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김해 찻사발 재현의 외길을 걸어온 지암요 안홍관

2018. 4. 19. 11:23도자 이야기

 

 

 

 

 

 

 

김해 찻사발 재현의 외길을 걸어온 지암요 안홍관

 

 

도예의 길에 입문한 지 30년이 넘는 지암(志岩) 안홍관(安洪官)이 마음속에 품은 일생일대의 과업이 있다. 그것은 바로 ‘김해 찻사발’의 재현이다. 김해시 생림면의 지암요(志岩窯)를 운영하는 그는 일본에서 ‘긴까이[金海]’라 불리며 최고의 찻사발로 손꼽히는 ‘김해 찻사발’의 재현자다. “김해 찻사발이요? 일본의 10대 박물관에 가야 있지요. 찻사발에 ‘김해(金海)’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기 때문에 이를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좋은 작품이 얼마 남아 있지 않습니다. 김해에 남아 있는 파편이나 일본에 있는 실물을 토대로 실제에 근접해가는 것이지요.” 김해 찻사발 재현에 매달린 지 10년이나 지났지만 지금까지 그의 길을 함께하자고 나서는 이는 매우 적다. 우선 김해 찻사발에 대해 아는 이가 별로 없고 만드는 이도 드물기 때문이다. 더욱 힘든 것은 모든 것을 홀로 연구하고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편을 분석하여 흙을 찾아내고,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박물관과 일본을 넘나들어야 하는 까다로운 공부가 필수적이다.

“그나마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것은 김해에서 나고 자란 덕분에 우리 흙에 대한 것들을 체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젠 개발 바람과 환경의 변화로 인해 적절한 흙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제보로 도움을 얻기도 하지만 김해 찻사발에 알맞은 재료를 찾는 일은 역시 쉽지 않습니다.” 그가 추정하는 김해 찻사발의 종류는 12가지 정도가 된다. 지금까지 비공식적으로 확인된 잔존 수량은 김해를 중심으로 5,000여 점 정도다. 그중 그가 발굴해낸 자료들을 바탕으로 재현된 것은 8가지 정도이다. 자료와 파편을 통해 실물에 접근하고 있는 안홍관은 이제 김해 찻사발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두세 가지 정도 남았다고 한다. “제가 이 일을 시작한 10년 전만 해도 김해 찻사발을 아는 국내 차인들이 드물었습니다. 김해 찻사발이 유명해진 것은 일본의 차인들 덕분입니다. 김해 찻사발에 일본인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손에 쥐었을 때의 감촉이 투박하지 않고 소담한 느낌이 나기 때문입니다.”

그가 김해 찻사발을 재현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도자기를 만드는 장인으로 욕심과 스스로 김해 사람이라는 자부심 때문이었다. 도자기 공부를 하면서 김해의 다완을 처음 접하고 그는 첫눈에 반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김해 찻사발을 만드는 일이 그렇게 어려우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끝없는 실험과 시행착오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가마를 만들어 실험용 찻사발을 5~10개를 제작하며 데이터를 만들어도 크게 소용이 되지 못했다. “1년에 정식으로 두 번 정도 불을 지핍니다. 주변에서 과작이라고 말씀들을 하십니다만 어쩔 수가 없지요. 그렇게 해서 약 30점 정도 건질 수 있습니다. 품에 안으면 딱 한 아름 정도입니다. 정말 허탈하지만 그만큼 소중하지요. 그렇게 작업하기를 벌써 10년째입니다.” 그가 작품에 쏟아 붓는 열정을 인정하듯이 지암 안홍관의 작품을 기다리는 국내의 차인들이 많다. 경제적인 이윤을 따지자면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주문을 받아 일을 해야 하지만 그는 결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오직 완벽한 재현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철학과 미학이 깃든 김해 찻사발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다. “시대에 따라 작품은 다르게 나옵니다. 물론 그 미학적인 가치 또한 달라지지요. 전통에 기반을 둔 재현작업에서 더 나아가 현대적인 김해 찻사발로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지역성과 역사성을 함께 살린 창조적 계승 아니겠습니까?

후대의 평단과 대중들이 평가할 만한 가치를 지닌 작품을 위해 오로지 노력할 뿐입니다.”그는 현재 일본에서 김해 찻사발의 명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올 11월 일본의 유명한 미술관 중 하나인 노무라[野村] 미술관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그가 일본전에 내놓을 김해 찻사발은 약 10종류 60여 점이다. 일본의 도예계가 그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고 하지만 정작 장본인인 안홍관은 떨떠름하기만 하다. ‘불러주니까 가지 제가 먼저 간다고는 안 합니다’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미학적 완성도에 대한 작가 특유의 완벽주의와 자기 불만이 엿보인다. 그의 고집스런 작가주의에 의해 김해 찻사발은 지금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가야 차문화 한마당, 김해 찻사발 세미나와 전시회 등 일련의 행사에 참여하며 김해 찻사발을 복원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온 것이다. “찻사발이요? 처음 시작할 때는 쉬워 보입니다. 그러나 작업을 하면 할수록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찻사발입니다. 그러나 찻사발의 끝 모를 미학적인 매력에 일단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듭니다.

한마디로 말해 묘한 늪과도 같지요.” 전통은 그것을 재창조하는 사람에 의해 살아 움직인다. 지암요의 안홍관은 역사 속에 침몰할 뻔 했던 김해 찻사발을 오늘과 미래의 주인공으로 옮겨놓았다. 그리고 찻사발의 명인으로 새로운 작품 세계를 지향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물레질을 하고 있다.


글 이상균 사진 윤미연

 
 
   

 

 

 

 

 

 

 

 

 

 

 

출처 : 화가 진상용
글쓴이 : 개여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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