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사지 중심으로 古都 발전 흔적”학계 “논의가치 없다” 일축… 논란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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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사지 중심으로 古都 발전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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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사지 중심으로 古都 발전 흔적”학계 “논의가치 없다” 일축… 논란일듯

  • 승인 2002.02.15 12:01


        백제 한성이 몽촌토성이나 풍납토성이 아니라 하남시 일대라는 주장이 학계에 제기돼 미궁에 빠져있는 백제 5백년 도읍지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명지대학교 사학과 오순제 강사가 명지대학교 창설 20주년을 기념해 지난 29일 발간한 〈명지논단〉에 ‘백제불교 초전지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을 통해 백제의 도읍인 한성의 위치가 현재의 하남시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와 더불어 최근 하남시가 고대도시의 중심으로 추정되는 천왕사지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에 들어감에 따라 “재야학자들의 근거없는 주장”으로 치부돼 왔던 이 지역에 대해 학계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오씨는 하남시 고골 지역을 중심으로 연구, 발표한 논문에서 “하남시 일대에 대해 8년에 걸친 답사 끝에 백제초기 절터로 추정되는 유적과 유물을 다량으로 발견했다”며 “그외 여러 유적들을 토대로 볼 때 이 일대가 백제의 도읍임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 근거를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점들이 눈에 띈다. 교산동 토성에서 발견된 ‘북두칠성’ 바위. 7개의 바위에 하늘, 해, 땅등을 상징하는 별자리들이 그려져 있는데 칠성신앙은 불교가 민간신앙과 접목되면서 중요하게 받아들인 전통신앙중 하나다. 또 천왕사지와 성궁터를 중심으로 남양주군(북), 김포(서), 검단산(동), 성남 검단산(남) 네방향에 ‘검단’이라는 같은 이름을 지닌 곳이 존재한다는 것은 하남시가 백제의 도읍이었음을 의미하는 중요한 지명이라는 주장이다. 오씨는 또 이 지역에서 발견된 많은 불교유물도 하남의 성격을 밝히는데 중요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춘궁리 동사지에서 발견된 기와조각의 일부분인 치미는 경주 황룡사지에서 발견된 형태로 중요 사찰에서만 사용했다는 것. 또 인근 절터에서 ‘약정사(藥井寺)’라는 명문이 쓰인 기와를 근거로 제시했다. 역사기록에 의하면 약정사가 한산에 있었다는 기록으로 미뤄 이 지역이 한산이 있던 도읍지임을 반증하기 때문. 삼국사기에는 “고승 마라난타가 중국 진에서 오자 왕이 이를 맞아 궁내에서 예의로 공경하고 한산에 사찰을 세웠다”는 기록이 있어 이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세종대 박물관장 최정필교수도 ‘하남시 도읍설’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반면 역사학계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전통문화학교 이도학교수는 “몽촌, 풍납토성을 중심으로 백제의 도읍이 발달했다”며 인근의 고분, 출토 유물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인근의 위례산성을 발굴중인 한양대 유태용강사도 “풍남토성등에서 왕성과 관련한 유물이 상당수 출토되고 있는 반면 하남시 일대에서는 별다른 유물이 출토되지 않았다”며 “하남시 도읍지설은 정설로 보기 어려운 재야 학자들의 의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서울대 최몽룡교수, 선문대 이형구교수등 상당수가 이 견해를 지지하고 있다.

       이에대해 문화개혁시민연대 강찬석위원장은 “조사 부족에서 온 편견”이라고 말한다. 13년째 하남일대를 조사하고 있는 강씨는 “하남시 일대에 3백여기의 석실고분과 30여곳의 대형 사찰지등을 확인했다”며 “수만평에 불과한 풍납, 몽촌토성에서 2백만명 이상의 사람이 거주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하남시는 “백제 도읍의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이 일대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준비중에 있다. 문화관광과 서청준과장은 “곳곳에 널려있는 유적들을 시 차원에서 조사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조사가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현재 부여로 도읍을 옮기기 이전의 백제에 대해 미궁에 빠져있다. 천왕사지 발굴이 실시된 곳의 성격규명 여부에 따라 ‘5백년의 세월’이 숨겨진 백제의 모습이 드러날 지 여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하남시 유물은 가져가면 임자” 당국 무관심속 유물 파괴·도굴 심각 야외 박물관으로 표현될 만큼 상당한 양의 고대 유물을 간직한 하남시 일대가 난개발과 행정당국의 무관심으로 인해 무작위로 훼손되고 있다. 또 상당한 양의 유물이 도굴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정부 당국의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 1만5천여평 이상의 규모로 추정되는 광주 천왕사지 인근에서 주택공사과정에서 유물이 다수 출토되고 있음에도, 주민들이 이를 은폐하거나, 장독대, 화단 받침으로 사용하는등 무분별하게 훼손되고 있다. 또 상당수 유물이 도굴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고려 왕건이 원종국사를 주지로 임명했다”는 기록이 나올 정도로 당시 상당한 위세를 떨쳤던 천왕사지가 위치한 민가에서 철불 좌대로 추정되는 연화문 좌대가 장독대로 쓰이고 있다. 또 건물의 장대석으로 보이는 화강석이 하수로 받침으로 쓰이고, 화단재료로 사용되는 등 유물이 무분별하게 훼손되고 있다. 탑 기단석 일부가 최근에 조성된 무덤으로 인해 무너진채 방치되고 있으며, 98년 그린벨트가 해제되면서 불법 축사건물 공사, 인근의 도로공사등으로 인해 무분별하게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굴도 잇따르고 있다. 선법사 인근에 놓여있던 건물 초석이 2년 사이에 없어졌으며, 석실 고분의 도굴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또 미륵사의 한 보살에 의하면 “미륵사에서 50여 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석불이 최근 없어졌다”고 증언, 이 지역에 대한 도굴이 심각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이 지역에 대한 유물조사,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정부 차원의 시급한 대책마련이 절실히 요구된다.

    하남=安稷洙기자 jsahn@buddhism.or.kr 

       “불교계 노력 아쉽다” 문화개혁시민연대 강찬석 위원장 “하남시는 불교유물이 산재한 곳이예요. 그러나 불교계, 정부, 학자들 모두에게 외면당한채 무분별하게 유물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문화개혁시민연대 강찬석위원장이 하남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재미있다. 중앙대학교에서 건축학 강의를 준비하던중 백제 한성 5백년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는 것에 의구심이 생겼다. 특히 백제가 한강을 차지했던 근초고왕 당시는 일본, 중국등과 활발한 교류가 있던 만큼 상당한 유적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 자명한 일이다. 삼국사지, 삼국유사를 비롯해 대동여지도, 동국여지승람등 옛 문헌을 고증하면서 정씨는 이 의문을 풀 수 있었다. 문헌들의 기록으로 볼 때 하남시가 여러 조건에 정확히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87년부터 건축사 일을 거의 내팽개치다 시피하고 강씨는 하남시 답사에 몰두했다. 인근의 산을 넘은 것만도 수십번. 강씨는 소모적인 도읍지 논쟁은 제쳐두고라도 “학자들이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유물을 보존하는데 앞장서 달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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