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23. 19:59ㆍ들꽃다회
오륜탑에 대해 얘기하려면 먼저 불교의 삶과 죽음에 관한 문제인 연기론(緣起論)에 대하여 논하여야 한다.
연기론은 어떤 근본으로부터 일체 만상이 전개되는 상태, 또는 세상 만물이 연(緣)을 기다려 일어나는
원인을 논리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연기론의 내용을 보면, 연기의 현상은 무상이요, 무아이며, 무상과 무아는 연기의 원리가 된다.
이때 무상은 시간적인 개념으로, 모든 것은 생멸변전(生滅變轉 : 생성과 소멸이 변하면서 돌아간다.)
하기 때문에 항상 머무름이 없다는 것이며, 무아는 공간적인 개념으로 원래 실질적인 물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예컨대 물은 물인 채로 영원한 것이 아니라, 물이 될 수 있는 인연이 모이면 물이 되었다가 물이 없어질
수 있는 인연이 조성되면 다시 사라진다는 것이 무상이다.
그리고 모든 물체는 어떤 작용에 의해 생성되었다가, 또 어떤 조건에 의해 분해, 소멸되기 때문에 하나하나에는
원래 실체가 없다는 것이 무아이다.
생과 사의 문제에 대해 연기론에서는, 우주를 이루고 있는 요소들이 그 자체로서는 불사(不死)이지만
그 합일과 분리에 따라 생과 사로 나뉜다고 본다.
따라서 인간의 죽음이란 우주의 요소들이 어떤 인연에 의해 인간의 모습이 되었다가, 다시 어떤 환경에
의해 분해되어 우주에 환원되는 것을 의미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地), 수(水), 화(火), 풍(風)의 네 가지 요소가 어떤 인연으로 결합되어 있는
인간의 육체가 다시 어떤 환경에 의해 분해되어 지, 수, 화, 풍의 네 가지 원소로 우주에 환원되는 것을
죽음이라고 한다.
석가모니가 십이보살과 문답한 내용을 엮은 『원각경(圓覺經)』에 부처님이 삶과 죽음에 관하여 설한
내용이 있는데 그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내 지금의 이 몸은 사대(四大)가 화합한 것이다. 이른바 머리카락, 털, 손톱, 치아, 피부, 근육, 골수, 살점,
때, 색(色)은 모두 땅(地)에 돌아가고 침, 눈물, 피, 콧물, 정기(精氣), 소변, 대변은 모두 물(水)로 돌아간다.
따뜻한 기운은 불(火)로 돌아가며, 움직임은 바람(風)으로 돌아간다. 사대는 각각 여의는 것, 지금 망신(妄身)이
어느 곳에 있는가?"
여기서 사대라고 한 것은 세상의 모든 물질은 이 네가지 요소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없고, 이
네 가지의 화합이 아닌 것이 없으므로, 모든 존재의 기초가 되는 커다란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하여 대(大)자를
붙여 사대라 하였다. 여기에 공(空)의 개념을 더하여 오대(五大) 또는 오륜(五輪)이라 하기도 하는데,
륜(輪)이라고 한 것은 법성(法性)의 덕이 원만구족(圓滿具足)하므로 그렇게 말한 것이다.
이 다섯 가지 원소, 즉 지(地), 수(水), 화(火), 풍(風), 공(空)의 기하학적 상징형이 각각 방형, 원형, 삼각형,
반월형, 단형(團形)이다.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모시는 밀교에서는 이런 형식의 탑을 오해탈륜탑(五解脫輪塔) 또는 오륜탑(五輪塔)
이라 부른다. 이는 법신불인 비로자나불 곧 대일여래의 서원에 대한 다짐을 구상화한 것이다.
일본 교토에 있는 미미즈카(耳塚) 정상부에서 오륜탑의 완전한 형태를 찾아볼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그 정형을 확실하게 갖춘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 교토 미미즈카 오륜탑>
<골굴사 오륜탑>
그렇지만 범승의 난형(卵形) 부도를 보면 오륜탑의 형태를 따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기단석 위에 계란이나 공처럼 생긴 탑신석과 옥개석을 쌓고 그 위에 앙련(仰蓮)과 연봉오리를 올려놓은
비교적 간결한 형식을 갖추고 있다.
강진 백련사 원묘국사중진탑을 보면, 두 개의 크고 작은 방형의 돌을 기단으로 쌓고 그 위에 연주문을 새긴
공 모양의 몸돌을 올려놓았다.
그 위에는 가파르게 경사진 지붕돌이 있는데, 전체적으로 삼각형 형태이다.
상륜부에는 앙화와 보주가 있다. 각 부위의 모양을 기하학적 형태로 단순화시켜 보면 기단은 방형(사각, 때로 팔각형),
몸돌은 원형, 지붕돌은 삼각형, 앙화는 반월형, 꼭대기에 얹은 보주(연봉오리)는 단형이 된다.
해남 대흥사의 양악탑과 은암탑, 순천 송광사의 보조국사부도도 기본적으로는 백련사 부도의 형식과 같다.
<대흥사 양악탑 난형 부도>
따라서 부도의 기초가 되는 방형의 기단부는 지(地)를 상징하며, 그 위에 올려진 원형의 몸돌은 수(水)를,
그리고 몸돌을 덮은 삼각형의 지붕돌은 화(火)를, 그 위에 올려진 반월형의 앙화는 풍(風)을 상징하며,
맨 꼭대기에 있는 단형의 연봉오리는 공(空)을 의미한다.
따라서 난형 부도는 오대를 형상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난형 부도는 우주의 다섯가지 구성요소의 변전(變轉)을 기하학적인 상징형으로 표현함으로써 우주의
섭리와 인간 생사의 무상함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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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원각경 : 당나라 승려 불타다라가 한문으로 번역한 대승경전 가운데 하나이다.
일체를 빠짐없이 원만하게 갖추고 금세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일승원돈(一乘圓頓)의 가르침과 관법(觀法)의
실천을 기록하였으며 석가모니불의 원만한 깨달음을 밝히고 있다.
<출처 : 허균의 사찰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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