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30. 20:46ㆍ들꽃다회
산에서 맞는 가을비는 황복회다.
가을비에 몸이 젖어 쉬다가
체온을 빼앗기면 하늘나라가 가까이 온다.
미식가들이 복어회를 즐기듯이
미리 위험요소를 피해 가면
운해와 산이내가 수채화를 그린다.
차중에서 일행에게 감기 예방용이라며 독한 곡차를
한잔씩 드렸다. 썩 좋은 곡차는 아니지만 발렌타인.....
어떤 분은 의사들이 다 굶겠다고 농을 하신다.
어찌된 영문인지 다포(茶布)의 황토색과
같은 색갈의 비옷과 우산을 든 일본에 가서까지
불화를 배우고 온 젊은 여화백이 다객(茶客)을 자청한다.
생콩을 갖 볶은 커피는 마심에 그리 나쁘지 않다.
빗방울은 찻잔에 떨어지고
커피는 그렇게 묽어지며 식어갔다.
오동(烏銅)다관의 오래된 벽돌차(塼茶)는
말라버린 찌찌로 이젠 잔디지붕을 덮고 계신 엄마젖 냄새처럼
오래오래 다운(茶韻)을 들숨 때와 날숨 때를 달리하여 보여준다.
이끼끼신 코가 달아 없어진 돌부처님 처럼은 못 미치어도
찻잔은 들고 오랫동안 앉아 있어 보지만
임도(林道) 길바닥은 우리에게 일어나라고 말하지 않았다.
한나무에서 찻잎을 딴 봉황단총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홍콩만의 습기로 적당하게 익었다.
연한 귤향인지 유자향인지 그리 나쁘지 않다.
찻잔에 빗방울은 계속 떨어져 차가 묽어져 가도
원래 피부가 고어텍스와 같은 방수투습성으로 만들어진
차마시는 이들은 가을비 속에 오래 앉아 있었다.
새만금방조제로 이미 호수가 되어버린
동진강이 차창 뒤로 지나가면서
"여기도 찻자리로는 괜찮소."하고 크게 외치드라......
변이종 여덟잎으름덩굴 - 으름덩굴은 보통 잎이 다섯장이다.
이 여덟잎으름덩굴은 잎이 6~9장으로 개암사주차장 근처
길섶에서 자란다.
쥐꼬리망초와 배경의 땅빈대
며느리밑씻개의 눈물- 아들 사랑을 시샘한 시어머니의 회한을 표현한 풀이름.
고부간의 사랑 다툼은 예나 지금이나......
으름덩굴 잎에 돋아난 은구슬 사리
거미의 낚시줄( 거미집의 대들보 겸용 )와 며느리밑씻개
양하 - 아열대 생강 종류
양하 잎과 줄기 - 생강의 잎과 줄기와 비슷하나 상당히 크다.
양하꽃- 남도지방에서는 사대부집에서 사랑채나 정자옆 텃밭에서
양하를 키워왔다, 꽃잎을 생강맛이 나는 향신료로 식용하고,
뜨거운 차에 꽃잎을 한두장 넣어면 차 재료로도 잘 어울린다..
이름하여 양하가루차. 양하녹차, 양하돈차........ 등등
양하꽃 - 오신채를 피하는 사찰음식에도 고수(향채)처럼
외국에서 도래(渡來)한 양하를 조금씩 쓴다.
넉넉한 거미 - 집 곳간에 이슬구슬을 저렇게 쌓아놓고 있으니....
보는이도 공연히 기분이 좋아진다.
개암사 일주문 편액
편액 아래의 단청 그림 - 석채(石彩)로 자연색이 선명하다.
일주문 동쪽 주춧돌 거북 - 용은 아홉 아들을 낳아 길렀는 데,
첫째인 귀부는 무거운 짐을 잘지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여
비석돌을 지고 있다.
그런데 개암사 일주문의 귀부는 기둥과 지붕을 지고 있다.
그런 봉사정신이라면 이승이 극락이 된다.
복련(覆蓮)무늬와 구름무늬(雲象) 그리고 죽간경전(竹簡經典)까지
지고 있으니 수승화강(水陞火降) 이치로 무게는 그리 무겁지 않겠다.
그러면 극락가기는 조금 더 있어야 하니 오래지고 있거라.
초발심이 제일이지 무게의 경중은 별일이 아니다.
주춧돌 거북꼬리 - 나라가 부강할 때에나, 세계일화(世界一花)가 꽃피울 때에 조성한
귀부의 꼬리는 힘차게 표현된다.
저 돌짐승은 꼬리 끝에 도미모(道尾毛)까지 나 있으니 한 힘은 쓰겠다.
누리장나무 열매 - 붉은 별은 라피스라줄리로 만든 구슬을 감싸고 있다.
산문 밖에 인공식재한 전나무 숲
바보여뀌의 회한 - 일명 점박이여뀌
불이교를 건너면 하나가 된다. 천지동근(天地同根)
고목의 느티나무, 팽나무, 단풍나무로 햇볕을 가린 차밭
이미 백골(白骨)된 느티나무에 핀 대합송편버섯과 버섯을 먹으로 온 민달팽이
대합송편버섯 : 항종양(Sarcoma 180/마우스, 억제율 49.2%,
Ehrlich 복수암/마우스, 억제율 90%)
단풍나무 고목과 개암사 차밭
능가산의 우금암(울금바위)는 산이내로 지워져 버렸고.....
흙담과 석축 아래의 차밭
아름답다......
차나무는 아열대~ 온대남부에서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남부 해안가라고 해도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동해를 입는다. 차뿌리는 깊이 뻗어있어 여간한 추위에도
견딜 수 있다. 줄기나 가지가 마르더라도 봄에 다시
움이 터 올라오니 함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이런 차나무를 이뻐하여 높은 석축 밑의 양명한 남향받이
텃밭에 차밭을 가꾼 노스님의 안목이 휼륭하시고 아름답다.
차나무와 차꽃봉오리 - 차잎 뿐만아니라 차꽃망울도 휼륭한 차재료이다.
잎이 가늘고 작은 것으로 보아, 칠불사 근처에서 구한 차씨인가 보다.
가을비를 맞아서 봄철같은 차밭
앞산 수묵화
요사채 정중당
호석등(虎石燈)
배롱나무와 호석등 - 그 짐승도 꼬리가 힘차다.
우산을 드신 분은 한국식물연구회 전기(前期) 회장이신 양승엽 선생님이다.
양선생님은 보성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시다가 퇴임 후에도 보성고 교정의 텃밭에서
손수 들꽃들을 가꾸셔서 전국의 학교나 종교시설에 보시하신다.
퇴임 후에도 몸소 말없이 가르치고 계신다.
화엄장(華嚴藏) 세계는 바로 이렇게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배롱나무 - 목백일홍
산이내 사이로 희미한 울금바위(우금암)
흙꽃담 - 자원재활용의 진수를 보여준다.
절이라는 개방공간에서도 가림과 지킴이 있다.
지장전의 돌부처님
청림리 석불좌상 안내판
돌부처님의 코가 닳아 없어져 새로 보수한 흔적이 보인다.
저 닳아진 코 돌가루가 대문장가,정승판서,장군, 고승 등등을 낳게 하였으니.....
그 공덕을 굳이 감추어야 하나......... 모를 일이다.
청림리 석불좌상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동남산의 수채화
대웅보전과 울금바위(사진 왼편 상단) 구름에 가려져 있다고
바위가 없어진 것은 아닐 터..........
당간지주(幢竿支柱) - 당간지주는 사찰의 신성함을 표시하는 경계로 설치하시도 하고,
야단법석 등 산중대법회 시에 대형 화불(畵佛 걸개 그림부처님 ; 괘불 掛佛)을
내거는 용도 등으로 쓰이거나,
낙뢰방지용 피뢰침 기능을 겸하고 있다.
호랑가시나무 - 호랑가시나무를 보면 벽안의 한국사람 민병갈 선생님이
생각난다. 백담산장에 잠시 머물고 있을 때, 미국문화원(USIS)
홍보관 겸 주한미대사관 문정관으로 계시던 때에,
벽안의 중년의 신사숙녀 몇분과 설악에 오셔서 백담에
여러날 묵으셨다. 당시 민박사님의 일화는 산장 벽에
걸려 있던 이태백의 당시(唐詩) <捿山歌>를 시조창 하듯이
가락에 맟추어 읽어 내릴 수 있었을 만큼 뼈속까지 한국인 이셨다.
그때 안면도 섬 가까이 어디엔가 나무 몇그루씩 심어보고 있다고
하길래 무슨 조림가나 영림가를 돕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70년대 말인 그때에도 천리포수목원을 만들고 계셨으니,
한국을 사랑한, 누구보다 뼈속까지 한국인의 얼을 갈고 닦으신
선각자인 줄은 그때는 제가 알아보지 못하였다.
천리포 수목원에는 도심지 개발로 철거될 위기에 놓였던
한옥을 여러 채 이전하였고, 숙박이 가능하기에
여기를 기점 삼아 내포지방을 둘러보기에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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