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 3. 15:13ㆍ집짓기
오보에 연주자 성필관의 부암동 집
전통 한옥과 현대식 건물의 조화가 돋보이는 공간
기획·정윤숙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1년6개월에 걸쳐 직접 지었다는 오보이스트 성필관과 플로리스트 용미중 부부의 부암동 한옥을 찾았다. |
북악산자락 아래, 한옥인지 현대식 주택인지 모를 독특한 집 한 채가 있다. 바로 오보에 연주자 성필관과 그의 아내 플로리스트 용미중 부부가 살고 있는 집, ‘아트 포 라이프(Art for Life)’다. 전통 한옥과 현대식 건물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곳은 남편 성씨가 직접 설계해 지은 집이라고.
“반포에 있는 아파트에서 23년을 살았어요. 서울 생활이 지겨워 강원도 산골로 이사하려고 했는데 여러 이유로 서울에 머물게 됐지요. 대신 시골 분위기로 집을 지어 ‘서울 속 강원도’에서 살고 있어요.”
서울시립교향악단 수석이자 중앙대, 숙명여대, 한양대에서 강의를 해왔던 오보이스트 성필관씨는 3년 전부터 모든 일을 그만두고 쉬면서 일반인과 함께 하는 예술 활동으로 관심을 돌렸다. 집을 지으면서 주거 공간과 공연을 할 수 있는 별실을 따로 만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
이 집은 독특한 2층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고지 230m의 산비탈에 위치해 있어 현관 쪽에서 보면 지상이고, 반대편에서 보면 비탈 아래로 푹 꺼져 있다. 지상에는 전통 한옥식 주택을 지었고, 비탈 아래쪽 공간을 활용해 작은 공연장을, 그 아래층에는 바를 만들어 주거와 공연 공간을 분리했다. 연주를 업으로 하는 이들 부부에게 공연장은 각별한 의미가 있는 공간. 이곳에서는 매주 토요일 일반인들을 초대해 식사와 와인 파티를 겸한 작은 공연을 열어 대중과 함께 하는 특별한 시간을 갖는다.
01 오보에 연주자 성필관씨가 직접 설계하고 지은 한옥의 거실 내부. 춘향목을 이어 만든 대들보와 온돌 마루, 부인 용미중씨의 할머니와 성필관씨의 아버지가 쓰던 유품들, 친구의 그림 등이 어우러져 예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02 밖에서 바라본 안채의 모습. 처마와 툇마루, 한지를 바른 문짝 등이 시골의 전통 한옥을 연상시킨다.
03 별실에서 안채로 들어가는 공간. 여러 개로 겹쳐진 처마 모양이 멋스럽다.
3년 전 이들 부부는 폐허나 다름없던 원래의 집을 부수고 인부들과 함께 먹고 자고 씨름하며 하루 10시간 이상을 매달려 1년6개월을 보낸 끝에 원하던 온돌 마루와 좌식 공간, 마당이 있는 전통 한옥을 갖게 됐다.
“이곳은 소나타 형식에서 영감을 받아 지은 집이에요. 소나타 1악장은 ‘빠르게’를 뜻하는 알레그로, 2악장은 ‘조용하게’를 뜻하는 아다지오, 3악장은 ‘활기차게’를 뜻하는 론도알레그로예요. 1악장은 공연장, 2악장은 한옥, 3악장은 지하의 바를 뜻해요. 건축과 음악은 상통하는 점이 많거든요. 건축에 음악을 접목시켜 만든 공간이지요.”
음악인다운 발상에서 나온 이 공간의 이름은 ‘아트 포 라이프(Art for life)’. 예술가들이 모여 우정을 나누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지은 이름이라고. 매주 공연을 열면서 지금도 이 뜻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돈을 들여 꾸민 티가 나는 집이 싫었다는 그는 자신만의 감성을 살려 집을 단장했다. 가장 공들인 부분은 한옥의 대들보와 한지를 바른 문짝으로, 질 좋은 춘향목을 구해 대들보를 만들고 닥나무로 만든 전통 한지를 어렵게 구해 문짝과 창문에 발랐다. 문짝의 걸쇠까지 동대문에 가서 직접 원하는 것으로 제작할 정도로 정성을 기울였다고.
“막상 한옥에서 살면 불편한 점이 많아요. 아파트에 비해 춥고 거미줄을 치우거나 하수구가 막히면 뚫어야 하는 일들이 자주 생기지요. 대신 뜨끈뜨끈한 온돌방이 있고 사계절을 그대로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건 정말 매력적이죠. 이것이 바로 불편함을 감수하고 한옥에 사는 이유랍니다.”
01 안뜰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마당과 안채의 전경. 마당에는 우물을 만들어 지하수를 직접 길어 사용한다.
02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공동 공간인 가족실. 추운 겨울에는 이곳에서 식사를 하기도 하고 책을 보는 등 다양하게 활용한다.
03 안채 옆쪽에 별도로 만든 성필관씨의 서재로 이곳에서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자신이 직접 찍은 딸과 가족 사진을 액자에 넣어 걸어두고 수집품들을 전시해 마치 개인 박물관을 연상시킨다.
04 오보이스트 성필관씨는 전통 한옥의 대들보와 기와를 재현하기 위해 10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 연구했다고 한다.
05 보료가 놓여진 부부 침실. 이불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모습이 예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06 옛 주방의 모습과 현대적인 주방 가구가 어우러진 부엌. 벽에 걸린 소반과 선반을 장식한 한국적 소품들이 눈에 띈다.
07 북악산에서 주워온 나무들을 패서 장작으로 만들어 높이 쌓아올렸다. 별실에 딸린 사랑방은 장작을 지펴 불을 넣는데 한 번 불을 때면 나무 타는 구수한 냄새와 연기가 온 집안에 가득 찬다고.
01 별실에서 바라본 안채 전경. 처마와 어울려 풍경의 멋스러움을 더하는 소나무의 원형을 그대로 살려 집을 지었다.
02 오보이스트 성필관과 플로리스트 용미중 부부. 손님이 찾아오면 바에서 차를 대접하며 편하게 맞는다.
03 1층에는 바가, 2층에는 공연장이 위치해 있는 뒷마당. 2층에는 따로 창을 내 공연장 안에도 햇빛이 들어오도록 만들었다.
04 음향과 조명, 빛에 많은 신경을 써서 직접 설계해 지은 공연장. 이곳에서 매주 토요일, 공연을 갖고 평소에는 친구들과 영화를 감상하기도 한다.
05 내실에서 별실로 이어진 공간에는 그리스의 낙소스 섬에서 직접 가져온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품을 전시해놓았다.
06 빨간색과 노란색,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별실. 동티모르의 평화를 기원하는 뜻에서 그 나라 국기 색으로 직접 칠한 것이라고.
07 공연 후 식사와 와인 파티 장소로 사용하는 바의 전경. 겨울에는 햇빛을 많이 받고, 여름에는 적게 받도록 45도 각도로 창을 냈다고. 후배인 사진작가 양현모씨가 직접 찍은 시실리 사진들과 성필관씨가 직접 만든 테이블과 의자, 영화 ‘매트릭스’를 보고 영감을 받아 제작한 개성있는 조명으로 꾸몄다
원문출처 : 여성동아 2006년 01월호(http://www.donga.com/docs/magazine/woman/2006/01/06/200601060500012/200601060500012_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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