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2. 22:21ㆍ美學 이야기
[한국의 美]- 최고의 예술품을 찾아서 (20) 山水文塼
김성구 (국립경주박물관장)
※ 이미지는 첨부파일 참조
▲ 산수문전, 29.6 x 28.8cm, 백제 7세기, 국립부여박물관. 보물 343-1
: 보물 343-1호는 밑면에 계곡의 물줄기가 층을 이루듯이 우람차게 흐르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백제 특유의 원만하고 단아한 氣品...山嶽 숭배사상과 神仙사상 잘 드러내
전돌과 기와는 특히 삼국시대에 그 아름다움과 상징성을 발휘하였다. 그 중에서도 전문가들은 백제의 전돌, 기와를 최고의 작품으로 꼽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산수문전은 백제 전돌미학의 높은 성취를 보여주는데, 김성구 국립경주박물관장이 그 아름다움을 짚어 보았다./편집자주
山水文塼은 산과 나무, 물과 바위, 구름이 잘 묘사되어 있어 한 폭의 아름다운 산수화를 연상하게 하며, 그 경관이 수려해 山景文塼으로 달리 부르기도 한다. 잔잔하게 흐르는 물, 그 위에 날카롭게 솟은 바위가 돋보이고 산들이 층을 이루어 그 깊이가 느껴진다.
백제 부여 외리유적에서 출토한 산수문전은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문양의 주제와 기법은 비슷할지 모르나 세부적인 묘사는 차이를 보인다. 보물 343-1호는 밑면에 계곡의 물줄기가 층을 이루듯이 우람차게 흐르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으며, 위에는 기암절벽의 바위가 높이 솟아 있다. 세 봉우리로 이루어진 산들은 첩첩산중을 이루고 있다. 산의 묘사를 보면 토산은 도톰한 산의 내부에 능선과 평형된 선을 넣고 그 사이를 빗금으로 채워 넣어 산의 부피감을 표현했다. 빗금 친 선은 암산에도 나타나는데 이를 물이 묘사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대체로 토산의 입체감을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본다.
산중에는 암자로 보이는 팔작지붕의 집 한 채가 있고 승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지붕에는 망새가 있어 그 시대 건축의 특색을 보여주며 오른편 암반 위에는 이 집을 향해 유유히 걸어가는 한 인물이 표현되어 있다. 산봉우리는 연이어 중첩되고 있지만 낮은 곡면을 이루고 있어 부드러운 감각이 돋보인다. 산봉우리 위에는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랐으며, 전돌 윗면에는 여러 갈레로 말려진 상서로운 구름이 흐르고 있다.
보물 343-2호는 주제가 위아래로 양분되어 아래에는 축소된 산경의 아름다움을 묘사했고, 윗부분에는 구름에 둘러싸인 봉황새 한 마리가 배치했다. 전돌 밑면에는 힘차게 굽이치고 있는 계곡의 물줄기가 층을 이루어 표현되었고, 그 위 좌우측에는 기암절벽이 솟아 있으며 중심에 산봉우리를 배치했다. 산봉우리는 세 봉우리가 이어져 밀집되어 있으나 도식화 되었으며, 소나무가 약간씩 보이고 있다. 산속에는 중층으로 이루어진 사원 건물이 묘사되어 있고 幢竿도 표현되어 불교적인 색채를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돌 윗면에는 밑면과 경계를 이루며 봉황새와 구름이 독특하게 묘사되었다. 날개를 활짝 피고 비상하려는 봉황새의 모습에서 박진감이 느껴진다. 구름은 활활 타오르는 화염처럼 표현된 것과 흘러가는 구름의 형상으로 부드럽게 표현된 것으로 구분되는데, 상서로운 기운을 잘 나타내준다. 피어오르는 구름은 하늘과 함께 한층 공간감을 더해준다.
산수문전은 우리나라 고대산수화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참고자료가 되기도 한다. 전돌 윗면에 위치한 後景이 전돌의 밑면에 묘사된 前景위에 얹혀있는 듯한 특이한 원근법은 백제 회화나 장식성을 이해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다. 산수의 전체적인 구도는 좌우대칭적인 안정된 구도를 보이고 있다. 소나무가 새겨진 산봉우리와 함께 도식화된 측면이 있으나 단아한 기품을 보여준다. 특히 낙타 등 같이 표현된 산의 부드러운 능선과 거기 표현된 나무 등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중국에서 단순하게 도형화된 산악표현에 그 기원을 두기도 하지만, 그러나 백제 특유의 원만하고 부드러운 감각이 잘 나타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산수문전은 한 변의 길이가 29cm인 네모난 전돌에 불과할지 모르나, 아름다운 자연 경치를 표현한 것에서 백제인들의 관심과 사상을 엿볼 수 있다. 즉 여기 표현된 산수는 단지 자연을 묘사한 게 아니라 백제인들의 산악숭배 사상 및 신선사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자료다. 또한 산수문전에 묘사된 암자 및 승려 상에서는 불교적인 색채도 살필 수 있어 불교 및 신선세계의 복합적인 성격을 알 수가 있다.
즉 산수문전의 주제는 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출토한 백제금동대향로 뚜껑에 표현된 博山과 함께 백제인의 사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금동대향로의 몸체에 표현된 불교적인 연화의장은 산수문전의 암자 및 승려와 함께 불교적인 유사성을 살필 수 있어 중요한 자료로 여겨지고 있다.
산수문전은 목제틀을 사용하여 제작되었다. 還元焰으로 구워낸 회색 敷塼이며 비교적 고운 태토가 쓰였고 그림무늬 의장은 모두 范型으로 찍어낸 부조로 되어 있다. 비록 공예품의 동안화에서 표현이 패턴화 되었지만 산다운 분위기 등 고구려보다 백제가 산수표현에서 뛰어났음을 입증하고 있다. 이러한 산수문전은 조사 당시에 함께 출토한 연화문수막새의 형식변화와 다른 전돌의 외측에 새겨진 연주문대, 그리고 연화문전의 연꽃 안에 새겨진 인동문자엽의 장식성 등을 참조할 때 7세기 초반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산수문전은 함께 출토한 다른 문양전의 의미를 함께 살펴야 그 특성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외리유적에서 출토한 문양전은 산수문전과 귀형문전이 각각 두 종류, 봉황문전·반룡문전·연화문전·와운문전이 각각 한 종류씩 모두 8종류가 출토했으며, 보물 제343호로 지정되어 백제문화의 우수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문양전은 한 변의 길이가 29㎝내외이고 두께가 4㎝ 가량으로, 상면에는 다양한 문양이 새겨져 백제문화의 특성을 잘 나타낸다. 각 전돌은 네 귀의 측면에 홈이 파여 있어 서로 이웃하는 전돌과 연속하여 고정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따라서 외리유적에서 출토한 문양전은 그 두께도 얇고 산수문전이나 귀형문전과 같이 문양의 위아래가 벽에 붙여 세울 수 있도록 의장되었기 때문에, 건물의 벽면이나 불단과 같은 특수한 단에 부착하여 사용되는 벽전돌로 간주되고 있다.
귀형문전은 동물의 얼굴을 한 무서운 귀신의 모습으로 표현되었는데, 대좌가 암반과 연꽃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귀형은 두 팔을 벌린 나신의 입상으로 요패가 달린 허리띠를 두르고 있으며 이는 악귀의 침입을 막는 벽사의 상징으로 간주된다. 반룡문전과 봉황문전은 하늘을 향해 힘차게 승천하거나 비상하는 모습에서 와운문전과 함께 백제특유의 역동적이면서 부드러운 감각을 잘 살필 수 있다. 그런데 귀형과 반룡의 다른 의장에서 귀면과 용은 서로 별개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연화문전과 와운문전은 10엽의 연꽃과 회전하는 8엽의 구름이 묘사되고 있는데, 외측에 연주문대가 있고 연꽃 안에 인동문자엽이 새겨졌으며 네 모서리에 분할된 작은 꽃잎이 새겨져 당시의 화려한 장식성을 잘 발휘하고 있다.
외리유적에서 출토한 문양전은 이처럼 그 주제가 상징적이고 세련된 장식성을 보여준다. 여러 전돌에 나타난 길상과 벽사사상은 당시 백제사람들의 심성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으며, 전돌에 표현된 생동하는 역강함과 부드러운 율동미는 백제문화의 추이를 파악하는 시대적인 장식성이 되고 있다. 산수문전을 통해서는 또한 백제의 공예·회화·종교·건축·사상 등의 여러 측면을 살필 수 있어 7세기초반부터 서서히 피어오르기 시작한 품격높은 백제문화의 대표유산이 되고 있다.
산수문전을 비롯한 문양전은 일제 강점기 부여 규암면 외리유적에서 다른 기와와 토기, 전돌과 함께 출토했다. 그런데 이 유적은 낮은 야산에 위치하였는데 현재 산기슭이 대부분 삭평되어 크게 훼손된 모습이다. 문양전은 조사 당시에 바닥에 길게 깔린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백제 기와를 사용하여 축조한 瓦積基壇과 겹쳐 있었다.
그리고 이 유적은 각 문양전이 서로 엇갈려 있고 깨어진 전돌이 뒤집힌 채 놓여 있었기 때문에, 후대에 다른 용도로 이용하기 위하여 전돌을 다시 배치한 2차적인 유구가 아닌가 하고 생각되고 있다. 그런데 유적의 주변에서 백제시대의 기와나 토기편이 발견되어 백제시대의 건물터로 간주하고 있는데, 절터 또는 어떤 성격의 건물터인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 김성구 (국립경주박물관장)
※ 필자는 국립부여박물관장,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 등을 역임했다. ‘옛기와’, ‘백제의 와전예술’ 등의 저서가 있다.
※ 출처-교수신문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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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美 (20) 中·日 전돌과의 비교
中, 화려한 장식성… 日, 부드러움과 吉祥性
※ 이미지는 첨부파일 참조
▲ 연화문전, 7세기
연화문전은 唐의 문양 전돌로 낙양의 수당궁전지에서 출토하였다. 각 변의 지름이 37cm와 36.6cm 가량인 네모난 전돌로, 표면에 연화문이 중심 주제로 배치되고 있다.
백제의 산수문전과 견주어볼 때, 중국에서 비슷한 용도와 주제의 공예품은 드문 편이다. 그러나 산수문전은 중국의 미술품 가운데 용도나 제작시기와 상관없이 畵像石과 畵像塼을 포함한 여러 문양전의 주제나 의장과 비교될 수 있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성행한 화상석묘의 화상석과 화상전묘의 화상전 및 후대의 문양전을 통하여 백제산수문전의 장식성과 유사한 의장을 살필 수 있다. 화상석은 대표적인 漢代 미술인데 그 다양한 주제가 건축·공예·회화 등에 응용돼 고분벽화와 문양전 등의 다양한 장식미술로 발달하게 됐다. 외리유적에서 출토한 여러 문양전은 한 대 이후 남북조까지 성행한 중국의 전통적인 상징체계와 초당양식의 국제성이 가미된 백제특유의 복합된 장식미술의 한 장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연화문전은 唐의 문양 전돌로 낙양의 수당궁전지에서 출토하였다. 각 변의 지름이 37cm와 36.6cm 가량인 네모난 전돌로, 표면에 연화문이 중심 주제로 배치되고 있다. 전돌의 중심부에 배치된 연화문은 圓圈으로 내외측이 구분되어, 각각 8엽의 단판연화문과 복판연화문이 장식되고 있다. 내측의 연화문은 능선이 장식된 채 그 끝이 약간 반전되고 있는데, 자방에는 1+8顆의 蓮子를 놓고 있으며, 외측의 연화문은 瓣形複子葉이 새겨진 복판양식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연화문의 외곽에는 커다란 圓圈을 두고 네 모서리에 인동당초문이 새겨져 화려한 의장을 보이고 있는데 주연부에도 구슬무늬가 밀집되고 있다.
이와 같은 연화문전은 초당양식의 화려한 장식성을 잘 나타내고 있는데 이 외에도 보상화당초문이나 포도당초문이 배치된 문양전이 기와와 함께 다양하게 제작되어 당의 수준 높은 공예수준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당의 연화문전은 외리유적에서 출토한 백제의 연화문전과 관련되어 백제문화의 국제성을 살필 수 있는 주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백제의 산수문전과 비교할 수 있는 일본의 공예품은 거의 없는 편이다. 불교가 백제에서 전래되어 사원이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시작하는 아스카 초기인 7세기 전반은 일본문화가 전반적으로 크나큰 변화를 겪게 되는 시기다. 일본은 6세기 경부터 대륙의 성숙된 문화와 제도를 받아 들여 아스카를 중심으로 고대국가를 형성하게 되는데, 불교문화가 중심이 되어 일본문화가 전반적으로 크게 발전하게 된다.
일본의 문양전은 비조시대의 연화문전과 백봉시대에 제작된 塼佛, 그리고 岡寺와 南法華寺에서 출토한 天人塼과 봉황문전이 있다. 연화문전은 장방형으로 백제계통의 연화문 2개를 좌우에 배치하고 있다. 그리고 7세기후반인 백봉시대에는 불상을 압출하여 제작한 전불이 유행하였는데, 사원의 벽면이나 탑에 부착한 특수한 모습의 전돌류이다.
남법화사에서 출토한 봉황문전은 네모난 전돌에 봉황새 한 마리를 크게 부조시키고 있는데 천인전과 함께 목제틀을 사용하여 제작했다. 봉황은 두 날개를 펼친 비상의 모습인데, 하단에 상서로운 구름이 새겨져 부드러움과 길상성을 잘 나타낸다. 이와 같이 일본의 전불과 전돌에 새겨진 의장이 백제의 산수문전이나 함께 출토한 다른 문양전과 비교해 차이가 있으나, 주제의 상징성이나 장식의장은 서로 유사하여 당시의 문화적 상관관계를 이해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된다. / 김성구
※ 출처-교수신문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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