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새 보금자리에 정착하다

2017. 5. 4. 06:34美學 이야기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새 보금자리에 정착하다

   

홍지동 사옥으로 이전…45년간 모은 자료로 개관전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미술계에서 '걸어 다니는 미술 사전'으로 유명한 김달진(60)의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새 건물에 정착해 개관전을 연다.

2001년 서울 평창동에서 김달진미술연구소를 개소한 김씨는 2008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을 만들었다.

박물관 개관 이래 통의동, 창성동, 마포를 거쳐 이번에 홍지동 사옥을 만들어 이전했다.

신사옥은 개인주택을 사들여 광장 건축환경연구소 김원 소장의 재능기부를 받아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새롭게 단장했다.




    김 관장은 고등학교 시절인 1970년대부터 각종 미술 자료를 수집했다.

초기에 담뱃갑, 우표 등을 모았던 그는 당시 '주부생활', '여원' 등 여성잡지에 나온 세계의 명화를 오려 모은 것이 미술자료 수집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1972년 고등학교 3학년 시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현대미술 60년전'을 본 뒤로는 더욱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기록을 잘해놓는 습관이 있어 당시 전시를 안내한 팸플릿에 날짜와 날씨, 구입한 금액(200원)까지 적어뒀다.

이후 인사동 전시공간을 돌려 전시회 팸플릿을 수집한 그는 문예지, 도록, 각종 전시 안내자료 등을 미친 듯이 모았다.




    월간지, 국립현대미술관, 가나미술문화연구소 근무 등을 거친 뒤 독립해 나와 2002년 월간 서울아트가이드를 창간했다.

이번 개관전인 '아카이브 스토리:김달진과 미술자료'전에선 그동안 축적한 자료 중에서 더욱 의미 있는 단행본, 화집, 정기간행물, 리플릿, 작품 등 주요 소장품 250여점을 12일부터 전시한다.


    개관전을 앞두고 9일 만난 김달진 관장은 "국가에서 이러한 아날로그 자료를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게 디지털화해야 한다"며 "자료 수집과 관리가 매우 중요한 작업인데도 당장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니다 보니 나서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관장실에는 미술작가별 스크랩북이 빽빽이 꽂혀 있다. 신문, 포스터, 잡지 등에 난 해당 작가 관련 글이나 사진, 그림 등이 정리돼 있다.

김 관장은 "1등만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유명한 작가의 자료는 쉽게 찾을 수 있을지 몰라도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하더라"고 말했다.


    소장품 중 가장 비싼 자료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비싼 건 없어도 가치 있는 자료는 있다"고 답했다. 가격보다는 자료가 갖는 의미에 관심을 둬달라는 뜻으로 들렸다.





    김 관장은 "미술이 좋았고, 수집하는 과정에선 편집광이라는 말도 들었지만, 가끔 자료의 오류를 발견하기도 하고 자료를 모으면서 미술에 대해 배우는 것이 재미있어 이날까지 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는 "1717년 교정본으로 유교 경전 오경 중 하나인 '서경'(書經)의 주석서인 '서경대전'(書經大全)이 소장품 중 가장 오래된 자료"라고 소개했다.


    소장품은 1911년 조선총독부가 보통학교 학도용이라고 적은 '도화임본'(圖畵臨本), 1926년 조선총독부의 '박물관보' 창간호, 1930년대 '이왕가박물관 소장품 사진첩', 1947년판 예술연감, 김환기 친필 엽서 등으로 다양하다.

또한 외국인의 시각으로 구한말 조선의 상황을 기록한 제임스 게일의 '전환기의 한국'(1909), 영국 빅토리아앤앨버트박물관이 펴낸 '르블랑 한국 도자기 컬렉션 도록'(1918) 등 근현대 한국학 관련 자료, 미술잡지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

전시는 5월31일까지다.


js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3/09 1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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