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14. 23:33ㆍ차 이야기
< 머 릿 글 >
앞의 글에서 언급한 행다5법은 전다법,자다법, 충포법과 점다법 등 기본적인 행다4법에다, 다탕을 마련하기 전에
차를 불에다 직접 굽거나 용기를 이용하여 볶는 고다(火+考 茶)과정을 추가한 것으로. 고다법은 차를 불에 말리는
방법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것으로 이해하여 주시면 됩니다.
아래 본문에서는 경어체를 생략하오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고 다 법 의 필 요 성 >
현대의 차생활에서는 차엽의 생산기술, 제다기술과 보관기법 등의 발달과 일상생활의 분주함, 또는 일상용품의
대량생산에 따른 소비형태와 소비의식의 변화 등의 영향으로 농산품과 공산품의 구별됨이 없이, 완제품을 의식주 등의
일상생활에 그대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차를 포함하여 농업가공품은 완제품을 그대로 식음료용으로 사용하는 것 보다 그 가공상태에 따라 미완성 제품으로
보고 각 가정이나 개인의 식성이나 기호에 따라 다시 조리하여 식음료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건강과 먹고 마시는 즐거움
의 원천이 된다. 차라고 해서 또는 차문화 생활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
과거의 다인들의 음다습속으로 미루어 볼때, 차를 완제품으로 보지 않고 미완의 기호음료 재료로 생각하여 왔던 것
으로 보인다. 선조들의 이러한 사고방식은 당시 제다법의 미비,장기간이 소요되는 유통과정과 진공포장과 같은 보관기법의
미발달 등의 사유도 없지 않았으나,그 보다는 음식류는 사람만이 가꾼 것이라기 보다, 인간의 양생(養生)을 위하여 하늘과
땅이 보내준 고귀한 선물이라고 여겼던 정신문화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고다법이 필요한 사유를 정리하면 일반적인 사항과 보관중의 차의 변화로 나누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_ 일 반 적 인 사 항 _
* 차엽 생산 과정에서 야생차와 재배차, 재배차의 차농의 규모와 재배관리의 차이에 의한 다양한 차엽품질
* 제다과정에서 소규모의 가공 차농과 대규모의 제다공장의 혼재로 인한 가공제품 품질의 다양성
* 차종류별 포장재료,유통.보관과정의 다양화에 따른 품질의 변화 가능성
_ 보 관 중 인 차 의 변 화 _
* 차엽의 표면에 있는 미세한 다즙 피복층의 산화와 정유성분의 피복층 침투로 인한 투수성 저하 :
차엽은 비비기(蹂捻) 과정중 배어 나온 다즙이 건조과정 중에 차엽 표면에 얇은 다즙 피복층을 형성하게 되고
진공포장이 개봉된 후나 통기성 포장일 경우, 이 표면 피복층에서 산화가 진행되고, 차엽 내부의 다유(茶由)
성분이 피복층에 점점 유출 첨가되어 출하 당시에 비하여 난투수성(難透水性) 피막화 된다.
* 차엽 내부에 습기 침투로 인한 성분의 변화에 의한 투수성 저하
차엽이 통기성 조건에서 우기(雨期)나 공중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보관되면 차엽 내부가 습기를 빨아 들이기
쉬운 다공질(多孔質)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공극(空隙: 미세한 틈새)사이의 습기와 공기가 미생물이
성장하기 좋은 조건을 갖는다. 이러한 미생물의 번식에 의하여 차엽 구성 성분의 변화가 발생한다.
변화된 성분이 인체에 유익한 성분이 되면 발효라고 부르고, 유해한 성분으로 변화되면 부패라고 한다.
다인들은 발효만 기대하겠지만, 보관환경에 따라서 기대와는 달리 많은 성분의 변화가 일어난다.실제 발효와
부패는 마치 동전의 앞뒷면과 같아서 서로 동반될 수도 있다. 이때 미생물의 번식에 의해 형성되는 미세한
입자들이 차엽 내부 공극안에 쌓이게 되고, 이 미세입자(微細粒子)들이 차엽 내부에서 통기성(通氣性)과
투수성을 저하 시킨다.
이러한 보관 과정의 차의 성분 변화는 출하 당시의 품질 보다 차의 품성을 저하(부패) 또는 향상(발효)
시키지만 통기성과 투수성의 저하로 인하여, 차의 성분들이 쉽게 용출되기 어려운 조건을 갖게 된다.
_ 고 다 법 의 중 요 성 _
* 보관중에 발생되기 쉬운 차엽 표면의 난투수성 피복층을 가열하면 정유성분이 휘발하면서 피복층이 제거되어
차는 출하 당시에 가까운 통기성과 투수성을 회복할 수 있으며, 고유의 색향미를 내기 좋은 조건을 갖는다.
* 가열함으로써 차엽 내부의 공극을 채우고 있는 미세입자를 건조시키고, 건조수축으로 내부의 공극의 상호
연결을 양호하게 하여 통기성과 투수성을 향상 시킨다.
* 여기서 통기성은 다탕 내에서 전다법(煎茶法)과 자다법(煮茶法) 등 열탕을 이용하는 행다법에서 비등하는
수증기포에 의한 용출작용을 돕고, 투수성은 열탕을 이용하는 전다.자다법과 열수를 이용하는 충포법(沖泡法)과
점다법(點茶法) 등에 고루 유용성분의 용출작용을 용이하게 돕게 된다.
* 또한 차제품의 유통 보관 기간중 차잎 내부에서 발효. 변질(부패)과정에서 생성될 수 있는 숙미 등 나쁜 냄새나
다공질의 차의 특성인 흡향성으로 외부에서 흡수된 잡향(雜香)을 열기에 의해 제거함으로써, 차 고유의 향기를
유지시킨다.
< 고 다 법 의 적 용 범 위 와 기 준 >
한국에서 고다법을 활용한 예를 두가지만 들어 본다. 작설차 종류의 산차류를 장마철을 넘기거나 해를 넘겨 보관할 때
당시의 포장재료의 제한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햇차의 품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물에 살짝 씻거나 건조한 상태 그대로
약간 덖어서 사용하라는 각종 기록과 전언이 있어 왔다. 떡차, 돈차 등의 발효차를 달이거나 끓여서 마실 때, 불에다 직접
굽거나 차솥 등의 용기를 이용하여 볶은 후 다탕을 만들라는 것은 다시 설명하지 않겠다.
중국에서 다성 육우는 그의 역작인 다경(茶經)에서 당시 유행하던 병차에 대하여 자(炙 고기 구울 자 )라고 설명하고,
고다법에 대한 확실한 기준을 제시하였다.
<병차를 불에 말릴 때는 통풍을 시켜서 구워도 안되고, 불똥이 남아 있는 불에서 구워서도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화염이
나부끼거나 온도가 고르지 않아 차의 품질에 영향을 준다. 불에 구울 때는 집게로 병차를 단단하게 집은 뒤 최대한 불
가까이 접근시켜 계속 뒤집어 주며. 새우나 두꺼비 등 같이 부풀기를 기다린다.굽다가 작은 거품이 일어나면 불에서 5치
정도 떨어져서 말렸던 것이 펴지면 다시 처음과 같이 또 굽는다.만약 불에 구울 때 향기가 무르익으면 중지하고,햇볕에
말릴 때라면 부드러워 지면 끝낸다.> 또한 <겉은 익고 속에는 설익는 것(外熟內生)을 피해야 비로소 차가 이상적 향기를
품게 된다.>고 굽기의 기준을 정하였다.
여기서 고다법의 차생활에서 실제 활용면에서 현대 주방기기를 이용하여 편리하게 적용하는 예를 설명한다.
< 고 다 법 의 차 생 활 에 서 활 용 방 법 >
* 돌솥 등 차솥이나 자루 달린 프라이팬 또는 전자레인지 등을 이용하여 차를 굽거나 볶는다.
이때 프라이팬은 테프론으로 피복된 것을 사용하면 차엽이나 찻덩어리 또는 미세한 차엽가루 등이 눌어 붙거나
타지 않아서 편리하다. 차화로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위의 <다경>의 방법대로 해 볼 것이다.
* 굽는 정도는 차의 종류나 제다법 또는 보관상태에 따라서 달라지나, 굽거나 볶는 과정 중 차향이 최고로 발산되기
직전까지 하는 것이 좋으며, 어렵게 여기지 말고 몇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 알맞게 익은 정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 알맞게 구워진 후 차를 덜어 내어 공기를 차단할 수 있는 정갈한 용기에 담아서 단기간 보관하여 차생활에 이용한다.
* 미세한 차엽가루는 차솥이나 프라이팬의 표면에 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이때 미리 끓인 열탕을 적당량 부어 휘휘 저어 다탕에 첨가하여 하면 된다. 이때 퍽하는 소리와 함께 비산 포말이
튈 수도 있으므로 화상 등 안전에 주의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덮개와 주수구가 있는 용품이 사용하기 편리하다.
* 쇤잎이나 노엽 위주로 가공된 차제품은 바로 위의 방법을 활용하여 유념과정 중 미쳐 파괴되지 않은 차엽의 세포막까지
수증기의 팽창력으로 파괴할 수 있으므로 유용성분의 용출을 도와서 차가 가지는 본연의 색향미를 즐길 수 있다.
< 맺 는 말 >
어찌 보면 별것도 아닌 고다 방법에 대하여 다소 장황하게 설명 드린 것은 이 방법이 그 적용효과가 큼에도 불구하고,
요지음 차생활에서 거의 잊혀지고 있다는 안타까움 때문이라고 널리 이해하여 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국외에서 생산된 긴압차 종류의 노차에 대한 선호도가 그 정도를 지나쳐서, 차의 대중소비를 위한 기초가 흔들리고
있다는 현실 상황도 다소 고려하였습니다. 다 같이 이 점에 대해서 깊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도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중 소비자의 기호와 음다풍속에 따라 그에 알맞게 생산 가공된 다양한 종류의 차를 그에 적합한 행다법으로 즐기는 것이
차문화의 대중확산을 위한 지름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국제 차무역에서 한국은 소비량과 국민의 대중적 기호도 면에서 다중소비자가 아님은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한국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충포법에 적합한 차만이 생산되지는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중소비자인 그들 스스로 유통기한을 정하여 관리하고 있는 긴압차 등에 대하여 국내 다인들의 노차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지요?
앞에서 설명 드린 차종류에 적합한 다양한 행다법의 적용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복잡하게 여기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며, 차생활은 개인적 취미문화의 하나이기도 하여 남들이 관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이제 우리는 초의선사께서 극찬하신
우리 땅에서 자라난 작설차나, 떡차류와 가루차에 다시 관심을 돌릴 때가 도래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사실 이 고다법은 행다법에 별도로 분류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 음다생활에서 작은 준비과정 중의 하나일 뿐 입니다.
즐거운 차생활을 위하여, 이러한 고다를 이미 활용하시는 다우님들도 계실 것으로 짐작되나. 새로이 차생활을 시작하려는
새내기들을 위한 작은 길잡이의 하나라고 여겨 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 덧붙이기 )
옛 한시(漢詩) 추구(推句) 34의 한 귀절을 덧붙이고져 합니다.
......... 사과초자향(麝 過 草 自 香 ) ......... : 사향노루가 지나가니 풀들은 스스로 향기를 낸다.
< 평범한 풀들도 귀한 사향과 마찬가지로 저마다의 풀내음을 가지고 있다. >
......... 오래된 노차라는 물건도 묵은 산나물과 같이 묵은 나뭇잎에 지나지 않는다. .........
2010. 1. 30.
********* 케 엑 謹 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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