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바람꽃과 개구리발톱

2019. 6. 5. 23:28야생화, 식물 & 버섯 이야기




   만주바람꽃과 개구리발톱 | 야생화 이야기

다래 | 조회 43 |추천 0 | 2013.02.25. 12:25


   우리나라에 무슨 바람꽃이라는 식물이 열댓 가지가 된다.

그 중 여남은 종은 바람의 신 제피로스 Zephyros의 연인인 아네모네 Anemone 속(屬)으로,

바람꽃의 종가라고 할 수 있고, 변산과 너도바람꽃, 나도바람꽃, 만주바람꽃은 각각 다른 집안이다.


   만주바람꽃은 개구리발톱(Semiaquilegia)속으로 분류된다.

만주바람꽃은 만주와 한반도 전역에 분포되어 있고,

개구리발톱은 충청도 남쪽과 호남 지방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습한 계곡 부근에서 잘 자라며 그 모습도 비슷하다.

차이라고 해봐야 만주바람꽃의 꽃이 약간 클 뿐이다.


   그런데 무슨 ‘바람꽃’이 붙으면 왠지 품격 있는 꽃으로 느껴지고,

개구리’ 어쩌고 하면 아무데서나 자라는 잡초 이름처럼 들린다.

하물며 미물로 여기는 개구리에다 발톱까지 붙었으니

하잘것 없게 여기는 심정이 나만의 느낌은 아닐성싶다.

 

 

만주바람꽃

 

   근연관계인 두 식물이 이렇게 다르게 느껴지는구나 생각하니,

역사적 평가가 그처럼 다른 두 사람의 이름이 떠오른다.

만주 청산리 대첩으로 빛나는 이름, 김좌진 장군과 정치 깡패의 타이틀이 붙은 그의 아들 김두한이다.

한 사람은 ‘만주’의 풍운아로 바람처럼 살다가 갔고,

그의 아들은 독재 정권의 ‘발톱’ 정도로 평가를 받는다.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김두한을 폄하하는 듯하지만,

나는 사실 그의 의협심과 사내다움을 무척 좋아한다.

 

 

개구리발톱

 

 

   만주바람꽃개구리발톱, 김좌진 김두한, 이 조합들 간의 유사성은

단순한 우연을 넘어서 ‘성장 환경의 차이’ 라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김좌진 장군은 뿌리 깊은 집안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일생을 인재 양성과 조국 광복의 대의에 바치다가 42세,

한창 나이에 공산주의자에게 암살되었다.

김두한은 나라 잃고 부모 없는 뒷골목의 부랑아로 자랐다.

그의 열혈 유전자는 건국 초기의 탁류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교육을 받지 못했다.

개구리발톱도 만주 벌판에서 몇 대가 지나면 만주바람꽃이 될는지도 모르겠다.

 

- 霧山 이재능 장군(블로그 http://blog.daum.net/leejn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