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 17. 13:41ㆍ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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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주련의 이해
문화재청
목 차
머리말
원색화보
Ⅰ. 연구의 개요 ······························································3
1. 연구의 목적 ·································································· 3
2. 연구의 대상 ·································································· 4
3. 연구의 진행 ·································································· 5
4. 자문회의 및 중간보고 회의 ················································ 7
Ⅱ. 주련의 이해 ·····························································11
1. 주련의 의미 ································································· 11
2. 주련의 역사 ································································· 11
3. 주련의 배열 ································································· 12
Ⅲ. 궁궐별 주련 조사 내용 ············································· 13
▣ 경복궁(景福宮) ··································································15
1. 근정전(勤政殿) 월랑(月廊) ····················································15
2. 함화당(咸和堂) ··································································21
3. 향원정(香遠亭) ··································································31
4. 집옥재(集玉齋) ··································································34
▣ 창덕궁(昌德宮) ································································· 38
1. 부용정(芙蓉亭) ································································ 38
2. 연경당(演慶堂) ································································ 43
3. 선향재(善香齋) ································································ 59
4. 농수정(濃繡亭) ································································ 65
5. 애련정(愛蓮亭) ······························································· 69
6. 승재정(勝哉亭) ································································ 73
7. 폄우사(?愚?) ································································ 76
8. 존덕정(尊德亭) ································································ 79
9. 관람정(觀纜亭) ································································ 83
10. 청심정(淸心亭) ······························································· 86
11. 취한정(翠寒亭) ······························································· 89
12. 소요정(逍遙亭) ······························································· 94
13. 태극정(太極亭) ······························································· 97
14. 청의정(淸?亭) ·······························································100
15. 낙선재(樂善齋) ······························································ 103
16. 한정당(閒靜堂) ·······························································112
- 한정당 장지문 ····························································119
17. 서향각(書香閣) ······························································ 122
▣ 덕수궁 ·········································································· 128
1. 석어당(昔御堂) ······························································· 128
2. 준명당(浚明堂) ······························································· 130
3. 즉조당(卽?堂) ······························································· 132
<附>
중화전(中和殿) ··································································135
Ⅳ. 결론 ···································································· 153
<참고문헌> ······································································· 154
<주련 색인>········································································155
창덕궁(昌德宮)
1. 부용정(芙蓉亭)
【연혁】
주합루(宙合樓) 남쪽 부용지(芙蓉池) 가에 있는 정자이다. 정(丁)자와 아(亞)자를 결합한 형태로 두 기둥을 부용지 물속에 담그고 있다. 『궁궐지』에는 “예전에 지은(숙종 33) 택수재(澤水齋)를 정조가 고쳐지으면서 부용정으로 개명하였다.”1)고 하였다.
『동국여지비고』에 “주합루 남쪽 연못가에 있다. 연못 안에 채색하고 비단돛을 단 배가 있어, 정조 임금께서 꽃을 감상하고 고기를 낚던 곳이다.”2)라고 하였다.
『한경지략』에는 “(정조 때) 여러 신하들이 연못가에 줄지어 임금께서 읊은 어제시의 운을 따서 답시를 올렸다”3)고 하였다.
‘芙蓉’이란 ‘연꽃’을 가리킨다. 본래 이 연못에 연꽃이 무성하고 본래 이름이 연지(蓮池)였으므로 비슷한 이름으로 고친 것이다.
1) 『宮闕志』, “芙蓉亭, 在宙合樓南蓮池之上, 舊澤水齋, 正宗朝改建而改名.”
2) 『東國輿地備攷』, “在宙合樓南池邊, 池中有彩舟錦帆, 正宗朝, 賞花釣魚之所.”
3) 『漢京識略』, “芙蓉亭, 在宙合南池邊, 池有彩丹錦帆, 正宗朝爲賞花釣魚之所, 諸臣列坐池邊, ?詩以進.”
<부용정 전경>
(1) 주련 사진
(2) 주련 해석
(1) (2)
① 千叢艶色霞流彩(천총염색하류채)
천 포기 고운 빛깔은 아름답게 흐르는 노을이요,
② 十里淸香麝裂臍(십리청향사열제)
십리에 맑은 향은 배꼽 열린 사향일세.
【풀이】
수없이 많은 떨기를 이루고 있는 부용정 연꽃들의 고운 빛깔을 저녁놀이 아름답게 흐르는 모습으로 비유하고, 멀리까지 퍼져가는 맑은 향을 마치 사향노루가 배꼽을 터뜨려 향이 풍겨 나오는 듯하다고 표현한 것이다.
사향노루의 배꼽에 사향선(麝香腺)이 있어 여기서 사향이 생성된다.
(3) (4)
③ ?苑列仙張翠蓋(낭원열선장취개)
낭원(?苑)4)의 여러 신선들이 푸른 일산을 펼친 듯,
④ 大羅千佛擁香城(대라천불옹향성)
대라(大羅)5)의 일천 부처가 향성(香城)6)을 옹위한 듯.
【풀이】
부용정을 신선과 부처가 사는 신비의 공간으로 미화하여 부용지의 연잎을 신선들이 펼쳐 든 푸른 일산으로 비유하였고, 연꽃을 여러 부처로 비유하고 부용지 가운데의 섬을 불국(佛國)인 향성으로 비유하여 수많은 연꽃들이 섬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형용하였다.
4) 낭원(?苑): 낭풍전(?風?)의 동산. 낭풍전은 곤륜산(崑崙山)의 꼭대기에 있다는 산봉우리의 이름. 신선이 산다는 곳이다.
5) 대라(大羅): 하늘의 이름. 대라천(大羅天)의 준말. 당나라 단성식(段成式)의 『유양잡조(酉陽雜俎) 』 ?옥격(玉格)? 편에 “三淸上曰大羅(삼청의 위를 대라라고 한다)”라고 하였다.
삼청(三淸)은 도가에서 신선이 산다는 하늘의 종류로서 옥청(玉淸)·상청(上淸)·태청(太淸)을 말한다.
6) 향성(香城): 불교의 세계, 또는 신선의 세계를 가리킴.
(5) (6)
⑤ 翠丹交暎臨明鏡(취단교영임명경)
푸르고 붉은 단청이 거울같이 맑은 물에 일렁이고,
⑥ 花葉俱香透?簾(화엽구향투화렴)
꽃과 잎 모두 향기로운 채 고운 발에 스며드네.
【풀이】
푸른 연잎과 붉은 연꽃이 서로 어우러진 채 거울같이 맑은 연못 물에 가까이 있는 모습과, 향기로운 연꽃과 연잎이 그림 장식한 발 틈 사이로 비쳐 보이는 모습을 묘사하였다.
(7) (8)
⑦ 晴?三千宮?醉(청악삼천궁검취)
말간 꽃잎은 삼천 궁녀의 취한 듯한 볼이요,
⑧ 雨荷五百佛珠圓(우하오백불주원)
연잎에 맺힌 빗방울은 오백 나한의 둥근 염주로다.
【풀이】
맑고 곱게 핀 연꽃을 삼천 궁녀의 취한 듯 발그레한 뺨에 비유하고, 연잎에 맺힌 동그란 빗방울을 오백 나한이 들고 있는 염주알에 비유하였다.
(9) (10)
⑨ 龜戱魚遊秋水裏(귀희어유추수리)
가을 물 속에서 거북이 놀고 물고기 헤엄치는데,
⑩ 露繁風善早凉時(노번풍선조량시)
초가을 서늘한 때 이슬 짙고 바람 좋도다.
【풀이】
가을을 맞은 부용지(芙蓉池) 안에서 거북이와 물고기가 유유자적하게 헤엄치며 노는 광경과, 짙은 이슬이 내리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서늘한 날씨가 일찍 찾아 온 부용정 주변의 풍광을 노래하였다.
(3) 현재의 주련 배열
2. 연경당(演慶堂)
【연혁】
진장각(珍藏閣)이 있던 자리에 창건했으며 사대부의 생활을 알기 위해 효명세자(후에 익종으로 추존)가 왕에게 요청하여 건립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일부 사료에는 순조에게 존호를 올리는 경축 의식을 맞아 이를 거행할 곳으로 건축했으며 ‘연경’이라는 이름도 이때에 지었다는 기록이 있다.7)
연경당은 속칭 99칸 집으로 유명하지만 순종대에 간행한 『궁궐지』에 의하면 실제로는 연경당(사랑채) 14칸, 내당(內堂:안채) 10칸 반, 선향재(善香齋) 14칸, 농수정(濃繡亭) 1칸, 북행각(北行閣) 14칸 반, 서행각(西行閣) 20칸, 남행각(南行閣) 21칸, 외행각(外行閣) 25칸으로 모두 120칸이었다.
궁궐 안의 다른 건물들이 단청과 장식을 화려하게 한 것에 비하여 이 집은 단청을 하지 않았고 구조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기둥 위에 공포를 두지 않은 민도리집이다. 처음 지었던 연경당은 없어지고 지금 남아 있는 것은 그 후에 새로 지은 것이다.
‘연경당’은 이곳의 건물군(群) 전체의 이름이면서 사랑채의 당호이기도 하다. 사랑채인 연경당은 정면 6간, 측면 2간의 팔작지붕 홑처마 집인데 이 집 주인의 일상 거처이다. 대궐에서 퇴궐하면 이방으로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고, 또 문객들과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다.
7) 『동국여지비고(東國輿地備考)』와 『한경지략(漢京識略)』에는 순조 27년, 『궁궐지』에는 순조 28년에 건립하였다고 되어 있다.
<연경당 전경>
(1) 주련 사진
(2) 주련 해석
(1) (2)
① 秦城樓閣烟花裏(진성누각연화리)
진(秦)나라 성의 누각은 연화(烟花)8) 속에 있고,
② 漢帝山河錦繡中(한제산하금수중)
한(漢)나라 황제의 산하는 금수(錦繡)9) 속에 있네.
【풀이】
청명(淸明)절을 맞은 도성(都城)의 아름다운 풍광을 그린 시 구절이다. 진나라는 중국 최초의 통일 국가였고 한나라는 중국에 문화의 번영을 가져온 나라였기 때문에 모두 중국을 비유하기 위해 관습적으로 끌어온 표현이다.
두보(杜甫)의 시 ?淸明? 二首 중 두 번째 작품10)에서 따온 구절이다.
【참고】
‘漢帝’가 여러 시선집에는 대부분 ‘漢主’로 되어 있으나 의미상 차이는 없다. 왼쪽에 필사자를 나타내는 ‘董其昌’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8) 연화(烟花): 안개 속에 싸여 있는 꽃. 아름다운 봄 경치의 형용.
9) 금수(錦繡): 수놓은 비단. 아름다운 풍광의 비유.
10) 杜甫, ?淸明?. “此身飄泊苦西東 右臂偏枯半耳聾 寂寂繫舟雙下淚 悠悠伏枕左書空 十年蹴?將雛遠 萬里?韆習俗同 旅雁上雲歸紫塞 家人鑽火用靑楓 秦城樓閣煙花裏 漢主山河錦繡中 風水春來洞庭? 白?愁殺白頭翁”
(3) (4)
③ 臨事無疑知道力(임사무의지도력)
일에 임하여 의문이 없으니 도력을 알겠고,
④ 讀書有味覺心閒(독서유미각심한)
글을 읽음에 참맛이 있으니 마음 한가로움을 깨닫네.
【풀이】
도를 깨달아 막힘이 없는 자족의 마음과 책이나 읽으면서 한가한 삶을 누리는 정신적 경지를 노래한 작품이다. 송나라 스님 각범(覺範)의 ?二十日偶書二首? 중 제2수11)의 함련(?聯)에서 따온 구절이다.
【참고】
‘心’이 다른 문헌에는 ‘身’으로 된 곳이 있다. 좌측에 쓰여진 글씨는 불명확하지만 형태로 보아 ‘翁方綱’을 모사(模寫)하면서 잘못 새긴 것으로 보인다. ‘方綱(방강)’과 ‘覃谿(담계)’라는 낙관이 새겨져 있어 청나라 학자 옹방강(翁方綱)의 글씨임을 알려준다. 담계는 옹방강의 호이다.
11) 覺範)의 ?二十日偶書二首?. “此生早衰坐世故 末路易歸驚?艱 臨事無疑知道力 讀書有味覺身閑 解醫憂患臂三折難隱文章豹一斑 永?(山+完)山赤頭璨 不令姓氏落人間”
(5) (6)
⑤ 雲裏帝城雙鳳闕(운리제성쌍봉궐)
구름 속 도성에는 한 쌍의 봉궐(鳳闕)12)이요,
⑥ 雨中春樹萬人家(우중춘수만인가)
빗속의 봄 숲에는 수많은 인가로다.
【풀이】
구름 속에 우뚝 솟아 있는 도성의 모습과 봄비 내리는 중에 숲속에 싸여 있는 평화로운 민가의 모습을 묘사하였다.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의 ?奉和聖製從蓬萊向興慶閣道中留春雨中春望之作應制?13)중 경련(頸聯)에서 따온 구절이다.
【참고】
‘雲裏’가 ‘雪裏’로 되어 있는 문헌도 있다. 좌측에 ‘董其昌書(동기창서)’라고 쓰여 있어 동기창의 글씨임을 알려준다.
12) 봉궐(鳳闕): 궁궐의 문 또는 궁궐을 이르는 말. 중국 한나라 때에 궁궐의 문 위에 구리로 만든 봉황을 장식한데서 유래하여 후대에는 궁궐을 달리 부르는 용어로 쓰인다.
13) 王維, ?奉和聖製從蓬萊向興慶閣道中留春雨中春望之作應制?. “渭水自?秦甸曲 ?山舊繞漢宮斜 ?輿?出仙門柳閣道遙看上苑花 雲裏帝城雙鳳闕 雨中春樹萬人家 爲乘陽氣行時令 不是宸遊重物華”
(7) (8)
⑦ 瑞氣逈浮靑玉案(서기형부청옥안)
상서로운 기운은 아득히 청옥안(靑玉案)14)에 떠 있고,
⑧ 日華遙上赤霜袍(일화요상적상포)
햇빛은 멀리 적상포(赤霜袍)15) 위로 솟아 오르네.
【풀이】
주변 공간을 선계화(仙界化)하여 신선의 책상에 상서로운 기운이 감돌고 신선의 옷자락에는 햇빛이 솟아오른다고 묘사하였다. 당나라 경위(耿?)의 시 ?朝下寄韓舍人?16) 중 함련(?聯)에서 따온 구절이다.
【참고】
왼쪽에 필사자를 나타내는 ‘米?(미불)’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미불은 자는 원장(元章), 호는 남궁(南宮)·해악(海岳)으로 호북성(湖北省) 양양(襄陽) 출신이다.. 관직은 예부원외랑(禮部員外郞)에 이르렀고 궁정의 서화박사(書畵博士)에 임명되기도 하였다. 규범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고 기행(奇行)이 심했다. 수묵화뿐만 아니라 문장·서(書)·시(詩)·고미술 일반에 대하여도 조예가 깊었고, 소동파(蘇東坡)·황정견(黃庭堅) 등과 친교가 있었다.
14) 청옥안(靑玉案): 청옥으로 만든 책상. 여기서는 신선의 책상을 말함.
15) 적상포(赤霜袍): 신선이 입는 도포. 『漢語大詞典』【赤霜袍】“傳說中神仙穿的長袍”. 『太平御覽』 卷六七四, 引南朝梁陶弘景『眞誥』:“上元‘人服赤霜袍, 披靑毛錦.”
16) 耿?, ?朝下寄韓舍人?. “侍臣鳴?出西曹 鸞殿分階翊綵? 瑞氣?浮?玉案 日華遙上赤霜袍 花間焰焰雲旗合
鳥外亭亭露掌? 肯念萬年芳樹裏 隨風一葉在蓬蒿”
(9) (10)
⑨ 雲近蓬萊常五色(운근봉래상오색)
구름은 봉래궁(蓬萊宮)17)에 가까워 늘 오색 빛이요,
⑩ 雪殘?鵲亦多時(설잔지작역다시)
눈은 지작관(?鵲觀)18)에 남아 오랫동안 쌓여있네.
【풀이】
봉래궁이 하늘에 드높이 솟아 있어 구름이 가까이 떠 있으며 항상 상서로운 오색빛을 띠고 있고, 지작관의 응달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오래도록 남아 있다는 말이다. 지작관 역시 크고 높아서 깊은 응달이 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 시는 두보(杜甫)의 ?宣政殿退朝?出左掖?19) 중 경련(頸聯)에서 따온 구절이다.
【참고】
왼쪽에 필사자를 나타내는 ‘米?(미불)’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17) 봉래궁(蓬萊宮): 중국 당나라 때 장안(長安)의 용수산(龍首山)에 있던 궁전 이름. 원래 봉래(蓬萊)는 신선이 산다는 전설 속의 산 이름이나 여기서는 궁전의 이름으로 쓰였다. 대명궁(大明宮)을 고쳐 부른 이름이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에 “昭陽殿裏恩愛絶, 蓬萊宮中日月長”이라는 구절이 있다.
18) 지작관(?鵲觀): 한나라 때 감천원(甘泉苑)에 있던 누관(樓觀)의 이름. 누관은 전망이 놓은 누각.
19) 杜甫, ?宣政殿退朝?出左掖?. “天門日射?金? 春殿晴?赤羽? 宮草菲菲承委? 爐烟細細駐遊絲
雲近蓬萊常五色 雪殘?鵲亦多時 侍臣緩步歸?? 退食從容出每遲”
(11) (12)
⑪ 山中老宿依然在(산중노숙의연재)
산 속의 노스님은 늘 그대로 앉은 채로
⑫ 案上楞嚴已不看(안상능엄이불간)
책상 위에 능엄경(楞嚴經)20)을 이미 보지 않고 있네.
【풀이】
무애(無碍)의 경지에서 불경(佛經)마저 초월한 불립문자(不立文字)의 생활을 하고 있는 노스님의 초탈한 생활을 읊은 시구이다. 이는 송나라 시인 소식(蘇軾)의 ?贈惠山僧惠表?21)중 함련(?聯)에서 따온 구절이다.
【참고】
왼쪽에 필사자를 나타내는 ‘劉墉’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유용은 청나라의 서예가 로서 옹방강(翁方綱)과 동시대 인물이다.
20) 능엄경(楞嚴經): 불경의 한 종류, 심성(心性)의 본체를 밝혔다.
21) 蘇軾, ?贈惠山僧惠表?.
“行遍天涯意未? 將心到處遣人安 山中老宿依然在 案上楞嚴已不看 ?枕落花餘幾片 閉門新竹自千竿 客來茶罷空無有 盧橘楊梅尙帶酸”
(13) (14)
⑬ 名將存心惟地理(명장존심유지리)
명장이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오직 지리(地理) 뿐이요,
⑭ 聖門傳業只官書(성문전업지관서)
성인 문하에 업으로 전하는 것은 다만 관서(官書)22)일 뿐이네.
【풀이】
명장은 전쟁에서 승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지형의 이치를 잘 알아야 하고,
성인의 문하에서 업을 전수하는 것은 오직 관서(官書)로써 한다는 말이다.
【참고】
‘李丙熙印’, ‘三州後人’의 낙관이 새겨져 있다.
22) 관서(官書): 미상.
(15) (16)
⑮ 九天日月開新運(구천일월개신운)
구천(九天)23)의 해와 달이 새로운 운을 열어주니,
? 萬里雲霞醉太平(만리운하취태평)
만리의 구름·노을은 태평에 취해 있네.
【풀이】
드높은 하늘의 해와 달이 국가가 새롭게 발전할 운을 열어주니 만리에 걸쳐 떠있는 구름과 노을도 태평에 취한 듯 붉게 물들어 있다는 말이다. 나라가 새로운 기운을 받아 태평성대를 이룬 모습을 노래한 구절이다.
【참고】
‘李丙熙印’, ‘三州後人’의 낙관이 새겨져 있다.
(17) (18)
? 千里春風回碧巒(천리춘풍회벽만)
천리에 봄바람은 푸른 봉우리를 돌아오고,
? 南極祥光兆吉昌(남극상광조길창)
남극성(南極星)24)의 상서로운 빛은 길상(吉祥)을 알려오네.
【풀이】
천리 멀리에서 불어온 봄바람은 푸른 산봉우리를 휘돌아 불어오고, 수명을 주관하는 남극성은 상서로운 길조(吉兆)를 보여준다는 말이다.
【참고】
‘李丙熙印’, ‘三州後人’의 낙관이 새겨져 있다.
23) 구천(九天): 드높은 하늘이라는 뜻인데 궁궐의 뜻도 가지고 있다. 여기서는 중의적(重義的)으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24) 남극성(南極星): 남극노인성(南極老人星). 인간의 수명을 주관한다고 여겨져 축수(祝壽)할 때 쓰이는 말이다.
(19) (20)
? 請於上古無爲世(청어상고무위세)
상고시대와 같은 무위(無爲)25)의 세상에서
? 長作天家在野臣(장작천가재야신)
길이 천자의 백성이 되기를 청하네.
【풀이】
요순 임금이 다스리는 무위지치(無爲之治)의 세상에서 오래도록 천자 밑에서 벼슬도 하지 않는 평범한 백성이 되어 살아가고자 하는 소망을 노래하였다.
【참고】
‘李丙熙印’, ‘三州後人’의 낙관이 새겨져 있다.
25) 무위(無爲): 덕으로써 백성을 교화하여 인위적인 다스림을 하지 않아도 세상이 잘 다스려짐.
『논어』 ?위령공?편에 “子曰, 無爲而治者其舜也與? ‘何爲哉? 恭己正南面而已矣.”라고 하였다. 따라서 ‘무위의 세상’이란 요순시대를 말한다.
(21) (22)
21. 功崇六宇郭中令(공숭육우곽중령)
공이 온 세상에 높은 이는 곽중령(郭中令)26)이요,
22. 荷香風共聖之淸(하향풍공성지청)
연꽃 향기 바람과 함께 하는 이는 성인 중에 맑은 사람일세.27)
【풀이】
곽분양처럼 세상에 나아가 높은 공을 세우는가 하면, 군자에 비견되는 연꽃처럼 맑은 향기를 품고서 ‘성인 중에 맑은 사람’이라는 백이의 정신을 본받고자 하기도 한다는 뜻이다.
출처(出處), 행장(行藏)을 읊은 구절인 듯하다.
【참고】
‘李丙熙印’, ‘三州後人’의 낙관이 새겨져 있다.
26) 곽중령(郭中令): 당나라의 명신(名臣) 곽자의(郭子儀). 안록산의 난을 토벌하는 등 많은 공을 세워 높은 벼슬에 올라 부귀를 누렸으며 자식도 많이 낳아 팔자 좋은 사람의 전형으로 일컬어진다. 분양왕(汾陽王)에 봉해져 흔히 곽분양이라고 불린다. 중령은 그의 벼슬인 중서령(中書令)을 말한다.
27) 『맹자(孟子)』에서 “孟子曰, 伯夷, 聖之淸者也, 伊尹, 聖之任者也, 柳下惠, 聖之和者也, 孔子, 聖之時者也.”라고 한데서 ‘성인 중에 맑은 사람’은 백이(伯夷)를 가리킨다.
(23) (24)
23. 兩京名詔皆高士(양경명조개고사)
두 서울28)의 조서로 부르는 자는 모두가 고사이니,
24. 四時和氣及蒼生(사시화기급창생)
사시에 온화한 기운이 온 백성에게 미치네.
【풀이】
온 나라에 조서를 내려 훌륭한 인재를 천거해 올리라는 명을 내리니 거기에 응해 온 인물들이 모두 고상한 선비들이어서, 이들에 힘입어 훌륭한 정치를 행하여 사계절 내내 온화한 기운이 백성들에게 미친다는 말이다.
【참고】
‘李丙熙印’, ‘三州後人’의 낙관이 새겨져 있다.
28) 두 서울: 양경(兩京)은 주나라의 호경(鎬京)과 낙읍(?邑), 한나라의 장안(長安)과 낙양(洛陽), 북경(北京)과 남경(南京) 등을 가리키는데 주로 한나라의 장안과 낙양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25) (26)
25. 山靜日長仁者壽(산정일장인자수)
산 고요하고 해는 길어 어진이는 장수하고,
26. 月明人影鏡中來(월명인영경중래)
달 밝으니 사람 그림자가 거울 속에 비춰오도다.
【풀이】
첫 구절은『논어』 ?옹야(雍也)?편의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활동적이고 어진 사람은 정적이니, 지혜로운 사람은 즐거워하고 어진 사람은 장수한다.(知者樂水, 仁者樂山. 知者動, 仁者靜. 知者樂, 仁者壽.)”는 말을 응용한 표현이다.
【참고】
‘李丙熙印’, ‘三州後人’의 낙관이 새겨져 있다.
(27) (28)
27. 半窓?影梅花月(반창소영매화월)
창 한 켠에 성긴 그림자는 달빛에 매화요,
28. 一榻淸風栢子香(일탑청풍백자향)
책상에 맑은 바람은 측백의 향기로세.
【풀이】
매화나무 가지에 달이 떠올라 성긴 매화 가지 그림자가 창문 반쯤에 비치고, 책상 위에 불어오는 맑은 바람은 측백 향기를 풍겨온다. 속세를 벗어난 듯한 맑고 깨끗한 분위기를 묘사하였다.
첫 구는 임포(林逋)의 ?산원소매(山園小梅)?에 나오는 “疎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의 구절을 떠 올리게 한다.
【참고】
‘栢’자를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잣나무’로 번역하지만29) 원래는 측백나무를 뜻하므로 여기서는 원 뜻대로 번역하였다. ‘李丙熙印’, ‘三州後人’의 낙관이 새겨져 있다.
29)『두시언해』에서부터 그 용례를 찾아 볼 수 있으며 그 이후 거의 마찬가지다.
(29) (30)
29. 山逕繞邨松葉暗(산경요촌송엽암)
산길은 마을을 두르고 솔잎은 짙은데
30. 柴門臨水稻花香(시문임수도화향)
사립문은 물에 가까워 벼꽃은 향기롭네.
【풀이】
마을을 둘러서 산길이 나 있고 산에 자란 솔잎은 짙은 그늘을 이루고 있는데, 사립문은 물 가까이 바짝 다가서 있고 벼꽃이 바람결에 향기를 풍기는 시골 산촌의 정겨운 모습을 묘사하였다.
【참고】
왼쪽에 글씨를 쓴 사람을 나타내는 春? 于湘蘭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31) (32)
31. 於此閒得少佳趣(어차한득소가취)
이곳에서 한가히 약간의 아름다운 흥취 얻으니,
32. 亦足以暢敍幽情(역족이창서유정)
또한 그윽한 정을 펼치기에 족하도다.
【풀이】
일상에서 잠시 동안의 아름다운 흥취를 얻어 그윽한 마음속 정을 펼쳐 보는 소박한 정취를 노래하였다. 뒷 구절은 왕희지(王羲之)의 ?난정기(蘭亭記)?에서 “雖無絲竹管絃之盛, 一觴一詠, 亦足以暢敍幽情.”이라고 한 표현에서 따왔다.
【참고】
왼쪽에 필사자를 나타내는 ‘鐵保’라는 글이 적혀 있고 ‘鐵保私印’이라는 낙관과 그의 호 매암(梅庵)을 나타내는 ‘某庵(매암)’이라는 낙관이 새겨져 있다.
(33) (34)
33. 淸興高於將上月(청흥고어장상월)
맑은 흥은 솟아 오르려는 달보다 높고,
34. 深情溢比欲開尊(심정일비욕개준)
깊은 정은 개봉하려는 술독에 비할 만큼 넘친다네.
【풀이】
달밤에 잘 익은 술통을 개봉하려고 하면서 맑은 흥취에 젖어 친구와 정을 나누는 기분을 노래하였다.
【참고】
왼쪽에 필사자를 나타내는 ‘?生 許乃善’ 이라는 글이 적혀 있고 ‘?生’이라는 낙관이 새겨져 있다
(35) (36)
35. ?約屢申松菊徑(동약누신송국경)
노복과의 약속30)도 소나무·국화의 길에서 자주 하였고,
36. 水租先報?荷洲(수조선보기하주)
수조(水租)31)도 마름꽃·연꽃 핀 물가에서 먼저 받았네.
【풀이】
자연을 사랑하여 항상 소나무·국화 길에서 노닐므로 노복과의 약속도 자주 이곳에서 하게 되고, 또 마름꽃·연꽃이 피는 물가가 좋아서 수세(水稅)를 받는 보고도 이런 곳에서 한다는 뜻이다.
한나라 신행(愼行)의 ?陳傅巖給諫以種園圖索題二首?32) 중 경련(頸聯)에서 따온 구절이다.
【참고】
왼쪽에 필사자를 나타내는 ‘成親王’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31) 수조(水租): 수세(水稅)의 뜻인 듯하다.
32) 愼行, ?陳傅巖給諫以種園圖索題二首?. “身在元龍百尺樓 菴居那便署休休 慣聽絲竹知魚樂 別築陂塘領鶴游 ?約屢申松菊徑 水租新報?荷洲 黃橙綠橘皆垂實 歲計如農亦有秋”
(37) (38)
37. 春雨杏花虞學士(춘우행화우학사)
봄비에 살구꽃은 우학사(虞學士)33)가 노래했고,
38. 酒旗山郭杜司勳(주기산곽두사훈)
주막 깃발 산 성곽은 두사훈(杜司勳)34)이 읊었다네.
【풀이】
우집(虞集)과 두목(杜牧)의 작품에서 한 부분씩 인용하여 봄날의 아름다운 정취와 산촌의 반가운 주막의 모습을 읊었다.
앞 구절은 송말·원초의 성리학자인 우집(虞集)의 사(詞) 작품 ?風入松 寄柯敬仲? 중 “報道先生歸也, 杏花春雨江南”이라고 표현한 것을 말하고, 뒷 구절은 두목(杜牧)의 시 ?강남춘(江南春)?에 “千里鶯啼綠映紅, 水村山郭酒旗風.”이라는 구절이 있음을 말한 것이다.
명나라 주무서(朱茂曙)의 시 ?秦淮河春遊?事?35)에서 경련(頸聯)을 따왔다.
【참고】
진욱(秦旭)의 ?舟中紀興?에 “東風兩?雪?? 一枕蘭舟酒半? 不似邵菴虞學士 杏花春雨憶江南”라고 하였는데, 전(轉)·결(結)구에서 유관한 표현이 보인다.
왼쪽에 필사자를 나타내는 ‘笛樓 溫忠彦’이라는 글이 적혀 있고 ‘小有山房’ 등의 낙관이 있다.
33) 우학사(虞學士): 송말·원초의 성리학자인 우집(虞集). 자는 백생(伯生), 호는 소암(?菴). 한림직학사(翰林直學士)를 지냈기 때문에 우학사(虞學士)라고 한 것이다. 송대 성리학자들의 도학시를 모은『염락풍아(濂洛風雅)』를 편찬한 것으로 유명하며, 도학시를 ‘염락시(濂洛詩)’라고 부르는 것이 그로부터 유래했다.
34) 두사훈(杜司勳):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을 가리킨다. 사훈원외랑(司勳員外郞)을 지냈기 때문에 두사훈(杜司勳)이라고 한 것이다.
35) 朱茂曙, ?秦淮河春遊?事?. “橋下溪流燕尾分 灣頭新水慣?裙 六朝芳草年年綠 雙調鳴箏戶戶聞 春雨杏花虞學士 酒旗山郭杜司勳 兒童也愛晴明好 紙剪春鳶各一?”
(39) (40)
39. 樂意相關禽對語(낙의상관금대어)
즐거운 뜻 서로 관계하여 새들은 마주하여 지저귀고,
40. 生香不斷樹交花(생향불단수교화)
향기 풍겨 끊이지 않으니 나무는 꽃과 서로 어울렸네.
【풀이】
즐거운 마음을 나누는 듯이 서로 마주 대해 지저귀는 새들의 모습과, 끊임없이 향기를 풍기며 서로 어울려 있는 초목·화초들의 풍광을 노래하였다.
석연년(石延年)의 시 ?金鄕張氏園亭?36)에서 경련(頸聯)을 따왔다.
【참고】
왼쪽에 필사자를 나타내는 ‘卓秉恬’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36) 石延年, ?金鄕張氏園亭?.
“亭館連城敵謝家 四時園色?明霞 窓迎西渭封侯竹 地接東陵隱士家 樂意相關禽對語 生香不斷樹交花 縱遊會約無留事 醉待參?月落斜”
(3) 현재의 주련 배열
3. 선향재(善香齋)
【연혁】
연경당 동쪽 서재이다. 14칸짜리 건물로서 책들을 보관하고 책을 읽는 서재이다.
가운데 큰 대청을 두고 양쪽에 온돌방을 두었으며 앞면에 설치한 차양이 다른 건물들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점이다.
‘善香齋’는 ‘좋은 향기가 서린 집’이라는 뜻이다. 책을 보관하던 곳이므로 좋은 향기란 책 향기를 가리킨다.
<선향재 전경>
(1) 주련 사진
(2) 주련 해석
(1) (2)
① 道德摩勒果(도덕마륵과)
도덕은 마륵(摩勒)37)의 과일이요,
② 文章鉢曇花(문장발담화)
문장은 우담바라38)의 꽃이로다.
【풀이】
황금 과일처럼 고귀한 도덕과 우담바라 꽃처럼 진귀한 문장이라는 뜻이다. 그러한 도덕과 문장을 갖춘 사람을 찬양하는 표현이라고 볼 수도 있다.
37) 마륵(摩勒): 자마금(紫磨金). 금 중에 가장 훌륭한 것.
38) 우담바라: 불경에서 여래(如來)나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나타날 때만 핀다는 상상의 꽃이다.
한자로는 優曇婆羅, 優曇波羅, 優曇跋羅華, 優曇鉢華, 優曇華 등 다양하게 표기하고 있다.
(3) (4)
③ 張子野詞伯(장자야사백)
장자야(張子野)39)는 사(詞)에 뛰어난 문인이고,
④ 李將軍?師(이장군화사)
이장군(李將軍)40)은 그림에 특출한 화가로다.
【풀이】
사에 뛰어났던 장선(張先)과 그림에 뛰어났던 이사훈(李思訓)을 찬양한 표현이다.
또는 이들처럼 뛰어난 문인이나 화가를 비유적으로 칭찬하는 표현으로 볼 수도 있다.
39) 장자야(張子野): 송나라 오정(烏程) 사람인 장선(張先). 사(詞)에 뛰어나서 유운(柳?)과 이름이 나란하였다.
40) 이장군(李將軍): 당나라의 유명한 화가 이사훈(李思訓). 벼슬이 우무위대장군(右武衛大將軍)에 올랐다. 금벽산수(金碧山水)에 뛰어나 대리장군(大李將軍)으로 불렸으며 그의 아들 이소도(李昭道) 역시 산수화에 능하여 소리장군(小李將軍)으로 불렸다. 이사훈의 산수화가 북종화(北宗?)의 시조라고 한다.
(5) (6)
⑤ 汝南尋孟博(여남심맹박)
여남(汝南)41) 땅으로 맹박(孟博)42)을 찾아가고,
⑥ 高密訪康成(고밀방강성)
고밀(高密)43) 땅으로 강성(康成)44)을 방문한다네.
【풀이】
후한(後漢)의 명사인 범방(范滂)이나 정현(鄭玄)과 같은 훌륭한 학자를 그들의 고향으로 찾아가서 같이 교유하고 싶은 소망을 나타내었다.
41) 汝南: 중국의 지명. 이곳에서는 後漢의 范滂·陳蕃·薛包·黃憲·袁安 등과 宋나라의 范仲淹·周敦? 등의 명사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42) 맹박(孟博): 후한(後漢)의 명사(名士) 범방(范滂).
43) 고밀(高密):중국의 지명. 정현의 고향.
44) 강성(康成): 후한의 대학자인 정현(鄭玄). 강성은 그의 자.
(7) (8)
⑦ 細讀斜川集(세독사천집)
사천(斜川)45)의 문집을 세밀히 읽고,
⑧ 新烹顧渚茶(신팽고저다)
고저(顧渚)46)의 차를 새로 달이네.
【풀이】
독서하며 차를 마시는 담박(淡泊)한 생활을 읊었다.
【참고】
송나라 시인 육유(陸游)의 칠언율시 ?齋中弄筆偶書示子聿?
“左右琴樽?不譁 放翁新作老生涯 焚香細讀斜川集 候火親烹顧渚茶 書爲半?差近古 詩雖苦思未名家 一?殘日呼愁起 ??江城咽暮?”에서 함련(?聯)의 앞 두 글자씩 생략한 것이다.
거의 모든 주련은 원시의 구절을 그대로 따온 것이 일반적인데, 이처럼 7언시를 줄여서 5언시로 만든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특이한 점이다.
45) 사천(斜川): 송나라 소식(蘇軾)의 아들인 소과(蘇過)의 호. 하납성 허창현(許昌縣)의 지명인데 소과가 여기에 살아서 호를 삼았다.
46) 고저(顧渚): 절강성 장흥현(長興縣)에 있는 산 이름. 차의 명산지이며 이곳의 고저차(顧渚茶)가 유명하다.
(9) (10)
⑨ 養竹不除當路筍(양죽불제당로순)
대 기르기 좋아하여 길에 자란 죽순도 베지 않고,
⑩ 愛松留得?門枝(애송류득애문지)
솔을 사랑해 문 가린 가지도 남겨 두었네.
【풀이】
자연을 사랑하여 인위적인 손상을 가하지 않는 천연스런 삶을 읊은 구절이다. 당나라 스님 貫休의 ?山居詩二十四首?47) 중 제8수의 함련(?聯)에서 따온 구절이다.
【참고】
경복궁 함화당에도 같은 문구의 주련이 있다.
47) 貫休, ?山居詩二十四首?. “心心心不住希夷 石屋???髮垂 養竹不除當路筍 愛松留得?人枝 焚香開?霞生?捲箔冥心月在池 多少故人頭盡白 不知今日又何之”
(11) (12)
⑪ 史編作鑑推君實(사편작감추군실)
역사 편찬은『자치통감』을 지은 사마군실(司馬君實)48)을 추대하고,
⑫ 賦筆凌雲擬子虛(부필능운의자허)
부(賦) 짓는 솜씨는 구름을 뛰어넘는 기상의 자허(子虛)49)에게 비기네.
【풀이】
앞 구절은『자치통감』을 지은 송대(宋代)의 명신 사마광(사마광)이 역사의 대가로 추앙을 받는다는 뜻이며, 뒷 구절은 사부(辭賦)를 짓는 문장 솜씨를 사마상여와 같은 문장의 대가에 견줄 만하다는 뜻이다. 앞 구절도 문맥으로 보아 사마광처럼 역사에 뛰어난 인물을 견주어 칭찬하는 의미이다.
48) 사마군실(司馬君實): 『자치통감(資治通鑑)』을 지은 송나라의 정치가·학자인 사마광(司馬光). 군실(君實)은 그의 자(字). 『자치통감』은 편년체의 대표적 역사서로서, 전국시대부터 오대(五代)시대까지 1천 3백 62년간의 역사가 기록되었다.
49) 자허(子虛): 원래는 한나라의 문장가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지은 ?자허부(子虛賦)?에 나오는 등장인물인데, 여기서는 바로 사마상여를 가리킴. 사마상여가 ?대인부(大人賦)?를 지어 바치자 천자는 크게 기뻐하면서 “구름을 타고 훨훨 날아오르는 기상이 있도다.(飄飄有凌雲之氣)”라고 하였다. 『사기(史記)』, ?사마상여열전(司馬相如列傳)?.
(13) (14)
⑬ 瀑布之餘雲盡水(폭포지여운진수)
폭포의 밖에서는 구름이 온통 물이 되고,
⑭ 茯?其上樹交花(복령기상수교화)
복령(茯?)50)의 위에서는 나무가 꽃과 어울렸네.
【풀이】
거대한 폭포의 주변에 물보라가 일어 구름을 형성하고 그 구름이 또 물방울로 화하는 모습과, 복령이 나 있는 뿌리를 가진 나무가 우뚝 서서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였다. 웅장하고 신비한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묘사한 구절이다.
50) 복령(茯?): 흙 속의 솔뿌리에 생기는 버섯의 일종. 진정제, 이뇨제 등의 약재로 씀. 주로 소나무를 벤 뒤
5~6년이 지난 솔뿌리에 자란다. 『회남자(淮南子)』 ?설산(說山)? 편에 “千年之松, 下有茯?(천년된 소나무는 아래에 복령이 있다)”이라고 하였다.
(15)
⑮ 却對眞山看?圖(각대진산간화도)
문득 진짜 산을 대하니 그림을 보는 듯하도다.
【풀이】
실물인 산을 대하니 마치 그림속의 산을 보는 것처럼 아름답다는 말이다.
【참고】
대구(對句)가 되는 글이 없어 한 짝을 분실한 것으로 보인다. 1957년에 조사된 『各宮柱聯調書』에는 ‘能招過客飮文字’와 짝을 이루고 있으나 잘못이다.
‘能招過客飮文字’는 ‘山水又足供歡?’와 짝을 이루는 구절이다. (경복궁 함화당 ③번 참조.)
(3) 현재의 주련 배열
4. 농수정(濃繡亭)
【연혁】
연경당의 동쪽 돌계단 위에 지은 정자이다. 겹처마 네모지붕으로 꼭대기에 절병통이 꽂혀있다. 정면측면이 각1칸씩이고 완자무늬의 사분합문만으로 구성하여 모두 들어 올릴 수 있게 되어 있다.
‘濃繡’는 ‘짙은 빛으로 수놓는다’는 의미이다. 연경당의 구석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 늘 녹음에 감싸여 있는 아름다움을 표현한 이름이다.
<농수정 전경>
(1) 주련 사진
(2) 주련 해석
(1) (2)
① 五色天書詞絢爛(오색천서사현란)
오색의 임금 조서(詔書)는 글이 아름답게 빛나고,
② 九重春殿語從容(구중춘전어종용)
구중궁궐 봄 전각에는 말씀 조용하시네.
【풀이】
임금이 정사를 훌륭하게 수행하며 행실도 침착 과묵하여 모범이 되는 모습을 찬양한 표현이다. 임금은 언행이 진중하고 과묵한 것을 미덕으로 보았다.
고려 김부식(金富軾)의 ?등석(燈夕)? 시에 “君王恭?疎聲色, 弟子休誇百寶粧(임금께선 공손·과묵하고 성색을 멀리 하시니, 궁녀들아 온갖 패물로 치장함을 자랑하지 말라.)”라는 표현이 있다.
(3) (4)
③ 春水方生華來鏡(춘수방생화래경)
봄물은 막 불어나고 꽃은 거울에 비쳐오니,
④ 吾廬可愛酒滿床(오려가애주만상)
내 오두막 사랑스럽고 술은 상에 가득하네.
【풀이】
봄을 맞아 물이 풍부하게 공급되어 온갖 꽃들이 발랄하게 피어 물과 어우러진 모습과, 그 가운데 소박한 오두막집에서 술을 마시며 자족적인 삶을 사는 모습을 노래하였다.
【참고】
앞 구절은 도연명의 ?사시(四時)?51)에서 ‘春水滿四澤’이라고 한 표현을 응용하고,
뒷 구절은 역시 도연명의 ?독산해경(讀山海經)?52)에서 ‘衆鳥欣有託, 吾亦愛吾廬’, ‘欣然酌春酒, 摘我園中蔬’라고 한 것을 응용한 표현으로 보인다.
51) 陶淵明, ?四時?, “春水滿四澤, 夏雲多奇峯, 秋月揚明輝, 冬嶺秀孤松”. 이 시는 도연명의 문집인『도정절집(陶靖節集)』에 실려 있어 오래전부터 도연명의 작으로 알려져 있으며『고문진보(古文眞寶)』 전집(前集)에도 도연명의 작으로 실려 있다. 그러나 송(宋)나라의 탕한(湯漢), 허개(許愷) 등 많은 연구자들이 이를 진(晉)나라의 유명한 화가인 고개지(顧愷之)의 작으로 비정(批正)하였다.
52) 陶淵明, ?讀山海經?. “孟夏草木長 繞屋樹扶疎 衆鳥欣有託 吾亦愛吾廬 旣耕亦已種 時還讀我書 窮巷隔深轍 頗回故人車 欣然酌春酒 摘我園中蔬 微雨從東來 好風與之俱 汎覽周王傳 流觀山海圖 俯仰終宇宙 不樂復何如”
(5) (6)
⑤ 如斯嘉會知難得(여사가회지난득)
이 같은 좋은 모임을 얻기 어려움 알겠는데,
⑥ 常駐詩人若有緣(상주시인약유연)
항상 머무는 시인은 마치 인연이나 있는 듯하네.
【풀이】
이처럼 아름다운 모임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여기에 항상 머물고 있는 시인은 마치 인연이나 있는 듯이 그런 아름다운 모임을 만나 무척 기쁘다는 뜻이다.
(7) (8)
⑦ 漢魏文章多古質(한위문장다고질)
한(漢)·위(魏)의 문장은 예스럽고 질박한 맛이 많으며,
⑧ 春秋風日長精神(춘추풍일장정신)
춘추(春秋)의 풍기(風氣)는 정신을 길러주도다.
【풀이】
앞 구절은, 한나라·위나라 때의 문장은 수식과 기교가 적어 예스럽고 질박한 기풍이 많았다는 뜻이다. 고문(古文)의 문예적 가치를 평가한 말이다.
다음 구절의 ‘春秋風日’은 ‘봄 가을의 날씨’라는 뜻이지만 앞 구절의 ‘漢魏文章’과 대구의 격이 잘 맞지 않아 ‘春秋’를 역사서이자 경전인『춘추(春秋)』의 의미로, ‘風日’은 ‘風氣’의 의미로 풀었다. 즉 춘추필법의 엄정한 기풍이 정신을 고양시켜준다는 뜻으로 보았다.
(3) 현재의 주련 배열
5. 애련정(愛蓮亭)
【연혁】
애련정(愛蓮亭)은 연경당 앞 연못가의 정자이다. 『궁궐지』에 의하면 숙종 18년(1692년) 연못 가운데에 섬을 쌓고 정자를 지어 ‘애련(愛蓮)’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하였으며 숙종이 지은 ?愛蓮亭記?에도 연못 가운데에 지었다고 하였는데 지금의 애련정은 연못가에 있다. 문헌대로 고증을 한다면 지금의 애련정은 처음 지은 것이
아니고 나중에 다시 지은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愛蓮’은 ‘연꽃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송나라 학자 주돈이(周敦?)의 ?애련설(愛蓮說)?이 유명하다. 숙종은 ?애련정기(愛蓮亭記)?에서 “연꽃은 더러운 곳에 있으면서도 변하지 않고 우뚝 서서 치우치지 아니하며 지조가 굳고 맑고 깨끗하여 군자의 덕을 지녔기 때문에 이러한 연꽃을 사랑하여 새 정자의 이름을 애련정이라고 지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다분히 주돈이의 ?애련설?을 영향 받은 것이며 스스로도 주렴계(周濂溪:주돈이)와 뜻이 같음을 밝히고 있다.53)
53) 『宮闕志』 ?昌德宮?愛蓮亭?, “予生平不役於耳目, 而獨愛紅衣之處汚濁而不?不改, 以中立而不偏不倚, 耿介拔俗, 瀟灑出塵, 隱然有君子之德, 此所以命名新亭, 而數千載之上, 與吾同志者, 其惟濂溪一人而已乎.”
<애련정 전경>
(1) 주련 사진
(2) 주련 해석
(1) (2)
① 雨葉眞珠散(우엽진주산)
비 맞은 잎사귀에는 진주가 흩어지고,
② 晴花粉?明(청화분검명)
말간 꽃은 화장한 뺨처럼 환하도다.
【풀이】
비 내릴 때 연잎에 동그랗게 맺혔다가 흘러 떨어지는 빗방울을 진주로 비유하고,
붉은 연꽃은 여자의 곱게 화장한 얼굴에 비유하였다.
(3) (4)
③ 亭近如來座(정근여래좌)
정자는 석가여래의 자리와 가깝고,
④ 池容太乙舟(지용태을주)
연못은 태을주(太乙舟)54)를 받아 들였네.
【풀이】
부처님이 연꽃 위에 앉아 있으므로 애련정의 연꽃을 석가여래의 자리로 비유하였고, 연못에 연잎이 많이 나 있는 것을 태일진인이 배처럼 타고 누웠다는 그 연잎에 비유하였다.
54) 태을주(太乙舟): 태일연주(太一蓮舟)와 같은 말로서 ‘태일진인(太一眞人)이 타고 있는 연잎 배’라는 뜻.
북송(北宋)의 명화가 이공린(李公麟)이 그린 ?태일진인도(太一眞人圖)?가 있는데, 태일진인이 큰 연잎 가운데 누워서 책을 읽고 있는 장면에서 유래한 말이다. 태을(太乙)은 태일(太一)과 같은 말이며 우주 만물의 본원, 또는 도(道)를 말한다. 태일진인은 도가의 신선이다.
(5) (6)
⑤ 花愛稱君子(화애칭군자)
꽃을 사랑하여 군자라 일컫고,
⑥ 龜齡獻聖人(귀령헌성인)
거북의 수명을 임금님께 바치네.
【풀이】
송나라의 주돈이(周敦?)가 ?애련설(愛蓮說)?에서 연꽃을 사랑하는 마음을 나타내고 연꽃을 꽃 중의 군자라고 하였다. 또 연못 속에 거북이가 살고 있으므로 거북의 장수를 임금에게도 누리게 하고 싶다는 말이다.
(7) (8)
⑦ 碧筒供御酒(벽통공어주)
푸른 대궁으로 어주(御酒)55)를 바치니,
⑧ 霞綺散天香(하기산천향)
노을 빛 비단 잎에는 천향(天香)56)이 흩어지네.
【풀이】
연꽃의 푸른 대궁으로 임금에게 술을 따라 바치니, 붉은 노을빛의 비단 같은 연잎에는 아름다운 연꽃 향이 마구 풍긴다는 뜻이다. 푸른 대궁으로 임금에게 술을 바친다는 것은 미화법으로 표현한 말이고 ‘하기(霞綺)’도 붉은 연잎을 미화한 것이다.
55) 어주(御酒): 임금이 마시는 술, 또는 임금이 상으로 내려주는 술.
56) 천향(天香): 향기의 미칭(美稱). 궁중에서 사용하는 향기.
당나라 시인 피일휴(皮日休)의 시 ?송영호보궐귀조(送令狐補闕歸朝?에 “朝衣正在天香裏, 諫草應焚禁漏中”이라고 한 용례가 보인다.
(3) 현재의 주련 배열
출처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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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麝裂臍??牛斷尾
公嘗言,商汝山多?麝,所遺糞,嘗就一處,雖遠逐食,必還走之,不敢遺迹他所,慮?人獲,人反以是求得,必掩?而取之。麝?愛其臍,每?人所逐,勢且急,?自投高?,?爪裂出其香。就?而死,猶拱四足保其臍。李商隱詩云:“投?麝退香”,許渾云:“尋麝採生香”是也。?類鼠而大,尾長而金色,生川峽深山中,人以藥矢射殺之,取其尾,?臥褥鞍被坐?之用。?甚愛其尾,?中毒,?齒斷其尾以擲之,惡其?身患。杜甫詩云:“?擲寒條馬見驚”,蓋輕?善緣木,猿?之類也。?牛出西域,尾長而勁,中國以?纓,人或射之,亦自斷其尾。蓋左氏所謂雄?自斷其尾,而莊周以牛之白?,?之亢鼻與自痔病者,巫祝不以適河,乃無用之?大祥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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