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시문집

2014. 12. 1. 23:18들꽃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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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5] 제4권 / 다산시문집

2011/01/1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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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전원(田園)
 
전원에서 함께 살자 마음을 굳혔더니 / 田園偕隱結心期
생각잖게 인간에는 이별이 있네그려 / 不意人生有別離
봄이 가니 부질없이 송엽주가 생각나는데 / 春去空懷松葉酒
달 밝은 때 목란사를 듣는 이 뉘라던가 / 月明誰聽木蘭詞
외따론 꾀꼬리 나무에 앉아 기다리는 게 벗이겠지 / 孤鶯坐樹應須友
제비 쌍쌍 집을 지어 제 새끼 잘 기르고 / 雙燕營巢好養兒
쓸데없는 수심으로 백발을 재촉 말자 / 莫把閒愁催白髮
수시로 서찰 써서 그리움을 달래야지 / 時將手札慰相思
 
[주D-001]목란사 : 옛 악부(樂府) 이름. 목란(木蘭)이라는 여인이 늙은 아버지 대신 남장(男裝)을 하고 그 아버지 이름으로 12년을 종군(從軍)한 사실을 기록한 내용의 가사임. 《古樂府 木蘭辭》
 
 
42. 식구들과 작별한 지 오십팔일 만에 처음으로 서신을 받고 그 기쁜 뜻을 자식에게 부치다[別家五十有八日 始得家書 志喜寄兒]
 
내 마음을 두보가 먼저 읊었나보다 / 杜詩先獲我
서찰이 왔으니 너도 사람이 됐군 / 書到汝爲人
세상 밖 강산은 고요한데 / 物外江山靜
천지간에 가까운 사이 모자가 아니더냐 / 寰中母子親
놀란 나머지 병이라도 나겠지만 / 驚疑那免疾
생활 어려운 것 너무 걱정 말려므나 / 生活莫憂貧
부지런히 남새밭이나 가꾸면서 / 黽勉治蔬圃
청명한 시대의 일민이 되어라 / 淸時作逸民
 
[주D-001]내 마음을 …… 읊었나보다 : 두보(杜甫)가 안녹산(安祿山) 난리 때 봉상(鳳翔)에 있으면서 부주(鄜州)에 있는 식구들 소식이 궁금해 서신을 보냈으나 답신이 없어 안절부절하다가 늦게야 서찰을 받고는 ‘득가서(得家書)’라는 제목으로 시를 읊어 기쁨을 나타내었음. 《杜少陵詩集 卷5》
 
 
43. 사형의 서찰을 받고[得舍兄書] 이때 중형이 강진(康津) 신지도(薪智島)에서 귀양살이하고 있었음
 
땅은 이쪽 끝에서 저쪽 끝이요 / 地共天涯盡
같은 태양 아래서 만날 수 없는 사람이구려 / 人從日下疎
하늘과 땅 사이 눈물 짓는 두 눈들 / 乾坤雙淚眼
안부 묻는 길 몇 줄 서찰뿐이라오 / 存沒數行書
칡덩굴로 노 꼬는 일 고작이고 서찰 속에 이 말이 있었음. / 寂寞綯山葛
옹색하여 바다 생선을 먹는답니다 / 艱難食海魚
사대주가 다 섬일 바에야 / 四洲皆絶島
불서(佛書)에, 세계에는 사대주(四大洲)가 있다고 하였음.
몸붙여 있는 곳이 바로 집 아니겠습니까 / 身在卽吾廬
달이 뜨면 먼저 비칠 거라구요 / 月出知先照
서찰 속에 이 말이 있었는데, 장기가 동쪽에 있기 때문에 한 말이었음.
구름이 오면 아마 보셨으리다 / 雲來憶已看
모진 괴로움 왜 없으리요마는 / 豈能無苦毒
그래도 평안하다고 하셨네요 / 猶自報平安
그 얼굴 그 모습 타생에나 뵈오리까 / 顔髮他生見
거년에는 전원에서 서로 즐겼지만 / 田園去歲歡
비록 술 천 석을 마신다 해도 / 縱饒天石酒
이 마음 풀기는 어렵겠네요 보내온 서찰에, 술 마실 것을 권하였음. / 難使此心寬
고래 타고 떠난 사람 늘 부럽고 / 長羨騎鯨客
말 잃은 영감 동정할 것 없지요 / 休悲失馬翁
지대 낮아 갠 날도 장기 끼고 / 地卑晴有瘴
산골 넓어 밤이면 바람이 많아 / 山豁夜多風
병들어 머리털 올올이 짧아지고 / 病髮絲絲短
수심 섞인 시는 글자마다 궁상맞어 / 愁詩字字窮
못 견디게 가여운 건 어린 것들이 / 絶憐童穉輩
천성 그대로 사모하는 꼴들이었죠 / 思慕發天衷
 
[주D-001]구름이 …… 보셨으리다 : 형제간의 그리움을 말한 것. 두보(杜甫) 시에, “아우 그리워 구름 보며 대낮에 졸고 있다네.[憶弟看雲白日眠]"라는 구절이 있음.
[주D-002]고래 타고 떠난 사람 : 당(唐)의 시인 이백(李白)을 이름. 이백은 그 자신을 해상기경객(海上騎鯨客)이라고 표제를 하였다고 함.
[주D-003]말 잃은 영감 : 인간의 득실 화복은 무상한 것. 새옹실마(塞翁失馬). 《淮南子 人間訓》
 
 
44. 집 하인이 돌아가다[家僮歸]
 
서찰이 왔을 땐 담소한 것이나 같더니만 / 書到如談笑
사람이 돌아가니 다시 쓸쓸해지네 / 人歸復寂寥
무료하게도 하늘은 아득하기만 하고 / 無聊天漠漠
길은 예나 다름없이 멀구나 / 依舊路迢迢
새재는 산이 천 굽이고 / 鳥嶺山千曲
탄금대 물은 두 줄기지 / 琴臺水二條
두 마리 제비만이 남아 있어 / 唯留雙燕子
온종일 비비배배 지껄이네 / 終日語音嬌
집 소식 들으면 좋으리라 여겼더니 / 謂得家書好
만 가지 걱정이 새로 생기네 / 新愁又萬端
아내는 날이면 날마다 눈물이라는데 / 拙妻長日淚
어린 자식은 어느 때나 만나볼까 / 稚子幾時看
야박한 풍속 참으로 왜들 그럴까 / 薄俗眞堪惜
뜬소문 들으면 아직도 불안하기만 해 / 浮言尙未安
별 수 있나 그대로 받아들여야지 / 嗟哉亦順受
세상살이란 원래가 어려운 길인데 / 度世本艱難
 
 
45. 한탄스러운 일[有歎]
 
나라 떠난 장평자가 있었는가 하면 / 去國張平子
집 생각하던 두소릉도 있었지 / 思家杜少陵
나에게 옥소반을 줄 사람 없으니 / 無緣貽玉案
이 깨끗한 얼음을 어디에 둘까
/ 何處置淸氷
시냇가 나무들은 그 빛이 그 빛이고 / 澗樹仍同色
산에 구름도 층계층계 여러 층일레 / 山雲自數層
무단히 여우 쥐 같은 무리들이 / 空令狐鼠輩
무엇을 믿고 날뛰게 만들다니 / 憑恃自欺凌
 
[주D-001]장평자 : 후한(後漢) 시절의 장형(張衡). 평자(平子)는 그의 자임. 자기 심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하여 유명한  〈 사현부(思玄賦)〉를 지었음. 《後漢書 卷59》 
[주D-002]나에게 …… 둘까 : 맑은 얼음같이 차고도 깨끗한 자기 심회를 임금이 알아주지 않음. 《초한춘추(楚漢春秋)》에, “한왕(漢王)이 나에게 옥소반[玉案]을 내려 먹게 하였음.”이라고 한신(韓信)이 말하였다.
 
 
46. 적력(寂歷)
 
적막한 작은 서재 속에 / 寂歷小齋內
한가히 홀로 앉았는 사람 / 蕭閒獨坐情
발에 들어오는 것 파릇파릇 풀빛이요 / 入簾新草色
대밭 넘어 들리는 것 꾀꼬리 소리구나 / 穿竹晩鶯聲
고국 산하가 왜 이리 험할까 / 故國山河險
타향 세월도 빠르기만 하네 / 他鄕日月輕
의안의 이치나 정밀하게 익혀 / 熟精醫案理
이약으로 목숨 보존이나 하리 / 餌藥且偸生
의안(醫案)은 설입재(薛立齋)가 저술한 것임.
 
 
47. 자식이 밤을 부쳐오다[穉子寄栗至]
 
도연명 자식보다 나은 편이구나 / 頗勝淵明子
아비에게 밤 부쳐온 걸 보니
/ 能將栗寄翁
따지면 한 주머니 하찮은 것이지만 / 一囊分瑣細
천리 밖 배고픔을 생각해서 한 짓이지 / 千里慰飢窮
아비 생각 잊잖은 그 마음이 예쁘고 / 眷係憐心曲
봉할 때의 그 손놀림이 아른거리누나 / 封緘憶手功
먹으려 하니 되레 마음에 걸려 / 欲嘗還不樂
물끄러미 먼 하늘을 바라다보네 / 惆悵視長空
 
[주D-001]도연명 …… 보니 : 도잠(陶潛)의 시 〈책자(責子)〉에, 아들 다섯이 모두 지필(紙筆)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 제 6련(聯)에, “자식 통은 아홉 살이나 먹었으면서, 찾는 것이라곤 배와 밤이라네.[通子垂九齡 但覓梨與栗]" 하였음.
 
 
48. 집사람이 누에 친다는 말을 듣고[聞家人養蠶]
 
아무것도 가리지 않는 버릇인데 / 性癖眞無禁
금년 봄에는 누에를 친다네 / 今春乃養蠶
뽕은 어린 딸 시켜 따오게 하고 / 釆桑調穉女
잠박은 사내자식들더러 치래지 / 鋪薄賦諸男
비방대로 시렁 더 건너지르고 / 按訣新添架
쪽물들여 책을 매기도 하였지 / 編書舊染藍
내가 문장하는 것도 어디 좋아서 그런가 / 績文吾豈樂
그냥 한담 식으로 해보는 것이야 / 聊亦當閑談
 
 
49. 추록마행(追鹿馬行)
 
집에서 기르는 말 한 마리가 매우 날쌔 이름을 추록(追鹿)이라 하였는데, 눈 오는 어느 날 갑자기 달아나버려 석달을 제멋대로 돌아다녔다. 금년 봄 난리통에 개 닭까지도 겁략(劫掠)을 당했지만 말은 그 때문에 온전하였는데 북새통이 끝나자 말이 제 우리로 돌아와 그것을 몰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거기에 느낌이 있어 이 시를 써 본 것이다.

푸른 갈기에 백설 같은 털의 추록마 / 追鹿馬靑騣白雪毛
옛날에는 조천 길에 탔었는데 / 昔爲朝天騎
지금은 소와 구유를 함께 쓰고 있어 / 今與牛同槽
네 골격은 그렇게도 뛰어난데 / 汝骨何俊邁
네 운명은 왜 그리도 곤궁하냐 / 汝命何窮阨
발 묶인 참새는 날 수가 없듯이 / 縛足之雀不能飛
내가 너를 오래도록 마판에다 묶어놨지 / 吾今使汝長伏櫪
네 그전에 굴레를 벗어버리고 / 憶汝脫羈馽
풀뿌리 파먹고 바닷물 마실 때 / 掘荄食河氷
넓은 들 간 곳마다 즐비한 풀밭인데 / 煙郊處處草如織
왜 멀리 도망가서 마음껏 달리지 않고 / 何不遠遁恣騫騰
지금처럼 초막집에서 파리떼에 시달리느냐 / 如今蔀屋苦多蠅
훔쳐가려는 야인들 뿌리치고 / 不愛野人盜
길게 울며 옛 주인 찾아오다니 / 長鳴歸故主
남들이 다 죽이려 하여 마음이 괴로운데 / 人皆欲殺心獨苦
어느 누구도 무시 못할 것 아아! 준마로세 / 吁嗟神駿衆莫侮
 
 
50. 단옷날에 슬픈 감회를 읊다[端午日述哀]
 
옛날에는 단옷날에 / 舊日端陽日
선방에서 사랑의 부채 내리셨다 / 恩頒自扇房
내가에서 새로 만든 것이기에 / 內家新制作
긴 여름도 그것 때문에 시원했지 / 長夏故淸涼
만질수록 칠 빛이 윤택하고 / 漆澤摩來潤
붉은 인주 찍힌 첩자 향기롭더니 / 紅泥帖子香
지금은 장기 어린 곳에서 / 如今瘴厲地
모기떼가 괴롭게 침상에 덤비네 / 蚊蚋苦侵床
옛날에는 단옷날에 / 舊日端陽日
패초를 받고 옥당에 가면 / 承牌赴玉堂
시를 짓게 하여 반드시 가작을 뽑고 / 徵詩必妙選
옛일을 말하게 하여 상서로움을 취했으며 / 陳古略禎祥
잘못을 간하도록 붓을 내리고 / 彩筆容規諫
사랑의 뜻으로 주부도 하사하여 / 朱符帶寵光
대내에서, 재앙을 물리치게 하기 위하여 주사(朱砂)로 쓴 부적을 하사하였음.
전각 기둥에다 성명을 써두고 / 姓名題殿柱
길이 군왕을 모실 수가 있었는데 / 長得侍君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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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오늘 님의 글 중에서 전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