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1. 02:11ㆍ차 이야기
3) 중세에 독자성을 이룬 일본의 차문화
일본의 차문화 역시 중국에서 들여온 도래문화로서 당나라에 유학을 간 승려들에 의해 처음 도입되었다. 초기의 기록은 『일본후기(日本後記)』 ‘홍인 6년(815) 4월 12일조’ 에 제52대 천황인 사가천황(768~806)에게 승려 영충이 차를 달여 올렸다는 기사에서 찾을 수 있다. 사가천황은 열렬한 당풍문화(唐風文化)의 애호자로서 그가 세상을 떠난 뒤 궁중의 차 풍속은 맥이 끊어졌으나, 불교를 중심으로 차문화는 계속 발전되어온 것이 일본은 물론 이 시기 동아시아 불교국가의 공통점이었다.
이후 차문화가 어느 정도 정착된 것은 가마쿠라(鎌倉:13~14세기)시대로서, 송나라에 유학을 다녀온 선승(禪僧) 에이사이(榮西:1141~1215)가 『끽다양생기(喫茶養生記)』를 지은 1211년 경을 기점으로 본다. 일본의 차문화 역시 선종 승려를 중심으로 긴밀한 연관을 맺게 되었으며, 중국의 선원에서 엄격하게 지켜온 『선원청규』를 들여와 이 책에 쓰인 ‘끽다(喫茶)’라는 용어를 적극 도입하였다. 또한 중국의 차문화를 배우는 한편 훌륭한 찻그릇을 수입하여 여러 실험적 다회가 열리기도 했는데, 에이사이는 송나라 다법인 말차식(抹茶式) 점다법(占茶法)을 특유의 이채로운 분위기로 일본화한 인물로 유명하다.
특히 8세기경부터 중국 서원건물을 본떠 웅장하게 지은 쇼인즈쿠리(書院造)라는 일본식 건축양식이 유행했는데, 이는 무사와 귀족들이 선승의 사원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건물을 선망했기 때문이다. 14세기경 귀족들은 자신의 호사로운 취향을 즐기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차를 동원하게 되어, 쇼인즈쿠리에서 차를 마시고 교류하는 문화를 ‘서원차(書院茶)’라고 불렀다. 15세기에는 차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직업적 ‘다인(茶人)’이 등장하였고, 차를 마시는 여러 규칙과 법도를 정하여 차를 즐기는 일이 성행하게 되면서 이를 ‘다도’라 부르게 되었다. 그러나 14세기를 전후하여 서원을 중심으로 한 차문화는 점차 화려하고 거대해지면서 여러 가지 병폐를 낳고 있었다.
15세기 후반부터는 이러한 풍조를 비판하면서 소박하고 편한 분위기에서 차를 마시고자 하는 욕구가 문인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일게 되었다. 이때 차와 선의 깊은 경지를 터득하고 있었던 승려 무라타 쥬코(村田珠光:1423~1502)는 좁은 공간에서 잡기류의 찻그릇을 사용하는 등 이른바 ‘와비(わび)의 다풍(茶風)’을 새롭게 정립하면서 다도의 일반화, 세속화라는 새로운 차문화를 제시하였다. 이후 상공인이었던 다케네 조오(1502~1552), 센노 리큐(1522~1591)등은 무라타 쥬코의 정신을 이어받아, 권위적인 서원차 문화와 함께 새로운 조류로 서서히 발전시켜갔다. 특히 센노 리큐는 새로운 차정신을 추구하기 위해 작고 소박한 초암을 마련하여 특유의 초암차(草庵茶)를 완성시킴으로써 일본다도의 상징적 존재로 추앙받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화려한 중국의 다기와 건물 대신, 조선에서 건너온 투박하지만 자연스럽고 정감어린 도자기와 소박한 초가집등에서 선가(禪家)의 고담무심(枯淡無心)한 경지를 발견한 것이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아름다움은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미의 기준이 되어 차에 필요한 도구들뿐만 아니라 다실(茶室), 정원, 작법(作法), 다식(茶食),등 전반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형식을 갖춘 생활문화로 꽃피우게 되었다.
- 다음 카페 <선다향> 인연법(泥蓮華) 님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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