한 대장부는 한수정후(漢壽亭侯)신가 하노매라.”

 

[아니리]
본국으로 돌아와 공명전(孔明前) 배알(拜謁)하되, “용렬(庸劣)한 관모(關某)는 조조를 잡고도 놓았사오니 의율시행(依律施行) 하옵소서.” 공명이 급히 내려와 관공의 손을 잡고, “조조는 죽일 사람이 아닌 고(故)로 장군을 그곳에 보냈사오니, 그 일을 뉘 알리오.”

 

[엇중모리]
제갈량은 칠종칠금(七縱七擒)하고, 장익덕은 의석엄안(義釋嚴顔)하고, 관공은 화용도 좁은 길에 맹덕(孟德)이를 살려주니, 인후(仁厚)하신 관공 이름 천추(千秋)에 빛나더라. 그 뒤야 누가 알리. 어질더질.


blog.naver.com/suhaja1/220715184738   우주는 커다란 웃음이..






[스크랩] 적벽가 박봉술창본| ◈전통판소리
진고개신사 | 조회 3 |추천 0 | 2007.02.04. 12:38


적벽가

* 송만갑 바디 박봉술제


< 아니리>
   한(漢)나라 말엽 위한오(魏漢吳) 삼국시절에 황후유약(皇后幼弱)허고 군도병기(群盜竝起)헌디 간흉(奸凶)허다 조맹덕(曺孟德)은 천자를 가칭(假稱)하야 천하를 엿보았고 범람(汎濫)타 손중모(孫仲謀)는 강하(江夏)에 험고(險固)믿고 제업(帝業)을 명심(銘心)허며 창의(倡義)헐사 유현적(劉玄德)은 종사(宗社)를 돌아보아 혈성(血誠)으로 구치(驅馳)허니 충간(忠奸)이 공립(共立)허고 정족(鼎足)이 삼분헐새 모사는 운집(雲集)이요 명장은 봉기(蜂起)로다.북위모사(北魏謀士) 정욱(程昱) 순유(筍攸) 순문약(筍文若)이며 동오모사(東吳謀士) 노숙(魯肅) 장소(張紹) 제갈근(諸葛瑾)과 경천위지(經天緯地) 무궁조화(無窮造化) 잘긴들 아니허리. 그때여 한나라 유현덕은 관우(關羽) 장비(張飛)와 더불어 도원(桃園)에서 의형제 결의(結義)를 허는디

< 중머리>
도원이 어데인고 한날 탁현이라 누상촌(樓桑村) 봄이 들어 붉은 안개 빚어나고 반도하(蟠桃河) 흐르난 물 아침 노을에 물들었다. 제단(祭壇)을 살펴보니 금(禁)줄을 둘러치고 오우백마(烏牛白馬)로 제 지내며 세 사람이 손을 잡고 의맹(義盟)을 정하는디 유현덕으로 장형 삼고 관운장(關雲長)은 중형이요 장익덕(張翼德) 아우되여 몸은 비록 삼인이나 마음과 정신은 한 몸이라 유관장(劉關張) 의형제는 같은 연월 한 날 한 시에 죽기로써 맹약(盟約)허고 피끓는 구국충심 도원결의(桃園結義) 이루었구나. 한말이 불운하여 풍진(風塵)이 뒤끓는다 황건적(黃巾賊)을 평란(平亂)허니 동탁(潼卓)이 일어나고 동탁란을 평정허니 이곽(李郭)이 난을 짓고 이곽을 평정헌후 난세간웅(亂世奸雄) 조아만(曺阿瞞)은 협천자이(狹天子而) 횡폭(橫暴)허고 벽안자염(碧眼紫髥) 손중모는 강동(江東)을 웅거(雄據)허여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자랑헌다.

< 아니리>
그때여 유관장은 삼인이 결심하야 한실(漢室)을 회복코저 적군과 분투(奮鬪)허나 장중(帳中)에 모사 없어 주야로 한(限)헐 적에 뜻밖에 원직(元直)만나 공명(孔明)을 천거(薦擧)허되 전무후무(前無後無) 제갈공명(諸葛孔明) 와룡강(臥龍岡)의 복룡(伏龍)이요 초당에 깊이 묻혀 상통천문(上通天文)이요 하달지리(下達地理) 구궁팔괘(九宮八卦) 둔갑장신(遁甲藏身) 흉중(胸中)에 품었으니 긍만고지 인재이요 초인간의 철인이라 이렇듯 말을 허니 유현덕 반기 여겨 관장과 와룡강을 찾어갈 제

< 진양조>
당당헌 유현주(劉賢主)는 신장은 칠척오촌이요 얼굴은 관옥같고 자고기이(自顧其耳)허며 수수과슬(手垂過膝) 영웅이라 적로마상(赤驢馬上)에 앞서시고 그 뒤에 또 한 장군의 위인을 보니 신장은 구척이나 되고 봉의 눈 삼각수(三角鬚) 청룡도 비껴들고 적토마상(赤兎馬上)에 뚜렷이 앉은 거동 운장위세(雲長威勢)가 분명허고 그 뒤에 또 한 사람의 위인을 보니 신장은 팔척이요 얼골이 검고 제비택 쌍고리 눈에 사모장창(蛇矛長槍)을 눈우에 번 듯 들고 세모마상(細毛馬上)에 당당히 높이 앉어 산악을 와그르르 무너낼 듯 세상을 모도 안하에 내려다 보니 익덕(翼德) 일시가 분명쿠나 이 때는 건안(建安) 12년 중춘(仲春)이라 와룡강을 당도허니 경개무궁(景槪無窮) 기이허구나 산불고이수려(山不高而秀麗)허고 수불심이징청(水不深而澄淸)이요 지불광이평탄(地不廣而平坦)하고 임불대이무성(林不大而茂盛)이라 원학(猿鶴)은 상친(相親)허고 송죽은 교취(交翠)로다 석벽부용(石壁芙蓉)은 구름 속에 잠겨 있고 창송(蒼松)은 천고절 푸른 빛을 띠었어라 시문(柴門)에 다다라 문을 뚜다리며 "동자야 선생님 계옵시냐?"

< 아니리>
동자(童子) 여짜오되 "선생님께옵선 박릉(博陵)의 최주평(崔州平)과 영주(潁州)에 석광원(石廣元) 여남(汝南)의 맹공위(孟公威)며 매일 서로 벗이 되어 강호에 배 띄워 선유(船遊)타가 임간(林間)에 바돌뒤러 나가신지 오래이다" 현덕이 이른말이 "선생님이 오시거든 한종실(漢宗室) 유황숙(劉皇叔)이 뵈오러 왔더라고 잊지말고 여쭈어라" 동자다려 부탁허고 신야(新野)로 돌아와 일삭(一朔)이 넘은 후에 두 번 다시 찾아가서도 못 뵈옵고 수삼삭(數三朔) 지낸 후에 현훈옥백(玄 玉帛)으로 예물을 갖추고 관장과 삼고초려(三顧草廬)찾어갈 제

< 중머리>
남양융중(南陽隆中) 당도허여 시문을 뚜다리니 동자 나오거늘 "선생님 계옵시냐?" 동자 여짜오되 "초당에 춘수(春睡) 깊어 계시나이다" 현덕이 반기여겨 관공 장비를 문 밖에 세워두고 완완(緩緩)이 들어가니 소슬(蕭瑟)한 송죽성(松竹聲)과 청량(淸亮)한 풍경(風磬)소리 초당이 한적(閑寂)쿠나 계하(階下)에 대시(待侍)허고 기다려 서 있으되 공명은 한와(閑臥)허여 아무 동정이 없는지라

< 중중머리>
익덕이 성질을 급히 내어 고리눈 부릅뜨고 검은 팔 뒤걷으며 고성대질(高聲大叱) 왈 "아 ,우리 가가(哥哥)는 한주(漢胄) 금지옥엽이라 저만헌 사람을 보라허고 수차 수고를 허였거든 요망(妖妄)을 피우고 누워 일어나지를 아니허니 부러 거만(倨慢) 허여이다 소제가 초당을 들어가 초당에 불을 버썩 지르면 공명이 재주가 있다허니 자나 깨나 죽나 사나 동정을 보아 제 만일 죽기 싫으면 응당 나올테니 노끈으로 결박(結縛)하야 신야로 돌아가사이다" 엄불(掩拂)에 다방 쓰러지고 끄르럼에 불을 들고 초당 앞으로 우루루루 달려드니 현덕이 깜짝 놀래 익덕의 손을 잡고 "현제(賢弟)야 현제야 이런 법이 없나니라 은왕성탕(殷王聖湯)도 이윤(李尹)을 삼빙(三聘)허고 문왕도 여상(呂尙)을 보라허고 위수에 왕래허니 삼고초려가 무엇이랴?" 좋은 말로 경계후(警戒後)에 "운장은 익덕 다리고 문 밖에 멀리 서 동정을 기다려라!"

< 아니리>
공명이 그제야 잠에 깨어 풍월지어 읊으는디 "초당에 춘수족(春睡足)허니 창외(窓外) 일지지(日遲遲)요 대몽(大夢)을 수선교(誰先覺)요 평생을 아자지(我自知)라" 동자 들어와 여짜오되 "전일 두 번 찾어왔던 유황숙이 밖에서 기대린 지가 거운 반일이 넘었나이다"

< 중머리>
공명이 그제야 놀랜체허고 의관을 정제(整齊)헌다 머리에는 팔각윤건(八角輪巾) 몸에는 학창의(鶴 衣)로다 백우선(白羽扇) 손에 들고 당하에 내려와 현덕을 인도하야 예필좌정(禮畢坐定)후에 공명이 눈을 들어 현덕의 기상을 보니 수수(秀粹)한 영웅이요 창업지주(創業支主)가 분명허고 현덕도 눈을 들어 공명의 기상을 보니 신장은 팔척이요 얼골은 관옥같고 미재강산정기(美哉江山精氣)하야 담연청기(淡然淸氣)허고 맑은 기운이 미간에 일어나니 만고영웅 기상이라 현덕이 속으로 칭찬허며 공손히 앉어서 말을 헌다.

< 아니리>
"선생님을 뵈옵고저 세 번 찾아온 뜻은 다름이 아니오라 한실이 경복(傾覆)허고 간신이 농권(弄權)하와 종묘사직이 망재조석(亡在朝夕)이라 이 몸이 제주(帝胄)로서 갈충보국(竭忠報國)허랴허되 병미장과(兵微將寡)허고 재주 단천(短淺)하와 흥복(興復)치 못하오니 사직(社稷)이 처량(凄凉)허고 불쌍한게 창생(蒼生)이라 원컨대 선생께옵선 유비와 백성을 아끼시와 출산상조(出山相助) 허사이다 " 공명이 대답허되 "양(亮)은 본래 지식이 천박하야 포의야부(布衣野夫)로 남양 땅에서 춘풍세우(春風細雨) 밭이나 갈고 월하에 풍월이나 지어 읊을지언정 국가대사(國家大事)를 내 어찌 아오리까 낭설(浪說)을 들으시고 존가허행(尊駕虛行) 하였나이다" 굳이 사양 마다허니 현덕이 하릴없어

< 진양조>
서안(書案)을 탕탕 뚜다리며 "여보 선생 듣조시오 천하대세가 날로 기울어져서 조적(曺賊)이 협천자이령제후 (狹天子而令諸侯)를 허니 사백년 한실운(漢室運)이 일조일석에 있삽거든 선생은 청렴(淸廉)한 본을 받고 세상공명을 부운(浮雲)으로 생각허니 억조창생(億兆蒼生) 을 뉘 건지리까" 말을 마치고 두 눈에 눈물이 듣거니 맺거니 방울방울 떨어지고 가슴을 뚜다려 복통단장(腹痛斷腸) 울음을 우니 용의 음성이 와룡강을 진동헌 듯 뉘랴 아니 감동 허리

< 아니리>
두 눈에 눈물이 떨어져 양 소매를 적시거날 공명이 감동하야 가기로 허락한 후 벽상(壁上)을 가리키며 "이건 형주지도(荊州地圖)요, 저것은 서천(西川) 사십일주(四十一州)라 현주(賢主) 께옵선 이 지도로 근본을 삼아 형주병(荊州兵)을 이르켜 양양(襄陽)에 나가고 서천병을 이르켜 기산(祁山)으로 나가면 중원은 가히 회복될 것이요 중원만 회복된다면 강동은 자연 황숙의 휘하(麾下)로 돌아오리다" 현덕이 듣고 좋아라고 "선생의 말씀을 듣고보니 운무(雲霧)를 헤치고 일월을 대하는 듯 하나이다." 현덕이 형주지도와ㅏ 서천 사십일주로 기업(基業)을 삼은 후 관우 장비를 불러 공명과 상면 시킨 뒤에 예단(禮單)을 올려 그 날밤 사인(四人)이 초당에서 유숙허고 이튿날 길을 떠날 적에 공명이 아우 균(均)을 불러 "내 유황숙에게 삼고지은혜(三顧之恩惠)를 갚으려고 세상에 출세허니 너는 부디 송학(松鶴)을 잘 가꾸고 학업을 잃지 말라" 신신이 부탁허고 사륜거(四輪車)에 높이 앉어

< 중머리>
와룡강(臥龍岡)을 하직허고 신야로 돌아오니 병불만천(兵不滿千)이요 장불십여인(將不十餘人)이라 공명이 민병을 초모(招募)하야 스사로 팔진법(八陣法) 가르칠 제 방포(放砲) 일성허고 장담(壯談)허던 하후돈(夏候惇)과 승기(勝氣)내던 조인(曺仁) 등 기창도주(棄槍逃走) 패한 분심(憤心) 수륙대병을 조발(調發)하야 남으로 지쳐 내려갈 제 원망이 창천(漲天)이요 민심이 소요(騷擾)로구나 현덕이 하릴없어 강하로 물러나니 신야(新野) 번성(樊盛) 양양(襄陽) 백성들이 현덕의 뒤를 따르거날 따라오는 저 백성을 차마 버릴 길이 전혀 없어 조운(趙雲)으로 가솔(家率)을 부탁허고 익덕으로 백성을 이끌어 일행십리 행할 적에 그때 마참 황혼이라 광풍이 우루루 현덕 면전에 수자기(帥字旗) 부러져 펄펄 날리거날 경산(景山)에 올라 바라보니 조조(曹操)의 수륙대병(水陸大兵)이 물밀 듯이 쫓아온다 기치창검(旗幟槍劍)은 팔병산(八屛山) 나뭇잎같고 제장(諸將)이 앞으로 공을 다툴 적에 문빙(文聘)이 말을 채쳐 달려드니 익덕이 분기충천(憤氣衝天) 불같이 급한 성품 창을 들어 문빙을 물리치고 현덕을 보호하야 장판교(長坂橋)를 지내갈 제 수십만 백성 울음소리 산곡중(山谷中)에 가득허고 제장은 사생(死生)을 모르고 앙천통곡(仰天痛哭)허며 진을 헤쳐 도망을 간다.

< 아니리>
한모롱이 돌아드니 현덕의 일행이 나무 아래 쉬어 앉어 제장(諸將) 모이기를 기다릴제

< 중중머리>
그때여 조운은 공자 선(公子 禪)과 양부인(兩夫人)을 잃고 일편단심 먹은 마음 분함이 추상(秋霜)이라 위진(魏陣)을 바래보니 번차휘마(番次揮馬) 가는 거동 만리 창천 구름 속에 편진(翩進)허는 용의 모양 구십춘광(九十春光) 새벽 밤에 빠르기는 유성같고 단산맹호(丹山猛虎) 기상이라 풍우같이 지내다가 한 곳을 바래보니 헤여진 남녀노소 서로 잡고 울음을 우니 조운이 크게 웨여 "여봐라 남녀 백성들아 너의 총중(叢中) 가는 중에 감부인(甘夫人)을 보았느냐?" 그때여 감부인은 오는 장수(將帥)를 바래보며 나삼(羅衫)을 무릅쓰고 일장통곡(一場痛哭)헐제 조조의 제장 순우도(淳于導)가 미축(靡竺)을 생금(生擒)하야 제 진으로 돌아갈제 조운이 얼른 보고 일성포향(一聲咆響)에 수년도를 선듯 들어 탈마위진(奪馬魏陣)하야 감부인을 호송허고 또 한 곳 바래보니 양양으로 가는 백성 막지소향(莫知所向) 길을 잃어 갈 바를 방황커늘 "여봐라 남녀 백성들아 너희들 모인 중에 미부인(靡夫人)을 보았느냐?" 저 백성 이른 말이 "어떠한 부인인지 전면(前面) 빈 집 안에 아이 안고 우더이다" 조운이 말을 채쳐 그곳을 당도허니 과연 부인이 공자를 안고 좌편팔 창을 맞고 우편 다리 살을 맞어 일신운동을 못허고 슬피 앉아서 울음을 운다.

< 아니리>
조운이 말게 내려 부축허며 위로허되 "부인께서 고생하심은 소장의 불충지심이라 죄사무석(罪死無惜)이오나 추병(追兵) 이 급하오니 부인은 승마서행(乘馬徐行)하옵시면 소장이 보호하야 뒤를 닦고 가오리다" 부인이 이른 말씀 "장군께옵선 갈성단력(竭誠單力)으로 어찌 두 목숨을 건지리까, 한나라 제실지체(帝室之體) 골육이 이 뿐이니 부디 이 아이를 살려 부자상봉(父子相逢)케 함은 장군의 장중에 있는가 하나이다" 공자를 부탁허고 우물에 뛰어들어 자문지사(自刎之死)커늘 조운이 하릴없이 담을 헐어 시신을 묻고 공자일신 보존하야 갑옷으로 장신(藏身)허고

< 자진머리>
마상에 선뜻 올라 채를 쳐 도망헐제 앞으로 마연(馬延) 장의(張 ) 뒤로 초촉(焦觸) 장남(張南) 앞을 막고 뒤를 치니 조운 일시 함정(陷穽)이라 청강검(靑剛劍) 빼어들고 동에 가 번 듯 서장(西將)을 땡그렁 남장(南將)을 얼러서 북장을 선뜻 이리저리 헤쳐가다 토항(土巷)중에 가 뚝 떨어져 거의 죽게 되었을제 장합이 바라보고 쫓아오니 조운의 생명이 급한지라 뜻밖에 오색채운(五色彩雲)이 토항중에서 일어나고 천붕지탑(天崩地榻)이 와그르르 번갯불이 번뜻 조운 탄 말 용총(龍 )이라 벽력(霹靂)같이 소리 질러 토항 밖으로 뛰어나니 장합(張 )이 겁을 내어 달아나고 조운이 말을 놓아 행운유수(行雲流水)로 도망헐제 장판교 바래보니 일원대장 (一員大將) 먹장얼굴 장팔사모(丈八蛇矛) 들고 "조운은 속래(速來)하라, 오는 추병은 내 막으마 !" 조운이 말을 놓아 장판교를 지낼제 인피마곤(人疲馬困)하야 기사지경(幾死之境) 이 되었구나

< 아니리>
한 곳을 당도허니 현덕의 일행이 중인들과 언덕 아래 쉬었거날 조운이 말게 내려 복지(伏地)하야 여짜오되 "감부인을 호송허고 미부인을 모셔올랴 허였더니 공자를 부탁허고 우물에 뛰어들 어 자문지사(自刎之死)커늘 할 일없이 담을 헐어 시신을 묻고 공자일신 보존하야 근근이 살아 왔나이다" 갑옷을 끌러놓고 보니 아두(阿斗)는 잠이 들어 아직 깨지 아니헌지라 조운이 아두 받들어 현덕에게 드리니 현덕이 아두 받아 땅에 내던지며 "어린 유자(幼子) 살리려다 중헌 장군을 손상할 뻔허였고!" 조운이 급히 내려가 아두 안고 여짜오되 "소장은 심혈을 다 바쳐도 만분의 일을 갚지 못하겠나이다" 이렇듯 사로 위로헐제 한 곳을 바래보니 그 때여 장익덕은 장판고 마상에 높이 앉어 조적(曺賊)과 대결을 허는디

< 엇머리>
위진(魏陣)을 바래보니 조조의 수륙대병이 물밀 듯이 쫓아온다 진도(塵塗)는 편야(遍野)허고 함성(喊聲)은 통창(通暢)이라 장판교상 바래보니 일원대장 먹장얼굴 장팔사모 들고 조진(曺陣)을 한번 일컬으며 일원연(一員燕) 장익덕은 이 곳에 와서 머무른다 한 번을 호통허니 하날이 떼그르르 무너져 백호가 뒤넘난 듯 두 번을 고함 질러노니 땅이 뚝 꺼지난 듯 세 번을 호통허니 십이간(十二間) 장판교가 중등(中嶝) 절컥 무너져 흐르난 물이 위로 출렁 나는 새도 떨어지니 조군이 황황허여 하후걸이가 낙마허고 조진이 쟁(錚)을 쳐서 퇴병하야 물러나니 익덕의 위엄 장허다.

< 아니리>

강하로 물러 나와 견벽불출(堅壁不出)헐 제 그 때여 강동의 손권(孫權) 주유(周瑜) 한(漢)나라 공명선생 높은 이름듣고 노숙(魯肅)을 보내여 좋은 말로 유인커널 공명의 깊은 지혜 거짓 속는 체 가기로 허락헌 후 현주전(賢主前) 하직허니 현주 대경탄(大驚歎) 왈(曰) "분분한 천하득실 선생만 믿삽는디 출타국(出他國)이 웬 일이요 심량처분(深諒處分)하옵소서 " 공명이 가만히 여짜오되 "이 때를 타 오(吳)나라 들어가 손권 주유를 격동하야 조조와 싸움을 붙이고 신은 도주이환(逃走而還)하야 중도이기(中途而起)하오면 오위양국(吳魏兩國) 형세를 일안(一眼)으로 도취(圖取)하야 좌이득공(坐而得功)할 터이오니 현주는 염려치 말으시고 금(今) 동지달 이십일 자룡(子龍)을 일엽선(一葉船)주어 남병산하(南屛山下) 오강(吳江) 어구로 보내소서, 만일 때를 어기오면 신을 다시 대면치 못허리다" 하직허고 물러나와

< 중머리>
공명선생 거동보소 노숙따라 오 나라 들어갈제 일엽편주 빨리 저어 강동에 당도허니 노숙이 인도하야 관역(館驛) 안헐(安歇)할 새 공명이 눈을 들어 좌우를 살펴보니 아관박대(峨冠博帶)로 장소(張昭)등 십여인이 일좌로 늘어앉어 설전군유(舌戰群儒)가 분분헐제 수다(數多)이 묻는 말씀 한 두 말로 물리치니 기이허구나 공명선생 손중모의 호의(狐擬)험에 주유를 격동헐 제 대략(大略)이 무궁허니 주유 부질없이 시기(猜忌)하야 제 죽을 줄 모르고서 욕살공명(慾殺孔明) 가소롭다 삼일위한(三日爲限) 십만전(十萬箭)을 일야무중(一夜霧中) 차득(借得)허니 만고의 높은 재주 귀신도 난측(難測)이라 방통(龐統)의 연환계(連環計)와 황개(黃蓋)의 고육계(苦肉計)들 공명기풍(孔明祈風) 아닐진대 게 뉘랴서 성공허리

< 아니리>
공역(公役)을 저바리고 주유 용심도량(用心度量)허다 이 때는 어느 땐고 동십일월망간(同十日月望間)이라 주유 경군(警軍)허고 산강육진차단(山江陸進遮斷)헐제 진세도 정히 허고 위풍이 모두 엄숙허구나 그 때여 적벽강(赤壁江) 조맹덕(曺孟德) 은 백만 대병을 조발(調發)하야

< 진양조>
천여척 전선(戰船)모아 연환계를 굳이 무어 강상육지(江上陸地) 삼어두고 일등명장이 유진(留陣)헐제 말 달려 창 쓰기며 활 쏘아 총 놓기 십팔기 사습(私習)허기 백만군중이 요란헐제 조조 진중에 술 많이 빚고 떡도 치고 밥도 짓고 우양(牛羊)을 많이 잡어 장졸을 호궤( 饋)헐제 동산월색은 여동백일(如東白日)이요 장강일대는 여횡소련(如橫素鍊)이라 그 때 조조는 장대상(將臺上)에가 높이 앉어 남병산색 그림경을 "동을 가르켜 시상(柴桑)이요 서를 보니 하구성(夏口城)이요 남을 가르켜 번성(樊城)이요 북을 보니 오림(烏林)이로구나 사면이 광활 커던 어찌 성공 못헐소냐 내 나이 오십사세로 여득강남(如得江南)이면 향부귀혜(享富貴兮) 낙태평(樂太平) 동작대(銅雀臺) 좋은 집에 이교녀(二喬女)를 가취(可取)허면 모년향락(暮年享樂)이 나의 원에 족할지라 어와 장졸 영 들어라 너희들도 주육간(酒肉間)에 실컷 먹고 위한오(魏漢吳) 승부를 명일로 결단허자 만승제업(萬乘帝業)을 한 사람께 맽겼으랴 득천하(得天下) 헌 연후에 천금상 만호후(萬戶侯)를 차례로 봉하리라" 문무장졸이 영을 듣더니 군례로 모두 늘어서서 "원득개가(願得凱歌) 허오리다!"

< 아니리>
군사들이 승기(勝氣)내여 주육(酒肉)을 쟁식(爭食)허고

< 중머리>
노래 불러 춤도 추고 설움겨워 곡허는 놈 이야기로 히히하하 웃는 놈 투전(鬪錢) 허다가 다투는 놈 반취중에 욕허는 놈 진취중에 토허는 놈 잠에 지쳐 서서 자다 창끝에다 택 꿰인 놈 처처 많은 군병중에 병루즉장위불행(兵淚則將爲不幸)이라 장하(帳下)의 한 군사 벙치 벗어 손에 들고 여광여취(如狂如醉) 실성발광(失性發狂) 그저 퍼버리고 울음을 우니

< 아니리>
한 군사 내다르며 "아나 이얘 승상(丞相)은 지금 대군을 거나리고 천리전장(千里戰場)을 나오시여 승부가 미결되여 천하대사를 바래는디 왜 요망(妖妄)스럽게 울음은 우느냐 우지마고 이리 오니라 나하고 술이나 먹고 노자" 저 군사 연(然)하여 왈(曰) "네 말도 옳다마는 내의 설움을 들어봐라"

< 진양조>
"고당상(高堂上) 학발양친(鶴髮兩親) 배별(拜別)헌 지가 몇 날이나 되며 부혜(父兮)여 생아(生我)시고 모혜(母兮)여 육아(育我)시니 욕보기은(慾報其恩)인댄 호천망극(昊天罔極)이로구나 화목허던 절내권당(節內眷黨) 규중의 홍안처자(紅顔妻子) 천리전장에다가 나를 보내고 오날이나 소식이 올거나 내일이나 기별이 올거나 기두리고 바래다가 서산의 해는 기울어지니 출문망(出門望)이 몇 번이며 바람불고 비 죽죽 오난디 의려지망(倚閭之望)이 몇 번이나 되며 소중(蘇中)의 홍안거래(鴻雁去來) 편지를 뉘 전허며 상사곡(相思曲) 단장회(斷腸懷)는 주야수심(晝夜愁心)이 맺혔구나 조총환도(鳥銃還刀)를 들어메고 육전수전(陸戰水戰)을 섞어 헐 적에 생사가 조석이로구나 만일 객사를 허거드면 게 뉘랴서 안장(安葬)을 허며 골폭사장(骨曝沙場)이 희여져서 오연(烏鳶)의 밥이 된들 뉘랴 손뼉을 뚜다리며 날려 줄 이가 뉘 있드란 말이냐 일일사친(一日思親) 십이시(十二時)로구나"

< 아니리>
이렇듯이 설리우니 또 한 군사 내다르며 "아나 이얘 부모 생각 네 설움은 성효지심(誠孝之心)이 기특허다 전장에 나와서도 효성이 지극헌 것 뽄께 너는 안 죽고 살아 가겄다" 그 중에 또 한 군사 나서면서

< 중중머리>
"여봐라 군사들아 니 내 설움을 들어라 너희 내 설움을 들어봐라 나는 남에 오대 독신으로 열일곱에 장가들어 근 오십 장근(將近)토록 슬하일점혈육이 없어 매일 부부 한탄 했다.우리집 마누래가 왼갖 공을 다 드릴제 명산대찰 영신당(靈神堂) 고묘총상(古廟叢祀) 석왕사(釋王寺) 석불보살 미륵님 노구마지 집짓기와 칠성불공 나한불공(羅漢佛供) 백일산제 신중마지(神衆摩旨) 가사시주(袈裟施主) 인등시주(引燈施主) 다리 권선(勸善) 길닦기 ,집에 들어있는 날은 성주조왕(成主 王) 당산천룡(堂山天龍) 중천군웅(衆天群雄)의 지신제(地神祭)를 지극 정성 드리니 공든 탑 무너지며 심든 남기가 꺾어지랴 그 달부터 태기있어 석부정부좌(席不正不坐)허고 할부정불식(割不正不食)허고 이불청음성(耳不聽淫聲) 목불시악색(目不視惡色)하야 십삭(十朔)이 점점 차드니 하루난 해복기미(解腹幾微)가 있든가 보더라 아이고 배야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다리야 혼미(昏迷)중에 탄생허니 딸이라도 반가울디 아들을 낳었구나 열손에다 떠받들어 땅에 뉘일 날이 전혀 없이 삼칠일이 다 지내고 오륙삭 넘어가니 방바닥에 살이 올라 터덕터덕 노는 양 빵긋 웃는양 엄마 아빠 어루며 주야 사랑 애정(愛情)헌게 자식밖에 또 있느냐 뜻밖에 급한 난리 위국(魏國)땅 백성들아 적벽으로 싸움가자 나오너라 외난소리 아니 올 수가 없든구나 사당문 열어놓고 통곡재배(痛哭再拜) 하직헌 후 간간헌 어린 자식 유정헌 가솔(家率) 얼굴 안고 누워 등 치며 부디 이 자식을 잘 길러 나의 후사를 전해주오 생이별 하직허고 전장에를 나왔으나 언제나 내가 다시 돌아가 그립든 자식을 품안에 안고 아가 응아 어루어 볼거나 아이고 아이고 내 일이야"

< 아니리>
이렇듯이 울음 우니 여러 군사 허는 말이 "자식두고 우는 정은 졸장부의 말이로다 전장에 네 죽어도 후사(後嗣)는 전켔으니 네 설움은 가소롭다 " 그 중에 또 한 군사 나서면서

< 중머리>
"니 내 설움 들어봐라 나는 부모님을 조실(早失)허고 일가친척 바이 없어 혈혈단신 이 내 몸이 이성지합(二姓之合) 우리 아내 얼굴도 어여쁘고 행실도 조촐하야 종가대사(宗家大事) 탁신안정(托身安定) 일시 떠날 뜻이 바이 없어 철 가는 줄 모를 적에 불화평 일어나며 위국땅 백성들아 적벽(赤壁)으로 싸움가자 천아성 외난 소리 족불리지(足不履地) 나를 끌어내니 아니 올 수 없든구나 군복 입고 전립(戰笠)을 쓰고 창대 끌고 나올 적에 우리 아내 내 거동을 보더니 버선발로 우루루루 달려들어 나를 안고 엎더지며 '날 죽이고 가오 살려두고는 못가리다 이팔홍안(二八紅顔) 젊은 년을 나 혼자만 띠여두고 전장을 가랴시오' 내 마음이 어찌 되겄느냐 우리 마누래를 달래랄 제 '허허 마누라 우지마오 장부가 세상을 태어났다 전쟁출세(戰爭出世)를 못허고 죽으면 장부절개(丈夫節槪)가 아니라고 허니 우지 말라면 우지마오' 달래어도 아니 듣고 화를 내도 아니 듣든구나 잡었던 손길을 에후리쳐 떨치고 전장을 나왔으나 일부지전쟁(日復之戰爭)은 불식(不息)이라 살어가기 꾀를 낸들 동서남북으로 수직(守直)허니 함정(陷穽)에 든 범이 되고 그물에 걸린 내가 고기 로구나 어느 때나 고향을 가서 그립든 마누라 손을 잡고 만단정회(萬端情懷) 풀어 볼거나 아이고 아이고!" 울음을 우니

< 아니리>
여러 군사 헌느 말이 가속(家屬)이라 허는 것은 불가무자(不可無字)라 어쩔 수가 없느니라 네 설움을 울만허다 또 한군사가 나서는디 그 중에 키 작고 머리 크고 모구눈 주벅택에 쥐털수염 거사리고 작도만한 칼을 막 내두리며 만군중이 송신(送神)을 허게 말을 허겄다.

< 중중머리>
"이 놈 저 놈 말 듣거라 너희 울제 좀놈일다 위국자(爲國者) 불고가(不顧家)라 옛 글에도 일러 있고 남아하필연처자(男兒何必戀妻子)요 막향강촌(莫向江村) 노장년 허소 우리 몸이 군사되어 전장 나왔다가 공명도 못 이루고 속절없이 돌아가면 부끄럽지 않겠느냐 이 내 심사 평생 한(限)이 요하삼척(腰下三尺) 드는 칼로 호나양진(吳漢兩陣) 장수 머리를 번뜻 땡그렁 비어 들고 창 끝에 높이 달아 개가성(凱歌聲) 부르면서 득승고(得勝鼓) 다녀온다 다녀와 전장 갔든 낭군이 살아를 오니 반갑네 이리 오오 이리 와 울며불며 반기헐 제 원근당(遠近黨) 기쁨을 보이면 그 아니 좋드란 말이냐 우지 말라면 우지마라"

< 아니리>
이렇듯이 말을 허니 여러 군사 허는 말이 "네 말이 정 그렇다면 천하장사 항도령(項道令)이라고 불러주마" 또 한 군사 내다르며 싸움타령으로 노래를 허겄다.

< 중머리>
"시용간과(始用干戈) 헌원씨(軒轅氏) 여염제(餘炎帝)로 판천(阪泉) 싸움 능작대무(能作大霧) 치우작란(蚩尤作亂) 사로잡던 탁록(琢鹿)싸움 주 나라 쇠진천지(衰盡天地) 분분헌 춘추 싸움 위복진황(威福秦皇) 늙은 후에 잠식산동(蠶食山東) 육국(六國)싸움 봉기지장(蜂起之將) 요란허다 팔년풍진(八年風塵) 초한(楚漢)싸움 칠십여전(七十餘戰) 공이 없다 항도령의 우벽(羽壁)싸움에 아서라 싸움타령 가삼 끔쩍기 맥힌다 싸움타령 허지말고 공성신퇴(攻城身退) 허고지고" 또 한 군사 나서면서 "너희 아직 술잔 먹고 재담 취담(醉談) 실담(實談) 허담(虛談) 장담(壯談) 패담(悖談)허거니와 명일대전(明日大戰) 시살(弑殺)헐 제 승부를 뉘 알소냐 유능제강(柔能制剛)이요 약능적강(弱能適剛)이라 병가(兵家)의 징험(徵驗)이요 흥망성쇠 재덕(興亡盛衰在德)이니 승부간에 직사(直死) 악사(惡死) 몰살(沒殺)헐제 너희들 어찌 허랴느냐 ?" 뭇 군사들이 모도 이 말을 듣고 회심(悔心)걱정을 허올 적에

< 진양조>
떴다 저 까마귀 월명심야(月明深夜) 고요헌디 남천을 무릅쓰고 반공에 둥둥 높이 떠서 까옥까옥 까르르를 울고 가니 조조 듣고 묻는 말이 "저 까마귀 여하명(如何鳴)고?"

< 아니리>
좌우제장(左右諸將)이 대답허되 "달이 밝으매 별이 드무니 까마귀가 새벽인가하야 남으로 떠 우나보이다" 조조 듣고 시흥(詩興)이 도도(滔滔)하야 글 지어 읊었으되 "월명성희(月明星稀)에 오작(烏鵲)이 남비(南飛)허니 요수삼잡( 樹三 )에 무지가의(無枝可依)라 까마귀가 남으로 떠 울고 우리 진(陣)을 지내가니 어떻다 하리오" 제장중 유복(劉馥)이가 여짜오되 "월명성희에 오작이 남비하고 요수삼잡에 무지가의란 곡조는 명일 임전시에 불길조(不吉兆)로소이다" 조조 듣고 화를 내어 "네 이놈! 니가 어찌 나의 심중에 있는 말을 허는고! " 요설(妖說)이라 집단(執斷)허고 칼을 빼여 유복의 목을 콱 찔러놓니 애석한 그 죽엄은 근들 아니 불쌍허냐 이렇게 유복이를 죽여놓고 그대로 조조는 허허 웃고 장담허며 전쟁을 헐 량으로 수육군을 분발헐제

< 자진머리>
차일(此日) 수군도독(水軍都督) 모개(毛 ) 우금(于禁)이요 연쇄(連鎖) 전선(戰船) 필쇄(必鎖)허고 즉일군병(卽日軍兵) 재촉하야 조조 누선(樓船)에 높이 앉어 수륙군제장을 분발헐제 수진(水陣)의 중협총(中挾摠) 모개(毛 ) 우금(于禁)이요 전협총(前挾摠) 장합(張 )이요 좌협총(左挾摠) 문빙(文聘)이며 우협총(右挾摠) 여통(呂通) 후협총(後挾摠) 여건(呂虔)이라 육진의 전사파(前司把) 서황(徐晃)이며 좌사파 악진(樂進)이요 우사파 하후연(夏候淵)이며 수륙접응사(水陸接應使) 하후돈(夏候惇)이며 조홍(曺洪)이요 좌우호위장 허저(許 ) 장요(將遼)라 수진의 발방(發榜) 왈 (曰) "관기정착(官旗定捉) 이청금고(耳聽金鼓) 목시정기(目視旌旗) 가선여마(駕船如馬) 견적쟁선(見適爭先) 동주공명(同舟共命) 종도적주(縱逃敵舟)며 군법부대(軍法不貸) 관초고동(關哨鼓動) 기거(旗擧)아 육진에 분부허되 유유소설(悠悠小說)허면 가위소시(可謂小施)하야 시여천여(視如天如)라 가증여탈퇴(假曾汝脫退)면 적불급거(適不急遽)니 각대정제(各隊整齊)하야 불허참전(不許參戰) 월후(越後)하라" 각응성필(各應聲畢)에 전선(戰船) 풍기범(風旗帆)으로 연선(連船) 평지같이 왕래 하야 이리저리 다닌다.

< 아니리>
조조 연습을 관광허고 마음이 대희(大喜)하야 방사원(龐士元)의 묘한 계책을 진중(陣中)에 자랑허니 정욱(程昱) 순욱(筍昱)이 여짜오되 "만일 불로 치올진댄 어찌 회피 하오리까?" 조조 듣고 대답허되 내의 진(陣)은 북에 있고 저의 진은 남에 있으니 만일 불로 치면 저의 진이 먼저 탈 것이니 이는 반드시 승전할 묘법이로다" 수륙군 정돈하야 싸움을 재촉헐 제

< 중머리>

그때에 오나라 주유는 진셀르 가만히 살피더니 광풍이 흘기(忽起)허여 조채황기(曺寨黃旗)는 강중에 떨어지고 오진(吳陣) 깃발은 주유면상(周瑜面上)치고가니 화공(火攻)할 징조로되 동남풍이 없었으니 욕파무계(慾破無計)하야 한 소리 크게 허고 토혈(吐血) 기색이 가련토다

< 아니리>
주유 병세가 점점 치중허여 눕고 일지 못헐 적에 공명이 노숙을 반연(攀緣)허여 주유의 병을 볼제 좌우를 물리치고 양약(凉藥)을 먹일지라 "양(凉)은 서늘한게요 서늘한 즉 바람이라" 주유 질색하야 아무 대답을 아니 허니 공명이 다시 십육자 글을 써서 주유를 주니 주유 받아 본 즉 허였으되 '욕파조병(慾破曺兵)이면 의용화공(宜用火攻)허고 만사구비(萬事具備)허나 흠동남풍(欠東南風)이라 ' 주유보고 탄복허여 물어 왈 "바람은 천지 조화온디 어찌 인력으로 얻으리까?" 공명이 대답허되 "모사는 재인이요 성사는 재천이라 내 헐 일 다 헌 후에 천의야 어찌 아오리까 오백장졸만 명하야 주시면 노숙(魯肅)과 남병산(南屛山)에 올라가 동남풍을 비오 리다"

< 자진머리>
주유가 반겨듣고 오백장졸을 영솔(領率) "일백이십 정군(精軍)은 기(旗) 잡고 단(壇)을 지켜 청령사후(廳令伺候)허라!" 그때여 공명은 기풍삼일(祈風三日)허랴 허고 노숙과 병마(竝馬)허여 남병산 올라가서 지세를 살피더니 동남방 붉은 흙을 군사로 취용(取用)하야 삼층단(三層壇)을 높이 쌓니 방원(方圓)은 이십사장이요 매일층 고(高) 삼척 합허니 구척이로구나 하일층 이십팔수 각색기를 꽂았다 동방칠면 청기(靑旗)에는 교룡학호토호표(蛟龍狐兎虎豹)로다 포창룡지형(布蒼龍之形)하야 동방청기를 세우고 북방칠면 흑기(黑旗)에는 해우복서연저유(懈牛 鼠燕猪 )로다 작현무지세(作玄武之勢)하야 북방 흑기를 세우고 서방칠면 백기(白旗)에는 낭구치계오후원(狼狗稚鷄烏 猿)이라 거 백호지위(踞白虎之威)하야 서방백기를 세우고 남방칠면 홍기(紅旗)에는 간양장마녹사인( 羊獐馬鹿蛇蚓)이라 성주작지상(成朱雀之狀)하야 남방홍기를 세우고 제일층 중류에는 황신대기(黃神大旗)를 세웠으되 하도낙서(河圖洛書)그린 팔괘(八卦) 육십사괘를 안검(按劍) 팔위(八位)를 배립하야 한 가운데 둥두렷이 꽂고 상일층 용사인(用四人) 각인을 속발관대(束髮官戴)허고 검은 나포봉의(羅布鳳衣)와 박대주립(博帶朱笠) 방군(方裙)을 입히고 전좌입일인(前左立一人) 계칠성호대(繫七星號帶) 이표풍신(以表風信)허고 후좌입일인 봉보검(捧寶劍)허고 후우입일인 봉향로(捧香爐)하야 단하에 이십사인은 각각 정기보검(旌旗寶劍) 대극장창(大戟長槍) 황모백월(黃耗白鉞)과 주번조독(朱번早纛)을 가져 환요사면(環 四面)하라 차시(此時)에 공명은 목욕재계(沐浴齋戒) 정히허고 전조단발(剪爪斷髮) 신영백모(身孀白茅) 단상에 이르러서 노숙의 손을 잡고 "여보 자경(子敬)" "예" "자경은 진중에 내려가 공근(公瑾)의 조병(操兵)함을 도우되 만일 내가 비는 바 응(應)함이 없드래도 괴이함을 두지마오" 약속을 정하야 노숙을 보낸 후 수단장졸(守壇將卒)에게 엄숙히 영을 허되 "불허천이방위(不許遷移方位)허며 불허실구난언(不許失口亂言)허며 불허교두접이 (不許咬頭接耳)허며 불허대경소괴(不許大驚小怪)허라 만일 위령자(違令者)면 군법으로 참허리라" 그때여 공명은 완보(緩步)로 단에 올라

< 아니리>
분향헌작(焚香獻酌) 후에 하날을 우러러 독축(讀祝)을 허는디 이 축문의 조화를 뉘 알리 있겠느냐 삼일을 제 지내고 하단(下壇) ,장중에 잠깐 쉬어 풍색을 살피더니 바람을 얻은 후에

< 중머리>
머리 풀고 발 벗고 학창의를 거듬거듬 흉당(胸 )에다가 딱 붙이고 장막 밖으로 선뜻 퉁퉁 남병산을 얼른 넘어 상류를 바래보니 강천(江天)은 요락(搖落)허고 샛별이 둥실둥실 떠 지난 달빛 비꼈난디 오강변(吳江邊)을 당도허니 상산 조자룡(常山 趙子龍)은 배맡이 등대(等待)허고 선생 오기를 기다리다 선생 오심을 보고 자룡의 거동 봐라 선미에 바삐 내려 공명전 절허며 "선생은 위방진중(危邦陣中)을 평안히 다녀오시니까?" 공명 또한 반가라고 자룡 손길 잡고 "현주 안녕허옵시며 제장 군졸이 무사허오?" "예" 둘이 급히 배에 올라 일편 풍석(風席)을 순풍에 추여달고 도용도용(滔溶滔溶)떠나간다.

< 아니리>
그때에 주유는 일반문무(一般文武) 장대상(將臺上)에 모여앉어 군병조발을 에비헐 새 이 날 간간근야(間間近夜)에 천색은 청명허고 미풍이 부동커날 주유 노숙 다려 왈 "공명이 나를 속였다! 이 융동(隆冬)때에 동남풍이 있을쏘냐 ?" 노숙이 대답허되 "제 생각에는 아니 속일 듯 하여이다" "어찌 속일 줄을 아느뇨?" "공명을 지내보니 재주는 영웅이요 사람은 또한 군자라 군자영웅이 이러한 대사에 어찌 거짓으로 남을 속이리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사이다"

< 자진머리>
말이 맞지 못하야 이 날밤 삼경시에 바람이 차차 일어난다 뜻밖에 광풍이 우루루루 풍성(風聲)이 요란커늘 주유 급히 장대상에 퉁퉁 내려 깃발을 바래보니 청룡주작(靑龍朱雀) 양기각(兩旗脚)이 백호현무(白虎玄武)를 응하야 서북으로 펄펄 삽시간( 時間)에 동남대풍(東南大風)이 일어 기각이 와직끈 움죽 기폭판(旗幅版)도 떼그르르 천동(天動)같이 일어나니 주유가 이 모양을 보더니 간담이 떨어지는지라 '이 사람의 탈조화(奪造化)는 귀신도 난측(難測)이다 만일 오래두어서는 동오(東吳)에 화근이매 죽여 후환(後患)을 면하리라 ' 서성(徐盛) 정봉(丁奉)을 불러 은근히 분부허되 "너희 수륙으로 나누어 남병산 올라가 제갈량(諸葛亮)을 만나거든 장단을 묻지 말고 공명의 상투 잡고 드는 칼로 목을 얼른 싹- 미명에 당도허라.공명을 지내보니 재주는 영웅이요 사람은 군자라 죽이기는 아까우나 그대로 살려 두어서는 장차에 유환(有患)이니 명심불망(銘心不忘)허라!" 서성은 배를 타고 정봉은 말을 놓아 남병산 높은 봉을 나는 듯이 올라가 사면을 살펴보니 공명은 갇디 없고 집기장사(執旗壯士)에 당풍립(當風立)하야 끈 떨어진 차일(遮日) 장막 동남대풍에 펄렁펄렁 기 잡은 군사들은 여기저기가 이만허고 서 있거날 "이놈! 군사야 " "예" "공명이 어디로 가드냐?" 저 군사 여짜오되 "바람을 얻은 후 머리 풀고 발 벗고 이너머로 가더이다" 두 장수 분을 내어 "그러면 그렇지 지재차산중(只在此山中)이여든 종천강(從天降)허며 종지출(從地出)헐따 제 어디로 도망을 갈까" 단하로 쫓아가니 만경창파(萬頃蒼波) 너룬 바다 물결은 휘흥헌디 공명의 내거종적(來去踪跡) 무거처(無去處)여늘 수졸을 불러 "이놈! 수졸아 " "예" "공명이 어디로 가드냐" "아니 소졸등은 공명은 모르오나 차일인묘시(此日寅卯時) 강안(江岸)의 매인 배 양양(瀁瀁) 강수 맑은물에 고기낚는 어선배 십리장강 벽파상(碧波上) 왈애허던 거룻배 동강(桐江)의 칠리탄(七里灘) 엄자릉(嚴子陵)의 낚시배 오호상연월(五湖上煙月) 속에 범상공(梵相公) 가는 밴지 만단(萬端) 의심을 허였더니 뜻밖에 어떤 사람 머리 풀고 발 벗고 창황분주(蒼惶奔走) 내려와 선미(船尾)에 다다르매 그 배 안에서 일원대장이 우뚝 나서난디 한번 보매 두 번 보기 엄숙한 장수 선미에 퉁퉁 내려 절하매 읍(揖)을 치며 둘이 귀를 대고 무엇이라고 소근소근 고개를 까딱까딱 입을 쫑긋쫑긋 허더니 그 배를 급히 잡어타고 상류로 가더이다" "옳다 그것이 공명일다" 날랜 배를 잡어타고 "이놈 ,사공아!" "예" "네 배를 빨리 저어 공명 탄 배를 잡어야 망정 만일에 못 잡으면 이 내 장창으로 네 목을 땡그렁 비어 이 물에 풍덩 드리치면 니 백골을 뉘 찾으리" 사공들이 황겁하야 "여봐라 친구들아 우리가 까딱 잘못허다가는 오강(吳江)의 고기밥이 되겠구나 열 두 친구야 치다리 잡아라 워겨라 저어라 저어라 워겨라 어기야뒤야 어기야 어기 야뒤여 어어어허 어어어허어기야 엉어그야 엉어그야" 은은히 떠들어 갈 제 상류를 바래보니 강 여울 떴난 배 흰 부채 뒤적뒤적 공명 일시 분명쿠나 서성이 크게 외쳐 "저기 가는 공명선생! 가지말고 게 머무러 내의 한 말 듣고 가오" 공명이 허허 대소허며 "너의 도독 살해(殺害)마음 내 이미 아는지라 후일보자 화보하라" 서성 정봉 못듣는체 빨리 저어서 쫓아오며 "긴히 헐 말 있사오니 게 잠깐 머무소서" 자룡이 분을 내어 "선생은 어찌 저런 범람(氾濫)한 놈들을 목전에닥가 두오니까 소장의 한 살끝에 저 놈의 배아지를 산적(散炙)꿰듯 허오리다" 공명이 만류(挽留)허되 "아니 그는 양국대사(兩國大事)를 생각하야 죽이든 말으시고 놀래여서나 보내소서" 자룡이 분을 참고 선미에 우뚝 나서 "이 놈! 서성 정봉아 상산 조자룡을 아느냐 모르느냐, 우리나라 높은 선생 너의 나라 들어가서 유공이 많었거든 은혜는 생각잖고 해코저 딸오는냐 너희를 죽여 마땅허되 양국대사를 생각허여 죽이든 않거니와 내의 수단이나 네 보아라 " 가는배 머무르고 오는 배 바래보며 뱃보 안에가 드듯마듯 장궁철전(長弓鐵箭)을 먹여 비정비팔(非丁非八)허고 흉허(胸虛) 복실(腹實)하야 대두(大頭)를 숙이고 호무뼈 거들며 주먹이 터지게 좀통을 꽉 쥐고 삼지(三指)에 힘을 올려 궁현(弓弦)을 따르르르르 귀밑 아씩 정기일발(精氣一發) 딱지손을 딱 떼니 번개같이 빠른 살이 해상으로 피르르르 서성 탄 배 덜컥 돛대 와지끈 물에 풍 오든배 가로저 물결이 뒤채여 소슬광풍(蕭瑟狂風)에 뱃머리 빙빙빙빙빙 워리렁 출렁 뒤둥그러져 본국으로 떠나간다

< 중머리>
자룡의 거동 보아라 의기등등(意氣騰騰)하야 활든 팔 내리고 깍지손 올려 허리짚고 웅성(雄聲)으로 호령허되 "이 놈들! 당양(當陽) 장판교 싸움에 아두를 품에 품고 필마단창(匹馬單槍)으로 위국적병 십만대병을 한칼에 무찌르던 상산 조자룡이란 명망(名望)도 못들었는다 너희를 죽일 것이로되 우리 선생 명령하에 너희를 산적 주검을 못 시키는구나 어 분헌지고 ! 사공아!" "예" "똧 달고 노 저어라!" 순풍에 똧을 달고 도용도용 떠나간다

< 아니리>
서성 정봉이 겁주(怯走)하야 돌아와 이 사연을 회보(回報)허니 주유 하릴없이 그러면 조조를 먼저 치고 현덕을 후도(後圖)하자는 약속을 허고 수륙군을 분발헐제

< 중머리>
감녕(甘寧)은 채중(蔡中) 항졸(降卒) 거나리고 조조 진중 들어가서 거화위호(擧火爲號)허라 전영(前營)의 태사자(太史慈)는 각솔삼천(各率三千)허여 각처에 매복허고 영병군관(領兵軍官) 제일대 한당(韓當) 제 이대 주태(周泰) 제 삼대 장흠(蔣欽) 제 사대 진무(陣武)등은 삼백전선(三百戰船) 일자로 파열(擺列)허고 상부도독(上部都督) 주유(周瑜) 정보(程普) 서성 정봉 선봉대장 황개(黃蓋)라 주유 군중에 호령허되 "병법에 일렀으되 승화연여운(乘火煙如雲) 허고 일제 응진허며 봉총(捧銃) 휴봉(携棒)하야 산붕여장도(山崩如壯 )라고 허였으니 황개 화선(火船) 거화(炬火)보와 황혼시 호령출을 각선에 청후(聽候)허라" 기거(起居)아 차시에 한나라 공명선생 일엽편주를 빨리 저어 본국으로 돌아오니 일등 명장이 벌였난디 거기장군(車騎將軍) 장익덕과 진남장군 조자룡 군례로 꾸벅 꾸벅 현신허니 공명또한 군중에 답배(答拜)허고 현주께 뵈온 후에 장대상에가 높이 앉어 당보상(塘報上)의 금고(金鼓)를 쿵쿵 울리며 장졸을 차례로 분발(分發)헌디 병과(兵寡) 장소(將少)허니 필용파선(必用破船)이라 진남장군 조자룡을 불러 "그대는 삼천군 거나리고 오림(烏林) 갈대숲에 둔병매복(屯兵埋伏)을 허였다가 조병(曺兵)이 지나거든 내닫지 말고 선순(先軍) 지내거든 불놓아 엄살(掩殺)하야 사로잡아라" 기거아 거기장군 장익덕을 불러 "그대는 삼천군 거느리고 오림산등후(烏林山嶝後) 호로곡(葫蘆谷)에 둔병매복을 허였으면 명일 오시에 조조 비를 맞고 그리 지내다가 군사 밥멕이노라 연기 날것이니 엄살하야 사로 잡아라" 미방(靡芳) 미축(靡竺) 유봉(劉封)을 불러들여 "너희는 각각 모두 전선(戰船)타고 강상에 가 멀리 떴다 패군(敗軍) 기계(器械)를 앗아오너라"

< 아니리>
이렇듯이 약속하야 분발할 제

< 엇머리>
한 장수 들어온다 한 장수 들어온다 이난 뉜고 허니 한수정후(漢壽亭候) 관공(關公)이라 봉의 눈 부릅뜨고 삼각수 거사려 청룡도 비껴들고 엄연히 들어와 큰소리로 여짜오되 "형장(兄長) 모아 전장마다 낙오(落伍)헌 일이 없삽드니 오늘날 대전시(大戰時)에 찾난 일이 없사오니 그 어쩐 일이니까?"

< 아니리>
공명이 허허 웃고 대답허되 "장군을 제일 요긴한 화용도(華容道)로 보내랴 허였으나 전일 조조가 장군에게 후대(厚待)한 공이 적지 아니헌지라 정군께서는 조조를 잡고도 놓을 듯하야 정치 아니하오" 관공이 이 말을 듣더니 정생하야 칼을 짚고 궤고왈( 告曰) 군중은 무사정(無私情)이온디 어찌 사(私)를 두오리까 만일 조조를 잡고도 놓으면 의율당참(依律當斬) 하올차로 군령장을 올리거늘 공명이 허락하야 관공을 화용도로 보낼 적에 "장군은 제일 요긴한 화용도를 가시거든 화용도 소로 높은 봉에 불놓아 연기내고 조조를 유인허여 묻지 말고 잡어오오" 관공이 다시 꿇어 여짜오되 "그 곳에 질(길)이 둘이온디 만일 조조가 그 길로 아니오면 그는 어찌 허오리까?" "예 나도 그는 군령장을 도오니 그리 아오" 둘이 맞 군령장에 두 착함이 분명허니 관공이 대희(大喜)허사 관평(關平) 주창(周倉)을 거나리고 오교도수(五校刀手) 앞세워 원앙(鴛鴦)대로 배립(排立)하야 청도로 행군헐제 청도기를 벌렸난디 행군 절차가 꼭 이렇게 생겼든가 보더라.

< 자진머리>
총도기(靑纛旗)를 벌렸난디 청도 한쌍 홍문 한쌍 청룡 동남각 동북각 청고초청문(靑高招靑門) 한쌍 주작 남동각 남서각 홍고초홍문 한쌍 백호 서북각 서남각 백고 초백문 한쌍 현무 북동각 북서각 흑고초흑문 한쌍 황신표미(黃神豹尾) 금고(金鼓) 한쌍 나( ) 한쌍 쟁(錚) 한쌍 바래(疝 :바라) 한쌍 영기(令旗) 두쌍 고(鼓) 두쌍 세악(細樂) 두쌍 중삼현(中三鉉) 좌우간에 우영전(右營前) 집사 한쌍 군뢰직열(軍牢直列) 두쌍이 난후( 後) 친병(親兵) 교사(敎師) 당보(塘報) 각 두쌍으로 좌르르르 늘어서서 오마대(五馬臺)로 가는거동 기색은 여운(如雲)이요 검광(劍光)은 여상(如常)이라 위엄이 늠름 허고 살기가 등등허니 이런 대군행차가 세상에서는 드문지라

< 아니리>
현덕이 공명을 치사허고 주유용병 간심차(看審次)로 번구(樊口)를 내려서니 동남풍이 점기(漸起)로구나.

< 진양조>
그때여 적벽강 조조는 장대상(將臺上)에가 높이 앉어 장검을 어루만지며 "이봐 장졸 들어서라 이 내 장창으로 황건 동탁(董卓)을 베고 여포 사로잡어 사해를 평정허면 그 아니 천운이냐 하날이 날 위허여 도움이 분명허니 어찌 아니가 좋을소냐" 정욱이 여짜오되 "분분헌 융동(隆冬)때에 동남풍이 괴이허니 미리 예방을 허사이다"

< 아니리>
조조 허허 웃고 대답허되 "동지에 일양(日陽)이 시생(始生)허니 개유(豈有) 동남풍인가" 의심말라 분부허고 황개 약속을 기다릴제

< 중머리>
그때 오나라 황개는 이십화선(二十火船) 거나리고 청룡아기(靑龍牙旗) 선기상(船旗上)에 청포장을 둘러치고 삼승(三乘) 돛 높이 달아 오강(吳江) 여울 바람을 맞춰 지국총 소리허며 조조 진중 바래보고 은은히 더 들어가니 조조가 보고 대희허여 장졸다려 이른말이 "정욱아 네 보아라 정욱아 정욱아 네 보아라 황공복(黃公僕)이 나를 위허여 양초 많이 싣고 저기온다 정욱아 정욱아 네 보아라" 허허 허허 대소허니

< 아니리>
정욱이 여짜오되 군량(軍糧) 실은 배량이면 선체가 온중(穩重)헐디 둥덩실 높이 떠 요요(搖搖)허고 범류(泛流)허니 만일 간계 있을진대 어찌 회피 허오리까" 조조 듣고 의심내어 "그래 그래 그렇겄다잉 네 말이 당연허니 문빙 불러 방색하라" 문빙이 우뚝나서 "저기오는배 어디뱁나 우리 승상님 영전(令前)에는 진 안을 들어서지 말랍신다"

< 자진머리>
이 말이 지듯마듯 살 한 개가 피르르르 문빙 맞어 떨어지니 황개 화선(火船) 이십척 거화포(擧火砲) 승기전(乘機箭)과 때때때 나팔소리 두리둥둥 뇌고(雷鼓) 치며 좌우각선 부대가 동남풍에 배를 모아 불을 들고 달려들어 조조 백만군병에다가 한 번을 불이 버썩 천지가 떠그르르르 강산이 무너지고 두 번을 불이 버썩 우주가 바뀌난 듯 세 번을 불로 치니 화염이 충천 풍성(風聲)이 우르르 물결은 출렁 전선(戰船) 뒷등 돛대 외지끈 용총 활대 노사옥대 우비(雨備) 삼판다리 족판행장(足板行裝) 망어(網禦) 각포대(各布袋)가 물에가 풍 기치(旗幟) 펄펄 장막 쪽쪽 화전(火箭) 궁전(弓箭) 당파 창과 깨어진 퉁노구 거말장 바람쇠 나팔 큰 북 쟁(錚) 꽹과리 웽그렁 쳉그렁 와그르르 철철 산산히 깨어져서 풍파강상(風波江上)에 화광이 훨훨 수만전선(數萬戰船)이 간디 없고 적벽강이 뒤끓을 제 불빛이 난리가 아니냐 가련할 손 백만 군병은 날도 뛰도 오도가도 오무락 꼼짝딸싹 못허고 숨맥히고 기맥히고 살도 맞고 창에도 찔려 앉어 죽고 서서 죽고 웃다울다 죽고 밟혀 죽고 맞어 죽고 애타 죽고 성내 죽고 덜렁거리다 죽고 복장 덜컥 살에 맞어 물에거 풍 빠져 죽고 바사져 죽고 찢어져 죽고 가이없이 죽고 어이없이 죽고 무섭게 눈빠져서(혀)빠져 등터져 오사급사(誤死急死) 악사(惡死) 몰사(沒死)허여 다리도 작신 부러져 죽고 죽어보느라고 죽고 무단히 죽고 함부로 덤부로 죽고 땍때그르르 궁굴 다 아뿔사 낙상하야 가슴 쾅코아 뚜다리며 죽고 이 놈 제기 욕허며 죽고 꿈꾸다가 죽고 떡 큰 놈 입에다 물고 죽고 한 놈은 주머니를 뿌시럭 뿌시럭 거리더니 "워따 이 제기를 칠 놈들아 나는 이런 다급한 판에 먹고 죽을라고 비상(砒霜)사 넣드니라" 와삭와삭 깨물어 먹고 물에가 풍, 또 한놈은 돛대 끝으로 뿍뿍뿍뿍뿍 올라가드니 "아이고 하느님 나는 삼대 독자 외아들이요 제발 덕분 살려주오 " 빌다 물에가 풍, 또 한 놈은 뱃전으로 우루루 퉁퉁퉁퉁퉁 나가드니 고향을 바라 보며 망배(望拜) 망곡(望哭)으로 "아이고 아버지 어머니 나는 하릴없이 죽습니다. 언제 다시 뵈오리까" 물에가 풍 버끔이 부그르르르 또 한 놈은 그 통에 지가 한가(閑暇)한 칠 허고 시조 반장 빼다 죽고 즉사몰사 대해수중 깊은 물에 사람을 모도 국수 풀 듯 더럭더럭 풀며 적극(赤戟) 조총 괴암통 남날개 도래송곳 독바늘 적벽 풍파에 떠나갈 제 일등명장이 쓸디가 없고 날랜 장수가 무용이로구나 화전 궁전 가는 소리 여기서 도 피르르르 저기서도 피르르르 허저 장요 서황등은 조조를 보위하야 천방지축(天方地軸) 달아날 제 황개 화연(火煙) 무릎쓰고 쫓아보며 외는 말이 "붉은 홍포(紅袍) 입은 것이 조조니라 도망말고 쉬 죽어라" 선봉대장에 황개라 호통허니 조조가 황겁하야 입은 홍포를 벗어버리고 군사 전립(戰笠) 앗아 쓰고 다른 군사를 가리키며 "참 조조 저기 간다!" 제 이름을 제 부르며 "이 놈 조조야 날다려 조조란 놈 지가 진정 조조니라" 황개가 쫓아오며 저기 수염 긴 것이 조조니라" 조조 정신 기겁하야 긴 수염을 걷어잡아 와드득 와드득 쥐여뜯고 꽤탈양탈 도망헐 제 장요 활을 급히 쏘니 황개 맞어 물에가 풍 꺼꾸러져 낙수허니 공의(公義)야 날 살려라 한당(韓當)이 급히 건져 살을 빼어 본진으로 보낼 적에 좌우편 호통소리 조조 장요 넋이 없어 오림(烏林) 께로 도망을 헐 제 조조 잔말이 비상허여 "문 들어온다 바람닫아라 요강 마렵다 오줌 들여라 뒨중 낫다 똥칠세라 배 아프다 농(弄)치지마라 까딱허면은 똥 써겄다 여봐라 정욱아 위급허다 위급허다 날 살려라 날 살려라 " 조조가 겁짐에 말을 거꾸로 잡어타고 "아이고 여봐라 정욱아 어찌 이 놈의 말이 오늘은 퇴불여전(退不如前)허여 적벽강으로만 그저 뿌두둥뿌두둥 들어가니 이것이 웬일이냐 주유 노숙이 축지법을 못 허는줄 알었드니 아마도 축천(縮天) 축지법을 허나부다 " 정욱이 여짜오되 "승상이 말을 거꾸로 탔소" "언제 옳게 타겄느냐 말목아지만 쑥 빼다가 얼른 돌려 뒤에다 꽂아라 나 죽겄다 어서가자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 중머리>
창황분주(蒼惶奔走) 도망을 갈 제 새만 푸르를 날아나도 복병인가 의심허고 낙엽만 버썩 떨어져도 추병(追兵)인가 의심을 허며 엎떠지고 자빠지며 오림산(烏林山) 험한 곳을 반생반사 도망을 간다

< 아니리>
조조가 가다가 목을 움쑥움쑥 움치니 정욱이 여짜오되 "아 여보시오 승상님 무게 많은 중에 말 허리 느오리다 어찌하야 목은 그리 움치 시나니까?" "야야 말마라 말 말어 내 귓전에 화살이 위윙허고 눈우에 칼날이 번뜻번뜻 허는구나" 정욱이 여짜오되 "이제는 아무곳도 없사오니 목을 늘여 사면을 더러 살펴보옵소서 " "야야 진정 조용허냐?" 조조가 막 목을 늘여 사면을 살피랴 헐 제 의외에도 말굽통 머리에서 메초리란 놈이 푸루루루 날아나니 조조 깜짝 놀래 "아이고 여봐라! 정욱아 내 목 달아났다 목 있나 좀 보아라 " "눈치밝소 그 조그마한 메초리를 보고 그대지 놀래실진대 큰 장꿩 보았으면 기절 초풍 할 뻔 허였소그리여잉" "야야 그게 메초리드냐 허허 그놈 비록 조그마한 놈이지마는 털 뜯어서 가진 양념하야 보글보글 보글보글 볶아놓면 술 안주 몇 점 쌈박허니 좋니라마는" "그 우환 중에도 입맛은 안 변했소 그려잉" 조조가 목을 늘여 사면을 살펴보니 그 새 적벽강에서 죽은 군사들이 원조(寃鳥)라는 새가 되어 모도 조승상을 원망을 허며 우는디 이것이 적벽강 새타령이라고 허든가보더라.

< 중머리>
산천은 험준허고 수목은 총잡(叢雜)헌디 만학(萬壑)에 눈 쌓이고 천봉(千峰)에 바람칠 제 화초목실(花草木實)이 없었으니 앵무원앙이 끊쳤난디 새가 어이 울랴마는 적벽화전(赤壁火戰)에 죽은 군사 원조라는 새가 되어 조승상을 원망허여 지지거려 우더니라 나무나무 끝끝터리 앉어 우는 각 새소리 도탄(塗炭)에 싸인 군사 고향 이별이 몇 해런고 귀촉도(歸蜀道) 귀촉도 불여귀(不如歸)라 슬피우는 저 초혼조(招魂鳥) 여산군량(如山軍糧)이 소진(消盡)헌디 촌비노략(村匪擄掠)이 한 때로구나 소텡소텡 저 흉년새 백만군사를 자랑터니 금일 패군이 어인 일고 입삣죽 입삣죽 저 삣죽새 자칭 영웅 간 곳 없고 백계도생(百計圖生)의 꾀로만 판단 꾀꼬리 수리루리루 저 꾀꼬리 초평대로(草坪大路)를 마다허고 심산 총림(叢林)에 고리갹 까옥 저 가마귀 가련타 주린 장졸 냉병(冷病)인들 아니 드리 병이 좋다고 쑥국 쑥쑥국 장요(張遼)는 활을 들고 살이 없다 설어마라 살 간다 수루루루 저 호반(湖畔)새 반공에 둥둥 높이 떠 동남풍을 내가 막어 주랴느냐 너울너울 저 바람맥이 철망의 벗어났구나 화병(火兵)아 우지 말어라 노고지리 노고지리 저 종달새 황개 호통 겁을 내어 벗은 홍포를 내 입었네 따옥따옥이 저 따옥이 화용도(華容道)가 불원(不遠)이로댜ㅏ 적벽풍파가 밀어온다 어서 가자 저 게오리 웃난 끝에는 겁낸 장졸 갈수록이 얄망궂다 복병을 보고서 도망을 허리 이리 가며 팽당그르르르 저리 가며 행똥행똥 사설 많은 저 할미새 순금 갑옷을 어데다가 두고 살도 맞고 창에도 찔려 기한(飢寒)에 골몰(汨沒)이 되어 내 단장(丹粧)을 부러마라 상처의 똑기를 좃아 주마 뽀족헌 저 징구리로 속 텡빈 고목안고 오르며 때그르르르 내리며 꾸벅 때그르르 뚜드럭 꾸벅 찍꺽 때그르르르르 저 때쩌구리는 처량(凄凉)허구나 각 새소리 조조가 듣더니 탄식헌다 "우지마라 우지마라 각 새들아 너무나 우지를 말어라 너희가 모도 다 내 제장(諸將) 죽은 원귀(寃鬼)가 나를 원망허여서 우는구나"

< 아니리>
한참 이리 설리 울다가 히히히 해해해 대소허니 정욱이 여짜오되 "아 여보시오 승상님 근근도생(僅僅圖生) 창황중에 슬픈 신세를 생각잖고 어찌하야 또 그리 웃나니까?" "야야 말마라 말 말어 내 웃는게 다름이 아니니라. 주유는 실기(實技)는 좀 있으되 꾀가 없고 공명은 꾀는 좀 있으되 실기 없음을 생각하야 웃었느니라" 이 말이 지듯마듯

< 엇머리>
오림산곡 양편에서 고성화광(高聲火光)이 충천(衝天) 한 장수 나온다 한 장수 나온다 얼굴은 형산(荊山) 백옥같고 눈은 소상강 물결이라 인(麟)의 허리 곰의 팔녹포엄신갑(鹿布掩身甲)에 팔척장창(八尺長槍)을 비껴들어 당당위풍 일포성(一砲聲) 큰 소리로 호령허되 "네 이놈! 조조야 상산명장(常山名將) 조자룡(趙子龍) 아는다 모르는다, 조조는 닫지말고 내 장창 받아라!" 우레같은 소리를 벽력같이 지르며 말놓아 달려들어 동에 얼른 서를 쳐 남에 얼른 북을 쳐 생문으로 드리몰아 사문에 와 번뜻 장졸의 머리가 추풍낙엽이라 예 와서 번뜻허면 저가 땡그렁 베고 저 와서 번뜻허면 예와서 땡그렁 베고 좌우로 충돌 허리파 허리파 허리파 백송두리 꿩차듯 두꺼비 파리잡듯 은장도 칼 빼듯 여 날 번개치듯 횡행행행(橫行行行) 쳐들어갈제 피흘려 강수되고 주검이 여산이라 서황(徐晃) 장합 쌍접(雙接) 겨우겨우 방어허고 호로곡(葫蘆谷)으로 도망을 간다.

< 아니리>
이렇듯 도망을 허여 호로곡으로 들어가며 신세자탄(身世自嘆) 울음을 우는디,

< 진양조>
바람은 우루루루 지동(地動)치듯 불고 궂은 비는 퍼붓는디 갑옷 젖고 기계(器械) 잃고 어디메로 가야만 살끄나 조조 군중(軍衆)에 영을 놓아 촌락노략(村落擄掠) 양식을 얻고 말도 잡아 약간 구급(救急)을 허며 젖은 옷은 쇄풍( 風)에 달고 겨우 기어 살어갈제 한 곳을 바래보니 한수(漢水) 여울 흐른 물은 이릉교(夷陵橋)로 닿었난디 적적산곡(寂寂山谷) 청계상(淸溪上)의 쌍쌍 백구(白鷗)만 흘리 떨구나 두 쭉지를 쩍 벌리고 펄펄 수루루루 둥덩 우후청강(雨後淸江) 좋은 흥미 묻노라 저 백구야 너는 어이 한가허여 홍요월색(紅蓼月色) 어인일고 어적수성(漁笛數聲)이 적막헌디 뉘 기약(期約)에를 나왔다가 백만 군사 몰사를 시키고 풍파에 곤한 신세 반생반사 되었으니 무슨 면목으로 고향을 갈끄나 애돕고 분헌뜻을 어이허면은 갚드란 말이냐

< 아니리>
이렇듯이 설리울다 히히 해해 대소허니 정욱이 기가 맥혀 "얘들아 승상님이 도 웃으셨다. 승상님이 웃으시면 복병이 꼭꼭 나타나느니라" 조조 듣고 얕은 속에 화를 내여 "야 이놈들아! 내가 웃으면 복병이 꼭꼭 나타난단 말이야? 아 이전에 우리집에서는 아무리 웃어도 복병은커녕 뱃병도 안나고 술병(甁)만 꼭꼭 들어오더라 이 놈들 아!" 이 말이 지듯말 듯 좌우산곡에서 복병이 일어나니 정욱이 기가막혀 "여보시오 승상님 죽어도 원이나 없게 즐기시는 웃음이나 싫컨 더 웃어보시오" 조조 웃음 쑥 들어가고 미쳐 정신 못 차릴 적에

< 자진머리>
장비의 거동 봐라 표독(慓毒)한 저 장수 먹장낯 고리눈에 다박수염 거사리고 흑총마(黑 馬)칩터타(?) 사모장창(蛇矛長槍)들고 불끝같이 급한 성정(性情) 맹호같이 달려들어 워따! 이 놈 조조야 날따 길따 길따 날따 파랑개비라 비상천(飛上天)허며 뒤저기라 땅을 팔따 닫지 말고 창 받어라 !" 우레같은 소리를 벽력같이 뒤지르며 군중을 횡행(橫行)하야 조조 약간 남은 군령장(軍令狀) 일시에 다 뺏는다 청도순시(靑道巡視) 사명영기(使命令旗) 언월환도(偃月還刀) 쟁(錚) 북 나팔 금고 세악수(細樂手) 화전(火箭) 숙정패(肅靜牌) 장창대검 쇠도리깨 투구 갑옷 화살 동개 고도리 세신(細身) 바늘 도리송곳 바람쇠 장막 통노구 부쇠 화심을 일시에 모도 앗고 차시에 대장이 풍백(風伯)을 호령허니 웅성낙조(雄聲落鳥) 불견하야 나는 새도 떨어지고 땅이 툭툭 꺼지난 듯 조조가 황겁(惶怯)하야 아래택만 까불까불 "여봐라 정욱아 전일에 관공(關公)말이 내 아우 장익덕은 만군중 장수 머리를 풀같이 비어온다 주야장천 포장( 奬)터니 그 말이 적실(的實)허니 이러한 영웅중에 내가 어이 살어나리 날 살려라 날 살려라" 허저(許 ) 장요(張遼) 서황(徐晃) 등은 안장(鞍裝)없는 말을 타고 한사협공(限死挾攻) 방어헐 제 조조는 갑옷 벗고 군사한테 뒤섞이여 이리비틀 저리 비틀 천방지축의 도망을 갈 제

< 아니리>
한 곳을 당도허니 전면에 두 길이 있는지라 조조 제장다려 물어 왈 "어느 지경으로 닿았으며 저 길은 어느 지경으로 행허느냐?" 제장이 대답허되 "두 길 모두 남군(南郡)으로 통하옵니다만 대로로는 초평(草坪)허오나 이십리가 더 머옵고 소로로는 가까우나 화용도 길이 험악허오니 초평대로로 가사이다" 조조 위급함만 생각허고 소로로 가자 정욱이 여짜오되 "소로 산상에 화광이 있사온즉 봉연기처(烽煙氣處)에 필유군마(必有軍馬) 유진(有陣) 허리니 초평대로로 가사이다" 조조 듣고 화를 내어 "네 이놈! 니가 병법도 모르고 그래갖고 장수라 어이 다니는고! 병서에 허였으되 실즉허(實卽虛)하고 허즉실(虛卽實)이라 허였느니라. 꾀많은 공명이가 대로에 복병 허고 소로에 헛불 놓아 나를 못가게 유인을 허제마는 내가 제까짓 놈 꾀에 빠질 성 싶으냐 잔말 말고 소로로 가자" 장졸을 억제(抑制)허고 화용도로 들어갈 제

< 중머리>
이 때 인마 기진허여 대인 노약(老弱) 막대 짚고 상한 장졸 갱령(更營)허여 눈비 섞어 오는 날에 산고수첩(山高水疊) 험한 길로 휘여진 잡목이며 엉크러진 칡잎을 허첨허첨 검처잡고 후유 끌끌 서를 차며 촉도지난(蜀道之難)이 험타헌들 이어서 더 헐소냐 허저 장요 서황등은 뒤를 살펴 방어허고 정욱이가 울음을 운다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평생의 소학지심(所學之心) 운주결승(運籌決勝) 허쟀더 니 제부종시불여의(諸復終始不如意)로구나 초행(草行) 노숙(露宿) 어인일고 승상이 망상(妄想)허여 주색보면 한사(限死)허고 임전(臨戰)허면 꾀병터니 삼부육사(三傅六師) 간 곳 없고 백만군사가 몰사허니 모사(謀事)가 허사(虛事)되고 장수(將帥)또 한 공수(空手)로다 " 이렇다시 울음을 우니 전별장(全別將)도 울고간다 "박망(博望)의 소둔(燒鈍) 게우 살어 적벽화전 또 웬일고 우설에 상한 길을 고치라고만 호령허니 지친 군사가 원 없을까 전복병(全伏兵)에 살아오나 후복병(後伏兵) 다시 나면 그 일을 뉘랴서 당허드란 말이냐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울음을 우니

< 아니리>
조조 듣고 화를 내어 "네 이 놈들! 사생(死生)이 유명(有命)커든 너희 왜 우는고! 또 다시 우는 놈이 있으면 군법으로 참허리라 " 초원산곡 아득헌디 두세번 머물러 낙오패졸(落伍敗卒) 영솔(領率)하야 한 곳을 당도허니 적적산중 송림간에 소리없이 키 큰 장수 노목(怒目)을 질시(嫉視)허고 채 수염 점잔헌디 엄연이 서 있거날 조조 보고 대경(大驚) 질겁하야 "여봐라 정욱아 나를 보고 우뚝섰는 저 장수가 누군가 좀 살펴봐라 어디서 보든 얼굴 같으다 " 정욱이 여짜오되 "승상님 그게 장승이요 " 조조 깜짝 놀래며 "장승이라니 거 장비네 한 일가냐?" 정욱이 기가 맥혀 "아 여보시오 승상님 화용도 이수(里數)표시헌 장승이온디 그대지 놀래시니까?" 조조 듣고 화를 내어 "이 용망한 장승놈이 영웅 나를 속였그나잉 네 그 장승놈 잡아들여 군법으로 시행하라!" "예이" 좌우 군사 소리치고 달려들어 장승 잡아 들일 적에 조조가 잠깐 조우더니 비몽사몽간에 목신이 현몽(現夢)을 허는디

< 중중머리>
천지만물 삼겨날 제 각색 초목이 먼저 나 인황씨(人皇氏) 신농씨(神農氏) 구목위소(構木爲巢)를 허였고 헌원씨(軒轅氏) 작주거(作舟車) 이제불통(以濟不通)을 허였고 석상의 오동목(梧桐木)은 오현금 복판되어 대순슬상(大舜膝上)에 비껴누어 남풍가(南風歌) 지어내어 시르렁 둥덩 탈 제 봉황도 춤추고 산조(山鳥)도 날아드니 그 아니 태평이며 문왕지(文王之) 감당목(甘棠木)은 비파성(琵琶聲) 띄어 있고 사후영혼(死後靈魂) 관판목(棺板木)은 백골시체 안장(安葬)허고 신발실당(身發室堂) 허올 적에 율목(栗木)은 신주(神主)되어 사시절사(四時節祀) 기고일(忌故日)에 만반진수(滿盤珍羞) 설위(設位)허고 분향헌작(焚香獻爵) 독축(讀祝)허니 그 소중이 어떠허며 목물팔자(木物八字)가 다 좋으되 이 내 일신 곤궁(困窮)하야 하산작량(下山作樑)이 몇해런고 궁궐동냥(宮闕棟梁) 못될진댄 차라리 다 보리고 대광(大廣)이나 바랬더니마는 무지헌 어떤 놈이 가지 찢어 방천(防川)말과 동동이 끊어 내어 마판구시 작도판(斫刀版) 개밥통 뒷간 가래 소욕(所欲)대로 다 헌 후에 남은 것은 목수를 시켜 어느 험귀(險鬼) 얼굴인지 방울눈 다박수염 주먹코 주토(朱土)칠 팔 자없는 사모품대(紗帽品帶) 장승이라고 이름지어 행인거래 대도상에 엄연히 세워 두니 입이 있으니 말을 허며 발이 있어 걸어갈까 유이불문(有耳不聞) 유목불견(有木不見) 불피풍우(不避風雨) 우뚝 서서 진퇴 중에 있는 나를 승상님은 모르시고 그대지 놀래시니 그리허고 대진(對陣)허면 기군찬역(欺君簒逆) 아닌 나를 무죄행 형(無罪行刑)이 웬 일이요 분간방송(分揀放送) 허옵기를 천만 천만 바래내다

< 아니리>
조조 깜짝 놀래 잠에서 퍼떡 깨더니마는 "얘들아 얘들아 목신행형(木神行刑)마라 목신보고 놀랜게 내 도리어 실체(失體)이 로구나 분간방송(分揀放送) 허여라" 도로 그 자리에 갖다 세웠겄다 조조가 화찜에 일호주(一壺酒) 취케 먹고앉어 오한양진(吳漢兩陣) 장수놈들 험구(險口)를 허는디 이런 가관이 없제 "얘들아 내가 이번 싸움에 패를 좀 보기는 보았지마는 도대체 오한양진 장수놈들 근본인 즉 그놈들 다 별 보잘 것 없는 숭헌 상놈들이니라. 유현덕인가 이 손은 지가 자칭 한종실이라 호되 양산채마전(梁山菜麻田)에서 돛자리치기 짚신삼아 생아 (生餓)허든 궁반(窮班)이요 관공 그 손은 하동 그릇장사 점한(店漢)이요 장비 그 손은 탁군( 軍) 산육장사놈이라 그 놈의 고리눈에 둘리어 유관장 삼인이 결의형제를 맺었겄다 또한 조자룡인지 이 손은 지가 벼룩신령 아들놈인 체허고 진중을 팔팔팔팔 뛰어다니며 꼭 아까운 장수 목만 싹싹 비어가거든. 그 놈 근본 뉘 알 수 있나. 상산 돌틈에서 쑥 불거진 놈이라 뉘 놈의 자식인 줄 모르제마는 저희들끼리 차작(借作)허여 조자룡이라 허겄다. 내 나이가 실즉(實則) 존장(尊長)인디 아 이 놈이 여차허면 이 놈 조조야 이 놈 조조야 허니 내가 세욕(世欲)에 뜻이 없어지거든 그 놈 뒈졌으면 좋겠지마는 죽지도 않고 웬수놈이었다. 또한 제갈량인지 이 손은 지가 술법있는체허고 말은 잘 허거니와 현덕이가 용렬(庸劣)헌 자라 그 손을 데려다가 선생이니 후생이니 허지마는 남양에서 밭갈던 농토생(農土生)이 아니냐? 제까짓놈이 알면 얼마나 알겠느냐 너희들 그리 알고 그 손들게 미리 겁내지 마리 잉. 그 놈들 다 별 보잘 것 없는 숭헌 보리붕태니라" 정욱이 여짜오되 "왕후장상(王侯將相)이 영유종호(寧有種乎)아 예로부터 일렀삽고 병교자(兵驕者) 는 패라 허니 남의 험구 그만허고 남은 군사 점고(点考)나 허여 보사이다 " "점고 허잘 것 무엇있냐 정욱이 너 나 나 너 모두 합쳐서 한 오십여명쯤 되니 손가락으로 꼽아봐도 알겄구나 . 정욱이 니가 점고허여 보아라" 정욱이가 군안(軍案)을 안고 군사점고를 허는디 "대장의 안유명(安有名)이 물고(物故)요" 조조 듣고 "앗차차차차차! 아까운 놈이 죽었구나. 안유명이가 어찌허여 죽었느냐 ?" "오림에서 자룡 만나 죽었소" "야 이 놈들아 너희들 급히 한나라 가서 안유명이 살인 물러 오너라" "승상님이 혼자 가서 물러 오시오" "야 이 놈들아! 나 혼자 가서 맞어 죽게야?" "그러면 소졸들은 어찌 간단 말이요" "워따 이 놈들아 그 놈이 하도 불쌍해서 허는 말이로다 . 또 불러라" "후사파(後司把)에 천총(千摠) 허무적(許無跡)이"

< 중머리>
허무적이가 들어온다 투구 벗어 손에 들고 갑옷 벗어 짊어지고 부러진 창 대를 거꾸로 짚고 전동전동 들어오며 원한(怨恨)하니 "제갈량 동남풍 아닐진대 백만대병이 다 죽을까 어찌타 불에 쇠진(衰盡)하야 돌 아가지 못할 패군 갈 도리(道理)는 아니허고 점고는 웬 일이요 점고 말고 어서 가사이다" 조조 화를 내어 "이 놈! 너는 천총지도례(千摠之道禮)로 군례(軍禮)도 없이 오연불배(傲然不拜) 괘씸허다 네 저 놈 목 싹 비어 내 던져라!" 허무적이 기가 맥혀 "예 죽여주오 승상 장하에 죽거드면 혼비중천(魂飛中天) 고향 가서 부모동생 처자 권솔 얼굴이나 보겄내다 당장에 목숨을 끊어 주오" 조조 감심(感心)허여 오냐 허무적아 우지 마라 네 부모가 내 부모요 네 권솔이 내 권솔이니 우지마라 우지를 말어라 이 얘 허무적아 우지마라"

< 아니리>
"우지 말고 거기 있다가 점고 끝에 함께 가자 또 불러라" "좌기병(左旗兵)에 골래종(骨內腫)이"

< 엇머리>
골래종이 들어온다 골래종이 들어온다 좌편팔 창을 맞고 우편팔 살을 맞어 다리도 절룩절룩 반생반사 들어와 "예!"

< 아니리>
조조가 보더니 박장대소를 허며 "워따! 그놈 병신부자(病身富者)로구나 우리는 죽겄다 살겄다 달아나면 저 놈은 뒤에 느즈막허니 떨어졌다가 우리 간 곳만 손가락질로 똑똑 가르쳐 줄 놈이니 너희들 여러날 전쟁불식에 소증(素症)인들 없겠느냐 네 저놈 큰 가마솥에다 물 많이 붓고 푹신 진케 대려라 한 그릇씩 마시고 가자" 골래종이 골을 내어 눈을 찢어지게 흘기며 "승상님 눈 뽄이 인장식(人醬食) 많이 허게 생겼소" "네 저 놈 보기 싫다! 쫓아내고 또 불러라" "우기병(右旗兵)에 전동다리!"

< 중중머리>
전동다리가 들어온다 전동다리가 들어온다 부러진 창대 들어메고 발세치레 건조(乾調)로 세발걸음 중 띄엄 몸을 날려 껑정껑정 섭수(攝手)있게 들어와 "예!"

< 아니리>
조조가 보더니 "에게! 웬 놈이 저리 성허냐 성허거든 회(膾)쳐 잡수시오" "네 이놈! 그게 웬 말인고?" "아 승상님도 생각을 좀 해보시오 쌈할때는 뒤로 숨고 쌈 아니할 때는 앞에서 저정(佇頂)거리고 다니면 죽을 배도 없고 병신될 배 만무허지요" "워따 그 놈 뒀다가 군중에 씨할까 무섭구나 저 놈 보기싫다 쫓아내고 또 불러라" "마병장(馬兵將) 구먹쇠!" "예!" "너는 전장에 잃은 것은 없느냐?" "예 잃은 건 별로 없소" "야 그 놈 신통헌 놈이로구나 말은 다 어쨋느냐?" "팔았지요" "야 이 놈아 말 없으면 무엇을 타고 간단 말이냐 " "아따 원 승상님도, 타고갈 건 걱정 마시오 들것에다 담아메고 가든지 정 편케 가실량이면 지게에다 짊어지고 설렁설렁 가면 짐 붓고 더욱 좋지요" "야 이 놈아 내가 앉은 뱅이 의원이냐 지게에다 지고 가게. 기 놈 눈구녁 뽄이 큰 일 낼 놈이로고." "눈이사 승상님 눈이 더 큰 일 내게 생겼지라" "워따 저 놈들 말말에 폭폭하야 나 죽겄다. 여봐라 정욱아 점고 그만허고 내 우선 시장허니 군량직(軍糧職)불러 밥 지어라"

< 중머리>
점고하야 보니 불과 백여명이라 그 중에 갑옷 벗고 투구 벗고 창 잃고 앉은 놈 누운 놈 엎진 놈 폐진 놈 배가 고파 기진헌 놈 고향을 바라보며 앙천통곡 우는 소리 화용산곡(華容山谷)이 망망허다 조조 마상에서 채를 들어 호령허며 행군 길을 재촉허드니마는

< 아니리>
히히해해 대소허니 정욱이 기가 맥혀 "얘들아 승상님이 또 웃으셨다 적벽에 한 번 웃어 백만군사 몰사허고 오림에 두번 웃어 죽을 봉변 당하고 이 병(甁) 속같은 데서 또 웃어 놨으니 이제는 씨도 없이 다 죽는구나"
조조 듣고 화를 내어 "야 이 놈들아! 느그는 내 곧 웃으면 트집 잡지 말고 느그 놈들도 생각을 좀 해 봐라 주유 공명이가 이 곳에다가 복병은 말고 병든 군사 여나뭇만 묻어 두었드리도 조조는 말고 비조(飛鳥)라도 살어 갈 수가 있겠느냐" 히히해해 대소허니

< 자진머리>
웃음이 지듯마듯 화용도 산상에서 방포성(放砲聲)이 꿍! 이 넘에서도 꿍 저 넘에서도 꿍 궁그르르르 화용산곡이 뒤끓으니 위국장졸(魏國將卒)들이 혼불부신(魂不附身)하야 면면상고(面面相顧) 서 있을제 오백 도부수가 양편으로 갈라 서서 대장기(大將旗)를 들었난디 대원수 관공 삼군 사명기(使命旗)라 둥두렷이 새겼난디 늠름허다 주안봉목(朱顔鳳目) 와잠미(臥蠶眉) 삼각수(三角鬚)에 봉이 눈을 부릅쓰고 청룡도 비껴 들고 적토마 달려오며 우레같은 소리를 벽력같이 뒤지르며 "네 이놈 조조야! 짜른 목 길게 빼어 청룡도 받어라!" 조조가 기가 맥혀 "여봐라 정욱아 오는 장수가 누구냐 ?" 정욱이도 혼을 잃고 "호통소리 장비같고 날랜 모양 자룡 같소" "자세히좀 살펴봐라" 정욱이 정신 채려 살펴보고 허는 말이 "기색은 홍색이요 위풍이 인후(仁厚)허니 관공일시 분명허오 .더욱 관공이라면 욕도무처(欲逃無處)요 욕탈무계(欲脫無計)라

< 아니리>
사세(事勢) 도차(到此)허니 암캐나 한 번 대전허여 볼 밖에 도리가 없다 너희들 도 힘껏 한 번 싸워 보아라" 정욱이 여짜오되

< 중머리>
장군님의 높은 재주 호통소리 한 번허면 길 짐생도 갈 수 없고 검광(劍光)이 번뜻허면 나는 새도 뚝 떨어지니 적수단검(赤手單劍)으로 오관참장(五關斬將)허던 수단 인마기진(人馬氣盡)허였으니 감히 어찌 당허리까 만일 당적(當敵)을 허랴다는 씨없이 모도 죽일테니 전일 장군님이 승상 은혜를 입었으니 어서 빌어나 보옵소서" "빌 마음도 있다마는 내의 웅명(雄名)이 삼국에 으뜸이라 사즉 사(死卽 死)언전 이제 내가 비는 것은 후세의 웃음이 되리로다"

< 아니리>
"얘들아 내가 신통한 꾀를 하나 생각했다." "무슨 꾀를 생각했소?" "나를 죽었다고 홑이불 덮어놓고 군중에 발상(發喪)허고 너희들 모두 발 뻗어놓고 앉아 울면 송장이라고 피할 것이니 홑이불 뒤집어 쓰고 살살 기다가 한 달음박질로 달아나자" 정욱이 여짜오되 "아 여보시오 승상님! 산 승상 잡으려고 양국 명장이 쟁공(爭功)헌디 사승상(死丞相) 목 베기야 청룡도 그 잘 드는 칼로 누운 목 얼마나 그리 힘들어 베오리까 공 연헌 꾀 냈다가 목만 허비하고 보면 다시 움질어 날 수도 없고 화용원귀 도리 테오니 옅은 꾀 내지 말고 어서 들어가 한 번 빌어나 보옵소서" 조조 할 일없이 장군마하(將軍馬下)에 빌러 들어가는디

<중머리>
투구 벗어 땅에 놓고 갑옷 벗어서 말게 얹고 장검 빼어 땅에 꽂고 대아 머리 고추상투 가는 목을 움뜨리고 모양 없이 들어가서 큰 키를 줄이면서 간교한 웃음소리로 히히 해해 몸을 굽혀 절허며 허는 말이 "장군님 뵈온지 오래오니 별래무양(別來無恙)허시니까 ?" 관공의 어진 마음 마상에서 몸을 굽혀 호언으로 대답허되 "나는 봉명(奉命)하야 조승상을 잡으려고 이 곳에 와 복병하야 기다린지 오래겼다" 조조가 비는 말이 "탁명한생(濁名寒生) 조맹덕(曺孟德)은 천자의 명을 받아 만군을 거나리고 천리 전장 나왔다가 오적(吳敵)에 패(敗)를 보고 초수오산(楚水吳山) 험한 길에 황망이도 가옵다가 천만의외 이 곳에서 장군님을 만났으니 어찌 아니 반가리까 유정허신 자군님은 고정(古情)을 생각허여 살려 돌아보내주심을 천만 천만 바래내다" 관공이 꾸짖어 왈 "이 놈 네 말이 간사헌 말이로다 내 비록 전일에 후은(厚恩)은 입었으나 오늘날 은 오한(吳漢) 양진사(兩陣事)에 어찌 사(私)를 쪄 공(公)을 폐(廢)허리오 진직 죽일 것이로되 전일명분 생각고 문답은 서로 허거니와 필경은 죽이려니 네 누세(累世)한녹지신(漢祿之臣)으로 릉상겁(凌上劫)헐뿐더러 삼분천하(三分天下) 분분험도 널로 하야 오련허고 기린각충후인(麒麟閣忠厚人)도 널로 하야 훼파(毁破)되니 난 세지간웅(亂世之奸雄)이요 치세지능신(治世之能臣) 너를 뉘 아니 미워허리 좋은 길 다 버리고 화용도로 들을 때는 네 웅명이 그 뿐이니 잔말 말고 칼 받어라 " 조조가 다시 비는 말이 "장군님 듣조시오 절흉(絶凶)같은 흉노로되 백등(白登) 칠일지위(七日之圍)허여 한고조(漢高祖)를 살렸삽고 지백지신(智伯之臣) 예양(豫讓)이는 조양자(趙襄子)를 죽이려고 협비수(挾匕首)허고 궁중도치(宮中塗 )허였으되 조양자 어진 마음 의인 (義人)이라 이르시고 오근피지(吾謹避之)를 허였으니 장군님도 그를 보아 소장을 살려주고 삼가에 피하소서 " 관공이 꾸짖어 왈 "예양은 의인이요 조양자는 천중대인(天中大人)이라 일이 그러허거니와 너는 한 나라 적자(賊子)요 나는 한나라 의장(義將)이라 네 잡으로 예 왔으니 어찌 너를 살려서 보낼소냐 갈길이 총급(悤急)허니 잔말 말고 칼 받어라"

< 중중머리>
우레같은 호통소리 조조의 약간 남은 일촌간장(一寸肝臟)이 다 녹는다 "아이고 여보 장군님 시각(時刻)에 죽일망정 나의 한 말을 들어보오 전사(前事)를 잊으리까 장군의 장약(將略)으로 황건적 패를 보아 도원형제 분산(分散)허고 거주를 모르실 제 내 나라로 모셔들여 삼일소연(三日小宴) 오일대연(五日大宴) 상마(上馬)에 천금이요 하마에 백금이라 금은보화 아끼잖고 말로 되어서 드렸으며 천하일색 골라 들여 고대광실(高臺廣室) 높은 집 미녀충공(美女充供)허였으며 조석으로 문안등대(問安等待) 정성으로 봉양터니 그 정회(情懷)가 적다허고 도원형제 만나려고 고귀(告歸)없이 가실 적에 오관(五關) 육장(六將)을 다 죽여도 나는 원망을 아니허고 직지(直指) 호송을 허였는디 장근님은 어찌허여 고정을 저바리시고 원수같이 미워허니 의장이라 허신 말씀 그 아니 허사(虛事)니까"

< 엇머리>
관공이 꾸짖어 왈 "네 이 놈 조조야! 내 그때 운수불길하야 네 나라 갔을 적에 하북대장 안량(顔良) 문추(文醜)가 네 나라 수다장졸(數多將卒) 씨 없이 모도 죽이거날 운혜를 생각허니 그저 있기가 미안허여 나로서 자청허고 전장을 나갈 적에 네 손으로 술을 부어 내게 올리거날 잔을 잠깐 머무르고 적토마상에 선뜻 올라 나는 듯이 달려가 안량 문추 두 장수 머리를 선뜻 땡그렁 비어들고 네 진으로 돌아오니 술이 식지 아니했고 적장(敵將)이 황겁하야 백마위진(白馬圍陣) 무너지고 벽산도 천리 땅을 일전에 모도 앗아 내어 네 안책(案冊)에 기록허니 그 은혜 갚아 있고 오늘은 네를 잡을 때라 군령장 다짐을 두었으니 잔말 말고 칼 받어라"

< 아니리>
칼을 번쩍 빼어 들고 조조 앞으로 바싹 달려 드니 조조 대경 질겁하야 옷깃으로 가리면서 칼 막으려고 방색(防塞)을 허니 관공이 웃으시며 "니가 박작을 쓰고 벼락은 피헐망정 네 옷깃으로 내 청룡도를 피한단 말이냐?" "글쎄요 초행(草行) 노숙(露宿)허옵다가 겁결(怯結)에 잠이 깨어 초풍(招風)헐까 조급(躁急)허니 장군님은 제발 가까이 서지는 마옵소서" "네 말이 날다려 유정(有情)타허며 어찌 가까이 서지는 말라는고?" 글쎄요 장군님은 유정허오나 청룡도는 무정허여 고정을 베일까 염려로소이다" 관공이 청룡도를 높이 들어 조조 목을 베이난듯 "검여두이혼인(劍與頭而婚姻)허면 생기자유혈(生其子流血)이라 네 목에 피를 내어 내 칼을 한 번 씩으랴 함이로다" 목을 넘겨 땅을 컥 찍어노니 조조 정신 아찔하야 군사들을 돌아 보며 "아이고 여봐라 군사들아 청룡도가 잘 든다더니 과약기언(果若其言)이로구나 아프잖게 잘도 도려 가신다 내 목있나 좀 봐라 " 관공이 웃으시며 "목 없으면 죽었으니 죽은 조조도 말을 허느냐?" "예 그는 정신이 좋삽기로 말은 겨우 허거니와 혼은 벌써 피란간 지가 오래로소이다 " 관공은 본시 조조의 은혜를 태산같이 입었는지라 조조의 애연(哀然)이 비는 말에는 아무리 철석같은 간장(肝臟)인들 감동 아니헐 리가 있겄느냐 조조를 놀까말까 유예미결(猶豫未決)허든 차에

< 자진머리>
주창(周倉)이 여짜오되 "장군님은 어찌허여 첫 칼에 베일 조조 여태까지 살려두니 옛 일을 모르시오 강동의 모진지 범이 함양(咸陽)을 파헌 후 홍문연(鴻門宴) 앉은 패공(沛公) 무심히 그를 놓아 항장(項壯)의 날랜 칼이 쓸 곳이 없었고 계명산(鷄鳴山) 추야월에 장량(張良)의 옥퉁소 한 곡조 슬피 불어 팔천병 흩었으니 오강풍낭(吳江風浪)의 자문사(自刎死)라. 하물며 조맹덕은 치세지능신이요 난세지간웅이라 양호유환(養虎遺患)이요 소양지인(小亮之人)이라 장군이 만일 놓사오면 소장이 잡으리다" 별안간 달려 들어 조조 멱살을 꽉 잡으며 "왕지명(王之命)이 현어주창수(縣於周倉手)라 내 손에 달린 목숨 네 어디로 피할소냐" 냅다 잡아 흔들어 노니

< 아니리>
조조가 벌벌 떨며 "아이고 여보 주별감(周別監)! 이 다음에 만나거든 술 많이 받아 드릴테니 제발 날 좀 놔주시오. " 관공이 보시더니 "아서라 아서라 그리마라. 어디 차마 보겄느냐 목불인견이로구나 목숨일랑 끊지 말고 사로잡어 가자" 좌우에 제장군졸들을 한편으로 갈라 세우고 관공이 말 머리를 막 돌리실 제 조조가 급히 말을 잡어 타고 일마장을 달아난지라 관공이 거짓 분을 내어 "내 분부도 듣지 않고 제 마음대로 달아나니 그 죄로 죽어보리!"

< 중머리>
조조 듣고 말 아래 뚝 떨어지니 장졸들이 황겁허여 장군 마하(馬下)에 가 두 손 합장 비는디 "사람의 인륜으로는 못 볼내라 비나니다 비나니다 장군님전 비나니다 살려 주오 살려주오 우리 승상 살려주오 우리 승상 살려 주면 높고 높은 장군 은혜 본국천리 돌아가서 호호 만세를 허오리다" 조조 기가 맥혀 "우지마라 우지마라 불쌍헌 장졸들아 우지를 말어라 나 죽기는 설찮으나 잔약(孱弱)헌 너의 정상(情狀) 불인견지목(不忍見之目)이로구나 풍파에 곤한 신세 곤귀고향(困歸故鄕) 가는 길에 장군님을 만났으니 잔약헌 너의 정상 설마 살려주시제 죽일소냐 " 관공이 화를 내어 "이 놈 조조야! 들어봐라 내 너를 잡으러 올 때 군령장에다 다짐을 두었으니 그대 살고 나 죽기는 그 아니 원통허냐 ?" 조조가 애걸히 비는 말이 "현덕과 공명선생님이 장군님 아옵기를 오른팔로 믿사오니 초수(草獸)같은 이 몸 조조 아니 잡아 가드래도 군율시행(軍律施行)은 안 허리다 장군님이 타신 적토마며 청룡도를 소장이 드리고 그 칼에 죽삽기는 그 아니 원통허오 별반 통촉(別般洞燭)을 허옵소서 " 관공이 감심허여 조조를 쾌히 놓고 회마(回馬)하야 돌아가니 세인이 노래를 허되 '슬겁구나 슬겁구나 화용도 좁은 길에 맹덕이가 살아 가니 천추에 늠름한 대장부는 한수정후(漢壽亭侯)신가 허노매라'

< 아니리>

본국으로 돌아와 공명전 배알허되 "용렬(庸劣)한 관모(關某)는 조조를 잡고도 놓았사오니 의율시행(依律施行) 허옵소서" 공명이 급히 내려와 관공의 손을 잡고 "조조는 죽일 사람이 아닌지라 장군을 그 곳에 보냈사온디 그 일을 뉘 알리요"

< 엇중머리>
제갈량(諸葛亮)은 칠종칠금(七縱七擒)허고 장익덕은 의석엄안(義釋嚴顔)허고 관공은 화용도 좁은 길에 맹덕이를 살려주니 인후(仁厚)허신 관공이름 천추에 빛나더라 그 뒤야 누가 알리 더질더질



 
관련

cafe.daum.net/u1164/DEfV/149  진고개신사의 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