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들어주는 부처’ 13미터 초대형 괘불 공개 - 상주 북장사 괘불 (보물 제 1278호)

2016. 5. 11. 23:42美學 이야기



       ‘소원 들어주는 부처’ 13미터 초대형 괘불 공개

입력 2016.05.11 (10:32) | 수정 2016.05.11 (10:55) 멀티미디어 뉴스 | VIEW 8,794 

      


‘소원 들어주는 부처’ 13미터 초대형 괘불 공개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소원 들어주는 부처'로 불리는 높이 13.3m짜리 초대형 불교 그림'상주 북장사 괘불'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일반에 공개됐다.

괘불(掛佛)이란 절 밖 야외에서 특별한 법회나 의식을 거행할 때 괘도처럼 거는 커다란 부처 그림을 일컫는다. 절에서도 특별한 행사 때만 꺼내서 걸기 때문에 평소엔 보기가 어렵다.

부처님오신날 맞이 '소원 들어주는 부처' 일반에 공개

이번에 공개된 '상주 북장사 괘불'은 조선 중기인 1688년에 불교 신자와 승려 165명의 시주와 후원으로 제작됐다. 삼베 23폭을 옆으로 잇대고 5폭을 위쪽으로 이어 붙여서 높이 13m가 넘는 거대한 화폭을 만들었다. 경상북도 상주시 내서면 천주산에 있는 조계종 사찰 북장사에 소장된 유물로 보물 제1278호로 지정돼 있다.

상주 북장사 괘불 (보물 제 1278호)
상주 북장사 괘불 (보물 제 1278호)


이 괘불은 높이 13.3m에 폭이 8.1m, 무게만도 165㎏에 이르는 초대형 작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에 즈음해 평소에 보기 힘든 귀한 괘불을 공개해오고 있는데, 이번에 공개된 북장사 괘불은 지금까지 박물관에서 전시한 괘불 가운데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괘불이 절에서 나와 외출을 하는 경우가 워낙 드물어서, 괘불을 서울로 옮겨와 전시장에 설치하는 데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게 박물관 측의 설명이다. 두루마리 형태로 된 작품을 박물관 천장에서 바닥까지 늘어뜨려 설치하는 모습은 아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괘불에는 석가모니불이 영취산에서 가르침을 베푸는 영산회(靈山會) 장면이 그려져 있다. 석가모니가 설법의 주체가 되고 사람들이 참여하는 형식의 그림을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라고 한다. 북장사 괘불 역시 영산회상도의 하나다.

화면 가운데 석가모니불이 크게 부각돼 그려졌고, 좌우로 설법에 참여한 보살들과 천부들, 사천왕, 제자 등 인물 28명이 등장한다. 압도적인 크기와 화려한 색채, 꼼꼼한 세부묘사가 인상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전시장 3층으로 올라가면 석가모니불의 얼굴을 눈높이에서 가까이 볼 수 있다.



관람객들이 국립중앙박물관 실내에 전시된 높이 13.3m짜리 초대형 괘불을 올려다보고 있다.
관람객들이 국립중앙박물관 실내에 전시된 높이 13.3m짜리 초대형 괘불을 올려다보고 있다.


보통 영산회상도에서 석가모니 부처는 앉아 있는 모습인데, 이 괘불은 설법하는 부처가 서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 그림보다 앞서 부처가 서 있는 모습을 묘사한 괘불이 두세 점 확인되지만, 머리에 관을 쓰고 손에 꽃을 든 채 혼자 서 있는 형상이다. 국보 제300호 장곡사 괘불과 보물 제1265호 무량사 괘불이 대표적이다.


(좌)장곡사미륵불괘불탱(국보 제300호) (우)무량사미륵불괘불탱 (보물 제1265호)
(좌)장곡사미륵불괘불탱(국보 제300호) (우)무량사미륵불괘불탱 (보물 제1265호)


   영산회상도 가운데 석가모니 부처의 설법 장면을 서 있는 모습으로 표현한 작품은 북장사 괘불이 처음이다. 사찰의 야외 의식에서 중심이 되는 괘불은 법당 안 불상 뒤에 놓였던 후불도(後佛圖)에서 유래했는데, 실내용 그림이 법당 밖으로 나와 야외 의식용으로 쓰이면서 법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멀리서도 볼 수 있도록 형태가 세로로 길어지고 크기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선 굵은 묘사를 위주로 한 점도 멀리서 잘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관람자를 배려한 표현법의 변화가 처음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북장사 괘불로, 이후 서 있는 부처의 모습은 경상북도 문경과 상주 지역에서 화가로 활동한 화승(畵僧)들을 통해 조선 후기 경상북도 괘불의 특징이 돼 180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다.

극심한 가뭄에 기우제를 지낼 때도 사용

이 괘불은 지금까지 영산재(靈山齋), 수륙재(水陸齋), 예수재(豫修齋)와 같은 불교의식을 거행할 때 주로 내걸렸지만, 극심한 가뭄이 닥친 상주 지역에서 비를 청하는 기우제(祈雨祭)를 지낼 때도 사용됐다. 1617년에 간행된 상주지역 읍지(邑誌)인 <상산지(商山誌)>에 기우제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다. "어느 해 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 이 그림을 수레에 싣고 읍으로 가져와서 스님들에게 기우제를 지내게 하니 곧바로 응험이 있었다."


(좌) 1950년대 상주 북천 기우제 당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우) 2001년 북천 기우제 모습
(좌) 1950년대 상주 북천 기우제 당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우) 2001년 북천 기우제 모습


이후 경북 상주 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닥친 1950년대와 2001년에 각각 기우제를 지냈을 때도 북장사 괘불이 등장했고, 제사를 지낸 뒤에 실제로 비가 내렸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런 사례들을 통해 '소원을 들어주는 부처'라는 명성이 결코 그냥 꾸며낸 말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고 박물관 측은 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북장사 괘불 외에도 옛사람들의 꿈과 염원이 담긴 불교 유물들이 함께 선보인다. 사람의 병을 고쳐주는 '약사불', 재난에서 구제해주는 '관음보살', 아들을 얻게 해달라는 기원이 담긴 '독성도(獨聖圖)' 등에서 복을 얻기를 갈망했던 옛사람들의 바람과 소망을 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관음보살도'는 박물관 측이 지난해 구매한 이후 처음으로 공개하는 유물이다. 아울러 지난해 새롭게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 '고려 시대 나한도' 7점이 나란히 전시돼 눈길을 끈다. 한 자리에서 볼 기회가 드문 나한도 7점은 박물관 불교회화실과 고려실로 나뉘어 관람객을 맞는다.


(좌) 관음보살도 (우) 나한도
(좌) 관음보살도 (우) 나한도


   이번 전시를 준비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유경희 학예연구사는 "인간의 고민과 간절한 소원이 담긴 불화 속 이야기가 관람객들에게 따뜻한 감동과 교훈을 주기를 기대하며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1월 6일(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서화관 불교회화실에서 계속되고,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의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는 '큐레이터와의 대화'는 5월 13일(화)과 8월 24일(수) 두 차례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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