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17. 18:08ㆍ美學 이야기
붉은 빛 감도는 기왓장에서 4세기 건축물의 문화를 읽다 | ||||||||||||||||||||||||||||||||||||||||||||||||||||||
김대환의 文響 - 23 고구려 명문 수막새 (高句麗銘文瓦當)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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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막새의 주연부에 제작년도를 표시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①)과 (사진②)는 고구려 국내성의 환도산성 궁궐지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지는 인동무늬 수막새(忍冬文瓦當)와 연꽃무늬 수막새(蓮花文瓦當)이다. 인동무늬 수막새는 중앙의 원형돌기를 중심으로 여덟 군데에서 세 줄기로 갈라지는 활달한 넝쿨문양을 나타냈고 연꽃무늬 수막새는 여덟 잎의 연꽃잎과 그사이에 간잎을 뾰족하게 표현했다. 막새부분과 수키와의 접합부분은 고구려 특유의 빗질하듯이 홈을 파서 접합이 잘 되도록 했고 점토를 덧대어 꾹꾹 누른 손자국이 아직도 남아 있다(사진③). 고구려 특유의 기와 제작기법으로 기와파편을 잘게 부숴 흙반죽에 섞어서 성형한 흔적으로 ‘shard’도 보인다(사진④). 현재 남한에서 출토된 고구려 수막새는 연천 호로고루산성의 연꽃무늬 수막새(사진⑤, ⑤-1)와 아차산성 홍련봉 제1보루의 연꽃무늬 수막새(사진⑥) 뿐인데, 호로고루산성에서 출토된 수막새의 제작방식에 근접한다.
(사진①), (사진②)의 고구려 수막새가 중요한 이유는 막새의 테두리인 주연부에 새겨진 銘文 때문이다. 현재까지 출토된 고구려의 수막새에 명문이 새겨진 사례가 있지만 모두 瓦範(막새의 문양을 찍어내는 틀)에 새겨서 찍혀 나오도록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 수막새들은 와범으로 무늬를 찍은 후에 胎土가 마르기 전에 예리한 도구로 막새의 주연부에 글씨를 새긴 것이며 ‘天祥永昌’(사진⑦~⑩)과 ‘壬午’(사진⑪~⑫)이다. ‘天祥’은 상서로움을 나타내고 ‘永昌’은 중국 東晋의 年號로 서기322년이며 그 해가 바로 ‘壬午’년이다. 두 수막새의 제작시기가 일치한다.
이 수막새기와의 제작년도를 고구려 제15대 국왕 美川王(? ~ 331년, 재위 300년~331년)이 요동을 정벌한 2년 뒤인 미천왕 23년(서기322년)으로 비정할 수 있다. 수막새에 새겨진 명문의 書體는 隸書의 필획이 느껴지는 고졸한 楷書體로 당시 유행하던 서체다. 이 수막새는 4세기 초에 이미 붉은색 계통의 고구려 수막새가 생활 건축물에 사용되기 위해 만들어 졌다는 절대년도를 알려주고 있으며, 이미 국내성의 古墳에서 출토되고 있는 흑회색의 ‘태녕4년명문자수막새’(서기326년)나 ‘무술명문자수막새’(서기338년)(사진⑬)와 제작시기가 겹침으로 용도에 따라서 수막새의 제작문양과 제작기법의 차이를 구별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환도산성 궁궐지의 건축년대를 기존학설보다 100년 정도(4세기) 올려볼 수 있게 된다(사진⑭).
수막새의 서체로 보아 瓦工의 글씨는 아니고 하급관리 이상의 감독관 글씨로 보아야할 것인데, 그가 수막새의 주연부에 제작년도를 표시한 이유는 무엇일까. 표시된 연도는 건물의 신축시기일 가능성이 높고 고구려 수막새가 제작년도를 표기한 사례가 많은 것은 고구려인들이 작은 사물에도 기록으로 후세에 남기려는 수준 높은 문화민족이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삼국시대는 기와의 제작기술이나 예술성이 가장 높았으며 대체로 時代가 내려올수록 제작수준이 점점 떨어진다. 얼마 전 애석하게도 불에 타버린 남대문을 복원할 때 사용한 기와의 문제점처럼 아무리 신기술로 애를 써도 예전처럼 재현하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우리가 등한시 한 사이에 잃어버린 전통의 脈은 찾을 길이 없다. 김대환 문화재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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