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감 강옥이 어주의 진귀한 과실을 보내오다〔太監姜玉送御廚珍果〕/ 허백당시집 제11권
2016. 3. 19. 19:04ㆍ詩
허백당(虛白堂) 성현(成俔·1439~1504)은 문장과 음악에 능통했던 인물로, 차를 즐겼던 풍류객이었다. 23세에 식년문과에 급제한 후, 천하의 영재를 선발하는 발영시(拔英試)에서 선발돼 29세에 경연관이 됐고 지평(持平)을 거쳐 성균직강(成均直講)의 자리에 올랐다. 시문에 밝았던 그의 재주가 빛을 발한 것은 1488년 평안도관찰사로 재임했을 때다. 당시 명나라에서 온 사신 동월(董越)과 왕창(王敞)을 위한 연회에서 그와 시를 창수(唱酬·시를 서로 주고받음)했던 사신들은 탄복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고 할 정도였다. 그의 문장은 일찍이 조선의 문호였던 서거정(徐居正·1420~1488)의 영향을 받았는데, 스스로도 일신(日新)과 탁마(琢磨)에 열의를 다했으니 그런 결과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허백당시집 제11권 | 원문 원문이미지 새창띄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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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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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매(楊梅)
진중도 하여라 양씨 집의 과실은 / 珍重楊家果
평생에 일찍이 보지 못한 것일세 / 生平所未觀
대궐 주방에서 진기한 과실 보내와 / 御廚分異物
여관의 빈궁한 선비를 위로해 주네 / 旅館慰儒酸
학정은 빛깔이 아직도 찬란하고 / 鶴頂光猶熳
용정은 피가 아직 마르지 않았네 / 龍睛血未乾
어찌하면 이 좋은 걸 품속에 감췄다가 / 若爲懷美顆
일 마치고 돌아가 쟁반에 담아 올릴꼬 / 竣事薦金盤
평생에 일찍이 보지 못한 것일세 / 生平所未觀
대궐 주방에서 진기한 과실 보내와 / 御廚分異物
여관의 빈궁한 선비를 위로해 주네 / 旅館慰儒酸
학정은 빛깔이 아직도 찬란하고 / 鶴頂光猶熳
용정은 피가 아직 마르지 않았네 / 龍睛血未乾
어찌하면 이 좋은 걸 품속에 감췄다가 / 若爲懷美顆
일 마치고 돌아가 쟁반에 담아 올릴꼬 / 竣事薦金盤
청리(靑梨)
온자한 자태 아름답기도 하여라 / 醞藉風姿美
청전의 가을을 넉넉히 차지했네 / 靑田剩占秋
갑자기 좌석에 갖다 늘어놓으니 / 忽然來飣坐
어찌 애써 봉후를 찾을 것 있으랴 / 何苦覓封侯
꿀 같은 맑은 단물은 치아에 흐르고 / 似密淸流齒
미음 같은 진액은 목구멍을 적셔 주네 / 如漿潤透喉
상여는 오래도록 소갈증 앓다가 / 相如久消渴
오늘에야 온갖 근심 면케 되었네 / 今日百無憂
청전의 가을을 넉넉히 차지했네 / 靑田剩占秋
갑자기 좌석에 갖다 늘어놓으니 / 忽然來飣坐
어찌 애써 봉후를 찾을 것 있으랴 / 何苦覓封侯
꿀 같은 맑은 단물은 치아에 흐르고 / 似密淸流齒
미음 같은 진액은 목구멍을 적셔 주네 / 如漿潤透喉
상여는 오래도록 소갈증 앓다가 / 相如久消渴
오늘에야 온갖 근심 면케 되었네 / 今日百無憂
주리(朱李)
가경리는 명칭도 아름답거니와 / 嘉慶多名字
사람들은 꺼려 관도 안 바룬다네 / 人嫌不整冠
천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것이 / 千枝懸磊磊
만 개나 동실동실 쟁반에 쌓였구나 / 萬顆疊團團
어찌 이것이 길가의 쓴 오얏이랴 / 豈是路傍苦
짙붉은 용의 핏빛인가 의아하노라 / 却疑龍血殷
가장 좋은 건 우물에 담가 놓았다 / 最宜沈井水
한번 맛보면 온몸이 서늘해짐일세 / 一嚥遍肌寒
사람들은 꺼려 관도 안 바룬다네 / 人嫌不整冠
천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것이 / 千枝懸磊磊
만 개나 동실동실 쟁반에 쌓였구나 / 萬顆疊團團
어찌 이것이 길가의 쓴 오얏이랴 / 豈是路傍苦
짙붉은 용의 핏빛인가 의아하노라 / 却疑龍血殷
가장 좋은 건 우물에 담가 놓았다 / 最宜沈井水
한번 맛보면 온몸이 서늘해짐일세 / 一嚥遍肌寒
향도(香桃)
유연 지방은 오옥이 다 알맞아서 / 幽燕宜五沃
무수한 촌락들이 모두가 명원이라 / 萬落總名園
연한 속살은 노란 씨를 싸고 있고 / 脆肉包緗核
풍부한 겉살엔 붉은 옥점이 찍혔네 / 豐肌點紫璊
서왕모의 행차를 따라가서 / 欲從王母馭
돌아가 무릉도원을 찾아서 / 歸覓武陵源
선도를 세 번 훔치는 꾀를 배워 / 學得三偸術
장생불사의 도를 기르고 싶어라 / 長生養道根
무수한 촌락들이 모두가 명원이라 / 萬落總名園
연한 속살은 노란 씨를 싸고 있고 / 脆肉包緗核
풍부한 겉살엔 붉은 옥점이 찍혔네 / 豐肌點紫璊
서왕모의 행차를 따라가서 / 欲從王母馭
돌아가 무릉도원을 찾아서 / 歸覓武陵源
선도를 세 번 훔치는 꾀를 배워 / 學得三偸術
장생불사의 도를 기르고 싶어라 / 長生養道根
임금(林檎)
밤이슬 듬뿍 맺힌 무성한 가지에 / 繁枝和露滴
능금 하나하나가 맑은 향기 풍기네 / 箇箇有淸香
연녹색은 벽옥이 가벼이 엉긴 듯 / 嫩碧輕凝玉
연홍색은 방성에 반쯤 달무리 진 듯 / 微紅半暈房
우군은 이것으로 서첩을 지었고 / 右軍書作帖
왕근은 좋이 문림랑이 되었었지 / 王謹好爲郞
성중의 천만 그루 능금나무엔 / 千萬城中樹
새들이 와서 제멋대로 맛보겠지 / 禽來自在嘗
능금 하나하나가 맑은 향기 풍기네 / 箇箇有淸香
연녹색은 벽옥이 가벼이 엉긴 듯 / 嫩碧輕凝玉
연홍색은 방성에 반쯤 달무리 진 듯 / 微紅半暈房
우군은 이것으로 서첩을 지었고 / 右軍書作帖
왕근은 좋이 문림랑이 되었었지 / 王謹好爲郞
성중의 천만 그루 능금나무엔 / 千萬城中樹
새들이 와서 제멋대로 맛보겠지 / 禽來自在嘗
서과(西瓜)
넓고 크기는 마치 큰 박만 한데 / 濩落如瓠太
둥근 모양 또한 기이하기도 해라 / 團團貌更奇
물동이에 담그니 푸른 옥 바탕이요 / 盆沈蒼玉質
칼로 쪼개니 자수정 같은 육질일세 / 刀割水晶肌
치아 언저리는 경장으로 시리고 / 繞齒瓊漿冷
배 속은 차가운 진액으로 적시어라 / 撑腸雪液滋
이제부터는 더운 먼지를 피하여 / 炎塵從此遯
서늘한 바람을 만나게 되었구나 / 身世遡靈颸
둥근 모양 또한 기이하기도 해라 / 團團貌更奇
물동이에 담그니 푸른 옥 바탕이요 / 盆沈蒼玉質
칼로 쪼개니 자수정 같은 육질일세 / 刀割水晶肌
치아 언저리는 경장으로 시리고 / 繞齒瓊漿冷
배 속은 차가운 진액으로 적시어라 / 撑腸雪液滋
이제부터는 더운 먼지를 피하여 / 炎塵從此遯
서늘한 바람을 만나게 되었구나 / 身世遡靈颸
[주D-001]양씨
집의 과실 : 《세설신어(世說新語)》 〈언어(言語)〉에, 양(梁)나라
양씨(楊氏)의 아홉 살 된 아들이 매우 총명했는데, 한번은 공탄(孔坦)이 그 아이의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가 그가 부재중이었으므로, 그 아이를
불렀는데 아이가 과일을 내와서 보니, 과일 중에 양매(楊梅)가 있으므로, 공탄이 그 양매를 아이에게 가리켜 보이면서 “이것은 바로 그대 집의
과일이로구나.〔此是君家果〕”라고 하자, 그 아이가 즉시 “공작이 바로 선생님 댁의 새란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未聞孔雀是夫子家禽〕”라고 대답한
고사에서 온 말로, 이는 곧 그 아이의 성이 양씨이므로, 공탄이 양매를 그의 집 과일이라고 농을 한 것이다. 전하여 여기서는 곧 양매를 두고 이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주D-002]학정(鶴頂) : 양매를 일명 학정매(鶴頂梅)라고도 하는데, 색깔이 붉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주D-003]용정(龍睛) : 역시 양매의 별칭이다. 송(宋)나라 곽상정(郭祥正)의 〈양매석문(楊梅石門)〉 시에 “알알이 용의 눈알처럼 붉은 것이, 깊디깊은 석문에 비치는구나.〔顆顆龍睛赤 深深映石門〕”라고 하였다.
[주D-004]睛 : 대본에는 ‘晴’으로 되어 있는데, 규장각본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05]청전(靑田)의 …… 차지했네 : 《영가기(永嘉記)》에 의하면, 청전촌(靑田村) 사람들은 배나무를 많이 심는데, 그중에 관리(官梨)라고 하는 배나무는 크기가 한 아름하고도 5촌(寸)이나 되었는바, 여기서 수확한 배를 나라에 공헌하였으므로 어리(御梨)라고도 칭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청리(靑梨)에 대한 전거가 여기에서 온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주D-006]갑자기 …… 늘어놓으니 : 좌석에서 진귀하게 여기는 뜻에서, 배를 정좌리(飣坐梨)라 칭하는 데서 온 말이다. 사람들로부터 경모를 받는 선비에게도 비유하는바, 《신당서(新唐書)》 권182 〈최원열전(崔遠列傳)〉에 “최원은 문장이 있고 풍채 또한 준정하였으므로, 세상에서 그의 위인을 경모하여 그를 지목하여 정좌리라 하였으니, 좌석에서 진귀하게 여김을 말한 것이다.〔遠有文而風致整峻 世慕其爲人 目曰飣座梨 言座所珍也〕”라고 하였다.
[주D-007]어찌 …… 있으랴 : 《사기(史記)》 권129 〈화식열전(貨殖列傳)〉에 “안읍의 천 그루 대추나무, 연ㆍ진 지방의 천 그루 밤나무, 촉ㆍ한ㆍ강릉 지방의 천 그루 귤나무 등은……이것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가 천호후와 맞먹는다.〔安邑千樹棗 燕秦千樹栗 蜀漢江陵千樹橘……此其人皆與千戶侯等〕”라고 하였다.
[주D-008]상여(相如)는 …… 앓다가 : 한대(漢代)의 문장가인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일찍이 소갈증을 앓았는데, 여기서는 성현 자신을 사마상여에 빗대서 한 말이다.
[주D-009]가경리(嘉慶李) : 당(唐)나라 위술(韋述)의 〈양경기(兩京記)〉에 “동도의 가경방에 오얏나무가 있는데, 그 열매가 달고도 고와서 경성의 아름다운 과실이 되었기 때문에 이를 가경리라 일컬었다.〔東都嘉慶坊有李樹 其實甘鮮 爲京城之美 故稱嘉慶李〕”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10]사람들은 …… 바룬다네 : 조식(曹植)의 〈군자행(君子行)〉에 “군자는 매사를 미연에 방지하여, 혐의로운 지경에 처하지 않나니, 오이 밭에선 신끈을 고쳐 매지 않고, 오얏나무 밑에선 관을 바루지 않는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11]整 : 대본에는 ‘正’으로 되어 있는데, 규장각본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12]길가의 쓴 오얏 : 진(晉)나라 왕융(王戎)이 어렸을 때 한번은 여러 아이들과 길가에서 장난을 하고 놀다가, 마침 오얏나무에 열매가 많이 달려 있는 것을 보고 다른 아이들은 그것을 따려고 서로 다투어 달려가는데 왕융은 꼼짝하지 않고 있으므로, 혹자가 그 까닭을 묻자, 왕융이 “오얏나무가 길가에 있는데 열매가 많이 달려 있으니, 이것은 반드시 쓴 오얏일 것이다.〔樹在道邊而多子 必苦李也〕”라고 하므로, 그것을 따서 맛보니 참으로 그러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晉書 卷43 王戎列傳》
[주D-013]오옥(五沃) : 토질(土質)이 아주 비옥한 상등의 토양을 말한다. 《관자(管子)》 〈지원(地員)〉에 “곡물을 심기에 알맞은 토양의 차례를 오옥이라 하는바, 오옥이라는 것이 혹은 붉고, 혹은 푸르고, 혹은 누르고, 혹은 희고, 혹은 검은데, 오옥의 다섯 가지가 각각 다른 등급이 있다.〔粟土之次曰五沃 五沃之物 或赤或靑或黃或白或黑 五沃五物 各有異則〕”라고 하였다.
[주D-014]緗 : 대본에는 ‘湘’으로 되어 있는데, 규장각본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15]서왕모(西王母)의 …… 찾아서 : 《한무제내전(漢武帝內傳)》에 의하면, 일찍이 선녀인 서왕모가 한 무제(漢武帝)를 찾아와서 시녀에게 복숭아를 가져오라 하므로, 그 시녀가 잠깐 사이에 선도(仙桃) 7개를 쟁반에 담아서 서왕모에게 바치자, 서왕모가 4개는 한 무제에게 주고 3개는 자신이 먹었다는 고사가 있고, 또한 도잠(陶潛)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의하면, 무릉도원(武陵桃源)에는 도화림(桃花林)이 찬란했다는 말이 있으므로, 여기서는 곧 향도(香桃)라는 복숭아를 미화하여 위의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주D-016]선도(仙桃)를 …… 배워 : 《박물지(博物志)》에 의하면, 선녀인 서왕모가 일찍이 선도 7개를 가지고 한 무제에게 5개를 주고 자신은 2개를 먹었는데, 이때 동방삭(東方朔)이 들창 구멍으로 서왕모를 엿보고 있었는지라, 서왕모가 동방삭을 돌아보고 무제에게 “이 들창 구멍으로 엿보고 있는 저 아이가 일찍이 세 번을 와서 나의 이 선도를 훔쳐 갔다.〔此窺牖小兒嘗三來 盜吾此桃〕”라고 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17]연홍색(軟紅色)은 …… 듯 : 점서(占書)에 의하면 “방성에 달무리가 지면 삼군을 거느리고 전쟁을 하게 된다.〔月暈房 行三軍而戰〕”라고 했으나, 여기서는 단지 능금의 빛깔을 말한 것이다. 《唐開元占經 卷15》
[주D-018]우군(右軍)은 …… 지었고 : 우군은 진대(晉代)의 명필로 일찍이 우군 장군(右軍將軍)을 지낸 왕희지(王羲之)를 가리킨다. 왕희지의 〈여촉군수주서첩(與蜀郡守朱書帖)〉의 첫머리가 〈내금청리첩(來禽靑李帖)〉으로 시작된 데서 온 말인데, 내금(來禽)은 내금(來檎)과 같은 것으로 능금을 가리키는바, 특히 능금을 내금(來禽)이라 한 까닭은 곧 능금의 맛이 달아서 뭇 새들을 불러들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錦繡萬花谷 前集 卷36》
[주D-019]왕근(王謹)은 …… 되었었지 : 왕근은 당 고종(唐高宗) 연간에 조주 자사(曹州刺史)를 지낸 기왕신(紀王愼)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신(愼) 자를 휘하여 근(謹)으로 바꿔 쓴 듯하다. 《태평광기(太平廣記)》 권410에 의하면, 당 고종 때 위군(魏郡) 사람 왕방언(王方言)이 일찍이 하수(河水)의 여울 가에서 조그마한 나무 한 그루를 주워다가 심어서 길러 놓고 보니 바로 임금(林檎) 나무였는데, 열매가 매우 크고 빛깔은 백옥 같은 데다 구슬 같은 점이 몇 개씩 찍혀 있어 보기에 아름답고 맛도 아주 좋았으므로, 당시 조주 자사였던 기왕신이 이것을 맛보고는 매우 아름답게 여겨 고종(高宗)에게 바친 결과, 고종이 또한 이것을 매우 중히 여겨 마침내 왕방언에게 문림랑(文林郞)을 제수했다고 하며, 이로 인해서 이 임금을 일명 문림과(文林果)라고 칭하기도 했다고 한다. 따라서 여기 원문에 문림랑이 되었다고 한 것은 왕근이 아니라 왕방언이었음을 아울러 밝혀 두는 바이다.
[주D-020]넓고 …… 한데 : 장자(莊子)의 친구 혜자(惠子)가 일찍이 장자에게 “위왕이 나에게 큰 박씨 하나를 보내 주므로, 이것을 심었더니 닷 섬들이 박이 열렸는데, 그 속에다 음료수를 채워 놓으니 무거워서 들 수가 없었고, 다시 두 쪽으로 쪼개어 바가지를 만들었으나 너무 넓어서 쓸 수가 없었네. 속이 텅 비어 크기는 했지만, 나는 아무 소용이 없어 부수어 버렸네.〔魏王貽我大瓠之種 我樹之成 而實五石 以盛水漿 其堅不能擧也 剖之以爲瓢 則瓠落無所用 非不呺然大也 吾爲其無用而掊之〕”라고 하자, 장자가 “지금 자네에겐 닷 섬들이 바가지가 있었는데, 어찌하여 그것을 큰 통으로 만들어 강호에 띄울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것이 너무 커서 쓸 데가 없다고 걱정만 하는가?〔今子有五石之瓠 何不慮以爲大樽而浮乎江湖 而憂其瓠落無所容〕”라고 한 데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단지 큰 수박을 위왕의 박에 비유한 것이다. 호락(濩落)과 호락(瓠落)은 다 같이 넓고 크다는 뜻으로 쓰인 것이다. 《莊子 逍遙遊》
[주D-021]경장(瓊漿) : 본래는 선인(仙人)의 음료를 말한 것으로, 흔히 미주(美酒)에 비유되는데, 전하여 여기서는 수박의 수분을 비유한 것이다.
[주D-002]학정(鶴頂) : 양매를 일명 학정매(鶴頂梅)라고도 하는데, 색깔이 붉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주D-003]용정(龍睛) : 역시 양매의 별칭이다. 송(宋)나라 곽상정(郭祥正)의 〈양매석문(楊梅石門)〉 시에 “알알이 용의 눈알처럼 붉은 것이, 깊디깊은 석문에 비치는구나.〔顆顆龍睛赤 深深映石門〕”라고 하였다.
[주D-004]睛 : 대본에는 ‘晴’으로 되어 있는데, 규장각본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05]청전(靑田)의 …… 차지했네 : 《영가기(永嘉記)》에 의하면, 청전촌(靑田村) 사람들은 배나무를 많이 심는데, 그중에 관리(官梨)라고 하는 배나무는 크기가 한 아름하고도 5촌(寸)이나 되었는바, 여기서 수확한 배를 나라에 공헌하였으므로 어리(御梨)라고도 칭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청리(靑梨)에 대한 전거가 여기에서 온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주D-006]갑자기 …… 늘어놓으니 : 좌석에서 진귀하게 여기는 뜻에서, 배를 정좌리(飣坐梨)라 칭하는 데서 온 말이다. 사람들로부터 경모를 받는 선비에게도 비유하는바, 《신당서(新唐書)》 권182 〈최원열전(崔遠列傳)〉에 “최원은 문장이 있고 풍채 또한 준정하였으므로, 세상에서 그의 위인을 경모하여 그를 지목하여 정좌리라 하였으니, 좌석에서 진귀하게 여김을 말한 것이다.〔遠有文而風致整峻 世慕其爲人 目曰飣座梨 言座所珍也〕”라고 하였다.
[주D-007]어찌 …… 있으랴 : 《사기(史記)》 권129 〈화식열전(貨殖列傳)〉에 “안읍의 천 그루 대추나무, 연ㆍ진 지방의 천 그루 밤나무, 촉ㆍ한ㆍ강릉 지방의 천 그루 귤나무 등은……이것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가 천호후와 맞먹는다.〔安邑千樹棗 燕秦千樹栗 蜀漢江陵千樹橘……此其人皆與千戶侯等〕”라고 하였다.
[주D-008]상여(相如)는 …… 앓다가 : 한대(漢代)의 문장가인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일찍이 소갈증을 앓았는데, 여기서는 성현 자신을 사마상여에 빗대서 한 말이다.
[주D-009]가경리(嘉慶李) : 당(唐)나라 위술(韋述)의 〈양경기(兩京記)〉에 “동도의 가경방에 오얏나무가 있는데, 그 열매가 달고도 고와서 경성의 아름다운 과실이 되었기 때문에 이를 가경리라 일컬었다.〔東都嘉慶坊有李樹 其實甘鮮 爲京城之美 故稱嘉慶李〕”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10]사람들은 …… 바룬다네 : 조식(曹植)의 〈군자행(君子行)〉에 “군자는 매사를 미연에 방지하여, 혐의로운 지경에 처하지 않나니, 오이 밭에선 신끈을 고쳐 매지 않고, 오얏나무 밑에선 관을 바루지 않는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11]整 : 대본에는 ‘正’으로 되어 있는데, 규장각본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12]길가의 쓴 오얏 : 진(晉)나라 왕융(王戎)이 어렸을 때 한번은 여러 아이들과 길가에서 장난을 하고 놀다가, 마침 오얏나무에 열매가 많이 달려 있는 것을 보고 다른 아이들은 그것을 따려고 서로 다투어 달려가는데 왕융은 꼼짝하지 않고 있으므로, 혹자가 그 까닭을 묻자, 왕융이 “오얏나무가 길가에 있는데 열매가 많이 달려 있으니, 이것은 반드시 쓴 오얏일 것이다.〔樹在道邊而多子 必苦李也〕”라고 하므로, 그것을 따서 맛보니 참으로 그러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晉書 卷43 王戎列傳》
[주D-013]오옥(五沃) : 토질(土質)이 아주 비옥한 상등의 토양을 말한다. 《관자(管子)》 〈지원(地員)〉에 “곡물을 심기에 알맞은 토양의 차례를 오옥이라 하는바, 오옥이라는 것이 혹은 붉고, 혹은 푸르고, 혹은 누르고, 혹은 희고, 혹은 검은데, 오옥의 다섯 가지가 각각 다른 등급이 있다.〔粟土之次曰五沃 五沃之物 或赤或靑或黃或白或黑 五沃五物 各有異則〕”라고 하였다.
[주D-014]緗 : 대본에는 ‘湘’으로 되어 있는데, 규장각본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15]서왕모(西王母)의 …… 찾아서 : 《한무제내전(漢武帝內傳)》에 의하면, 일찍이 선녀인 서왕모가 한 무제(漢武帝)를 찾아와서 시녀에게 복숭아를 가져오라 하므로, 그 시녀가 잠깐 사이에 선도(仙桃) 7개를 쟁반에 담아서 서왕모에게 바치자, 서왕모가 4개는 한 무제에게 주고 3개는 자신이 먹었다는 고사가 있고, 또한 도잠(陶潛)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의하면, 무릉도원(武陵桃源)에는 도화림(桃花林)이 찬란했다는 말이 있으므로, 여기서는 곧 향도(香桃)라는 복숭아를 미화하여 위의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주D-016]선도(仙桃)를 …… 배워 : 《박물지(博物志)》에 의하면, 선녀인 서왕모가 일찍이 선도 7개를 가지고 한 무제에게 5개를 주고 자신은 2개를 먹었는데, 이때 동방삭(東方朔)이 들창 구멍으로 서왕모를 엿보고 있었는지라, 서왕모가 동방삭을 돌아보고 무제에게 “이 들창 구멍으로 엿보고 있는 저 아이가 일찍이 세 번을 와서 나의 이 선도를 훔쳐 갔다.〔此窺牖小兒嘗三來 盜吾此桃〕”라고 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17]연홍색(軟紅色)은 …… 듯 : 점서(占書)에 의하면 “방성에 달무리가 지면 삼군을 거느리고 전쟁을 하게 된다.〔月暈房 行三軍而戰〕”라고 했으나, 여기서는 단지 능금의 빛깔을 말한 것이다. 《唐開元占經 卷15》
[주D-018]우군(右軍)은 …… 지었고 : 우군은 진대(晉代)의 명필로 일찍이 우군 장군(右軍將軍)을 지낸 왕희지(王羲之)를 가리킨다. 왕희지의 〈여촉군수주서첩(與蜀郡守朱書帖)〉의 첫머리가 〈내금청리첩(來禽靑李帖)〉으로 시작된 데서 온 말인데, 내금(來禽)은 내금(來檎)과 같은 것으로 능금을 가리키는바, 특히 능금을 내금(來禽)이라 한 까닭은 곧 능금의 맛이 달아서 뭇 새들을 불러들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錦繡萬花谷 前集 卷36》
[주D-019]왕근(王謹)은 …… 되었었지 : 왕근은 당 고종(唐高宗) 연간에 조주 자사(曹州刺史)를 지낸 기왕신(紀王愼)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신(愼) 자를 휘하여 근(謹)으로 바꿔 쓴 듯하다. 《태평광기(太平廣記)》 권410에 의하면, 당 고종 때 위군(魏郡) 사람 왕방언(王方言)이 일찍이 하수(河水)의 여울 가에서 조그마한 나무 한 그루를 주워다가 심어서 길러 놓고 보니 바로 임금(林檎) 나무였는데, 열매가 매우 크고 빛깔은 백옥 같은 데다 구슬 같은 점이 몇 개씩 찍혀 있어 보기에 아름답고 맛도 아주 좋았으므로, 당시 조주 자사였던 기왕신이 이것을 맛보고는 매우 아름답게 여겨 고종(高宗)에게 바친 결과, 고종이 또한 이것을 매우 중히 여겨 마침내 왕방언에게 문림랑(文林郞)을 제수했다고 하며, 이로 인해서 이 임금을 일명 문림과(文林果)라고 칭하기도 했다고 한다. 따라서 여기 원문에 문림랑이 되었다고 한 것은 왕근이 아니라 왕방언이었음을 아울러 밝혀 두는 바이다.
[주D-020]넓고 …… 한데 : 장자(莊子)의 친구 혜자(惠子)가 일찍이 장자에게 “위왕이 나에게 큰 박씨 하나를 보내 주므로, 이것을 심었더니 닷 섬들이 박이 열렸는데, 그 속에다 음료수를 채워 놓으니 무거워서 들 수가 없었고, 다시 두 쪽으로 쪼개어 바가지를 만들었으나 너무 넓어서 쓸 수가 없었네. 속이 텅 비어 크기는 했지만, 나는 아무 소용이 없어 부수어 버렸네.〔魏王貽我大瓠之種 我樹之成 而實五石 以盛水漿 其堅不能擧也 剖之以爲瓢 則瓠落無所用 非不呺然大也 吾爲其無用而掊之〕”라고 하자, 장자가 “지금 자네에겐 닷 섬들이 바가지가 있었는데, 어찌하여 그것을 큰 통으로 만들어 강호에 띄울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것이 너무 커서 쓸 데가 없다고 걱정만 하는가?〔今子有五石之瓠 何不慮以爲大樽而浮乎江湖 而憂其瓠落無所容〕”라고 한 데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단지 큰 수박을 위왕의 박에 비유한 것이다. 호락(濩落)과 호락(瓠落)은 다 같이 넓고 크다는 뜻으로 쓰인 것이다. 《莊子 逍遙遊》
[주D-021]경장(瓊漿) : 본래는 선인(仙人)의 음료를 말한 것으로, 흔히 미주(美酒)에 비유되는데, 전하여 여기서는 수박의 수분을 비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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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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