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늬 아바님ㅅ긔

2019. 12. 13. 09:04잡주머니



워늬 아바님ㅅ긔| 삶의 향기

바흠스 | 조회 20 |추천 0 | 2019.08.16. 00:45



첨부파일 원이아버지께.mp3



 


한지 오른쪽 끝에서 부터 써 내려간 편지는 왼쪽 끝까지 가득 채우고 모자라 위 여백으로 이어졌으며 그러고도 모자라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나이다." 라는 마지막 문장은 다시 줄 첫 머리 쪽 여백에 거꾸로 까지 써져있다고 합니다

   


원이 아버지께

                                병술 유월 초하룻날 집에서 아내 올림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 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해도 나는 살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말할 것 있다하셨는데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아이보고 누구를 아버지라 부르라고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지만 이만 적습니다.

  

 

이 편지는 선조 2년(1586)에 이응태의 처가 쓴 것으로 31살의 나이로 죽은 남편의 관 안에서 발견되었습니다. 1998년 택지개발을 위해 무덤을 이장하다 우연히 발견되었을  때, 시신 가슴팍에 편지가 얹혀져있었다고 하네요. 또한 시신의 머리맡에는 미투리가 하나 놓여있었는데, 미투리라 함은 삼 껍질등을 꼬아만든 짚신의 일종입니다. 그런데 이 미투리는 아내가 직접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짚과 함께 삼은 것으로서 당시 전염병을 앓던 남편이 낫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남편은 결국 이 미투리를 신어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뜨게 됩니다.

 

  아내의 머리카락과 짚을 함께 엮어서 삼은 미투리

 


https://youtu.be/25FEfYv84lU




<고2 교과서 작품 해설>


요약

1586년 안동에 살던 고성 이 씨(固城 李 氏) 가문의 이응태가 31세의 나이로 죽자, 그의 아내가 남편에게 쓴 한글 편지이다. 16세기 사대부의 일상적 언어 표현을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일 뿐 아니라, 남편을 잃은 아내의 비통한 마음과 깊은 사랑을 알 수 있는 편지이다.

 

작품해설

원이 아버지께는 남편을 사별한 아내가 장례를 치르기 전,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이를 언간(諺簡)이라고 하는데, 이는 한글 편지를 일컫는 말이다. 한글 편지는 왕족부터 하층민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계층이 향유하였으며, 개인의 일상적인 사건과 내밀한 감정이 솔직하게 표현되어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 편지의 원 제목은 워늬 아바님이다. 상백(上白)이란 글이나 편지를 윗사람에게 올린다는 의미이다.

 

이 편지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400여 년 동안 무덤에 있던 이 편지는 1998년 안동시 택지 개발 현장에서 무덤을 이장하는 중 발견되었다. 당시 이 편지는 시신의 가슴 위에 덮여 있었다. 조사 결과 안동에 살던 고성 이 씨 가문의 이응태라는 선비가 15866월 초하루에 31세에 세상을 떠났는데, 장례를 치르기 전인 짧은 시간에 그의 아내가 급히 써 그의 무덤에 넣은 것이다. 시신 옆에는 아내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섞어 만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미투리가 한 켤레 놓여 있었다. 그리고 아내의 편지 이외에도 이응태의 아버지, 그의 형이 보내는 편지도 들어있던 것으로 전한다.

 

원이 아버지께는 국어학적으로나 문학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어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16세기 후반 일상적인 언어표현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예컨대 원문에 쓰인 자내는 현재 국어에서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부르는 호칭으로 하대의 의미만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편지를 통해 16세기 후반에는 자내라는 표현이 이야기하는 대상에 따라 2인칭 높임의 대명사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자내는 아내가 남편을 부르는 호칭어로서 현대 국어의 높임법과는 다르게 쓰였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언어학 자료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글은 아내가 남편에게 보내는 가장 이른 시기의 한글 편지이다. 남편의 장례 직전에 급히 쓴 내용이기에 형식적으로 짜인 구성을 갖추기보다는, 남편을 사별한 아내의 비통한 심정과 깊은 그리움이 솔직히 드러나고 있다. 이 편지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한 원망 - 생전 남편과 함께 정담을 나누던 추억 - 꿈에 와서 자신이 쓴 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기를 바람 - 새로 태어날 아이가 유복자가 될 것을 상상하며 느끼는 비통함 - 꼭 꿈에서 만나기를 간절히 당부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편지를 통해 16세기 후반을 살았던 젊은 부부의 지극한 사랑과 깊은 슬픔의 감정에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다.

 

등장인물

이응태 : 편지 쓴 여인의 남편이자 원이의 아버지. 생전에 아내를 매우 사랑하던 남편으로 다정다감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아내가 임신하자 새로 태어날 아이에게 해줄 말을 생각하는 따뜻한 아버지의 모습을 지녔으나, 31세의 젊은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이응태의 아내 : 이응태와 사별한 아내. 죽은 남편을 지극히 사랑했다. 남편과 생전에 남들도 우리만큼 어여쁘게 사랑할까하며 사랑의 밀어(密語)를 나눌 만큼 부부 사이가 좋았다. 남편이 세상을 떠날 당시 임신한 몸이었는데, 새로 태어날 아이에게 아버지라 부를 사람이 없음에 비통함을 감추지 못한다. 남편에게 차라리 어서 자신을 데려가주기를 바라며 눈물을 흘린다. 저 세상에서라도 남편이 자신의 편지를 읽고 꿈에 나타나 이야기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편지를 쓴다.

 

작품 줄거리

(아내)’는 편지의 서두에서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 항상 백년해로하자 말하더니 어찌하여 먼저 갔는가하며 아이들과 아내만 두고 떠난 남편을 원망한다. 그리고 남들도 우리같이 서로 어여삐 여기며 사랑할까웃으며 이야기하였던 지난날을 추억한다. 그러다 먼저 가버린 기막힌 상황을 비통해하며 차라리 어서 자신도 데려가기를 바란다. ‘는 남편의 무덤에 이 편지를 써 보내는 뜻을 밝힌다. 부디 죽은 남편이 이 편지를 보고 나의 꿈에 와서, 편지 본 사연을 전해주기를, 한 번만이라도 꿈에 나타나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임신 중에 있는 는 아이가 태어나면 누구에게 아버지라 부르겠느냐 부르짖으며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그리고 서럽고 슬픈 마음이 끝이 없으니 부디 꿈에서 남편과 다시 만나기를 빌며 편지를 마친다.


작품 속의 명문장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자세히 와 이르소서. 내 꿈속에서 이 (편지) 보신 말 자세히 들으려 이렇게 써서 넣으니,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씀해주소서.

편지의 중간 부분으로, 아내가 죽은 남편에게 부탁하는 말이다. 왜 이 편지를 쓰는 지 그 연유가 드러나는 부분으로 볼 수 있다. 편지의 서두에는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한 원망이 나타난다. 그러나 곧이어 편지를 시신의 가슴에 덮으며 부디 이 편지를 읽고 꿈에라도 와서 편지에 대한 답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꿈속에나마 남편을 더 보고 싶은 애끓는 사랑이 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워늬 아바님ㅅ긔


2019.08.16

cafe.daum.net/solfy/9joJ/59   솔며니훼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