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윤혜영의 문화산책] (19) 송해용 - 꽃을 주세요

2016. 1. 27. 23:41美學 이야기



       [수필가 윤혜영의 문화산책] (19) 송해용 - 꽃을 주세요 

       

2015/10/14 09:07 등록   (2015/10/14 09:08 수정)

  





(뉴스투데이=윤혜영 선임기자) 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홀로코스트로 수많은 폴란드 양민들이 학살당했다.

유태인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은 게토에서 어렵사리 탈출하여 5년 넘게 빈집에 숨어지냈으나, 독일인 장교에 의해 발각되고 만다. 생사가 달린 절체절명의 시기에 스필만이 피아니스트였다는 것을 들은 장교는 피아노 연주를 명한다. 이때 연주한 곡이 쇼팽의 "Ballad No.1 G Minor OP.23"이다.

깊은 감명을 느낀 독일군 장교는 식량을 몰래 전해주며 그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영화 '피아니스트'로 만들어진 이 감동적인 실화는 예술이 사람의 정서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잘 보여준다.

진정한 예술은 감동(感動)을 넘어선 감화(感化)라는 것을!
미약한 인간의 의지와 행위를 최대한으로 발휘시키는 위대한 힘이다.





   경주시 건천읍 화천리의 아름다운 작업실에서 전원에 묻혀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송해용 화실을 찾았다.
유화물감 냄새가 작업실에 그득하다. 캔버스에는 그가 한창 작업중인 '달맞이꽃'이 붓끝에서 막 피어나는 중이었다. 그는 최근에 포항예술고등학교 강사직을 그만두고 작업에만 매진하기 위해 화실에서 칩거중이다.


 



   갑자기 연락을 하여 달려갔으나 성가신 기색없이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셨다.
차를 마시는 동안 창밖의 고양이가 낯선 이가 궁금한지 창문을 타고 올라 엿보고 있다.


 

                                                            ▲ 올망졸망 고양이 가족들





   마당의 진돌이는 작업실을 지키는 경비견이다. 아직 어린티가 가시지 않았으나 밥그릇의 크기를 보아
곧 자라 제 임무를 충실히 해낼 놈 같다.


 
                                                          ▲ 님맞이 _ 90.9X72.7 _ 혼합재료 _ 2014



   최근의 작업을 여쭈니 달맞이꽃을 즐겨 그린다고 말씀하셨다. 달맞이 꽃은 기다림과 그리움을 상징한다. 밤에 피어 낮에 지기 때문에 야화(夜花)라고도 불린다. 작가의 숙명이 예술과의 고독한 분투라면, 그 기다림에 끝에 환하게 피어나 노란꽃을 밝히고 있는 달맞이꽃.

화가는 끝이 없는 외길을 오체투지로 기어야 한다. 하루에도 수없이 살아나는 욕망을 지우며 홀로 가는 길이지만 끝없이 살아나는 그리움의 대상이 있기에 외롭지 않다고 하신다.




                                                     ▲ passion _ 72.7X60.6 _ 혼합재료 _ 2014.
 


   비단 달맞이꽃에만 국한된 작업만 하는것도 아니다. 동백꽃도 그리고, 수선화, 장미도 그린다. 붉게 영글어 벌어진 석류도 그리고, 접동새와 딱새도 즐겨 그리신다. 우리나라의 토종꽃들과 새들을 좋아한다고 하신다.

꽃잎과 잎맥을 표현한 붓질을 보면 극도의 섬세한 터치를 수없이 덧칠하여 고운 꽃잎 하나를 피워내었다.
투박한 유화로 이토록 섬세한 꽃이파리들을 피워내다니!

그가 얼마나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창조한 자신만의 아우라인가.




                                                        ▲ 님맞이 _ 53.0X45.5 _ 혼합재료 _ 2015.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모든 기술도 인간화되지 못하면 기술종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듯이 예술도 인간화되지 못하면 예술을 위한 예술로 전락한다'고 일침하였다.

최근의 상업미술과 기술 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이다. 인간을 위한 인간다운 예술. 모든 위대한 예술은 숭고한 체험과 쉼 없는 자기성찰에서 우러난다.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피아노 연주가 그의 운명을 결정지은 것처럼 예술은 예술에 머물지 않고, 감동을 넘어선 감화를 낳아야 한다.


 
                                                       ▲ 그리움 _ 95.9x65.5 _ 혼합재료 _ 2012.


'시는 말하는 그림(Pictura loquens), 그림은 말없는 시(Poema silens)'

   필자가 좋아하는 문장인데 그리스 시인 시모니데스의 글이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적절한 표현인가. 사람은 아름다운 것들을 통해 순화된 정서를 갖게 된다. 美는 고대로부터 이어진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이다.

송해용은 찰나의 아름다움을 기록하는 자이다. 그의 예술관으로 새롭게 해석된 꽃들은 캔버스에서 그만의 꽃으로 다시 피어나 우리들에게 낭만적 안식을 제공한다.

오늘은 그가 피워낸 꽃들을 마음껏 감상하며 예술의 화원을 산책하는 영혼의 귀족이 되어보자.


 
                                              ▲ 님맞이 _ 145.5X97.0 _ 혼합재료 _ 2014.


 
                                               ▲ 님맞이 _ 90.9X60.6 _ 혼합재료 _ 2014.


                                                       ▲ 사모 _ 72.7X53.0 _ 혼합재료 _ 2015.


                                                ▲ 님소식 _ 72.7X53.0 _ 혼합재료 _ 2010.


                                                    ▲ 마중 _ 116.7X72.7 _ 혼합재료 _ 2015.


                                                   ▲ 사모 _ 53.0X45.5 _ 혼합재료 _ 2014.


                                                ▲ 사모 _ 145.5X80.3 _ 혼합재료 _ 2015.


                                                  ▲ 행복 _ 72.7x60.6 _ 혼합재료 _ 2015.


 

* 송해용 song hae yong
 
*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 개인전23회

[아트페어]

* 한국구상대제전(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011.2012)
* 상해아트페어(2011)
* 북경화랑박람회(베이징 월드트레이드센타2011)
* 서울오픈아트페어(서울 코엑스 2011)
* 서울아트페어(리치칼튼 서울강남)
* 호텔아트페어(노보텔앰버서더 대구2011)
* NAAF2008 (ANNEX 컨벤션 센터, 일본)
* 부산국제아트페어 (2008)
* 미술축전아트페어(일산킨텍스 2011)
* 아트경주(실내체육관.화백켄벤션센타)
* 경남아트페어(켄벤션센터.창원)
* 광주아트페어(김대중켄벤션센터)
*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벡스코)

[초대전]

* 14인의 진실-담전(대백프라자갤러리)
* 3인의 구상전(DGB갤러리기획)
* 정예작가초대전(경주문화엑스포전시실)
* 영남의맥-47인의진경전(포항시립미술관)
* 미술의 상상과 감동전(B.K갤러리)
* 영남구상의 진수전 (포스코갤러리)
* 대구구상회화 기수전 (학생문화센터)
* 송,울진 초대전 (울진,대구.울산)
* 21c 한.불 대표 구상작가 총람전 (예술의전당)
* 시각으로 느끼는 봄의 향기전(학생문화센터)
* 아트빌리지 서울과 만나다(서울미술관)
* 포항국제아트페어(문화예술회관)
* 아트로드전(청도소싸움테마파크전시장)
* 아트울산숲 초대전(울산)
* 기타 초대단체전 250여회 참여

현재 : 한국미협. 담전...전업작가
E-mail: songhy2148@hanmail.n


<글 : 수필가 윤혜영 geo0511@hanmail.net>




계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남 통영 출생

계간 ‘문학나무(발행인 황충상 소설가)’겨울호를 통해 신인문학상 중 수필 부문 수상자로 등단. 주요 저서로 ‘우리는 거제도로 갔다’. ‘화가들이 만난 앙코르와트’ 외 항공사와 증권사, 신문사 및 문화예술지 등 다수에 문화칼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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