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7. 01:54ㆍ집짓기
'미스터 션샤인' 애기씨 살던 그 집 가볼까
김종길 입력 2018.10.06. 20:03
[오마이뉴스 글:김종길, 편집:이주영]
▲ 초간정 계곡 물이 휘돌아 흐르는 높은 언덕 위에 나는 듯 서 있는 정자의 비현실적인 풍경은 아찔할 정도로 아름답다.
드라마에선 한국의 아름다운 정자를 많이 소개했다. 단지 소개에 그친 게 아니라 정자를 중심으로 한 한국 정원의 특징, 즉 원정(園亭)의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애신(김태리)과 유진(이병헌)이 애틋한 사랑을 나누던 강가의 고산정, 도공의 집이자 다리 위에서 유진이 애신에게 "나랑 합시다, 러브"라고 선언했던 만휴정, 애신 집안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나온 정여창 고택과 초간정 등이 그것이다.
▲ 초간정에서 촬영한 <미스터션샤인> 방송 장면(함안댁과 고애신) |
ⓒ tvN |
▲ 초간정 초간정은 오랜 고목과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있다. |
ⓒ 김종길 |
초간정은 경북 예천에 있다. 예천(醴泉)은 말 그대로 물이 좋은 고장이다. 지금도 감천(甘泉)이라는 샘이 남아 있다. 예천에서도 예천 권씨의 종가가 있는 용문은 오랜 내력을 가진 마을이다. 초간정은 권씨 종가에서 개울가에 지은 별서 정원으로 북두루미산을 사이에 두고 서북쪽으로 약 5리(2km) 떨어져 있다.
노거수들이 숲을 이룬 암반 위에 맵시 좋은 정자 하나가 계곡 저편으로 보이는데, 그곳이 초간정이다. 지금이야 도로에서 곧장 보여 그윽한 맛은 덜하지만 종손의 이야기로는 예전엔 종가에서 산길을 따라 갔다고 하니 그 깊숙함이야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
▲ 초간정 시내 끝을 알 수 없는 물길이 울창한 수림 사이로 아득히 흘러가는 풍경은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
ⓒ 김종길 |
▲ 초간정사 초간정에는 뒤편에 초간정사, 앞에 초간정, 옆에 석조헌이라는 현판이 달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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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간정 풍경 기둥과 난간이 액자틀이 되어 그 사이로 보는 풍경(View)이 압권이다. |
ⓒ 김종길 |
▲ 초간정의 괴석 이 괴석이야말로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이자 정자에서 바라보는 경물 중 단연 으뜸이다. |
ⓒ 김종길 |
▲ 초간정의 괴석 초간정 건너편에 겹겹이 쌓인 괴석들은 단조로운 초간정의 풍경에 파격을 부여한다. |
ⓒ 김종길 |
▲ 초간정 기암괴석이 여기저기 솟아 신비롭고 초간정 앞에선 계곡이 깊은 소를 이룬다. |
ⓒ 김종길 |
초간정은 초간(草澗) 권문해(權文海, 1534~ 1591)가 49세 되던 해인 1582년(선조 15)에 벼슬을 그만두고 낙향하여 지은 별서 정원이다. 권문해는 솔숲이 울창하고 기암괴석 사이로 계류가 흐르는 경치 좋은 곳에 별서를 조성하고 초간정사(草澗精舍)라 부르며 심신을 수양했다. 당시엔 정사로 불렀으니 풍류를 즐기기 위한 공간이라기 보다는 강학과 집필을 위한 장소였음을 알 수 있다.
▲ 초간정 사진과는 달리 삼면이 개방된 마루에서 보면 실제 계곡은 더욱 깊다. |
ⓒ 김종길 |
그는 역사에 남을 불후의 명저를 완성했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는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보물 제878호)이다. 중국 원나라의 음시부가 지은 '운부군옥(韻府群玉)'의 체제를 빌려 단군부터 선조 때까지의 우리나라(대동大東)의 역사와 문화를 20권 20책으로 정리했다. 그는 "중국의 역사에는 어제 일처럼 밝으면서 한민족(동국)의 일(역사)은 외면하는" 당시의 선비들을 비판하며 이 책을 썼다.
▲ 초간정 바깥벽에 달린 석조헌(夕釣軒)이라는 편액에선 저녁에 낚시를 드리우며 여유와 풍류를 즐기는 주인의 모습이 연상된다. |
ⓒ 김종길 |
▲ 초간정의 겨울 풍경 우뚝 솟은 바위 위에 한 마리 새처럼 날렵하게 앉아 있다. |
ⓒ 김종길 |
▲ 살림집 초간정 옆 살림집 마당의 장독들 |
ⓒ 김종길 |
"말을 타고 비탈진 길을 가는데, 숲과 골짜기가 어찌나 아득한지. 새로 지은 정자는 선대의 자취를 잇고, 시내에는 풀포기가 우거졌네. 들창은 고요히 티 없이 깨끗하고 사람 하나 없는데, 초가을 달은 밝고 서늘한 기운이 옷깃을 스민다. 늙은이와 젊은이가 어울려 담소를 나누고, 밤이 깊어 개울을 베개 삼아 누우니 정신이 오히려 맑아진다. 들판 밖으로는 광대하고, 골짜기 안으로는 그윽하기만 하네.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물은 고여 푸른 소를 만들었다네. 물고기가 즐거이 놀고 새가 지저귀니 이것이 본디 공(公)의 뜻이 아닐까. 이로써 집을 짓고 아침저녁으로 길게 휘파람을 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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