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25. 23:39ㆍ詩
가로수
권 지 숙 (1949 진주 출생 )
가로수는 정직하다.
자신이 차지한
몇 평방미터의 면적과, 늘 만나는
거리의 몇 점 동경과
팔만 뻗으면 언제나 닿는
쾌적한 공기를 기억한다.
이마 위에 내려앉는 서릿발이나
어느 날 새벽의 유황빛 하늘에
놀라지 않고
가지에 찢긴 연기나 혹은
겨드랑이에 숨겨 둔 마파람에
똑같이 당당하다.
가로수는 떳떳하다.
자신에게 부여된 공간과
자신의 능력 ㅡ 6백 그람 이상의 樹液을
탐하지 않으며
높은 담 너머의 라일락을
부러워하지 않으며
더구나
허물어진 뿌리에 대해
퇴락한 잎새에 대해
同腹의 아픔을 나눌 줄 안다.
베 트 남 . 1
金 明 仁 ( 1947 울진 출생 )
먼지를 일으키며 차가 떠났다. 로이
너는 달려오다 엎어지고
두고두고 포성에 뒤집히던 산천도 끝없이
따라오며 먼지 속에 파묻혔다 오오래
떨칠 수 없는 나라의 여자, 로이
너는 거기까지 따라와 벌거벗던 내 누이
로이, 월남군 포병 대위의 제3 부인
남편은 출정 중이고 전쟁은
죽은 전남편이 선생이었던 국민학교에까지 밀어닥쳐
그 마당에 천막을 치고 레이션 박스
속에서도 가랭이 벌려 놓으면
주신 몸은 팔고 팔아도 하나님 차지는 남는다고 웃던
로이, 너는 잘 먹지도 입지도 못하여지만
깡마른 네 몸뚱아리 어디에 꿈꾸는 살을 숨겨
찟어진 천막 틈새로 꺾인 깃대 끝으로
다친 손가락 가만히 들어올려 올라가 걸리는 푸른 하늘을
가리키기도 하였다 행복한가고
네가 물어서
생각하면 나도 행복했을 시절이 있었던 것 같았다
잊어야 할 것들 정작 잊히지 않는 땅 끝으로 끌려가며
나는 예사로운 일에조차 앞날 흐려 어두운데
뻑뻑한 눈 비비고 또 볼수록, 로이
적실 것 더 없는 세상 너는 부질없어도 비 되어 내리는지
우리가 함께 맨살인데 몸 섞지 않고서야 무슨
우연으로 널 다시 만날 수 있겠느냐
로이, 만난대서 널 껴안을 수 있겠느냐
풍 뎅 이 의 기 도
金 昌 完 ( 1942 목포 출생 )
하느님, 종아리를 모두 꺾어시옵고
하느님, 모가지를 비트시옵고
하느님, 뙤약볕 아래 발랑 뒤집어 놓으시옵고
하느님, 전능의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시는 하느님,
왼쪽으로 돌까요 오른쪽으로 돌까요 ?
그러면, 정말로 그러면
버려진 이 땅도 짊어지고 날아갈 수 있을까요 ?
신경림 編 <反詩선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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