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1. 02:01ㆍ차 이야기
1) 불교를 통해 꽃핀 중국의 차문화
중국은 기원전부터 차를 많이 사용해온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남쪽인 광동, 복건 지역은 날씨가 따뜻하고 강수량이 많은 아열대기후여서 차나무가 자라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이 지역은 강수량이 풍부했지만 석회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지질 탓에 마실 수 있는 물은 부족하였다. 따라서 자생하고 있는 차나무에서 잎을 따서 끓인 물을 식용으로 삼았으며, 차잎을 이용해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먹기도 하였다. 이처럼 이른 시기부터 생존 차원에서 차를 이용함에 따라 차의 약리적 효과에도 일찍 눈을 떠서 약용 차가 발달하여 오늘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후 진(陣)나라의 시황제(始皇帝)가 전국을 통일하면서 기원전 214년에 광동, 복건 지역도 정복되었는데, 그들의 토착 약제이자 음료인 ‘cha’는 ‘(茶)’라는 몇잉으로 진, 한대를 거치며 점차 널리 전파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중국이 여러나라로 분열된 채 극심한 혼란을 겪던 40세기 초반까지 차문화는 크게 발전을 이루지 못한 채 지방 호족들을 중심으로 한 기호식품으로서 명맥을 유지해왔다.
이처럼 식용, 약용의 실용적 차원에서 쓰이던 차가 종교의식 및 수양의 정신적 상징물로 거듭나게 된 것은 중국에 불교가 정착되면서부터이다. 특히 당나라 이후 선풍을 일으킨 선불교에서의 차의 역할은 핵심적인 것이었는데, 마음의 본성을 깨닫기 위한 승려들의 명상수행에 차는 놀라운 매개체의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곧 정신을 맑게하고 눈을 밝게하며 잠을 줄이는 차의 약효는 오랜 세월에 걸쳐 검증되어온 것이었고, 이러한 차의 특성이 수행자의 삶에 매우 적합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불교와 차는 떼놓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으며, 불교의 융성과 함께 차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접근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게다가 중국 선종(禪宗)의 사상적 토대가 되어 온 도가(道家), 노장(老莊),의 사상가들과 철학자들, 호족과 지식인들도 널리 애호하게 되면서, 차는 당대의 수행자들과 지식인들의 필수품으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이후 758년 무렵 중국의 차역사상 가장 탁월한 저술로 평가받는 『다경』이 육우에 의해 집필되는 등, 당나라가 존속했던 300여 년간 중국의 차문화는 선불교와 조화를 이루면서 독특한 발전을 이루었다.
선종에서 행하는 수행법의 특성은 차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일들을 수행과정의 실천사항으로 포함시키고 있는 점이다. 특히 백장회해(百丈懷海: 749~814) 선사는 차문화를 선불교의 핵심제도로 정착시킨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는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一日不作一日不食)는 규칙을 마련하고 승려들의 노동의무를 생활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백장은 평소 차를 통해 우주와 교감하고 부처님과 만나고 일체의 법을 볼 수 있음을 강조하였으며, 아울러 승려 스스로 차나무를 가꾸어 부처님께 공양하고 대중들과 나누도록 하였다. 따라서 선원에서는 차와 관련된 청규(淸規)를 마련했는데, 이러한 백장의 사상을 후대(1103년)에 정리한 『선원청규(禪苑淸規)』는 중국은 물론 한국, 일본의 선원에서 찬술된 여러 청규의 연원이 되었다. 고려에서도 1254년 (고종 41)에 『선원청규』를 간행하여, 이후 한국불교의 차문화는 엄숙하고 세밀한『선원청규』의 규범을 따랐고, 세간에서는 이를 적절히 개편하여 고려 특유의 차문화를 이루어왔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에서는 현대사의 질곡을 겪으면서 불교 역시 명목만을 유지하게 되엇다. 다만 수질이 좋지 않고 기름기 많은 식습관을 지닌 중국인들에게 차는 음료의 대면사처럼 생활화되어 있어, 예(禮)나 도(道) 이전에 특별한 격식을 고집하지 않은 생활차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계층을 불문하고 광범위하게 일상화된 차의 특성이 ‘항다반사(恒茶飯事)’라는 말을 성립시키게 되었을 것이다.
- 다음 카페 <선다향> 인연법(泥蓮華) 님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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