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3. 06:45ㆍ야생화, 식물 & 버섯 이야기
◇ 궁궁이는 토천궁(土川芎)이라 하여 중국 사천성에서 산출하는 천궁(川芎)과 나란히 귀한 한약재로 써왔다.
김진수의 들꽃에세이(16)
혈액순환을 돕고 통증을 멎게 하는 천년의 약초…궁궁이(土川芎)
학명: Angelica polymorpha
속씨식물 쌍떡잎식물강 미나리목 산형과 당귀속의 여러해살이풀
『궁궁이』의 꽃은 흰 양산처럼 생겼으며(겹산형꽃차례), 줄기는 자줏빛으로 미끈하고 속이 대롱처럼 비어있다. 키는 80~150cm이고 열매는 납작한 타원형으로 익는다. 잎사귀는 다른 산형과 식물에 비해 결각이 고르고 부드러운데 비해 뿌리는 반대로 울퉁불퉁하고 괴상스럽다.
전초의 향기가 매혹적이라 ‘향초(香草)’라 부르는데, 잎사귀는 오래 전부터 생나물로 먹어온 참나물 맛과 유사하다. 또 ‘사피초(巳避草)’라 하여 뱀을 쫓기 위해 울밑이나 장독대에 심기도 하였다.
궁궁이의 외모를 필자는 흰 파라솔을 펴들고 물가에 앉은 단아한 여인의 포즈에 비긴다. 칠팔월 피서지를 찾아 바닷가에 나가면 ‘갯기름나물’을 만나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동구 밖 냇가를 거슬러 올라가면 나무처럼 커다란 ‘구릿대’를 만난다.
높은 산지의 습한 곳에선 ’참당귀‘, 낮은 산 도랑에선 ‘개발나물’ 그리고 산골짜기에서 탁족을 즐기는 저 궁궁이를 만날 수 있다. 궁궁이는 뿌리가 마치 출산한 여자의 자궁처럼 가볍더라도 과연 뭇 사람들의 배꼽과 심장과 뇌수와 혈관을 쓸어안는 맑고 부드럽고 따뜻한 향기를 깊이 간직하고 있다.
이름도 곱고 꽃도 우아하지만 무엇보다「천궁」이라 부르는 ‘약재’로 더 자자하다. <本草拾遺>에 “사람의 머리는 활처럼 중앙이 높고 주위가 쳐졌으되 무궁히 높으니 이는 하늘의 형상이다.
이 약은 상행하여 오로지 두뇌의 여러 병들을 치료하므로 ‘芎藭’이라는 명칭이 붙게 되었다”라고 하였다. 궁궁이를 우리나라에서는 토천궁(土川芎)이라 하여 중국 사천성(四川省)에서 산출하는 천궁(川芎)과 나란히 귀한 한약재로 써왔다.
속명 ‘안젤리카(Angelica)’는 라틴어의 안젤러스(Angelus: 천사)라는 말에서 시작되었고, 종소명(polymorpha)은 희랍어에서 유래 되었는바 ‘다양한 형태’라는 뜻이 들어 있다. 이름 속에 이미 헤아릴 수 없는 인간세상의 병증에 ‘백의의 천사’로 다가와 잔잔히 웃어주는 그림이 담겨 있는 것이다.
한의학적으로 볼 때 성미는 맵고 쓰고 따뜻하며 간, 담, 방광, 삼초경으로 들어가 위로는 머리와 눈으로 운행하고 아래로는 자궁에 이르러 어혈(혈전)을 푸는 효능을 지녔다.
관상동맥의 확장작용이 있어 심근에 공급되는 혈류량을 증가시켜 협심증 등에 양호한 치료효과를 나타내는데, 혈관이완과 혈압강하작용이 있어 진정, 수면, 진통작용도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궁궁이는 흔히 사물탕(四物湯: 당귀, 천궁, 숙지황, 백작약)의 구성 재료로 여자들이 평생을 아끼며 가까이 해야 할 상비약이라 할 수 있다. 사물탕은 몸의 뭉친 것을 풀고(해울, 파어혈), 피를 만들며(생혈, 보혈), 혈액순환(정혈, 활혈)을 도와 두통을 비롯한 모든 통증을 가시게 한다.
천년의 약초 ‘천궁’을 백 평의 정원에 두려면 될수록 빗물이 흐르는 습한 길을 살펴주어야 한다. 희고 착하고 단아한 ‘궁궁이 여인’의 미소를 해마다 보고 싶다면 집주인은 숲속그늘을 좋아하는 궁궁이의 성격을 따라 집안의 동북쪽 어디 별당 나무 아래에 터잡아주면 틀림이 없다.
집을 지을 때 꼭 여자의 의견을 물어보듯 남녀 간이 서로 다르고 세상사는 공간의 취향도 존재 간에 모두 다르니 무시하지 말고 풀 한 포기의 속마음도 잘 헤아려주어야 한다. / 김진수 전남들꽃연구회장<전남타임스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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