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대가 겸재에서 단원을 거쳐 민화로-<경포대 개관10주년 기획특별전>

2019. 8. 1. 19:55美學 이야기



  • 경포대가 겸재에서 단원을 거쳐 민화로-<경포대 개관10주년 기획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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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경포대-개관10주년기획특별전  장 소 : 국립춘천박물관  기 간 : 2012년 3월 27일-2012년 5월 13일


 

   경포대가 테마니 요리 조리 경포대를 그린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 흐름이 있다면 놓칠 수 있겠는가. 진경산수가 겸재에서 시작돼 단원을 거쳐 민화를 흘러 들어가는 모습이 있고 그것이 경포대를 통해 펼쳐지고 있다.



<강원도지도(江原道地圖)> 필사본 99.0x55.5cm 강릉 선교장



   관동팔경의 제1명소라 할 만한 경포대를 처음 그린 사람은 누구일까. 이 전시에 소개된 작품만 봐서는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인지 아니면 연객 허필(煙客 許佖)인지 종잡을 수 없다.  겸재 정선(1676-1759)이 금강산 진경산수를 수도 없이 그리고 또 관동의 여러 명승지를 그렸지만 경포대 그림은 보이지 않는다. 관동팔경 중에 겸재가 그린 것은 총석정, 청간정, 삼일포, 낙산사, 죽서루, 망양정 등등이 전한다. 그런데 경포대는 본 적이 없다.


<영동 지도-강릉(嶺東地圖-江陵)> 필사본 38.0x25.6cm
서울대 규장각(비변사인방안 지도(備邊司印方眼 地圖) 중)



   그래서 이 전시의 시작도 김홍도(1745-1806?) 그림부터 시작되고 있다. 김홍도 그림에는 겸재의 화풍은 보이지 않는 게 특징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겸재가 세상을 떠날 무렵 어린 김홍도는 안산에서 강세황의 그림 지도를 받고 있었고 그에게 배운 것은 남종화 화풍이었다. 



전 김홍도(金弘道) <경포대(鏡浦臺)> 지본수묵 30.5x43.0cm 국립중앙박물관(海東名山圖 화첩중 일부)



     그런데 겸재관동 팔경을 그리면서 경포대도 그렸음직한 흔적이 있다. 연객 허필(1709-1761)이라는 문인 풍류화가가 그린 그림에 겸재의 필치가 재현되고 있다. 연객은 연하고질(煙霞痼疾, 산수의 좋은 경치를 깊이 사랑하는 마음, 즉 연하가 대단히 강해 병처럼 된 것)이 있어서인지 연객이란 호를 썼다. 그는 단원 보다는 한 세대나 앞선 화가이다. 화가라고 했지만 그는 어엿한 문인이다. 사실 그는 진사를 급제했으나 이인좌의 난에 관련된 소북파 출신인 까닭에 벼슬길이 막혀 산천을 떠도는 것을 업으로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허필(許佖) <경포대(鏡浦臺)> 지본담채 85.0x42.3cm 선문대 박물관(관동팔경도 병풍 중)



   허필 그림에 우뚝한 경포대를 나타낸 붓질과 위아래 먹으로 뭉개놓은 듯한 소나무 표현은  겸재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런데 이 무렵 김상성이란 강원도관찰사가 관내를 돌아보면서 화원을 시켜 그림도 있는데 닮았으되 밋밋한 게 화원그림의 특징 아닌 특징이다.  


 
작자미상 <경포대(鏡浦臺)> 견본채색 31.5x22.5cm 서울대 규장각


   겸재 화풍과 김홍도의 단원 화풍은 18세기에 크게 유행을 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심동윤(1759-?, 호는 白雲)이란 사람의 화첩에는 이 세기적 유행과 딱 무관한 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경포 호수에 돛단배 몇 척이 떠있고 높다란 언덕위에 소나무에 둘러싸인 경포대 누각이 덩실하게 그려져 있다. 맑고 담백한 분위기에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이 그림만 봐서는 아마도 누구나 시대를 가늠하기 힘들 것이다.  

 


심동윤(沈東潤) <강릉 경포대(江陵鏡浦臺)> 지본담채 22.2x32.2cm 관동대 박물관 




   꽃이란 게 일단 피기 시작하면 아차 하는 사이에 만개를 넘어 시들기 시작하는데 역사도 그런 구석이 있다. 유행 화풍이 지방으로 내려가면 시든 꽃잎처럼 흔적만 보인다. 작자미상의 관동팔경첩에 보이는 경포대 그림에는 소나무 그린 것이 겸재 화풍이지만 전체로 보아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남종화풍의 산수화와 민화의 중간쯤 되는 그림이 되고 말았다. 




작자미상 <경포대(鏡浦臺)> 지본담채 48.7x37.7cm 국립춘천박물관



   민화의 멋이란 상당히 제멋에 있다. 민화의 수요자가 무지랭이 시골사람뿐이란 증거는 없다. 그런데도 민화의 필자들은 제멋대로 그린다. 단, 그린 곳이 어디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은 그림 속에 작게 적어놓은 지명 정도이다. 언뜻 보아서 대개 선계처럼 보인다. 경포대는 예전에 누각을 짓기 전에 신선들이 내려와 즐겼다고 해서 전설이 있는 곳인데 마치 그 사실을 아는 듯하다.



작자미상 <강릉 경포대(江陵鏡浦臺)> 지본담채 91.0x61.0cm 국립중앙박물관


작자미상 <경포대(鏡浦臺)> 지본담채 80.0x42.0cm 경산시립박물관(관동팔경도 병풍 중)

   이 전시의 묘미가 경포대라는 테마를 놓고 겸재 화풍에서 단원 화풍을 거쳐 지방의 남종화와 민화로 이어지는 흐림을 보여주는 것이 하나라면 두 번째는 경포대를 배경으로 한 인물 소개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신사임당(申師任堂, 1504-1551)이다. 초충도로 유명한 그녀에게 산수화도 전하고 있다고 하니 절로 눈길이 간다.




전 신사임당 <산수도> 2곡병 지본담채 위 34.2x62.2cm 아래 34.8x63.3cm 국립중앙박물관


개관10년의 특별전이라면 보는 사람들은 당연히 10년 내공을 기대할 터인데 번지수를 잘못 집은듯한 느낌이다.

 

 

글/사진 스마트K
업데이트 2019.08.0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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