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외투자책임자 주장홍 / 문화일보 기사
2013. 8. 1. 22:38ㆍ잡주머니
3조5000억 달러(약 3913조 원)에 달하는 중국 외환보유고를 주무르는 국가외환관리국(SAFE)의 해외투자책임자 주창훙(朱長虹·43)이 전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투자자 중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시아판은 SAFE가 미국 국채에 주력하던 기존 투자방식 대신 미 기업 투자를 확대하는 등 과감한 전략을 취하고 있는 뒤에는 주창훙이 있다고 보도했다. SAFE가 유럽연합(EU) 구제금융인 ‘유럽안정화기금(EFSF)’이 발행한 채권에 발빠르게 투자한 것 역시 주창훙의 결정이었다고 WSJ는 지적했다. 지난 5월 WSJ는 SAFE가 대미투자 다변화를 위해 사상 처음으로 뉴욕 맨해튼 5번가에 특별투자팀 사무소를 개설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역시 주창훙의 주도로 개설된 것으로 보인다. WSJ는 10명으로 구성된 이 특별투자팀이 그동안 미국 국채에 집중해온 투자 방식을 부동산, 사모펀드 등 다른 자산으로 다양화하는 데 목표를 두고 활동하고 있다면서, 팀 구성원들이 월가 금융관계자들과 잇달아 회동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막강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주창훙은 중국 언론들로부터 ‘보이지 않는 사람’이란 별명으로 불린다. 사생활이 외부로 드러나는 것을 워낙 꺼리는 성품 탓인지, 구글은 물론 중국 검색사이트에서도 그의 사진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WSJ 역시 주창훙이 시카고대 재학시절에 찍은 흐릿한 사진만 공개했다. 주창훙은 안후이(安徽)성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20세때 미국 시카고대로 유학, 물리학을 공부하다가 월가 금융맨으로 변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5년 시카고대 졸업논문 지도교수였던 폴 비그먼 교수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주창훙이 보통 4년 걸리는 논문을 2년만에 완성해 깜짝 놀랐다”면서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하는 투자자의 생리가 주창훙에게 잘 맞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창훙이 세계 언론의 관심을 모은 것은 지난 2009년 말이다. 알리안츠의 파생상품 부문 대표이자 ‘채권왕’ 빌 그로스의 오른팔로 알려져온 그가 20여 년만에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돌연 귀국했기 때문이었다. 해외 인재를 국영기업 등 요직에 영입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1000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스카우트된 그는 SAFE의 해외투자 책임자 직을 맡게 됐고, 이후 ‘안전’위주의 SAFE 투자 전략을 과감히 바꿔 상당한 성과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WSJ는 평가했다. 그 자신은 ‘SAFE 투자팀 일원’정도로 말하고 있지만, 정부 고위관계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투자결정을 이끌어내는 등 과감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주창훙이 미국 국채 비중을 점차 줄여가면서, 현재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출구전략에 대비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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