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한국고대정치사상의 내용과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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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2호/제1장 한국고대정치사상의 내용과 의미| 민족사상

樂民(장달수) | 조회 67 |추천 0 | 2018.06.21. 19:58


제1장 한국고대정치사상의 내용과 의미



정 경 환*

 

 

[국문요약]

 

   한국의 고대정치사상은 단군신화를 그 기원으로 한다. 그래서 한국고대사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단군신화에 담겨있는 사상적 의미를 우선적으로 고찰해야 한다. 단군신화는 단순히 예로부터 내려오는 신성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정신내용과 민족성이 담겨있는 한국가상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단군신화에 나타난 사상적 의미는 경조숭천사상, 인본주의의 지향, 조화의 세계의 추구 및 재세이화의 철리를 지적할 수 있다. 이를 기초로 해서 한국의 고대정치사상은 성립이 되고 발전해 갔다. 고대한국사상의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천사상을 기초로 하고 있다. 둘째, 고유한 정신세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고 셋째, 민본주의의 기초 하에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고 넷째는 인간중심주의를 기초로 하고 있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고대정치사상은 조화사상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한국의 고대정치사상의 의미를 살펴보면 우선 우리 한국사상의 보편성과 합리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다음으로 한국고대사상은 우리 민족 스스로의 의지의 결과임을 알 수 있고 셋째는 민본주의의 기조는 민 즉 백성을 소중히 여기는 애민주의로 표출된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조화사상은 우리 사회와 세계질서의 갈등을 해결해주는 사상적 원천이자 세계평화에 대한 우리 민족의 염원이 담겨 있다고 하겠다.

 

주제어 : 단군신화, 풍류도, 천사상, 인본주의, 민본주의, 조화사상

. 서론(문제의 제기)

한국정치사상은 시대와 단절해서 형성된 것이 아니다. 시대의 상황과 정치사상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과거는 과거의 시간과 공간에서만 활동하다가 그 생명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그 생명을 연장하고 활동하고 있다. 미래 역시 현재의 연장선속에서 파악할 수 있다. 한국정치사상은 시대에 따른 나름의 정신을 표명해왔지만 일관된 내용을 중첩해오면서 역사의 삭풍을 견디어 왔다.

현재가 발산하는 위기가 심화될수록 우리는 과거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를 떠오르게 된다. 인간의 사고는 시대의 발전으로 인한 변천으로 더욱 과학화하고 근대화해왔다. 그러나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사고와 사상이 과거 선조들의 사유와 사상보다 뛰어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즉 현대를 한 종합된 그리고 성숙한 시대라 하여 지난 온 자취를 오로지 회고관조한다는 것은 올바른 학문적 접근법이라고 할 수 없을뿐더러 사상이 지니고 있는 시대적 포괄성을 도외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고대정치사상에 대한 탐구는 단순히 역사에 대한 호기심의 차원에서 접근해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고대사상에는 우리의 뿌리의식과 사상이 잠겨있다. 어떠한 민족나라의 정치의 이론과 이념을 세움에는, 그 나라 민족의 과거 고유한 뿌리사상(근원사상)을 깊이 알고, 또 현재 그 민족의 모든 처지를 참고해서, 미래의 번영을 꾀한다는 것이, 그 앞선 조건과 제약이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국고대정치사상은 단순히 그 시대에 이런 사상이 있었다는 지식을 탐구하자는 것이 아니다. “어떤 민족이거나, 그는 자기대로의 고유한 사상과 종교와 또 역사를 가졌다. 사상은 종교보다 먼저요, 또 역사보다 더 먼저다. 한 민족의 역사가 자연적 재변(災變)과 인위적 행동에 따라 때로는 흐려지기도 고쳐지기도 살아지기도 하며, 또 그이의 종교 역시, 비록 역사보다는 더 오래며 길지만, 그러하다. 그러나 한 민족의 사상은 그와 달리 민족과 더불어 크적음(大小)과 있없음(有無)의 운명과 같이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한국고대정치사상에 대한 규명은 바로 우리 민족의 민족성은 무엇이고 우리 역사와 민족의 원천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준다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즉 고대정치사상은 잊혀져가는 우리의 원천에 대한 이해이자 우리 한국사상의 유래와 생성에 대한 해답을 제공한다. 나아가 고대정치사상은 우리 민족의 품성과 민족성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초적 의미를 부여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고대정치사상에 대한 명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단군신화에 대한 분석이 전제되어야 한다. 단군신화는 단순히 신화로서만의 범주 속에 머물지 않고 우리 민족사상의 근원을 밝혀주고 있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본 논문에서는 고대의 정치사상의 내용과 그 의미를 규명하기 위해 단군신화에 대한 설명을 시도하고자 한다. 사실 단군신화에 대한 사상적 이해 없이 고대 한국정치사상 및 한국사상의 구조와 성격을 규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점에서 고대정치사상 및 고대사상에 대한 연구는 반드시 단군신화의 사상성에 대한 분석이 전제되어야 한다.

. 단군신화의 내용과 의미

단군신화에서 말하는 신화란 무엇을 말하는가? 신화(神話)란 글자대로 표현하면 신들의 이야기를 말한다. 즉 옛부터 내려오는 신성한 이야기로 단순한 공상의 산물이 아니다. 신화는 고대인의 원초적인 이미지를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여 당시의 사회적정치적 질서의 갈등을 표현한 것으로서, 역사적인 의미와 상징적인 의미를 모두 갖는다.

대체로 신화는 논리적통계적과학적 근거는 없고 반드시 역사성을 지니는 것은 아니고 은유적 표현과 상징적 기호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신화에는 여러 가지의 함축된 의미가 담겨있다 즉, 흔히들 신화를 역사적 사실로서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거니와 이것은 신화의 의의를 모르는 생각이다. 신화는 어디까지나 사상적으로 이것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사고력이 가장 고도로 발달된 우리 인간계에 있어서는 많은 의문을 갖고 있거니와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위시하여 인간계는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억천만물(億千萬物)의 우주현상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하는 것은 인간계가 가지고 있는 최초의 의문이었던 것이다. 이 의문에 대한 해답으로 여러 민족은 각각 신화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의 건국신화인 단군신화가 지니고 있는 의미는 간단치가 않다. 단군신화는 한민족 최초의 국가인 조선의 건국신화로서 우리 민족의 원형(原型)이 깊이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단군신화는 단순히 한 개인의 기록이 아니라 한민족 집단전체의 기록물로 우리 민족의 사유체계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단군신화는 한민족의 정신내용과 민족성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근거라고 할 수 있다. 고대사상을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다른 시대의 사상과 문제를 이해하고 연구한다는 것은 사상누각이자 올바른 연구접근법이 아니다.

한국사상은 하루아침에 그 어느 개인의 머리 속에서 만들어 내진 것은 아니다. 장구한 역사를 통하여 이 한반도에서 생을 영위한 우리 선조들이 두고 두고 피와 땀으로 싸와 얻은 고귀한 체험의 발로인 것이다. 한국사상의 기본요소가 잠재되어 있는 단군신화의 내용과 그 의미에 대한 고찰은 고대정치사상 연구의 출발점이자 토대가 된다. 정치사상이란 국가와 정치권력의 바람직한 존재양식 내지 그 실천 및 발전의 방책에 관한 사상을 말한다. 한국고대의 정치사상의 진면목은 고대를 구성하고 있는 국가의 정책이나 이념을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도 우리 민족의 정신과 사상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단군신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분석이 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1. 단군신화의 내용분석

단군신화에 대한 기록은 고려 충렬왕 때 서술된 일연의 삼국유사(三國遺事), 이승휴의 제왕운기(帝王韻紀), 정인지 등의 세종실록(世宗實錄)』「지리지(地理志), 권근의 양촌집(陽村集), 응제시(應製詩), 권람의 응제시주(應製詩註), 이행 등의 신동국여지승람(新東國輿地勝覽). 서거정의 동국통감(東國通鑑), 한치윤의 해동역사(海東歷史) 여러 고기(古記)에 있는데, 내용은 조금씩 상위(相違)하지만 구성은 거의 같다. 여기서는 가장 오래된 문헌인 삼국유사를 통해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단군신화는 우리에게 이중적 의미로 수용되고 있다. 즉 단군인식은 우리 나라를 개국한 국조로의 존숭의 위치와 민간신앙의 숭배대상의 두 가지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점에 대한 정확한 규명과 이해가 전제되어야 단군신화가 지니고 있는 깊은 의미를 밝혀낼 수 있다. “종래의 단군인식은 민간 토속신앙으로서의 존숭이 중심을 이루어 왔다고 이해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고조선, 나아가서 이 나라의 개국시조인 국조로 존숭해야 민족사의 정맥이 되살아 국제적으로 역사유구성의 경쟁력을 발산, 증명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단군인식의 큰 두 가지 흐름의 이해가 있어 양면성의 해석이라고 한 것이다. 신앙성과 정치성인 것이다.” 이러한 측면을 감안하여 단군신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경천숭조(敬天崇祖)를 근본으로 하고 있다.

단군신화에 보면 우리 민족이 얼마만큼 하늘에 대한 경모사상이 강했는가라는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즉 단군신화를 통해 우리 민족은 민족과 나라의 근원을 다른 데가 아닌 하늘에서 찾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삼국유사를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고기에는 이렇게 말했다. 옛날에 환인[제석을 이른다]의 서자 환웅이 있었다. 자주 천하에 뜻을 두어 사람이 사는 세상을 탐냈다. 그 아버지가 아들의 뜻을 알고 삼위태백산을 내려다보니 인간들을 널리 이롭게 해 줄 만했다. 이에 환인은 천부인 세 개를 주어, 가서 그것을 다스리도록 하였다.

 

이 인용구는 비록 짧은 글이지만 여기에는 많은 사상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단군신화에서 말하는 환인이란 불교의 제석’(帝釋)을 뜻하는 것으로 하느님의 별칭이다. 하늘을 뜻하는 우리의 고어는 한울이라고 한다. 한울은 의 합성어이다. ‘은 제천과 관련된 범위에서는 의 뜻을 지니고, 한자로 ()’, ‘()’ 등으로 차자(借字)되었다고 한다. ‘은 환히 밝다는 뜻이다. 이 끝없는 넓이의 울타리를 가진 것이 한울이다. 이 환하고 끝이 없는 공간의 한울을 대상으로 한민족은 연상을 거듭하였다.

하느님의 자신의 아들을 지상에 보내어 천하에 뜻을 두고홍익인간의 철리 하에 인간계를 다스리게 했다는 것은 우리 민족의 뿌리이자 근거를 하늘에 두고 있음은 뜻한다. 하늘에 우리 민족의 존재성을 부여한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 민족존재의 정당성을 높여주고 있다. 따라서 한민족은 적어도 하늘에 대하여 단순한 우주공간으로서의 대상적 차원을 초월한 형이상학적인 대상으로 인식하였으며, 동시에 하늘을 숭상하고 공경하였던 것이다. 경천사상은 하늘을 숭상하고 존중한다는 것으로 그만큼 숱한 감정의 악순환적 고리 속에 헤매는 인간의 부정적인 면을 초월하는 도덕적 신성에 대한 존중을 의미한다. 이는 그만큼 우리 정신, 사상의 윤리성과 문화성을 높여주는 계기 내지 원천이 되었다.

단군신화에 나타나는 또 다른 우리 민족의 사상은 숭조사상이다. 여기서 숭조(崇祖)의 개념은 타계한 조상에 대한 존숭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고 있는 부모에 대한 효의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우리 민족의 조상숭배의 정점은 건국시조에 대한 그것으로 집약된다. 단군신화에는 아들의 효심과 아버지의 자애가 지극한 친화의 정을 발견할 수 있다. 환웅이 비록 그가 탐구인세(貪求人世)하여 인간세상에 나아가려는 뜻을 가지고 있었지만 결코 그 일을 독단으로 처리하지 않고 부모에게 자주 그 뜻을 밝혀 허락을 구한 것은 아버지의 뜻을 어길까봐 염려한 효심의 발로이다. 또한 환인은 아들의 뜻을 헤아려 친히 신천지를 열어준 것은 자애로운 부정(父情)의 발로이니 실로 부자자효(父慈子孝)의 경지라 할 수 있다.

건국시조에 자신의 뿌리를 두고 그에 대한 숭모의 마음을 표하는 것은 한민족의 숭조사상의 대표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단군신화에 나타나 있는 조상숭배는 자기종족의 혈통을 천신(天神)에 결부시킴으로써 천신 환웅, 또는 그 아들 단군을 조상으로 숭배하는 천신=시조신의 등식적인 숭배형태로 나타나 있다. 즉 조상숭배는 동시에 하느님 숭배, 따라서 태양숭배인 것이다. 여기에 우리 민족의 특이하고 유구한 조상숭배의 전통이 있는 것이다.

(2) 인본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단군신화에는 하늘, 동물, 인간이 어우러져 있지만 그 중심은 하늘도 동물도 아닌 바로 인간이다. 여기에 단군신화의 인본주의적 내용이 있다. 인본주의(人本主義)란 인간이 근본이라는 생각을 말하는 것으로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물질보다 인간존재가 중심이라는 생각을 말한다. 즉 인간에 대한 애정과 자비로써 인간공동체를 추구하는 것이 인본주의의 핵심적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경천사상도 인본주의의 토대위에서 존재한다.

중세의 신중심주의는 인간이 말살된 가운데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단군신화에서 인간은 독단적 존재가 아니라 하늘과 인간과 자연의 삼각구도 속에서 움직이는 존재이다. 단군신화에서 말하는 천부인(天符印)은 하늘과 인간의 매개체이고 풍백우사운사는 인간과 자연의 매개체이다. 단군신화에 나와 있는 재세이화(在世理化, 세상을 이치로써 다스린다)는 인본주의사상의 이상향을 표시한 것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인간의 역사가 이루어지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인간 자신에 의해 제기되어 온 철학적 물음이다. 어떤 점에서 본다면 철학의 역사는 인간존재의 의미에 대해 물음이 제기되고, 그 물음에 대해 다양하게 답이 주어져 왔다는 사실에서 인간존재에 대한 물음의 역사로 규정될 수도 있다. 이처럼 인간이란 존재는 모든 사상과 역사의 중심이다. 즉 사람은 삶의 주체이면서 또한 사람은 삶을 통해서 스스로를 이룩한다. 사람은 삶의 창조자이며 또한 삶의 피조물이다. 이러한 창조와 피조의 얽힘의 관계에 사람과 삶의 영원한 비밀이 있다. 따라서 삶의 문제의 핵심은 사람이 무엇이냐 하는 문제이다.

이렇게 볼 때 인간은 결코 신이나 자연에 예속된 것이 아니다. 경천을 통해서 행동의 경건함을 추구하지만 스스로 세상의 중심이 되어 하늘의 뜻 즉 ’()에 따라 통치하는 것이다. 인간은 하늘과 땅을 떠나지 못하는 의존적인 존재이기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하늘과 땅을 통일적으로 조화시킨 새로운 차원의 존재이다. 인간존재의 후자적 측면으로 인하여 하늘과 땅은 인간을 통해서만 그 의지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세계의 축은 인간으로 자리 옮김을 하게 된다.

단군신화에 나타난 대표적인 인본주의적인 구절은 다음과 같다.

 

풍백우사운사를 거느리고 곡식, 생명, 질병, 형벌, 선악 등 인간 세상의 360여 가지 일을 주관하여 세상을 다스려 교화하였다.

 

상기 구절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단군신화의 중심축은 하늘이나 땅이 아니라 인간이 삶을 누리고 있는 인간계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늘의 의지로만 하늘의 이상이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육체 없이 영혼만 있는 존재는 공허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영혼 없는 육체는 사물의 차원에 머물고 만다. 그래서 하늘의 의지는 인간을 통하여 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육체를 망각하여 저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우리 민족의 현세적 삶을 중시하는 특징을 알 수 있다.

(3) 조화의 세계를 추구하고 있다.

단군신화에 나타나는 또 다른 정신은 천지인(天地人) 간의 조화 내지 합일이다. 천지인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상생의 관계이자 조화의 대상이다. 조화는 둘(兩者) 간의 만남에서 나온다. 하늘과 땅이 있는 그대로만 존재한다면 이는 평행을 달리는 두 선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늘의 의지와 땅의 기원이 만나게 되는 접점이 인간이다. 그런데 인간이 단순하게 하늘과 땅의 결합에 그친다면 이는 조화라기 보다는 만물의 탄생에 불과하다. 조화는 양단의 단순한 수평적 균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조화는 서로가 서로의 근거가 되는 관계이다.

단군신화에는 조화의 정신이 담겨있는 부분이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 우선 천지인의 조화를 지적할 수 있다. 즉 단군신화에는 갈등적 요소가 거의 없다. 이것은 우리 민족이 꿈꾸는 세계가 갈등과 대립이 아니라 조화와 균형에 있다는 의식의 반영이다. 실제로 단군신화에는 세계의 세 축, 곧 하늘인간이 모두 등장하면서도 각각의 갈등이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균형도 보이지 않는다. 단군신화에 나타난 천지인의 조화정신은 한국사상의 뿌리를 밝혀주는 대표적인 문서인 천부경’(天符經)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또한 아버지가 아들의 뜻을 안다”(父知子意)는 구절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부자 간의 고통과 화합을 강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때 범 한 마리와 곰 한 마리가 같은 굴 속에서 살고 있었다.”라는 구절에 나타나는 것처럼 동물 간의 조화와 환인과 그 아들 환웅이 곰과 호랑이와 짝을 지어 단군을 낳았다는 것은 단군신화의 조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단군신화의 단군은 하늘과 땅을 모두 포용하는 존재인 것이다.

(4) 재세이화의 철리를 강조하고 있다

세상을 이치로 다스린다는 것은 인간세상을 도로써 다스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군신화의 정치론은 재세이화(在世理化)의 정신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시의 시대는 세계정신에 의한 국제질서가 확립되어 있지 않은 문자 그대로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 이러한 도덕과 이치를 중심으로 하는 재세이화의 철리를 건국정신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우리 민족의 시대초월적인 합리성과 보편성을 나타내주고 있다.

흔히 우리 민족의 고유경전이라고 일컬어지는 천부경, 삼일신고, 참전경등에도 재세이화의 정신은 그대로 계승되고 있다. 이러한 고유한 민족문헌들을 원리적 측면에서 분석해보면, 천부경은 조화원리에 해당하고 삼일신고는 교화원리(敎化原理)이며 참전경은 치화원리(治化原理)에 해당된다. 이처럼 한국사상의 하나의 큰 맥인 재세이화의 원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단군신화에 기록된 내용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살펴보면 재세이화의 의지는 탐구인세 즉, “인간세상을 구하기를 탐하였다는 구절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인간이란 자체는 원천적으로 불안정한 존재이기에 인간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는 상시적으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분출한다. 이러한 인간세상을 구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개별적 이익을 떠난 전체적 공리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재세이화의 원리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실천태로 나타난다. 홍익인간이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라는 뜻인데 그 내포된 의미는 간단하지가 않다. 홍익인간은 전 인류사회의 평화와 행복이라는 이상을 담고 있다. 그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기초해 인간을 본위로 하며 인민을 근본으로 하는 인본’(人本), ‘위민’(爲民)의 사상이다. 치자와 피치자, 개인과 국가가 일체가 되어 하늘과 조상을 숭경(崇敬)하는 천인합일의 보본(報本, 근본에 보답한다는 뜻)사상이다. 사실 홍익인간사상은 우리 민족의 민족성과 근원적인 정신세계를 표현해주고 있다. , 홍익인간의 이념은 우리 민족의 개국(건국)사상이자 교육의 이념이다. 이 사상은 인간주의(Humanism)적인 사고이며, 인간애(Human Love)의 구체적 표현이다. 그것은 이 사상의 바탕에 인간의 존엄성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민족은 일찍이 역사상 자진해서 남의 나라를 무력적으로 침략한 사실이 별로 없었다는 것을 상기할 때, 우리 민족은 홍익인간의 이념으로서 국제적 평화를 유지하는데 노력해 왔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홍익인간의 사상이 우리 민족의 고유한 민족사상임을 깨달을 수 있다.

2. 단군신화의 의미

단군신화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단군에 대한 인식문제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이제 단군과 단군신화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내릴 때가 되었다. 단군신화의 내용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단군신화가 지니는 의미는 간단하지가 않다. 단군신화는 무엇보다도 한국사상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원형’(paradigm)이란 원천이고 뿌리고 토대를 의미하는 것이다. 한국정치사상의 출발점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단군신화에 있다는 사실을 단군신화에 대한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다. 단군신화는 우리 민족사상의 뿌리를 알게 해준다.

둘째, 단군신화는 한국정치사상의 보편성을 확인하게 해주고 있다. 단군신화는 일연이라는 한 스님이 아무런 역사적 내지 사상적 근거 없이 자신의 뜻에 따라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다. 단군신화는 한국인의 마음, 생각, 정신세계, 이상향 등 모든 것을 결합하여 집필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단군신화에 나타난 내용들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초시대적인 적응력을 갖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된다.

셋째, 단군신화는 우리 민족사의 정신적 원천을 알게 해준다. 우리 민족은 유사 이래 이민족과의 전쟁을 통해서 오늘의 민족과 영토를 지켜왔다. 그러나 우리가 민족항쟁사를 공부함에 있어서 선결하지 않으면 안 될 문제는 이러한 민족운동사는 어느 시대에서부터 기필(起筆)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이다. 우리 선민(先民)의 대이민족 투쟁은 아득한 상고에서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대이민족 투쟁을 한 주체인 우리 선민의 집단투쟁이 민족의식의 자각에 의한 결집이 아닌 한, 그것은 민족항쟁이란 이름에 값할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민족항쟁사는 민족의 형성을 전제 조건으로 할 뿐 아니라 민족의식의 자각을 핵심으로 한다. 이러한 민족의식의 자각은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서구와 달리 우리와 같은 단일민족국가에서는 조선의 건국에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우리 민족사 저변을 흐르는 평화주의와 박애주의 그리고 이타주의는 그냥 절로 형성된 우발적인 혹은 자연발생적인 산물이 아니라 이미 개국정신이 스며있는 단군신화에서 표출된 민족사상(정신)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단군신화의 내용을 통해 우리는 단군사상에 대한 새로운 재조명작업이 필요하다. 더 이상 단군신화와 단군사상을 신화의 틀 속에 우상숭배라는 너무나 편협한 무지의 세계에 가두어 놓아서는 안 된다. 단군신화와 그에 담겨 있는 정신과 사상은 오늘날 우리 한민족의 정신세계의 원천으로서, 한민족 5천년사의 지배사상으로 재평가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점에서 단군신화에 나타난 단군사상의 계승작업이 보다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단군사상은 과거의 존재했던 사상이 아니라 겨레에게 등불을 밝히는 민족정신으로, 한사상으로 재평가되어 국민정신 내지 국민사상으로 계승발전되어야 한다. 단군신화에서 표출된 우리 민족의 정신세계와 사상체계는 앞으로 단군사상내지 민족사상으로 정립하여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밝히는 정신 내지 사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업을 위해 단군신화와 단군사상은 보다 심화되고 이론화되고 체계화되어야 할 것이다.

 

. 한국고대정치사상의 내용과 의미

한국정치사상은 여기’ ‘지금에서 형성된 것이 아니다. 오래 역사적 전통과 사유의 종합체가 오늘의 사상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고대 우리 선조들의 사유세계는 한국정치사상의 원형을 제공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새삼 재조명재평가되어야 한다. 우리의 말이 일조일석에 인공적으로 부자연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님과 같이 우리의 사고방식은 아득한 옛날부터 장구한 우리 역사를 통하여 세련된 나머지에 독특한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이다. 한국사상은 한국적 사고방식을 떠나서 있을 수 없고 그 독특한 사고방식은 우리의 말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한국말이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한국적인 사고방식은 거기에 엄연히 있는 것이요 따라서 한국사상은 없을 수 없다.

우리는 한국사상이라면 마치 유선이 전부인양 착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사상을 전공하는 학자라고 그 연구결과를 보면 대개 유선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이 정녕 한국사상의 정통이라고 할 수 있는가? 전통적인 측면에서는 유선도 한국사상의 범주에 넣을 수 있지만 정통적인 측면에서는 유선은 우리의 고유한 정통사상이 아니다. 그러나 논술된 바와 같이 우리 한국사상은 단군신화에 나타난 고유사상에서 출발한 것이 사실이나 이것이 성장발전하는 과정에서 전 동양적 분위기에 싸여서 외래사상의 영향을 받은 것이 많았다는 점을 중요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한민족의 고유사상이 아무리 훌륭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성장하고 발전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한국사상의 사멸을 의미하느니 만큼 우리의 민족문화는 말할 수 없으리 만큼 뒤떨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모든 개체생리에 있어서 무엇이든 생장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계로부터 자양을 섭취하는 것처럼 집단생리에 있어서도 우리의 민족정신이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연히 그리고 필연적으로 외계로부터 자양을 흡수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유선은 분명 외래사조이지만 우리 민족은 이를 흡수동화하여 한국사상을 심화시키고 진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 사상의 근저인 한국의 고유한 사상에 대한 망각현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한국사상에 있어서 유선은 어찌하였거나 종()이자 변수(變數)에 불과하다. 한국사상의 주()이자 독립요인은 단군신화에서 볼 수 있는 고유한 사상요소이다. 남이 아무리 좋다는 사상도 그것이 한낱 수입품에 그치어 우리의 생활 우리의 말로 소화 흡수되지 못한 채로 그저 껍질 외양만 흉내 낼 때 어떻게 될 것인가. 아마도 어울리지 않는 몸짓을 하며 남의 장단에 춤을 추는 꼴이란 넌센스라기 보다는 정녕코 가이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거기에 무슨 활로가 발견될 것이랴.

우리 민족의 사상은 동양적인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형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중국사상이나 일본사상 혹은 인도사상이 우리 민족의 사상의 근저 내지 근거가 될 수 없다. 우리 사상의 근저를 우리 외의 다른 곳에 두는 것은 우리 사상에 대한 몰이해와 사대주의적 사고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민족주체적인 시각에서 우리 사상의 진면목에 대한 깊은 성찰과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선 세 가지 외래사상이 천여 년 동안이나 우리 민족의 생활을 지배한 결과 이폐(利弊) 간 그 영향이 컸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가령 심오한 철학사상과 보제중생(普濟衆生)의 종교이념은 불교에서 얻어진 방 유익한 점이며 인의예지(仁義禮智), 삼강오륜(三綱五倫)의 윤리사상과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의 정치이념은 유도에서 얻어진 바 유익한 점이며 청정무구(淸淨無垢)한 초속(超俗)사상과 연년익수(延年益壽)의 양생(養生)관념은 선도에서 얻어진 바 유익한 점인 것이다.

그러나 유선은 이러한 장점만을 우리에게 이식시킨 것이 아니다. 선이 전해지기 전 우리 나름의 고유사상으로 나라의 정체성을 지켜오던 상황에서 유선이라는 외래사조가 전해짐으로써 사상적 깊이를 더해간 것은 있지만 우리의 정신세계에 부정적인 폐단도 적지 않다. 즉 극단의 유심적(唯心的)인 불교의 정적(靜的) 수련에서 와진 바 폐해점이며 다음은 숭문천무(崇文賤武)하는 유도의 문약사상에서 생긴 폐해점인 것이다. 그리고 민족자주의 독립정신이 결핍해지면서 의타적인 사대주의로 기울어진 것은 유도의 존주(尊周)사상에서 나와진 폐해점인 동시에 동인, 서인, 남인, 북인, 노론, 소론 등의 당쟁을 숭상하여 동족상쟁의 악난(惡難)을 기른 것은 관존민비의 봉건사상을 극단적으로 고취한 유도의 폐해인 것이다. 선도(仙道)는 쇠퇴기를 가져보지 못했으니 만큼 무엇 이렇다 할 만한 폐해점도 없었던 것이다. 이것을 다시 종합적으로 고찰해 보면 한민족은 유선의 외래사상을 흡수해 가지고 그 유익한 점으로 말미암아 많은 발전을 가져온 것도 사실이지만 또한 그 폐해점으로 말미암아 민족적 발전을 저해한 점은 더욱 더 크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유선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여 우리 민족의 사상적 고유성을 기본으로 하여 우리 토양에 수용된 유선의 내용을 취사선택해서 한국사상을 체계화하고 심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필자의 기본인식을 기초로 해서 고대의 정치사상을 다루어보도록 하자. 고대의 한국정치사상을 사실 몇 가지로 유형화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 민족의 저변 내지 기층적 사고를 파악하는 일은 한국사상의 전반적 이해와 체계성의 정립을 위해 결코 빠트릴 수 없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1. 한국고대정치사상의 내용

주로 고대라고 하면 단군조선부터 삼국시대까지의 시기를 말한다. 또는 고대시기를 상고사와 삼국시대로 나누어서 설명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건국때부터 삼국시대까지의 시기를 고대로 보고 그 사상적 내용을 설명하도록 한다. 고대정치사상은 단군신화에서 표출되고 있는 개국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1) 천사상을 기초로 하고 있다

고대인들은 하늘에 대한 존숭의 차원에서 사유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하늘은 단순히 자연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 영혼, 신성성, 도덕성의 근원, 생명의 씨앗 등을 상징한다. 또한 고대인들은 하늘을 우리의 생명의 본산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인식은 한국정치사상을 규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늘에 대한 믿음과 존경은 한국정치사상의 보편성과 합리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의 사상은 다른 어떤 사상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깊이를 가지고 있고 우리 민족 스스로의 의지와 사유로만 만들었다고 한다면 우리의 정치사상은 일종의 도그마(dogma)에 빠지게 될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일식월식가뭄홍수폭풍 등 자연의 특이한 현상들을 하느님의 노여움으로 해석하였다. 이러한 하느님의 노여움은 제왕이나 선비들이나 백성들에게 잘못이 있거나 또는 덕이 부족한 까닭이라고 생각하여 그 죄를 빌고 반성하여 하느님의 용서를 받으려 하였다.

우선 우리의 개국신화는 모조리 천()과 직결되어 있다. 고대인들은 하늘()을 우주자연의 주재자로서 인간사의 길흉화복을 좌우하는 존재라고 믿고 숭배하였으며, 이 절대자를 하느님(환인)이라 불렀다. 그래서 우리의 개국신화들인 단군신화, 고구려의 주몽신화, 신라의 혁거세신화, 금관가야의 김수로왕신화, 경주김씨의 김알지시조설화 등 모든 개국 및 시조(始祖)신화가 하늘과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면 단군신화에 보면 하느님(환인)의 아들 환웅(桓雄)이 태백산에 내려와 웅녀(熊女)와 혼인하여 단군왕검을 낳았다는 구절이 있다. 이것은 일종의 천신강림(天神降臨)신앙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그리고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신화에 보면 하느님의 아들 해모수(解慕漱)가 하백의 딸 유화와 관계하여 주몽을 낳았다는 설화가 있다. 여기서 해모수의 해()는 태양을 의미하는 것으로 하늘의 의인화에 해당한다. 고구려 역시 권력의 정당성과 개국의 원천을 하늘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라

의 혁거세신화를 보면 하늘에서 이상스러운 기운이 번개불과 같이 땅에 비쳤다는 구절 역시 우리 민족의 천사상과 직접 연관되어 있다.

다음으로 천사상은 하늘과의 조화사상으로 연결된다. 하늘을 존경하고 우리의 근원을 하늘에 두고 있지만 하늘과 땅과의 2원적 대립을 피하고 상호결합성 내지 조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하늘(자연)의 일부분이라는 인식 하에 천지인의 조화사상을 천사상의 틀 속에서 강조하고 있다. 지금도 한반도 전역에는 솟대또는 수살대라는 것이 있어 긴 장대 끝에 나무로 만든 새를 얹혀서 세워놓았다. 이것 역시 신령의 강령이자 천사상을 나타내주는 형상의 하나로 인식된다.

세 번째 우리의 천사상은 제천(祭天)행사로 연결된다. 제천행사란 말 그대로 하늘(天神)에 대한 제사를 말한다. 종교가 곧 정치이고, 정치가 바로 종교이던 그 시대에, 무당은 종교적 지도자(제사장)이면서 동시에 정치적 지도자이기도 했다. 제정일치(祭政一致)현상이 그것이다. 통치권과 정당성은 바로 신으로부터, 신비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일종의 신권정치(theocracy)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종교와 정치의 미분화 현상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고대에서는 하느님의 노여움을 풀고 큰 복을 벌기 위해 연례적으로 제천행사를 지냈는데, 대표적인 것이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동예의 무천 등이 있다. 또한 마을마다 천군이라는 제관이 있었고 제사드리는 장소도 소도라고 하여 신성시하였다.

(2) 고유한 정신세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보통 우리의 고유사상이라면 유선의 하위체계 내지 단위로서만 생각하는데 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유교, 불교, 도교가 이 나라에 전해진 것은 대체로 4세기 이후였다. 그러면 조선이 개국한 이후 외래 종교인 유3교가 전래되기 전 한국을 지배했던 정신과 사상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삼국사기진흥왕 37년편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현묘한 도가 있으니 이를 풍류라 이른다. 그 교의 기원은 선사에 자세히 실려 있거니와, 실로 이는 삼교를 포함하고 중생을 교화한다.

 

위의 글은 최치원이 화랑으로 추정되는 난랑비서서문에 기록한 것이다. 그는 우리의 고유한 사상을 풍류로 규정하였다.

물론 우리가 문화의 전통을 묻는데 우리에게 해외의 문화가 들어오기 이전의 고유한 그것만을 가지고 편집(偏執)하는 때는 과시 그것은 사리에 맞지 않은 곡견(曲見)일 뿐이다. 비록 외래의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이미 수천 년 경과했다고 하면 그것이 수천 년의 역사를 통과해서 이 민족에게 일종의 생리화된 그것은 분명히 우리의 전통이지 어디서 온 유래를 물어서 이것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사상에 대한 이러한 고찰은 매우 합당한 것으로 필자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유선이라는 외래사조가 한국에서 전통사상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에는 우리의 기층 내지 토대를 이루는 사상이 확실하기 때문에 우리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기층 내지 토대를 이루는 사상이 바로 풍류도(風流道)이고 국선도이다. 고운 최치원의 증언을 생각하면, 조선의 고유한 정신으로서 풍류도는 유선 삼교가 이 땅에 유입되기 전에 벌써 독자적으로 단군조선에서 전승되어 왔음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다. 우리의 사상은 깊은 도를 추구하는 심오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최치원은 우리의 정통사상인 풍류도에 대해 현묘한 도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풍류도에 대하여 자세히 논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고대 신앙에 관한 순수한 민족정신의 조선사상을 담았던 많은 문헌들 - 고기(古記), 단군기(檀君記), 단군고기(檀君古記) - 이 명확한 이유를 모르게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료의 유실 내지 빈곤으로 인해 풍류도의 정신과 멋이 중국 대륙과의 교섭에 의하여 유선 삼교에 의하여 민족의 고신도(古神道)가 접화되기 이전의 순수한 모습이 무엇인가를 기록의 단절로 지금의 우리는 잘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정통사상인 풍류도는 우리의 민족사상의 원형이자 뿌리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심층적인 연구가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풍류도의 원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자료의 유실로 매우 상세하게는 언급하기 어려우나 풍류도의 기반인 단군신화와 최치원의 언급을 통해 대략적으로는 이해할 수가 있다. 풍류도는 유교불교도교를 포함한 고대 한국의 독특한 사상체계였음이 분명하다. 우리의 고유한 사상인 풍류도는 최치원의 언급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삼교를 포함하고 있는 사상의 심연을 이루고 있다. 풍류도는 독자적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고유한 사상으로서 천부적으로 유도 삼교의 사상을 이미 그 자체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로 볼 때, 우리 민족은 고유사상을 지닌 주체성이 강한 민족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지닌 민족인 것이다.

(3) 민본주의의 기초 하에 움직이고 있다

우리의 고대정치사상은 민본주의의 원칙 하에 움직이고 있다. 여기서 민본주의란 민이 근본이라는 인식을 기초로 하고 있는 주의를 말한다. 이러한 민본주의가 가장 극적으로 표명되고 있는 말이 홍익인간이고 광명이세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사상이 민본주의를 내세우고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의 함축된 의미가 있다. 비록 한 개인의 군주에 의해 통치되는 통치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결코 군주가 자기 마음대로 나라를 통치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적 인식이 민본주의에는 깔려 있다. 유학에서의 민본주의와 우리의 고대의 민본주의는 그 전제나 출발점이 완전히 다르고 그 사상의 실천에 있어서도 근본적으로 차이가 난다.

중국유학에서 말하는 민본주의는 하늘에 두 태양이 없듯이 지상에는 군주가 오직 한 사람이어야 함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한다. 유학은 학파의 차이를 불문하고 군주제 이외의 다른 정치체제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민은 어디까지나 군주의 피치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국사상에서의 민본주의는 글자 그대로 민이 중심이 되고 민이 정치와 역사의 주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군주가 주가 될 경우 민이 본이 될 수가 없다. ‘’()이라는 것은 어떤 대상의 바탕을 말한다. 바탕이란 대상의 실질적 주인이다. 한국사상에서의 민본주의는 바탕으로서의 민이 근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단순히 유교에서 말하는 민에 대한 시혜적배품의 차원을 넘어선다. 이러한 민본주의는 단군신화에서 말하는 재세이화의 이념을 통해 그대로 구현되고 있다.

(4) 인간중심주의를 기초로 하고 있다

단군신화를 중심으로 하는 고대의 사상의 중심에는 신이나 자연이나 동물이 아닌 인간이 자리 잡고 있다. 고대사상에서 말하고 있는 하늘과 땅도 인간을 전제로 하고 있다. 우리 민족이 경천사상으로 통해 하늘을 숭상하고 있지만 하늘이 중심이 아니라 인간이 중심이다. 그래서 인간은 하늘과 땅의 매개체이자 하늘과 땅의 중심이다. 한국고대사상에서는 인간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고리역할을 하고 있다. 인간이 없는 하늘, 인간이 없는 땅은 존재가치가 없는 것이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분이지만 결코 자연에 복속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그만큼 인간이 세상의 중심에 서있다는 것을 함유하고 있다.

이러한 인간중심주의의 가장 극적인 표현체가 바로 홍익인간이고 광명이세이고 이도여치’(以道與治)이고 재세이화이다. 특히 홍익인간사상은 고대의 인간중심적 사상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철저한 인간중심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홍익인간 이념은 우리 배달겨레의 민족통일이념이며 동시에 세계평화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홍익인간을 모태로 하는 인간중심주의는 한국고대사상의 핵심적 본원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홍익인간사상은 고대는 물론이고 이후 전개되는 모든 한국사상의 분파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한국사상의 핵심적이고 중심적인 내용이 되었다. 한국사상 특히 고대한국의 정치사상에는 인()이 중심이 되어 모든 사상적 내용을 포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 조화사상을 기초로 하고 있다

고대한국의 정치사상은 조화의 개념을 기초로 하여 성립하고 있다. 우리 민족사상은 결코 일방의 이익과 지배를 위해 타방의 이익을 송두리째 훼손하고 절멸하는 방향을 배제하고 있다. 일방과 타방의 공존을 통한 보편적 공동체에 대한 지향성을 한국사상은 지니고 있다. 여기서 한국사상의 조화성이 표출된다. 즉 한국사상은 하늘과 자연, 하늘과 땅, 하늘과 인간 간의 대립이 아니라 서로 소통을 통한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하늘과 자연, 하늘과 인간, 하늘과 땅 간의 조화는 단군신화에서 천지인의 조화로 표출되고 있다. 그리고 정신과 육체 간의 조화는 하늘과 땅 간의 일체화로 나타나고 있다.

고대정치사상의 조화적 성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은 역시 단군신화이다. 단군신화는 천상세계와 지상세계, 신과 인간, 초월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을 단절적-2분법적으로 이해하지 않고 연속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화란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양자 간의 단순한 절충을 의미하지 않고 양자 간의 상생적 공존을 지향한다. 풍류정신으로 집약되는 한국의 고대정치사상은 하늘에 대한 위대한 공경이고 땅에서의 접화군생(接化群生)을 이루어 원융회통(圓融會通)을 모색하는 대긍정의 정신이다. 그래서 우리 사상에는 다양한 개체와 대립물의 통합을 추구하는 정신이 들어 있다. 유와 무, 실과 허, 동과 정, 주체와 객체, 음과 양, 너와 나의 대립을 초극해 조화하고 화합하는 정신 그것이 곧 한국 정신사에 면면히 한국사상으로 구상화되어 이어 오고 있는 것이다.

2. 한국고대정치사상의 의미

고대정치사상은 고대라는 시공간에서만 유효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뛰어넘어 현재에도 많은 의미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고대와 현대는 엄청난 시간적, 기술적 간격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대의 사상 중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해야 한다. 특히 한국사상사의 최정점은 고대이기 때문에 이후 전개된 숱한 사상의 저변에는 고대인들의 사유와 정신의 산물이 깊게 각인되어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적인변혁의 시기라든가 생존상 위급한 시기에 임하였을 때라든가, 이전과는 판이한 새로운 상황에 부딪혔을 때 주체성이 문제되곤 한다. 그러나, 엄습하여 오는 외부의 힘이 엄청나게 세차서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을 거를조차 없는 경우라든가 또는 상대방의 가치적 우월에 현혹되어 스스로가 열등감에 사로잡혀 숭배하는 나머지 추종을 유일한 좋은 일로 생각할 때, 거기에 올바른 자기 반성의 여지가 용납될 리 없고, 주체성을 찾아볼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하는 일은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훌륭한 것만 같아 취사선택을 할 나위가 없기 때문이다. 설사, 그렇지 않고 똑똑한 척하여 진지하게 이상을 추구한다 치더라도, 당장에 세계에 유통되고 있는 것이 유일한 진리인양 느껴짐도 속일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대정치사상은 우리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고양시켜주는 보고로서의 의미를 제공하고 있다. 고대정치사상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요약하면 첫째, 고대사상의 주류를 이루는 천사상은 우리 한국사상의 윤리성, 도덕성 내지 합리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된다. 한국사상은 고대부터 이치(理致)를 중요시 하는 기조를 지니고 있다. 하늘에 대한 숭배, 존중은 우리 민족의 민족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민족 자체의 치도(治道)의 철학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둘째, 풍류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고유사상은 외래사조 및 사상에 의해서 촉발(유발)된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 스스로의 의지의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외래사조는 우리의 기층 사상을 보다 심화시키는데 하나의 작용인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지 우리 사상의 전체라고 할 수 없다. 선 삼교를 포함하여 우리 사상의 진면목을 표출한 풍류도와 화랑도는 우리 민족과 사상의 주체성을 그대로 노정한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민본주의의 기조는 민 즉 백성을 소중히 여기는 애민주의로 표출되었다. 물론 애민주의에는 전근대적인 의미가 담겨있지만 우리의 민본주의는 시혜적인 애민주의가 아니라 민을 중시한다는 민본주의의 용어상의 의미를 그대로 투영한 애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사상에서 보이는 애민주의적 민본주의는 정치지도자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길 내지 도리임을 알 수 있다.

넷째, 인간존중주의는 오늘날 인류공동체의 실질적인 염원인 진정한 평화주의와 대동주의로 나아갈 수 있는 사상적 기반이 된다고 평가된다. 현재 우리가 바라는 평화는 인간이 존중되는 평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사상의 내용인 인간존중주의는 오늘날 우리가 희구하는 적극적 평화의 현실태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화주의는 우리 사회와 세계질서의 갈등과 분쟁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극복할 수 있는 사상적 원천이 된다. 오늘날 우리가 몸담고 있는 대한민국은 여전히 지역적 갈등과 남북분단으로 인한 갈등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볼 때도 198912월을 계기로 해서 냉전이 종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각종 테러와 분쟁으로 인해 적극적인 평화체제를 형성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조화주의를 강조한 한국의 고대정치사상은 상생의 정치, 공존의 정치를 함양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이론적, 사상적 기초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시대의 변천으로 지금으로부터 수천 년 전의 사상을 그대로 현시점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한국의 고대정치사상 역시 주로 당위론적인 차원에서 사상의 맥락을 형성하고 있지 그 구체적인 실천방략과 접근전략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진 바 없고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그때와 지금과의 정치상황은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적용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러나 이 논문에서 규명된 한국의 고대정치사상은 한국사상의 흐름의 계선에 있어서 최정점에 위치하고 있을뿐더러 한국사상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사상의 계승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비록 시대는 다르고 정치상황은 다르지만 오늘의 시점에서 보더라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고찰된다.

. 결 론

이상과 같이 필자는 한국고대정치사상의 내용과 평가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하였다. 고대의 한국정치사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그 전제로서 단군신화의 내용과 의미에 대해 우선적으로 알아보았다. 단군신화는 앞으로 보다 심층적인 연구의 진행이 필요한 한국사상의 원형으로서의 한국사상 연구의 기본자료이다. 본 논문으로서는 일종의 시도로서 그 내용과 의미를 간략하게 살펴본 결과 우선, 경천숭조를 근본으로 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다음으로 단군신화는 인본주의를 지향하고 있고 셋째, 조화의 세계를 추구하고 있고 마지막으로 재세이화의 철리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단군신화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고대정치사상의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고대정치사상은 천사상을 기초로 하고 있다. 천사상에 대한 우리 민족의 사유는 우리 사상의 합리성과 보편성을 강화해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둘째, 우리의 고대사상은 외래사조가 들어오기 전 이미 민족 나름의 주체적 사관과 깊은 정신세계의 발달로 인해 독자적인 고유한 사상체계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단군사상이고 풍류도이다. 그래서 우리의 고유사상은 홍익인간, 재세이화 및 접화군생이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유도가 들어오기 이전부터 민족의 정신세계를 지배했다고 고찰되는 것이다.

셋째, 한국의 고대사상은 민본주의의 기초 하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사상에서 나타난 민본주의는 문자 그대로 군주중심의 중국의 유가식 민본주의가 아니라 진정으로 민이 중심이 되고 민을 위한 사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민본주의는 단군신화에서 표출되고 있는 재세이화의 정치사상에 의해서 구체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다음으로 한국고대사상은 인간중심주의를 기초로 하고 있다. 고대에서 하늘과 땅을 매개하는 중심고리는 다름이 아니라 바로 인간이다. 인간은 천지인 삼자 중 가장 중요한 역할과 의미를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고대사상은 조화사상을 중심으로 해서 형성되고 전개되고 있다. 천지인 간에는 상호대립보다는 상호공존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한국의 고대인들은 설정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사상에서 하늘과 땅, 하늘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땅은 서로 대립적이고 모순적인 관계에 있지 않다.

이상과 같이 한국의 고대사상은 비록 시공간적으로는 수천 년 전의 까마득한 옛날이지만 그때의 사상적 의미가 결코 오늘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고루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오늘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사회와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사상들이 현대라는 진보된 사회와 함께 그 궤를 같이 하는 것 같이 인식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과거 특히 고대의 정치사상의 경우 현대의 사상들보다 세련되지는 못하고 논리적 구성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현대에 많은 적응력과 시사점을 제공해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고대정치사상의 내용이 주는 의미를 제대로 평가하여 취사선택의 과정을 거친 후 오늘의 문제를 푸는 하나의 삶의 지혜 내지 사상적 원천(원동력)으로의 역할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필자는 믿고 있다. 오늘의 우리는 외래사조의 영향력에 매몰되어 우리 스스로의 오늘을 실질적으로 만들게 한 기층적인 사상과 정신의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본 논문에서 제기된 다양한 문제들에서 나타나는 부족한 점들은 한국사상의 시원을 밝혀 한국사상의 보다 폭넓은 이해와 필자나름의 심층적 연구의 출발점임을 스스로 위안하면서 앞으로 한국사상의 체계화, 심층화, 대중화에 모든 역량을 경주할 것임을 밝혀둔다.

 

논문투고일 : 2009.10.20

심사완료일 : 2009.12.05

게재확정일 : 200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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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A Contents and Meanings of the Ancient Korean Political Thought

 

Chung, Kyung-Hwan(Dong-eui University)

 

The ancient political thought in Korea has its origins in the Dangun Shinhwa(단군신화). Therefore, to analyse the ancient Korean thought is first considered the ideological meanings of Dangun Shinhwa. The Dangun Shinhwa is not the scared story but the original form of our people‘s spirit and nationality. The ideological meanings of Dangun Shinhwa are indicated as the thought of Gungchunsungjo(경천숭조사상), the human-centering orientation, the seeking for the harmony world and the iron theory of Geseaihwa(在世理化). With this basic thoughts, the ancient Korean thought is established and developed. The contents of the ancient Korean are follows ; First, it is based in the thought of Chun(). Secondly, the ancient Korean thought forms the innate spiritual world. Thirdly, it is moving under the basis of people’s centering theory. Fourthly, it is based in the man‘s centering doctrine. Finally, it is based in the man‘s centering doctrine(조화사상). Seen above mentions, the of the ancient Korean political thought have various meanings. That is to say, It has the universalism as our thought. And it is the consequence of our people’s self-will. Next, the people‘s centering basis is presented as the loving of people.

Key Words : Dangun Shinhwa, Pungryudo, Cun thought, man‘s centering doctrine, man‘s centering doctrine


 
                                   3권 2호/제1장 한국고대정치사상의 내용과 의미


2018.06.2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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