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불타고 있다
부처님은 전에 불을 섬겨왔고 결발 고행자였던 천 명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우루웰라를 떠나 가야지방 근처의 가야산 마루에 올라 이렇게 가르치셨다.
“비구들이여, 모든 것은 불타고 있다. 무엇이 모든 것이 불타고 있는 것인가?
눈이 불타고 있고, 눈에 보이는 것이 불타고 있고, 눈으로 느끼는 것이 불타고 있고, 눈에 닿는 것이 불타고 있고, 눈의 닿음에서 일어나는 느낌인 즐거움과 괴로움, 즐겁지도 않고 괴롭지도 않은 것들이 불타고 있다.
무엇으로 불타고 있는가? 욕망으로 불타고, 증오로 불타고, 어리석음으로 불타고 있다.
생·로·병·사· 슬픔· 괴로움·절망으로 불타고 있다,
그러므로 이것을 알고 눈으로 보이는 것들, 느끼는 것들, 여기서 오는 괴로움과 즐거움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집착을 떠났을 때 해탈에 이른다.”
빔비사라왕과의 만남
부처님은 천 명의 제자들과 함께 가야산 마루를 떠나 라자가하로 가셔서 야자나무 숲의 수빠띳타 사당에 머무셨다.
그때 마가다국의 세니야 빔비사라왕은 부처님이 천 명의 제자들과 함께 라자가하에 오셔서 수빠띳타 사당에 머무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또한 부처님은 온전히 깨달으신 분이며, 그분에 대한 훌륭한 평판이 자자하다는 것, 이런 훌륭한 아라한을 친견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라는 것 등을 듣고는 수많은 브라흐민21)과 장자들을 데리고 부처님을 방문하였다.
이들은 불을 섬기던 우루웰라 깟사빠가 이 위대한 사문을 모시고 청정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부처님은 이들에게 쉬운 가르침부터 시작하여 순차적으로 가르침을 설하였다.
깨끗한 천에 염색이 잘 드는 것처럼 빔비사라왕과 많은 마가다의 브라흐민과 장자들은 티없는 법의 눈이 열렸다. 그들은 ‘생긴 것은 무엇이든지 소멸하다.’고 깨달았다. 그래서 많은 브라흐민과 장자들은 부처님께 귀의하여 재가신도가 되었다.
빔비사라왕은 말하였다.
“부처님, 저는 왕자 시절에 다섯 가지 소원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왕위에 오르는 것, 둘째는 온전히 깨달으신 분이 내 영토에 오시는 것,
셋째는 내가 그분께 예배드리는 것, 넷째는 그분의 가르침을 듣는 것, 다섯째는 내가 그 가르침을 알아듣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이 다섯 가지 저의 소원이 모두 다 이루어졌습니다.”
빔비사라왕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꿰뚫어 보아 진리의 눈이 열렸다.
그는 부처님과 가르침과 승가에 귀의하였다.
[빔비사라왕과 왕비는 일생 동안 부처님 승단에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다.]
※주석 : 21) 브라흐민 : 브라흐민이라는 용어는 한국에서는 ‘바라문’이라고 써왔는데 정확히 싼스끄리뜨어의?브라흐마나(Brahmana)로서 그 뜻은 학자, 스승,
제관계급을 뜻한다. 그래서 제관을 일컫는 말이다.
정확한 관련 용어는:
Brahma (브라흐마) : 힌두 신으로 창조신이다. 범천으로 한역됨.
Brahman (브라흐만) : 전지, 전능, 불변, 영원, 초월적인 존재로 아뜨만과 동일시됨.
Brahmin (브라흐민) : 제관을 말함. 이 용어는 싼스끄리뜨어의 Brahmana를 영어로 옮기면서 파생되어 Brahmana 대신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현대 학자들은 대부분 브라흐민을 사용한다
빔비사라왕의 대나무숲 기증
빔비사라왕은 부처님과 천 명의 제자들이 공양에 초대하였다.
왕은 손수 부처님께 시중들며 음식을 권하였다. 왕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어디에 부처님께서 머물면 좋을까? 마을에서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고, 오고 가기에 편리하고, 사람들이 방문하기 쉽고, 낮 동안 너무 번잡하지 않고, 밤에 소음이 없고, 조용하고, 인적이 드물고, 방해 받지 않고, 명상 수행에 적합한 곳이 어딜까? 그런데 나의 이 대나무 숲은 모든 구비 조건을 갖춘 숲이다. 나는 이 대나무 숲을 부처님과 승단에 기증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왕은 부처님께 말하였다.
“부처님, 저는 이 대나무 숲을 부처님과 승단에 기증합니다.”
부처님은 숲을 받으시고 왕을 위하여 가르침을 설하여 왕을 기쁘게 하셨다. 왕은 환희에 넘쳐 기뻐하였다.
죽림정사
어느 때 부처님은 라자가하의 [빔비사라왕이 기증한] 대나무 숲에 계셨다.
그때에는 비구들에게 숙소에서 사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그래서 비구들은 숲의 여기저기 즉 숲속, 나무 아래, 언덕, 골짜기,
동굴, 묘지 주변, 짚더미 등에서 살았다.
그때 라자가하의 대부호 상인이 아침 일찍 이 대나무 숲에 가게 되었는데 그는 마침 비구들이 여기저기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비구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존자여, 제가 숙소를 지어드리면 거기에 사시겠습니까?”
“장자여, 숙소에 사는 것은 부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면 존자여, 부처님께 [허락해 주시도록] 여쭌 후에 저에게 알려 주십시오.”
그래서 비구들은 장자의 간청을 부처님께 여쭈었는데 부처님은 이를 허락하셨다. 장자는 서둘러 하루 동안에 60개의 거처를 만들었다.
그리고 부처님과 비구들은 공양에 초대하였다.
공양 후 부처님은 장자에게 감사의 게송을 말씀하셨다.
장자가 기증한 60개의 거처는 추위와 더위를 막을 것이오.
동물, 파충류, 모기를 피하게 하고
뜨거운 바람과 비를 피하게 할 것이오.
명상하기에, 통찰력을 얻기에 훌륭한 곳이오.
거처는 승가의 으뜸가는 선물로써 깨달은 분에 의하여 찬탄됩니다.
부처님은 라자가하의 대부호 상인에게 감사의 게송을 말씀하신 후 자리를 떠나셨다.
부처님이 숙소 짓는 것을 허락하셨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신도들은 앞다투어 숙소를 지어 기증하게 되었다.
그때 마가다의 세니야 빔비사라왕은 승가를 위하여 좀더 견고한 재료인 점토와 회반 죽을 발라, 나무 숲에 길고 연속한 숙소를 건축하게 되었다.22)
※ 주석 : 22) 이와 같이 최초의 사원인 죽림정사는 빔비사랑왕의 대나무 숲 기증에 의하여 많은 건물이 들어서게 되었고, 이곳을 중심으로 부처님 교단은?놀라운 발전을 거듭해 갔다. 대나무 숲에 지었으므로 죽림정사로 한역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