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17. 10:17ㆍ우리 역사 바로알기
제1장 한국정치사상의 성격과 과제
정경환*
[국문요약]
우리 민족은 유사 이래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충돌점인 한반도라는 지정학으로 인해 늘 외세의 침략과 간섭을 받아왔다. 우리 민족 내부의 역량이 부족했을 때 우리는 상상하기 어려운 국난을 당해왔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이 우리의 역사, 정신, 언어 및 문화를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의 저변에 깔려있는 한국정치사상이라는 확고한 사상적(정신적) 기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정치사상은 여러 가지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첫 번째가 반외세자주론이다. 반외세자주론은 무조건적으로 모든 외세에 대해 반대하고 배격하는 것이 아니라 부당하고 침략적인 외세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가 민족수호의지론이다. 한국의 정치사상은 우리 민족을 보존하고 수호해야한다는 의지의 표현체이다. 이때 민족의 수호는 민족만을 수호한다는 것이 아니라 민족을 형성하는 기초인 역사, 정신, 언어 및 문화를 함께 수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정의론을 들 수 있다. 한국정치사상은 옳은 일에 대한 믿음으로 출발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우리는 한국정치사상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범국민적인 차원에서 계승․발전하고 사상의 통일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향후 과제를 안고 있다.
주제어 : 한국정치사상, 반외세자주론, 정의론, 민족수호의지론, 국민정신, 민족주의, 한반도, 지정학
Ⅰ. 서 론(문제의 제기)
한국정치사상에 대한 연구는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준다. 한국역사는 다른 나라의 역사와 비교하기 어려운 격동과 격변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언설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 민족은 숱한 외세의 직접적인 침략과 간섭 및 개입으로 인해 역사의 단절이 마치 역사의 주류인양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는 단절되지 않고 오늘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러한 우리 역사의 흐름은 결코 단절적이지 않고 연속적인 사상이 분명히 내재하고 있음을 증거해 주고 있다.
현재의 세계질서는 민족국가(nation-state)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현재 세계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민족주의는 오늘의 국제질서를 움직이는 중요한 동인(動因)이다. 세계화와 민족주의는 상호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고 조화적인 관계이다. 현재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민족단위는 한민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면 한국인으로서, 한민족으로서 우리는 우리 역사와 국가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이 땅에 태어나고, 한민족으로 태어난 것이 부끄러운 경우도 있을 것이다. 과연 우리 민족사는 우리 민족성원에게 자랑스러움을 안겨주고 있는가? 우리 역사에 대해 자랑스러움과 긍지를 가지기 위해서는 자부심을 안겨줄 수 있는 어떤 대상이 있어야 한다.
과연 우리 한국의 역사에는 어떤 정치사상이 있는가? 우리 역사 전반을 관통하는 한국정치사상의 특징과 성격은 무엇인가? 한국인이면서 우리 스스로가 우리 역사를 수놓았던 한국정치사상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의 상실은 물론이고 무한경쟁시대인 작금의 상황에서 민족정체성(national identity)은 결정적인 위기를 맞게될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우리는 우리 역사 전반을 가로질러왔던 한국정치사상의 성격과 과제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분석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한국정치사상의 성격과 과제는 우리의 존재와 역사를 반추할 수 있는 계기를 조성할 것이다. 그리고 민족정신이 담겨있는 한국정치사상의 규명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올바른 길과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 국내외적으로 위기국면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 민족구성원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제공해준다고 하겠다. 그리고 한국정치사상에 대한 보다 객관적이고 균형 있는 연구를 통해 한국정치사상의 좋은 점은 계승하고 미비한 점은 개선하여 교훈을 얻고 내일을 개척해가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 존재의 기반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Ⅱ. 한국정치사상의 성격
수 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사 전반을 관통하고 있는 한국정치사상 전체를 일괄적으로 묶어서 그 성격과 특징을 규명하는 것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역사에 깊이 스며있는 한국정치사상에 대한 이해력의 제고를 위해서는 그 성격에 대한 유형화작업이 요청된다. 유형화는 주지하다시피 사실의 전부를 나타내주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이나 대상의 이해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고 할 수 있다. 유형화를 통해 분석하고자 하는 대상이나 사실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이해력을 높여준다고 하겠다. 필자는 한국정치사상을 고대부터 현재까지 오랫동안 분석한 결과 다양한 성격이 있으나 크게 세 가지의 내용으로 성격지울 수 있다고 고찰하였다.
1. 반외세자주론
한국정치사상은 우선 반외세자주론이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럼 여기서 말하는 반외세자주론이란 무엇을 말하고 그것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가? 우선 반외세자주론은 무조건적으로 외세를 배척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무조건적으로 외세를 배격하는 것은 일종의 국수주의로 한국정치사상의 제일차적 성격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반외세자주론’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반외세자주론’의 개념에 대한 설명을 전제로 해서 한국정치사상의 기본성격으로서의 반외세자주론을 설명하도록 하자. 개념이란 다양성속의 통일을 반영한다. 용어의 개념에 대한 전제 없이 용어의 해설과 분석은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용어의 개념은 모든 연구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말하고 있는 ‘반외세자주론’의 정확한 개념은 무엇인가? 이를 ‘반외세’와 ‘자주’로 나누어 양 용어를 간단하게 고찰하고자 한다.
한 나라에서 ‘반외세’란 한마디로 외세가 나라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외세에 의해서 나라가 도움을 받더라도 결코 외세는 외세일 뿐이지 외세가 나라의 주인의 자리에 앉아서 주인행세를 하는 것은 결코 묵과할 수 없다는 노선이 바로 반외세노선이다. 이런 점에서 반외세노선은 민족주의의 산물이다. 즉 반외세의 ‘반’(反)은 단순히 외세를 반대하고 배격한다는 차원의 반이 아니라 민족이 나라의 주인행세를 하지 못하고 다른 민족 즉 외세가 나라의 주인인양 행세하는 현실에 대한 입장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외세의 작용이 우리 민족(국가)의 현재, 미래를 움직여 나가는 본원(本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자주’의 개념에 대한 것이다. 자주의 개념은 민족주의와 외세의 문제에 있어서 핵심적인 사항이다. 자주에 대한 올바른 개념정립이 없이는 민족주의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없다. 원래 ‘자주’의 사전적 뜻은 “남의 보호나 간섭을 받지 아니 받고 독립하여 행하는 것” 혹은 “자기에 관한 일은 자기 힘으로 다스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첫째, 자주란 타자(국)로부터의 간섭이나 개입에서의 이탈을 의미하고 있고 둘째는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고 마지막으로 ‘자주’라는 용어에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한 바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렇게 볼 때 반외세와 자주는 떼놓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정치사상의 성격으로서의 반외세는 외세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반대하고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부당한 외세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제관계는 국가간의 상호관계성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현재는 제국주의라는 용어 자체를 수용하기 힘든 국면에 이르렀다. 이제 더 이상 물리적 폭력으로 타국가를 자의적으로 침략하여 영토변경을 기도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국주의는 과거속의 용어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탈냉전 이전의 국제관계는 자유, 인권 및 민주주의와 같은 보편적 가치가 자리 잡지 못하고 약육강식의 지배질서가 통용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 시기 세계의 중심질서는 자유와 인권을 이념적 모토로 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바로 제국주의였다. 약소국가들은 서구의 제국주의가 지배하는 질서에서 어떻게 하면 자주국가를 세울 것인가? 어떻게 하면 서구 제국주의의 간섭과 개입에서 벗어나서 민족 스스로가 주인이 되는 진정한 자주국가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에 모든 역량을 맞추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었다.
이러한 국제안보환경에서 반외세자주론은 자연히 우리 민족의 정치사상으로 자리 잡게 되었던 것이다. 반외세자주론은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무조건적으로 외세를 배격하는 것이 아니라 부당하고 침략적인 외세에 저항한다는 논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또 한국정치사상은 자주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우리 민족은 자주성을 통해 민족의 국체와 역사를 수호해왔는데 이것이 바로 반외세자주론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국정치사상의 성격으로 강조되고 있는 반외세자주론은 한반도의 지정학(geopolitics)과 깊이 관련을 맺고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우리만큼 반외세자주론이 지정학이라는 이유 때문에 강조되고 있지는 않다. 한국이 놓여있는 지정학은 늘 민족성과 국제성이 부딪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사실 한민족만큼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 민족도 많지 않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볼 때 동북아의 중앙에 위치에 있다. 중국, 소련 및 일본 등의 강국들과 통하는 교통의 요지(要地)를 형성하고 있다. 한반도는 대륙세력이든 해양세력든간에 외부로 팽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점(先占)해야 되는 지정학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교차점에 놓여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관계적 위치’라고 흔히 말하고 있다. 이러한 지장학적 위치는 자연스럽게 자주적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계기를 조성하였다. 한국의 대표적인 정치사상의 대부분이 반외세자주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반외세자주론은 민족의 주체성을 지키자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여기서 민족의 주체성이란 민족이 민족 스스로에 느끼는 일종의 자의식이고 자부심을 뜻한다. 민족이 주체성이 없으면 그 민족은 반드시 파멸의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특히 한반도처럼 늘 외세의 개입과 침략이 끊이지 않는 지정학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는 곳에서는 민족의 주체성을 지키는 것은 원초적인 생존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민족의 주체성이 전제되지 않는 국제관계는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자주가 주체의 외연이라면 주체는 자주의 내포라고 할 수 있다. 자주를 하려면 반드시 주체가 있어야 한다. 자주가 외적 표현체라면 주체는 내적 중심체라고 할 수 있다. 반외세자주론이 현실화하고 내면화하기 위해서는 민족주체성의 확보가 선결 조건이라고 하겠다.
2. 민족수호의지론
한국정치사상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영달,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다. 대신 한국정치사상은 민족(nation)이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자신의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도 정치사상이 있지만 한국처럼 민족을 강하게 말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정치사상은 이런 점에서 민족주의와 연결되어 있다. 민족주의 중 한국민족주의는 합리적 민족주의와 직결되어 있다. 민족주의는 다양한 발현형태로 인해 민족주의에 대한 오해는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민족주의에 대한 오해는 민족주의의 개념에 대한 무지의 결과이다.
민족주의란 무엇을 말하는가? 민족주의는 연구자 개인이 놓여있는 국가의 역사적 배경, 현실적 상황 그리고 국제질서를 보는 관점에 따라 매우 상이하고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다. 세계화가 폭넓게 진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족주의는 세계화의 조류와 반대되는 사조 내지 운동으로 인식되기 싶다. 즉 세계화는 국경을 넘어서서, 민족의 단위를 넘어서서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인식하는 물결인데 민족주의는 민족을 중심으로 해서 형성되고 발전하는 사조 및 운동이기 때문에 자연히 상충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서구학자들은 민족주의는 세계화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 심지어 악(evil)으로 규정하고 있다. 과연 민족주의는 세계화와 세계평화 구축과 대칭적인 이념 내지 용어인가?
사실 민족주의는 다양한 발현형태와 개념상의 다양성으로 인해 민족주의에 대한 오해와 혼돈이 많은 편이다. 모든 용어의 혼돈은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적용의 사례로 기인하는 것과 기존의 사조와 운동과의 마찰 내지 갈등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민족주의는 서구의 제국주의가 제3세계 전체를 억압하고 식민통치할 때 이에 대한 반항사조로서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민족주의가 서구의 학자들로부터 배척을 당하는 이유는 이런 점에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민족주의의 개념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를 하면 민족주의가 결코 세계평화와 국제주의와는 하등 배타적인 관계가 아님을 알게 된다.
그러면 민족주의의 개념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민족주의는 역사적 공감대와 운명공동체적인 연대의식을 함께 하고 있는 민족을 단위로 하는 사조 내지 운동을 의미하는데, 이렇게 정의하면 너무 막연하고 예외적인 요소가 현실에서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보다 쉽게 민족주의를 개념화하면 민족주의란 민족의 자유, 독립, 통합, 발전 및 평화라는 5대요소를 도모하기 위한 민족성원들의 단합된 의지의 결합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민족주의는 민족과 세계의 자유, 평화 및 발전에 공헌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족의 이익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타국을 자의적으로 침략하고 세계평화를 유린한다면 민족주의의 기본개념과는 상충된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민족과 민족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독재권력의 경우 그 민족과 민족주의는 민족주의의 5대요소인 민족의 자유 및 민족의 평화와는 완전히 상반된 것이기 때문에 민족주의의 탈을 쓴 사이비 민족주의라고 할 수 있다.
한국정치사상은 우리의 기나긴 수난의 역사를 반영해주는 근거이자 논리적 토대였다. 흔히 민족주의는 서구에서는 근대적 용어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오랜 세월동안 단일민족으로서의 국가적 위상을 표방하고 있었기 때문에 근대적 의미로서의 민족주의는 아니지만 민족주의적 양상을 띤 활동과 사조를 함유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유사 이래 민족의 독립을 위해, 민족의 자유를 위해 그리고 민족의 번영을 위해 쉼없이 줄기차게 투쟁하여 왔다. 이런 점에서 한국정치사상은 항상 민족주의라는 틀 속에서 우리의 답함과 통합을 주장해왔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한국정치사상에서 강조하고 있는 ‘민족’이라는 말은 단순히 민족이라는 것만을 수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민족과 결코 분리할 수 없는 역사, 얼, 정신, 문화를 함께 수호하자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사실이다. 한 민족에게 있어서 역사, 얼, 정신, 문화를 수호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한국처럼 늘 열강들의 역학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곳에서 우리의 역사, 얼, 정신 및 문화를 지키는 것은 강력한 사상적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하겠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정치사상은 나라와 민족을 보존하는 하나의 사상적 토대이자 근거였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한국정치사상의 성격으로서의 민족수호의지론은 한국과 한국민족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자부심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민족의 정체성(identity)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 민족은 어떠한 가치를 지키면서 살아왔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도록 하자. 이에 대한 설명이 없이 민족수호의지론을 구체화하고 강제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무리이다. 우리 민족은 무엇 때문에 우리 민족을 그토록 지키려고 했던가? 우리보다 영토나 국력이 훨씬 크고 풍부한 자산을 가진 다른 열강에 그냥 우리 전체를 맡기면 훨씬 편안하게 생존할 수 있을 것인데 무엇이 그렇게 지킬 것이 많아 형언하기 어려운 국난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영토, 역사, 얼, 정신 및 문화를 지키려고 악착같이 애를 썼는가?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에 합당한 근거 내지 이유가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 과연 우리 민족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가? 이에 대한 해답은 한국정치사상의 중요한 성격인 ‘민족수호의지론’을 뒷받침해주는 논리적, 역사적 토대를 마련해준다고 하겠다. 우선 민족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민족의 개념에 대해서는 다양한 규정이 있다. 민족에 대한 개념은 민족에 관한 모든 것을 해석하고 분석하는데 출발점을 이루고 있다. 개념은 퍼져있는 다양성 속에서 하나의 통일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존재의 기본적 속성을 포괄하는 의미이다. 다시 말하면 개념은 모든 현상과 문제를 이론적으로, 논리적으로 푸는 열쇠이자, 어떤 현상과 문제의 올바른 해결방안이나 대안모색의 첩경이다. 민족의 개념을 한 마디로 설명하고 규정하는 것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다.
각 민족의 역사, 형성 및 전개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민족을 하나의 개념으로 규정하는 작업은 매우 지난(至難)한 문제이다. 민족이란 “역사적 공감성에 의해서 특정 성원들 사이에 운명공동체적인 연대의식을 가지고 있는 인간집단”을 뜻한다. 역사적 공감성과 운명공동체적인 연대의식을 함유하고 있는 우리 한민족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가? 우선 우리 민족은 고유한 문화와 사상을 수호해왔다는 것이다. 외래문화와 사상의 범람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은 그기에 완전히 편입 내지 동화되지 않고 우리 민족만의 독특한 문화, 전통, 사상을 지켜왔다는 사실이다. 실학과 동학사상은 오늘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사상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에는 외래사조인 유불선이 들어오기 전 이미 천(天)사상과 효(孝)사상이 있었고 각 민족의 역사, 형성 및 전개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민족을 하나의 개념으로 규정하는 작업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민족의 개념으로 볼 때 역사적 공감성과 운명공동체적인 연대의식은 중요한 두 구성요소이다. 역사적 공감성과 운명공동체적인 연대의식을 함유하고 있는 우리 한민족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가? 우선 우리 민족은 고유한 문화와 사상을 수호해왔다는 것이다. 외래문화와 사상의 범람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은 그기에 완전히 편입 내지 동화되지 않고 우리 민족만의 독특한 문화, 전통, 사상을 지켜왔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실학과 동학사상은 오늘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사상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에는 외래사조인 유불선이 들어오기 전 이미 천(天)사상과 효(孝)사상이 있었다. 보통 우리의 고유사상이라면 유불선의 하위체계 내지 단위로만 생각하는데 이는 우리 민족의 고유성과 독자성을 스스로 부인하는 언사이다. B.C.2333년 단군에 의해 나라가 개국된 이후 외래사조인 유불선이 들어온 것은 A.D.4세기경인데 그러면 그 사이인 수천 년 간 우리 민족은 아무런 민족사상이 없이 그냥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흘러만 온 것이란 말인가? 이러한 중국사상에 대한 맹목적인 경도현상은 일종의 새로운 중화주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서양이든 중국이든 자기 나름의 우주관, 세계관, 정치관을 가지고 독특한 사상체계를 형성하고 있는 사상가들의 삶과 사상을 연구하고 추수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존재자체에 대해 늘 고뇌하고 번민한다. 이런 점에서 존재문제에 대한 해답을 향한 나름의 사상을 정립한 동서양의 사상가들의 사상을 연구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문제를 해결하고 인생의 진정한 행복추구를 위한 당연지사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 우리의 고유한 사상을 폄하하고 심지어 비난을 일삼는 부류의 연구자들은 일종의 자기가 자기를 부인하는 자가당착의 대표적인 경우인 것이다. 우리 민족이 그 숱한 외세의 침략과 간섭에도 굴하지 않고 오늘 여기까지 우리의 역사, 정신, 언어 및 문화를 보존한 것이 우연히 시간의 흐름에 비례한 자연스러운 일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 민족에게는 우리만의 독자적이고 고유한 사상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어떻게 그 숱한 고난의 역사를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겠는가?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은 『삼국사기』에도 잘 기술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현묘한 도가 있으니 이를 풍류라 이른다. 그 교의 기원은 선사에 자세히 실려 있거니와, 실로 이는 삼교를 포함하고 중생을 교화한다.
여기서 말하는 “현묘한 도” “풍류”가 바로 우리의 전통사상이자 고유한 사상이다. 한민족의 풍류도는 한국의 고대종교 및 고대문화의 결정체로서 그것은 신라에 의한 국가적․문화적 통합에 의하여 더욱 확충․발전하게 된 한국의 민족적 전통적 종교 또는 문화형태라고 할 수가 있다. 우리 민족이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우리의 역사, 정신, 언어, 문화를 지켜온 것은 이러한 고유사상이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정신에 깊이 배여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민족은 위대한 문화를 창조하고 영광스러운 역사를 꾸려오면서 구원(久遠)한 세월을 살아왔다. 또한 주체적인 철학과 사상을 창조하고 뛰어난 문화전통을 바탕으로 아시아를 개척하고 중원대륙을 통치한 자랑스러운 민족이다.
우리 역사에 내재된 이러한 우리의 전통사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오직 외래사조만을 연구의 차원을 벗어나 맹종하면서 우리 것을 부인하고 부정하는 풍토는 우리 스스로를 비하하고 열등시하는 행태라고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풍류도의 조화사상은 국조인 단군으로부터 뿌리를 내려온 ‘홍익인간’(弘益人間), ‘재세이화’(在世理化), “이도여치‘(以道與治), ’광명이세‘(光明理世) 등의 건국이념과 회통(會通)하여 그 사상을 바탕에 깔고 ’회삼귀일‘(會三歸一), ’현묘지도‘(玄妙之道), ’접화군생‘(接化群生)의 포용적인 우주관과 생명관으로 원융(圓融)과 조화를 이루어 우리 민족의 국가적인 큰 이상으로 승화시켰던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 민족은 주변 국가로부터 높이 칭송받는 민족성(民族性, nationality)을 지니고 있다. 민족성이란 민족의 고유하고 이질적인 특성을 뜻하는 것으로, 그것은 한 민족 성원 내부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지속적인 특성과 독자적인 사고․행동 및 생활양식을 의미한다. 우리 민족의 성품을 우리 스스로 평가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화자찬이고 옳은 평가라고 하기 어렵다. 우리 민족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우리와 늘 접하고 있던 외국의 문서에서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먼저 B.C. 4C경 전국시대의 저작인 『산해경』을 보면 “군자국이 그 북쪽에 있다. … 서로 양보하기를 좋아하고 다투지 아니 한다”라고 해서 우리 한민족의 성품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하나의 민족이 갖는 정신은 그 민족이 갖는 성품으로부터 연원한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민족의 성품은 민족정신의 원천이다. 우리와 이웃하고 있는 중국의 옛 문헌에 우리 민족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 글들은 많이 산재하고 있다. 남북조시대의 역사서인 『후한서』에 보면 “동이는 천성이 부드럽고 순하여 도로써 다스리기 쉬우며 군자가 끝내 죽지 않는 나라다”라고 하여 우리 민족의 성품을 칭송하였다.
또한 중국의 성현 공자(孔子)는 “진리가 행해지지 않으므로, 바다에 뗏목을 만들어 띄우고 구이땅에 가서 살고자 했다”라고 언급하였다. 구이족은 우리 한민족인 동이족을 의미하는 것으로 동이(東夷)에서 ‘이’(夷)는 오랑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동방지인(東方之人)을 가리키며 대(大)와 궁(弓)을 합해서 만들 글자이다. 이처럼 우리 민족성에 대해 인접한 중국은 자신들이 본 그대로를 솔직담백하게 기술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것에 대해 스스로 비하하고 망각하고 심지어 스스로를 부인하는 발언을 서슴치 않는다. 하나의 문명을 이룬 중국문명의 종속변수로서만 생각하는 우리는 우리에게 무슨 독자적인 사상이 있는가라고 우리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발언을 쏟아낸다.
오늘의 우리 대한의 역사가 여기까지 온 것은 그 저변에 분명한 우리의 사상적 기조가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사상은 하루 아침에 그 어느 개인의 머리속에서 만들어 내신 것이 아니다. 장구한 역사를 통하여 이 한반도에서 생을 영위한 우리 선조들이 두고 두고 피와 땀으로 싸와 얻은 고귀한 체험의 발로인 것이다. 우리 것에 대한 불만과 비판만을 일삼고 우리의 존재에 대한 부정을 통해 외래사조만을 쫓는 행위는 자신의 허리를 스스로 자르는 행위나 마찬가지이다. 우리를 반도국가라면서 고난의 역사를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지만, 희랍의 역사나 이태리의 역사를 볼 때 반도국가로써 하나의 찬란한 문화와 문명을 꽃피운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 반도국가는 오히려 종합적인 새로운 문화의 꽃을 필 수 도 있고 반도니까 대륙도 섬나라도 포용할 운명을 가질 수 있다는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생각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정치사상은 우리의 역사와 민족성과 문화에 대한 강한 자부심으로 출발하여 우리 민족을 수호해야 한다는 의지의 실천으로 현장에서 끊임없이 나타났다. ‘나’에 대한 자부심이 없이는 결코 세파를 헤쳐나갈 수 없다. 한국정치사상에 깊이 배여있는 민족수호의지론은 ‘나’란 존재 즉 한국과 한국민족에 대한 애정에서 유래된 파생물이었다. 비록 국토는 좁고 천연자원이 타국에 비해 보잘것없는 곳이지만 우리는 우리 민족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의 역사에 가해진 위기를 극복해왔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한국정치사상의 ‘민족수호의지론’이라고 할 수 있다.
3. 정의론
한국정치사상은 정의론을 기반으로 하여 형성되고 전개되어 왔다. 보통 자기와 자기의 생각을 긍정적으로 보는 차원을 넘어 미화하고 찬미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정치사상에 대한 분석 역시 한국인으로서 과대포장해서 설명하는 경향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는 한국정치사상, 즉 화랑도정신, 선비정신, 조화정신, 자주독립정신, 국난극복정신, 민주화정신, 실학사상, 동학사상 등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를 통해 한국정치사상에 흐르는 공통적인 하나의 흐름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정의론인 것이다.
한국정치사상의 세 번째 주요한 성격으로서 정의론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전에 우선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이 전제되어야 한다. 정의란 모든 인문학적 용어가 다 그런 것처럼 정의를 규정하는 각자가 놓여있는 개인적 환경, 국가적 성격 및 국제환경에 따라 다르게 설정될 수 있을 것이다. 정의는 다원적인 개념이 아니라 일원적이고 결정론적인 개념이다. 정의란 인간의 선험적 가치와 개인의 특정한 처지와 관계없이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는 윤리성, 보편성을 담을 수 있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정치사상이 이러한 정의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말은 여러 가지의 함축된 의미가 담겨있다. 우선, 옳은 일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한국정치사상은 현실과 절연된 채 외로운 섬에서 홀로 사상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모든 사상은 현실이라고 하는 공간 속에서 실천하기를 욕구하고 있다. 현실과 유리된 사상은 일종의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한 것이다. 인간의 고뇌와 현실의 숱한 문제들에 대한 대안 내지 길잡이를 제시할 때 사상은 참된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한국사를 수놓고 있는 한국정치사상은 거의 예외 없이 사회를 바르게 하고 개혁해야 한다는 논리를 저변에 깔고 있다. 동학사상의 경우도 봉건적 모순을 극복하여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참된 개벽의 세계를 열기 위해 현실에서 세력을 확대하였던 것이다. 백범이 73년의 전 생애를 오직 조국의 국권회복과 통일을 위해 헌신한 것도 현실에 대한 정의감의 발로인 것이다.
이처럼 한국정치사상의 근저에는 현실에 대한 개혁의지가 깊이 내재되어 있다.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일을 바꾸어보려는 인식이 한국정치사상에는 배어있는 것이다. 우리는 유사 이래 혹독한 국제환경 속에서 생존을 부지하기 어려운 적이 수없이 많았던 역사적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현실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장애물이자 반드시 넘어야 할 장벽이었다. 여기에 한국정치사상의 존재 근거가 있다. 철학하는 것이 곧 현실의 자기비판, 현실건설의 일익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여 철학적 태도는 현실로부터 즉 현실의 자기 부정을 통하여, 다시 현실로 즉 현실 아닌 것의 자기부정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현실이 없으면 사상은 정립하기 어렵다. 물론 진공상태에서 외부와 단절된 가운데 자기 나름의 초연한 사상을 정립할 수 있다. 그런데 사상이 현실과는 완전히 절연된 채 사상의 고고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 사상이 인간과 삶의 자취인 것이 틀림이 없는데, 현실과는 아무런 관계없는 독립적인 체계를 정립한다고 해서 현실과는 완전히 이탈되었다고 할 수 있는가? 현실과 관계없다는 그 말자체가 역설적이지만 현실을 의식하는 현실적인 의미가 아닌가? 현실은 소용돌이치고 현실 속에 사는 민중의 삶은 피폐해지고 압제와 수탈로부터 민중의 고통이 가중되는데도 사상이 그것도 정치사상이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현실에서 떠나려고 한다면 어떻게 옳은 길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한국정치사상은 이런 점에서 늘 현실과 함께 해왔다. 현실의 혼돈이나 위기국면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한국정치사상은 나름대로의 개혁성을 담아내는 논리와 이론을 제시해왔다. 그 현실에 대한 개혁성은 정의감을 기초로 하는 것이고, 그 정의감은 현실에서 옳은 일에 대한 굳은 믿음으로 발현되었던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옳은 일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옳은 일이란 문자 그대로 각자의 주관적 판단에 근거할 수 있다. 자신의 일을 진행하면서 그것이 지극히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기준에 대한 몰이해로 그렇지 옳은 일이란 표현은 모든 일들의 행위를 스스로 포장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적 기제이다. 그러나 옳은 일은 기준이 있고 개념이 있고 어떤 근거가 있다. 옳은 일이란 동시대인 마음 속 깊이 절감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야 하고 그 종착역은 정의론인 것이다.
그리고 정의론은 선과 악의 이분법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흔히 알고 있는데 한국정치사상에서 말하는 정의론은 이분법적인 논리가 아니다. 한국정치사상의 중요한 정신적 내용 중 고대로부터 내려오고 있는 정신이 바로 조화정신이다. 한국의 조화정신은 단군신화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단군신화에서는 천지인(天地人)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조화는 단순히 존재나 개체간의 합일이나 균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쌍방간의 소통을 의미하는 보다 폭넓은 용어이다. 조화정신은 화랑의 영육쌍전(靈肉雙全), 원효의 원융회통(圓融會通), 의천의 선교합일(禪敎合一), 지눌의 돈오점수(頓悟漸修), 율곡의 이기지묘(理氣之妙) 등 주관과 객관, 개체와 전체를 원융통찰하는 방향으로 계승되고 있다.
한국정치사상은 누구를 배척하기 위한 선악의 이분법에 근거하지 않는다. 오직 자기 존재에 대한 가치를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옳음만을 추구하는 것일 뿐이다. 누가 누구를 미워하기 보다는 나의 가치를 믿고 옳은 일만을 추구한다는 것이 한국정치사상의 골격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안중근의 정치사상의 최종적인 귀결점은 ‘동양평화론’으로 귀일된다. 이는 한국, 중국, 일본이 서로 형제애를 가지고 연대 내지 제휴할 것을 주장하는 논리이다.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은 현대의 정치사상 중 대표적인 조화정신을 계승한 사상이다. 한국정치사상의 성격인 정의론은 옳음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 대한 합목적적인 확고한 가치기준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상대에 대한 미움과 증오보다는 옳음을 실천하는데 모든 일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하겠다.
다음으로 정의론은 늘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을 사악한 뜻을 가지고 침략했거나 간섭했던 숱한 외세들은 종국적으로 우리의 땅과 역사와 민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우리의 정치사상이 늘 정의감으로 무장하고 있기에 일시적으로 고난과 패배를 당할지라도 사필귀정이라는 역사의 철리는 우리 민족에게 현실에서 그대로 적용되는 역사논리가 되었다. 이런 점에서 한국정치사상은 정의론에 기반하고 있기에 과거 발생시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뛰어넘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Ⅲ. 한국정치사상의 과제
한국정치사상의 성격이 정립이 되었으면 이제는 한국정치사상의 과제에 대한 종합적이 고찰이 요청된다. 어떤 사상도 처음부터 확정되어 현실에 바로 적용되는 경우는 단 한건도 없다. 모든 사상은 예외 없이 역사과정을 거치면서 숙성되고 세련화되면서 시행착오를 거듭하기 마련인 것이다. 한국사상도 태고적부터 완성 고정되어 있어서 마치 땅속에 파묻힌 보석과도 같이 어디 숨어 있는 것을 찾아 내기만 하면 그대로 찬연한 빛을 발할 것이라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한국사상의 한 영역으로서의 한국정치사상은 우리가 정치를 떠날 수 없는 국가의 일원으로 살고 있는 한 끊임없이 개선하면서 계승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개국 이후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는 한국정치사상의 본질과 성격에 대한 보다 심오한 해석을 전제하고 나면 한국정치사상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의문과 책임감이 생기게 된다. 어떻게 하면 한국정치사상이 과거와 단절하지 않고 민족의 번영을 담보할 수 있는 미래로의 여행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정치사상의 과거, 현재에 대한 보다 정확한 진단은 과연 연구자가 미래에 어떤 가치와 목표를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점에 대해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한국철학계의 거목인 박종홍 교수는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과거에서 무엇을 보며 또 그것을 어떻게 보는가는 미래에 대한 태도가 결정한다. 보통은 과거가 그대로 밀려내려와 현재가 되고 또 미래가 된다고 하나 인간의 능동적 건설적인 행위는 그처럼 간단한 것은 아니다. 심국시대의 역사에서 또는 고려시대의 역사에서 무엇을 보며 또 그것을 어떻게 보는가는 현재의 우리의 태도에 달렸고, 이 현재의 우리의 태도는 미래에 대한 건설적 의욕에 의하여 제약되는 것이다.
올바른 가치기준을 가지고 미래에 대한 설계가 없이 과거와 현재를 보는 것은 일종의 기만이고 위선이다. 특히 어떤 문제나 가치의 과제를 설정하는 문제는 분명한 가치기준을 가지고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 이는 세상을 보는 인식의 문제가 달려있는 것이다. 세상을 잘못 진단하고 있는 경우 아무리 미사여구를 섞어 대안이라고 제시한다고 해도 그것은 일종의 허구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과거, 현재 및 미래를 보아야 하는가? 객관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그대로만 보려고 하는 역사적 실증주의가 옳은 자세인가? 필자는 역사방법론까지 귀일하는 문제에 대해 많은 논쟁점을 형성하고 싶지 않다. 이 문제는 새로운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논쟁의 장에서 논의를 진행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역사를 보는 인식의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역사를 볼 때 보편의 논리, 정의의 논리, 인류발전의 논리, 자유와 평화의 논리라는 인식의 토대를 가져야 한다. 미래를 설계할 때 타민족을 해치면서 오직 자기 민족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을 모색할 때 그러한 인식을 가진 연구자가 제시하는 대상이나 문제의 과제는 이미 설정자체부터 잘못된 것이다. 비록 지금의 잣대만을 가지고 과거를 재단해서는 안 된다. 과거는 지금과 같은 민주주의가 꽃을 피는 질서가 아니라 약육강식의 처절한 지배와 피지배의 논리가 통용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를 재단하는 것보다는 미래에 대한 보편적인 가치의 기준에서 역사를 평가하면 보다 올바른 평가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말을 좀 더 쉽게 설명하면 과거는 과거로서의 정당성과 논리가 있고 이러한 점은 현재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과거의 그 시절에 적용되던 논리와 정당성을 아무런 여과 없이 객관의 이름으로 그대로 적용하여 고찰하면 역사에 대한 평가나 교훈을 추출하기 어렵고 단순히 ‘역사지식론’으로 빠질 수 있는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과거와 현재 및 미래를 동일선상에서 놓고 객관적으로 역사를 바라보되 누구나 다 두루 미칠 수 있는 보편의 인식을 가지고 역사를 평가하고 사상의 과제를 설정하자는 것이다. 이런 의식을 가지고 필자는 한국정치사상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기준으로 해서 과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1. 국민전체에 대한 수용성의 강화책 필요
우리 민족사 전체를 관통하면서 한국사에 기록되고 있고, 역사의 저변을 흐르고 있는 한국정치사상은 아직까지 역사의 긴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선 한국의 역사와 그 역사속에 깊이 잠겨져 있는 한국정치사상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역사와 정치사상은 상호 밀접한 관련성이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사는 언어의 부자유를 느낄 정도를 파란만장한 격동과 격변의 기록들을 가득 안고 있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 역사는 어떻게 그 모질고 험한 세파를 견딜 수 있었는가? 우리 민족사는 지금까지 외세의 침략과 개입에 결코 굴복하지 않고 역사, 민족, 정신, 언어, 문화를 보유한 영광스러운 기록들을 무수히 안고 있다. 우리 민족은 앞으로 수없는 민족적 지상과제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분단된 민족의 통일이요, 번영을 향한 민족의 웅비가 아닐 수 없다. 그 다음의 과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잃어버린 만주대륙, 즉 우리의 옛 조상들의 씩씩한 기상이 어리어 있는 드넓은 만주 벌판을 수복하는 일일 것이다. 이에 우리는 민족의 통일과 웅비, 그리고 대륙수복의 의지가 담긴 진취적인 통일지향 민족사관을 정립해야겠다.
우리는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민족적 과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 역사를 일관되게 관통하고 있는 한국정치사상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요청된다고 하겠다. 역사는 제자리에 있지 않고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늘 격변한다. 제자리를 맴돌면 우리가 편안할 것인데, 역사는 이와 반대로 상상하기 어려운 과정, 사건의 중첩을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역사의 현장에서 우리는 어떤 사관과 각오가 필요한가? 역사에 대한 일체감과 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기초로 하는 뚜렷하고 올바른 역사관과 역사의식이 요청된다.
지금 우리가 생명을 붙이고 있는 한반도는 그 어느 지역과도 비교할 수 없는 유동성과 불안정성이 내재되어 있는 실정이다. 엄중한 한반도의 안보정세에서 우리 민족의 역량여부에 따라 언제라도 현상이 붕괴되어 민족이 또 한번 수난의 역사를 기록할지 모르는 중차대한 상황에 놓여 있다. 외세가 지금 한반도 주변을 감싸고 있고 각자가 다른 국가이익으로 상충할 가능성이 충분히 내연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올바른 역사관과 역사의식이 강력히 요구된다. 올바른 역사관, 역사의식은 민족사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가지고 현재의 위기와 문제를 극복해낼 수 있는 동력이 된다. 올바른 역사관과 역사의식은 우선적으로 대한민국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굳은 믿음에서 출발한다. 올바른 역사관과 역사의식은 우리 한국사 전반을 통괄하고 있는 한국정치사상에 대한 이해와 수용을 통해 지닐 수 있다. 요동치는 정치의 현장에서 정치를 파탄과 파국으로 몰아가지 않고 새로운 역사와 창조를 위해 현실의 문제점에 대안을 제시하고 민중의 고통을 해결하는 숱한 대책을 제시해 미래에의 꿈을 안겨준 한국정치사상은 결코 사장될 수 없다. 한국정치사상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가장 시급한 것은 한국정치사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그 정치사상의 연원, 전개 및 내용에 대한 보다 명확하고 정확한 이해가 요청된다. 이런 점에서 한국정치사상을 연구하는 학자의 역할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2. 범국민적 차원에서의 계승작업 필요
한국정치사상에 대한 이해의 차원에서 머물면 사실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역사가 오늘날까지 살아온 것은 정신과 사상이 온전하였기 때문이다. 인간을 좌우하는 궁극적인 동력(動力)은 물질도, 육체도 아닌 정신력이다. 정신력은 무한대의 기적을 만들어내고 절망을 희망으로, 고난을 기쁨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민족사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백암 박은식 선생은『한국통사(韓國痛史)』 서언에서 “나라는 멸할 수가 있으나 역사는 멸할 수 없다고 하였으니, 그것은 나라는 형이고 역사는 신인 때문이다. 이제 한국의 형체는 허물어졌으나 정신만이 독존할 수 없는 것인가. 이것이 통사를 저작하는 소이이다. 신이 보존되어 멸하지 아니하면 형은 부활할 시기가 있을 것이다”라고 해서 역사를 지탱하는 요소가 정신임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민족은 우연히, 자연발생적으로 오늘의 조국과 역사를 이룬 것이 아니다. 우리 민족에게는 우리만의 독특하고 창조적인 사상과 정신이 우리 역사의 저류에 흐르고 있다.
한 개인의 정신자세가 그의 일생을 좌우하듯 국민의 정신자세가 한 국가의 운명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은 재언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한말 우리 선조들의 정치사상에 의한 위기극복의 전통을 망각하고 내부의 분열과 힘의 부족으로 인해 망국이라는 역사상 초유의 일을 당하고 말았다. 오랜 역사적 전통을 지니고 그 문화적․정치적․경제적 발전을 실현해 온 모든 민족국가들은 그 역사발전의 단계 단계마다 정체와 안일을 일소하고 새로운 도약을 실현하는 민족적 에너지의 재분출과 민족적 가능성의 재정립이 항상 있어왔다. 이러한 순간이 없었던 민족은 결국 역사적 정체와 민족적 소멸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제 한국사에 기록되고 있는 수많은 한국정치사상에 대한 계승작업을 범국민적․범국가적 차원에서 전개해야 한다. 원효의 원융회통사상이 무엇인지, 화랑도정신이 무엇인지, 단군사상이 무엇인지, 실학과 동학사상이 지니는 정치사상은 무엇인지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와 국가적 관심과 지원책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의 국민정신 내지 국민사상을 정립해야 한다. 하나의 이념을 정해 다양성을 막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역사를 관통하면서 우리의 역사와 얼, 문화 및 언어를 지켜온 정치사상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연구자에 대한 지원책을 강구하고 이를 전국민이 독서하고 이해할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프로그램을 조성해야 한다.
한국사와 한국사상에 대한 이해는 우리 역사와 조국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의 원천이 되어 오늘 우리가 당하고 있는 온갖 위기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길잡이가 될 것은 분명한 일이다. 위기는 인간사의 한 표현이다. 늘 우리는 문제와 위기를 안고 살아가는 존재인지 모른다. 인간 자체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인간사에는 늘 갈등과 위기가 증폭되고 있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이제 우리는 이 위기를 방관하고 방치하지 말고 극복해서 한국정치사상에서 표출되고 이상향을 향한 여정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위기극복의 동인(動因)을 한국정치사상에서 찾아 한국정치사상의 계승작업에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때이다.
3. 사상의 통일성 확보
지금 우리는 자신 있게 이것이 우리의 전형적인 사상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또 그렇게 믿고 있는가? 우리는 대륙의 남단 한반도에서 터전을 잡고 숱한 외침과 질곡을 뚫고 오늘 여기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역사의 긴 과정을 헤쳐온 우리 민족은 ‘우리의 정신’을 분명히 발굴하고 계승해야 한다. 우리 역사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한국정치사상에 대해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고 심지어 알려고도 하지 않으면 그 사상은 역사와 함께 묻히고 말 것이다. 우리는 한국 사람이다. 우리는 한국사상을 문제 삼기 전에 이미 한국 사람으로 살고 있다.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으로서 사는데서 한국사상도 생겨났으며 또 문제로 삼게도 된 것이다.
그런데 한국 사람인 우리가 한국정치를 규율짓고 인도해왔던 한국정치사상에 대한 몰이해로 일관한다면 어찌 진정한 한국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다양한 한국정치사상을 개별적으로 연구하여 각 사상의 개별성을 부각하기 보다는 각 정치사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일관된 사상의 맥을 찾아야 한다. 모든 국가의 민족은 민족나름의 성품과 정신을 함유하고 있다. 그 정신과 사상을 제대로 발견하여 계승발전시킨 나라는 번영을 지속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정치사상은 마치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흩어져있다. 이 사상에 대한 통합 내지 통일작업이 활발하게 진척되어야 한다. 이 말은 모든 정치사상을 하나의 사상으로 귀일하여 강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모래알처럼 퍼져있는 사상을 조화롭게 발전시켜 하나의 사상적 사장(沙場)으로 조성하자는 것이다. 우리 민족이 지금 처해있는 상황은 여러 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국내외적으로 매우 위난한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 직면해서 우리 민족은 더 이상 시일을 천연(遷延)시키지 말고 우리의 정치사상에 대한 통일성 확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서구문화와 서구정신이 충만한 지금 우리 민족문화와 민족정신을 한층 고양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지금은 민주주의의 시대이다. 이제 민주주의는 그 어느 누구도 부인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보편적 이념 내지 가치가 되고 있다. 보편적 가치는 오늘날 전 세계질서를 구축하는데 외연적 규율자가 되고 있다. 그런데 보편적 가치를 우리 사회에 적용하고 확산하기 위해서는 우리 민족 스스로 그 보편적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의지와 정신이 필요하다. 즉 보편성은 특수성을 전제로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특수성은 보편성에 영향을 받지만 동시에 특수성은 보편성의 전제조건이자 토대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가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상적 혼란과 정신적 혼돈을 일삼는다면 보편적 가치와 이념의 도입은 사상누각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Ⅳ. 결 론
우리 민족은 그 어떤 민족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외환과 위기를 극복해왔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틈바구니에 위치하고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으로 인해 우리 민족은 끊임없는 “전쟁의 광풍” 속에 휘말려 왔다. 다른 민족의 경우 이렇게 많은 외환을 당하면서 국체를 보존하고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면 우리 민족은 이러한 국난극복을 우연히 극복했던가? 아니면 국난극복에는 어떤 사상이나 정신이 있었던가? 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필자는 이 논문을 작성하게 되었고 우리의 역사 속에 잠겨있는 정치사상들을 추적한 결과 우리 역사의 흐름에 정치사상이 좌표를 형성하고 길잡이 역할을 하였슴을 확신하게 되었다.
우리 역사를 관통하고 있는 한국정치사상을 몇 가지의 성격과 특징으로 유형화하여 분류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고 사실 그러한 작업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모든 한국정치사상을 포괄해서 규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정치사상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그러한 상태를 방관 내지 장치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면밀히 정치사상들의 배경, 내용 및 의미를 살펴본 결과 필자는 한국정치사상의 성격을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첫째가 반외세자주론인 것이다. 반외세자주론은 무조건적으로 외세를 배격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주체성을 지키자는 것이다. 여기서 반외세는 부당하고 침략적인 외세에 대한 의미를 함유하고 있다.
한국정치사상의 두 번째 성격은 민족수호의지론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수많은 국난극복과정에서 외세에 굴복하지 않고 끈질긴 저항의 자세를 견지해왔다. 우리 민족은 타민족을 힘이 있다고 마음대로 유린하고 침략하는 반평화적인 민족이 아니다. 절도와 예의를 숭상하고 하늘을 우러러 보는 경천애민의 사상을 기조로 삼고 있는 민족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민족이 표방하고 있는 민족주의는 세계화의 물결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 작금의 시대에 올바른 민족주의의 방향을 예시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민족수호의지론은 단순히 민족만을 보존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 정신, 얼, 정신, 언어 및 문화를 함께 보존하고 계승시켜나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정치사상의 세 번째의 성격으로서는 정의론을 지적할 수 있다. 한국정치사상은 그 어떤 불의나 악에 대해서도 타협하지 않았던 자랑스러운 전통을 가지고 있다. 또한 현실세계에서 겪고 있는 민중의 참담한 처지를 생각하여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현상타파와 현실개혁에 대한 구상을 포함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는 한국정치사상은 우리 민족의 존재근거이자 존립의 뿌리를 형성하고 있다. 이제 우리 민족은 우리 역사에 기록된 한국정치사상을 보다 정확하게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상들을 사장하지 말고 범국민적 차원에서 나아가 범국가적 차원에서 계승 발전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또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흩어져 있는 정치사상을 보다 면밀히 연구하여 정치사상들에 담겨 있는 의미를 통합하고 통일하여 우리 민족의 국민정신을 형성하는데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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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A Study on the Character and Urgent Task of Korean
Political Thought
Chung, Kyung-Hwan(Dong-eui University)
This study attends to analyse the character and task of Korean political thought. Our nation had faced the foreign power's invasion and interference due to the Korean peninsular geopolitics with clashing area of continental and ocean powers. Therefore, I assume that our nation can keep our history, spirit, language and culture because of Korean political thought penetrating our history. The Korean political thoughts have got various character. First, it is the theory of independence against foreign powers. The theory of anti-foreign powers independence is not opposed to all foreign powers but aggressive foreign powers. Second, it consist in the spirit of national protection. only the above national protection don't mean to keep nation. It means to maintain the history, spirit, language and culture making nation. Lastly, the Korean political thought is composed of the theory of justice. The Korean political thoughts are with the trust on what is right.
Kew words : the Korean political thought, the theory of independence against foreign powers. the theory on what is right, the spirit of national protection, nationalism, the Korean peninsul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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