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하늬바람
2016. 5. 4. 16:26ㆍ나의 詩
봄날의 하늬바람
步 虛
입하를 며칠 앞두고
달구비와 함께 큰센바람이 불다.
묵은 삭정이가 우수수 떨어지고
덜여문 매실과 살구가 바닥에 뒹굴다.
플라스틱 쓰레기통에 담겨있던 담배꽁초가
나뭇잎 투성이인 땅바닥에 쏫아지다.
남실바람이나 건들바람이 불던
여느 해 봄날과는 달리
고운 잠비가 오던 초여름과는 달리
비꽃철이 지난지 얼마되지 않아
센바람과 함께 날비가 오다.
비오기 전까지 심하던 미세먼지와 황사가
말끔이 씻겨 날아가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여 마시다.
아직은 자투리 센바람이 남아
열구름이 빠르게 지나가다.
태풍이 지나가면
바다가 새롭게 다시 시작하듯이
센 늦하늬바람이 불면
하늘이 새로와진다.
비 그친 후 다시 열리는 하늘에서
솔바람 소리 한줌 얻어와
비파색 정호(井戶)잔을
가만히 귓가에 대어보다.
- 20160504 수요일,
입하 하루 전날 丙戌日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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