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1. 02:21ㆍ차 이야기
2) 다도(茶道)와 다례(茶禮)
다례(茶禮)는 사람이나 신성 존상(尊像)에게 차를 올릴 때 갖추어야 할 예의범절과 정신을 의미한다. 즉 다실에서 차를 마실 때, 가정에서 손님에게 차를 대접할 때, 구도적(求道的)에서 아를 올릴 때 등과 같이 차를 중심으로 한 행위를 할 때 일정한 격식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례(茶禮)는 차를 다루는 올바른 예절과 정신에 초점을 둔 것이라면, 다도(茶道)는 차를 통해 보다 폭넓고 심도깊은 심신의 수양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구도적 측면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도(茶道) 역시 가장 규범적인 다례(茶禮)를 중심으로 정신적 깊이와 관조적 자세를 심화시켜나간다는 점에서, 다례(茶禮)는 다도(茶道)의 기본을 이루는 것이라 하겠다.
역사적으로 ‘다례’라는 말은 차를 올리는 절차를 내포한 중국 전래의 제례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라 때부터 차가 성행하여 고려 이후에는 궁중의 여러 의식이 있을 때 진다의식이라는 명칭으로 다례가 행해졌다. 연등회, 팔관회 등의 국가적 명절과 궁중의 예식을 비롯하여 중국사진을 맞이할 때, 왕세자가 스승과 관리를 모아놓고 경사 등을 복습하는 회강(會講) 등에서도 진다의식을 행하였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제례에서도 차를 올리는 의례가 행해져 오늘날까지 명절에 지내는 제사를 ‘차례(茶禮)’라는 이름으로 지내고 있다. 실제 조선시대 이후 제사 때 점차 차를 오리지 않게 되었지만 전통적으로 내려온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궁중의례나 제례는 물론 불교의 승려들과 유교의 선비들을 중심으로 일상생활에서 행하는 다례는 더욱 발달하였고, 오늘날에는 누구나 일상의 다례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다례와 차례의 한자표기는 동일한 ‘다례(茶禮)’이지만, 현재 사용하는 용어개념에 따르면 ‘다례’는 ‘차례’를 포함하는 더넓은 의미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기본개념을 바탕으로, 다례와 다도를 좀더 세분하여 실용다법, 생활다례, 구범다도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넓은 의미의 다도는 실용다법과 생활다례를 포함하는 가장 포괄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1) 간편하고 대중적인 실용다법(實用茶法)
실용다법이란 일상생활에서 격식에 큰 구애됨이 없이 기본적인 예절만을 갖추어 차를 마시는 것을 말한다. 이는 커피나 홍차 대신 건강에도 유익하고 선인들의 정신이 담겨 있는 차의 대중화를 위해 격시보다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차를 가까이하는 이들은 다도를 전문적으로 추구하는 이들이 아니라 차를 애호하는 일반인이 될것이다.
차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까다롭고 복잡한 예법을 내세우면 오히려 차와 멀어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일상 속에서 편리하게 차를 접하는 가운데 차의 맛과 멋을 스스로 체득하도록 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따라서 초보자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다도는 이처럼 간편한 실용다법을 통해 지도하면 될 것이고, 차에 대한 관심이 깊어짐에 따라 점차 생활다례, 규범다도로 나아가면 될 것이라 여겨진다.
차를 끓이고 마시는 것은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한 일로서 찻물이 끓는 소리, 차의 향기아 더불어 차를 끓이는 이나 보는 이 모두는 즐거움과 여유로움을 느끼게 된다. 이때 다구(茶具)와 행동의 멋스러움이 조화를 이루게 되면 차를 둘러싼 분위기와 풍치는 그 격(格)을 더하게 된다.
(2) 격식과 예법을 갖춘 생활다례(生活茶禮)
생활다례는 수양과 도의 추구에까지 나아가는 규범다도에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정중한 격식을 갖추어 차를 마시는 법을 말한다. 실용다법과 규범다도의 중간적 위치에 있는 것으로, 현재 다례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이들이 다례수련에 필요한 격식을 갖추어 차를 접대하거나 대외적인 발표를 할 때 추구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차를 다루고 마시는 격식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게 되는데, 모는 의식(儀式)은 형식을 통해 정신을 담아내는 것이라는 점에서 다도의 기초체계를 이루는 부분이라 하겠다.
전통시대의 궁중행다법(宮中行茶法)또는 유교행다법(儒敎行茶法)등은 모두 이러한 생활다례의 영역에 속한다. 다례는 제사를 지내거나 사당의 조상에게 올리는 헌차(獻茶), 혼례 시의 납폐(納幣)에 차를 오리는 등과 같이 의례의 일부를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교, 불교식 다례는 일상의 예를 행하는 기본을 이루면서 발달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다례 역시 의식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고, 다례를 통해 수행을 추구하는 구도적 경향은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구도적 의미를 추구해온 것은 불교식 다례라 할 수 있다.
(3) 구도의 경지를 추구하는 규범다도(規範茶道)
규범다도는 생활다례가 형식적인 면에서 치중하는 데 비해 정신적 경지를 추구하는 옘법이라 할 수 있다. 즉, 본격적인 다도생활을 통해 심신을 건강하게 할 뿐만 아니라 깨달음의 세계를 추구하는 수행태도로써 다도에 임하는 것을 말한다. ‘道’ 자를 붙여 다도라는 하는 까닭도 이에 기인한다.
특히 예(藝)와 기(技)의 격을 설명하는 데 곧잘 사용된다.
즉, 기(技)가 일정한 경지에 달하면 예(藝)라 하고, 예(藝)가 현묘한 경지에 이른 것을 도(道)라 한다. 따라서 기(技)에서 예(藝)로 나아간 경지가 다례(茶禮)라 한다면, 다도(茶道)에 이르기 위해서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지고의 경지에 놓여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깨달음을 추구하는 종교로서 불교에서 행해온 다도가 가장 구도적인 자세를 지닌 것이라 하겠다. 즉, 다도가 다례에 그치지 않고 현묘한 경지에 놓이기 위해서는 깨달음을 이루기 위한 수행의 자세와 다르지 않은 마음을 지녀야 한다. 따라서 고승들은 전통적으로 참선 또는 다시(茶詩)등의 연구와 함께 차 정신을 체득하면서 깨달음의 경지를 추구해왔다.
- 다음 카페 <선다향> 인연법(泥蓮華)님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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