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사극락전백의관음도(無爲寺極樂殿白衣觀音圖)
극락보전 후불벽화인 아미타후불벽화(보물 제1313호)의 뒷면 그림으로, 떠가는 듯 일렁이는 파도 위에 연잎을 타고 서 있는 백의관음보살이 그려진 벽화이다.
하얀옷을 입고 있는 백의관음보살은 당당한 체구에 흰 옷자락을 휘날리며, 오른쪽으로 몸을 약간 돌린 채 두손을 앞에 모아 서로 교차하여 오른손으로는 버들가지를 들고 왼손으로는 정병을 들고 서 있다. 간략화된 옷주름과 더불어 팔찌와 가슴장식 역시 간소화되어 있긴 하나, 힘있고 빠른 필치로 바람에 심하게 흩날리는 듯한 옷자락과 넘실대는 듯한 파도를 표현함으로써 강한 인상을 보여주고 있다.
관음보살의 뒤쪽으로는 해 모양의 붉은색 원이 그려져 있고, 앞쪽 위에는 먹으로 5언율시가 씌어져 있다. 그리고 앞쪽 아래 구석쪽으로는 둔덕이 마련되어 있고, 관음보살을 향해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을 벌려 손뼉을 치고 있는 듯한 자세의 비구(比丘)가 자리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비구 어깨 위에 머리를 뒤로 돌려 관음보살을 쳐다보고 있는 새 한마리가 앉아 있는 것인데, 백의관음보살에 비하여 비교적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조선 성종 7년(1476) 경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그림은 앞면의 아미타후불벽화와 더불어 고려식 조선 초기 불화연구에 중요한 자료이다.
무위사극락전백의관음도(보물 1314호) 등 조선시대 불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전신(全身) 백의(白衣) 관음보살상’이 고려시대에도 있었음을 보여 주는 600여 년 전 국보급 고려불화가 처음 발견됐다.
문화재위원인 불교미술사학자 정우택 동국대 박물관장은 5일 “학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일본 나고야에서 한국 불화를 조사하던 중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을 한 폭에 그린 14세기 중·후반 고려불화 ‘관음·지장보살 병립(竝立)도’를 발견했는데, 이 그림에서 관음보살상의 온몸을 덮은 천의(天衣)가 백의(하얀 옷)로 표현돼 있었다”며 “개인이 소장하고 있어 학계에 안 알려졌지만 작품의 가치는 국보급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관음·지장보살 병립도’에서 오른쪽에 있는 관음보살상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늘어뜨린 새하얀 옷을 입고 있으며, 왼쪽의 지장보살은 두건과 가사가 정교하게 묘사돼 있다. 고려불화의 경우 관음보살상의 천의는 속이 비치는 양식으로 표현됐으며, 백의관음보살상은 조선시대에 처음 그려진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정 관장은 “눈썹과 귀 털까지 가는 먹선으로 섬세하게 묘사했고 색감이 뛰어난 데다 후대에 다시 그린 흔적 없이 거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수작”이라며 “백의관음도로 유명한 무위사 극락전 벽화의 원류를 알 수 있는 문화재”라고 설명했다.
‘관음·지장보살 병립도’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것으로 한국에서만 그려진 고려불화양식이다. 지금까지 일본으로 반출돼 현지 사찰이 소장하고 있는 2점의 병립도가 확인됐을 뿐이다.
정 관장이 발견한 ‘병립도’는 또 관음과 지장만 표현한 일본 사찰의 2점과 달리 아미타불(중생에게 자비를 베푸는 부처)의 화신으로 보이는 화불(化佛) 3구를 위쪽에 표현했다. 정 관장은 “부처와 보살이 함께 살며 번뇌의 굴레를 벗어난 정토사상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고려불화는 섬세하고 치밀한 화법과 깊이 있는 채색기법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전통미술양식이지만 왜구의 약탈과 임진왜란 등으로 대부분 해외로 반출됐다. 국보 218호로 지정된 아미타삼존도(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 소장) 등 국내에 있는 고려 불화 10여 점도 대부분 해외에서 구입한 것이다. (2008년 03월 06일 (목) 03:13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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