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여행 (1편)] 고려청자의 기하학적 문양과 고대 그리스 문양간 유사성 발견

2016. 2. 22. 16:17도자 이야기



       [스크랩] [그리스 여행 (1편)] 고려청자의 기하학적 문양과

고대 그리스 문양간 유사성 발견| 소개하고 싶은(전시,역사,문화 )이야기

청계산인 |  2015.12.30. 14:14


고려청자의 기하학적 문양과 고대 그리스 문양간 유사성 발견

(Discovery of similarity of geometric patterns in between Koryo celadon and ancient Greek relics)


   지난 가을, 9월15일부터 24일까지 그리스 여행을 하였다. 그리스 여행은 아테네를 중심으로 해서 하룻만에 다녀올 수 있는 곳 (델포이 아폴론 신전, 고대 코린토스, 나프플리온의 팔라미드 요새)과 산토리니섬을 다녀왔다. 원래 계획은 나프플리온 대신에 코린도스 해협을 지나서 펠레폰네소스 반도의 올림피아 유적지를 1박 2일로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이곳에 가려면 버스를 몇번 갈아타야 하는데다 공교롭게 그리스 본토 여행내내 왼쪽 발바닥 아치부분이 무척 아파서 장거리 여행을 포기하였다. ㅠㅠ


여행을 다녀온지 어느 덧 3개월이 지나니, 다녀온 여행지 이름도 가물가물하고 그때 느꼈던 감흥도 점차 희미해져 간다. 오늘은 그리스 여행 첫 포스팅으로 그리스 박물관에서 본 유물 가운데 그리스 기하학적 문양과 고려청자의 기하학적 문양간에 유사성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터키 이스탄불의 톱카프 궁전에서 이슬람 전통문양이 아름답게 그려진 타일을 실컷 보았다면, 그리스 박물관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석상과 문양을 실컷 보았다. 고대 그리스 문양 (meander pattern)은 그 기원이 청동기 문명인 에게해 문명 (미케네 문명: 기원전 1100 -3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림 1: 미케네 문명 전성기의 에게 해 주위 도시 분포.(출처: 위키백과)


   에게 해에 점점히 흩어진 여러 섬 (델로스 섬 등)에서 독자적인 청동기 문명이 발생하여 번영을 누렸는데, 일종의 폴리스 (부족국가)인 각 섬에서 아래와 같은 대표적인 문양으로 벽면을 장식하는데 사용하였다.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너무나 흔해서 (지겹게 봐서.. ㅠㅠ) 안찍은게 후회된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고대 그리스 문양 도안을 올린다.)


그림 2 : 청동기 시대 (B.C. 1,100-3,000년)에 에게해에 흩어진 여러 섬 문명에서 사용했던 대표적인 기하학적 문양


위와 같은 기하학적 전통문양이 그리스 본토에 전해져서 고대 그리스 문명 전성기 때 아주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는데, 그리스 아테네 국립고고학박물관에서 본 전통문양이 그려져 있는 유물 사진 몇장을 올린다. 



그림 3: 아테네 국립고고학 박물관 (2015. 9. 20)




그림 4: 사자 머리가 장식된 그리스 건축물의 엔타블러처 (Entablature)의 아랫부분에 만(卍)자 문양으로 띠를 둘렀다.





그림 5. 고대 그리스 투구 장식. 꼬불꼬불 문양 (Meander pattern)으로 장식을 했다.





그림 6. 용도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종려나무 잎 (팔메트: Palmette), 튜립처럼 생긴 문양이랑 꼬불이 문양 (Meander pattern)으로 장식을 했다.




   청동기 시대의 에게해 문명에서 시작된 "꼬불이" 문양은 오늘날 통칭해서 고대 그리스 문양이라 부르는데, 이에 대해서는 서양의 학자들이 엄청나게 넓고 깊게 연구를 했겠으나 이들의 연구결과를 살펴보기 위해 문헌조사와 연구를 할 형편은 안되어 인터넷 검색을 통해 몇가지 대표적인 문양을 소개해 본다. ^^;;


(a)

(b)

(c)

(d)

그림 7. 고대 그리스 전통 문양: (a)~(d)



   고대 그리스 문양이라고 '퉁' 쳐서 얘기하고는 있으나, 사실 그림 7-(d)는 내 생각에는 세계최초로 철기문명을 일으킨 오늘날 터키 지역의 히타이트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아래 그림은 터키 이스탄불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서 본 후기 히타이트 문명의 유물인 돌기둥을 받치는 기단부이다. 위의 그림 7(d)랑 너무나 비슷하다.



그림 8. 돌기둥 받침대 (기원전 8세기, 후기 히타이트 시대, 터키 이스탄불 국립고고학 박물관 소장품)



   만약 이 유물이 우리나라에서 출토되었다면, 몸통에 새겨진 두가닥의 동아줄을 서로 꼰 듯한 문양은 용(龍) 두마리가 서로 휘감고 있는 모습이라 하고, 가운데 꽃잎은 연꽃이라 불렀을 것이다. 도올 김용옥 교수는 최근에 출간한 '중국일기'에서 고구려 와당에 새겨진 꽃 문양이 연꽃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삼국시대 유물에서 연꽃처럼 보이는 꽃문양을 보면 미술사학계에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거의 관성적으로 '위.진 남북조 시대에 우리나라에 전래된 불교문화의 영향'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갖어야 된다고 말했는데 나는 이같은 도올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렇게 생각이 드는 것은 실제 고구려 와당에 새겨진 꽃문양을 연꽃이라 말하기엔 무리가 있는 그런 꽃 문양도 더러 있기 때문이고, 이런 의심은 학자라면 반드시 갖춰야 하는 학문의 기본 자세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우스개 소리이지만, 터키 카파도키아 여행 마지막 날에 이슬람 타일과 도자기를 판매하는 공방에 구경을 가서 커다란 쟁반처럼 생긴 이슬람 접시형 도자기를 봤는데 접시 테두리를 빙 둘러가면서 우리 불교 유물에서 볼 수 있는 연꽃 문양이 예쁘게 장식되어 있었다.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어 도자기 공방 안내인에게 '저 문양이 연꽃 문양이냐?' 고 물으니 그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아니라고 답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연꽃이 그려진 도자기를 보여주겠다며 2층의 전시실로 안내해 주었는데 그 접시엔 '연꽃 문양' 이 아닌 진짜 연꽃이 화려하게 그려져 있었다. 우리에게 연꽃 문양으로 인식되고 있는 조형 패턴이 우리와 다른 문화권에 가면 전혀 다른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아래 사진은 그림 8에 보인 고대 히타이트 문양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그리스 문양의 또 다른 응용 예를 보인것이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언덕의 북쪽면에 있는 에레크테이온(Erechtheion) 신전 기둥 아랫부분에서 볼 수 있다. 



그림 9.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 폴리스 언덕 북쪽방향에 있는 에레크테이온 신전 (Temple of Erechtheion): (1) 언덕 오르막에서 신전을 바라본 모습, (2) 신전의 북쪽면에 있는 신전 출입구 (3) 출입구의 이오니아식 기둥의 아랫부분에 (히타이트 문양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되는) 그리스 고전 문양이 장식되어 있다. 



   히타이트 제국 고대 근동의 청동기 시대(3300~1200 BC) 중 기원전 18세기경에 터키 아나톨리아 북중부의 하투샤를 중심으로 형성된 오리엔트 왕국으로, 히타이트어는 인도-유럽어족에 속한다. 히타이트 제국은 기원전 14세기경에 최절정기에 들어섰는데, 당시에 아나톨리아의 대부분, 시리아 북서부(레반트의 북부), 남쪽으로는 리타니 강의 하구(지금의 레바논)까지, 동쪽으로는 메소포타미아 북부까지 장악하였다. 히타이트의 군대는 전쟁시에 전차를 잘 사용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시리아 지역의 카데시에서 기원전 1274년 5월경에 이집트 히타이트 사이에 대규모 전차전이 있었다. 양측 모두 막대한 희생을 치루고도 전쟁은 무승부로 끝났는데, 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 2세와 히타이트의 핫투실리 3세 사이에 평화조약을 체결했으며, 이는 세계 최초의 평화조약으로 점토판에 쐐기 글자로 씌여진 평화조약문 진품이 터키 이스탄불 국립고고학박물관 전시되어 있다.) 기원전 1180년 이후에 히타이트 제국은 분열되어 여러 독립된 도시 국가로 나뉘었으며, 기원전 8세기까지 존속하였다. 이 도시 국가들을 신히타이트(Neo-Hittite) 도시 국가라고 한다. - 출처: 위키백과




그림 10. 카데시 전투의 기록화. 가장 크게 그려진 인물이 람세스 2세다. (출처: 나무위키)




그림 11. 세계 최초의 평화조약인 카데시 평화조약문 (터키 이스탄불 국립고고학 박물관 소장)




   이야기가 샛길로 빠졌는데, 다시 오늘 이야기의 주제인 고대 그리스의 기하학적 문양과 고려청자를 장식한 기하학적 문양간 유사성으로 돌아가 보자. 나는 엊그제 크리스마스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중인 전남 강진-사당리 출토 고려청자 전시회를 구경갔는데, 이곳에 전시된 청자 유물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청자의 한귀퉁이를 장식한 기학학적 문양이 고대 그리스 문양과 똑같거나 매우 비슷한 것이었다. 내가 도자기 분야를 전공한 미술사학자가 아닌 우리 문화유산을 좋아하는 아마추어에 불과한지라 단언할수는 없지만 이런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은 내가 처음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얘기해 본다. ^^;;  



그림 12. 강진 사당리 출토 고려청자 전시회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소개)



   우리나라 도자기 (Porcelain)의 발상지인 전남 강진군 사당리에서 출토된 고려청자 유물에 나타난 기하학적 문양을 편의상 아래와 같이 고대 그리스 문양을 중심으로 해서 3가지 형태로 구분해 보았다. 




[1] 고대 그리스 기하학적 문양: A형

(고대 그리스 문양 가운데 가장 오랜기간에 걸쳐 널리 사용되었던 문양이다.) 



그림 13. 청자 학 무늬 반 (A.D. 12c, 전남 강진군 사당리 도요지에서 출토)




그림 14. 청자 ..... 작품 제목을 적어오지 못했다. ㅠㅠ (A.D. 12c, 전남 강진군 사당리 도요지에서 출토)

사진 (1-4) & (1-5)는 그리스 아테네 국립고고학 박물관에서 본 에게해 문명의 부족국가(폴리스) 출토품이다. 






그림 15. 청자 타일 조각 (A.D. 12c, 전남 강진군 사당리 도요지에서 출토)



   터키 여행 중에 이슬람 전통문양이나 그림이 그려진 화려한 이슬람 타일에 기가 죽었는데, 우리나라에도 그것에 못지 않게 아름다운 청자 타일이 있었다. 터키에서는 이슬람 타일을 상품화해서 관광객에게 팔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런 전통문양을 그려넣은 타일을 관광상품으로 팔면 좋을 것 같다. 단, 문양의 종류가 한두 종류로 국한되어서는 안되고 구경하기에 지칠 정도로 다양해야 한다. ^^ 




[2] 고대 그리스 기하학적 문양: B형 


그림 16. 청자 거북모양 향로뚜껑 (A.D. 12c, 전남 강진군 사당리 도요지에서 출토)




그림 17. 청자.... 제목 모름 (A.D. 12c, 전남 강진군 사당리 도요지에서 출토)




그림 18. (왼쪽) 청자... 제목 모름 (A.D. 12c, 전남 강진군 사당리 도요지에서 출토)

사진 (2-5)는 청자 구름 무늬 향로이다.




   한국 미술사에서는 위와 같은 문양을 뇌문 (雷文: 번개 문양)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고대 그리스.로마 문명을 연구하는 서양의 미술사학자들은 이런 문양을 전문용어로 무엇이라 부르는지 모르겠으나, 일반적으로는 뱀형 문양 (Meander pattern)으로 통칭해서 부르고 있다. 우리가 이런 꼬불이 문양을 번개 문양이라 부르는 근거는 무엇일까? 나는 솔직히 말하면 이 문양에서 번개가 전혀 연상되지 않는다. ^^;; 



[3] 고대 그리스 기하학적 문양: A+B 혼재형



그림 19. 청자 용 무늬 향완 (A.D. 12c, 전남 강진군 사당리 도요지에서 출토)

향완의 입구 테두리에는 A형 문양이, 몸통에는 B형 문양이 둘러쳐져 있다.




그림 20. 청자 도철 무늬 향로 (A.D. 12c, 전남 강진군 사당리 도요지에서 출토)

향로 입구의 손잡이처럼 톡 튀어나온 곳엔 A형 문양이, 몸통에는 B형 문양이 새겨져 있다.




   도철 무늬 향로는 원래 중국의 고대국가인 은(殷)나라, 주(周)나라에서 제사때 사용됐던 다리가 3개 달린 청동기인 삼족정 (三足鼎)의 형태와 문양을 청자로 구현한 것이다. 삼족정의 형태와 문양은 더 복잡하고 난해하지만 고려청자에서는 그것을 단순화시켰다. 도철(饕餮)이란 무엇이든 먹어치우는 상상의 동물이며, 도철문(饕餮文)은 용(龍), 호랑이(虎), 소(牛), 사슴(鹿)의 네종류가 있으며, 매우 탐욕스러워 인간이 제물을 바쳐야만 만사가 평화로와지는 동물이다. 

- 출처: 다음 블로그: 구름처험 향기처럼


   나는 청자에 새겨진 기하학적 문양을 보는 순간, 첫번째로는 고대 그리스의 기하학적 문양과 너무나 닮아서 놀랬고 (나만 그런가?), 두번째로는 동쪽과 서쪽으로 멀리 떨어진 동.서 문명간에 최소 2,000년이란 시간에 걸쳐서 문명의 교류가 일어났다는 생각이 들어 감탄을 했다. 도대체 어떤 경로로 해서 기원전 고대 그리스의 기하학적 문양이 2,0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기원후 12세기 우리나라 고려 땅까지 오게 되었을까?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와 불상의 전달과 변천 과정은 역사기록, 유물 및 문헌자료가 전달 경로를 따라 각 지역에 많이 남아 있어 추적이 가능했다. 즉,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원정에 따라서 헬레니즘 문명이 동쪽으로 전파된 결과, 인도 북부 간다라 지방에서 A.D. 1세기경에 불상이 처음 등장하였고, 후한시대와 중국의 위.진시대 (魏晉時代, 220년 - 420년)에 걸쳐서 인도의 불교가 중국으로 전파되어 운강, 용문 석굴이 만들어졌으며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있는 고구려, 백제, 신라까지 전래되어 서산의 마애석불이나 경주의 석굴암이 만들어진 것은 이제 우리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의 전통문양도 과연 이와 비슷한 경로 (즉, 육상 실크로드)를 거쳐서 고려까지 전달되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전달 경로가 있었을까? 그리고 그 과정을 추적해 볼 수 있는 유물이나 기록이 각 지역에 남아 있는지? 나는 매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