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15. 22:06ㆍ야생화, 식물 & 버섯 이야기
우리 나무의 세계 2
먼나무
다른 표기 언어 Kurogane Holly , 黑金樆 , クロガネモチ黒鉄黐
분류 | 감탕나무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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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 | Ilex rotunda |
어느 계절에 제주도를 가더라도 육지의 풍광과는 확연히 다르다. 낙엽이 진 겨울날의 제주도는 늘푸른나무로 뒤덮인 산들이 특히 머릿속에 각인된다. 가로수의 풍경도 마찬가지다.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 10월부터 이듬해 꽃 소식이 전해지는 3월까지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들은 콩알 굵기만 한 빨간 열매를 수천 개씩 달고 있는 아름다운 가로수에 감탄한다. 관광가이드를 붙잡고 “저 나무 먼(무슨) 나무요?” 하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이 “먼나무”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진짜 이름이 먼나무다. 그래서 먼나무는 ‘영원히 이름을 모르는 나무’라고도 한다.
멀리서 보아야 진짜 나무의 가치를 알 수 있어서 붙여진 이름일까? 그러나 가까이서 보아도 매혹의 자태를 잃지 않는다. 그보다는 잎자루가 길어 잎이 멀리 붙어 있어서 생긴 이름이라는 이야기가 더 설득력이 있다. 감탕나무는 잎자루가 짧아 잎이 가깝게 붙어 있으므로 생김새가 비슷한 먼나무와 구분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먼나무는 진한 회갈색의 매끄러운 껍질을 가지고 있으며, 약간 반질반질한 느낌이 나는 두꺼운 잎을 달고 있는 늘푸른나무다. 또한 아름드리로 크게 자랄 수 있으며, 우리나라의 제주도를 포함하여 일본 남부에서부터 타이완을 거쳐 중국 남부까지 따뜻한 곳에 자람 터를 마련했다. 대부분의 정원수들은 꽃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먼나무는 여름에 손톱 크기 남짓한 연보색 꽃이 피기는 하지만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먼나무의 매력은 꽃이 아니라 열매다. 가을이면 연초록빛의 잎사귀 사이사이로 붉은 열매가 커다란 나무를 온통 뒤집어쓰고, 겨울을 거쳐 늦봄까지 그대로 매달려 있다. 늘푸른나무 천지로 자칫 심심해지기 쉬운 제주의 겨울나무에 악센트를 주는 매력은 먼나무 열매 덕분이다. 암수가 다른 나무로 열매는 물론 암나무에만 열린다.
먼나무가 거의 반년에 걸친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열매를 힘들게 매달고 있는 속뜻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종족보존을 위한 투자다. 아무리 열매를 많이 매달아도 멀리 옮겨가는 수단을 개발해두지 않으면 기껏 어미나무의 주변을 맴도는 것으로 끝이다. 더 멀리 미지의 땅에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서는 새와의 전략적인 제휴가 필요했다. 산새 들새는 겨울 내내 배고픔에 시달린다. 겨우살이에 필요한 만큼 오랫동안 먹을거리를 제공할 터이니 대신 씨를 멀리 옮겨달라는 계약이 성립된 것이다. 아무리 서로에게 이익을 주고받는 계약이라도 상대를 꼬여낼 매력이 있어야 한다. 새들이 색깔을 알아채는 방식은 사람과 비슷하여 파장이 긴 빨간색에 더욱 민감하다. 금세 눈에 잘 띄도록 짙푸른 초록 잎 사이로 수많은 빨간색 열매가 얼굴을 내밀도록 디자인했다. 물론 새의 소화기관을 지나는 사이 씨는 그대로 남도록 설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먼나무의 이런 영특함 덕분에 겨울 제주의 풍광은 더욱 아름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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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나무의 생태학적인 접근을 넘어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재조명한다. 우리 민족의 삶이 담긴 역사서 속에서 나무 문화재 대한 향기로운 이야기와 비밀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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