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돌찻상과 아빠마음

2018. 4. 22. 10:56차 이야기

10년간 꿈꾸던 돌찻상을 만나 큰바위로 옮겨놓고 연신 싱글벙글이다.

 

그저께 잠이 덜깬 날보고 새벽부터 한다는 소리가

각시야~~

이번에 우리앞에 나타난 우리나라지도 거꾸로 형상돌 

큰바위인 두꺼비바위에 한번 올려 보자.

띵~~

큰바위에 묵직한 돌찻상하나 갖다 놓을려고

내가 그동안 좋은 돌 나타나기를 억수로 기다린것 잘 알제.

이제야 내가 그토록 원하던게 10년만에 나타났는데

이것도 보통인연은 아닌것 같단다.

 

 

 

 

내가 곰곰히 생각해도 지게로 져서 옮기는것은

도저히 불가능하고 각시니 힘좀 빌리자.

나하고 둘이서~~~

뜨악~~

며칠동안 돌찻상으로 머리속이 꽉 차있었을

남편얼굴이 눈에 쏙 들어오자 시원스럽게 한마디 했다.

 

구르마 밀어준다고 했으니께예~~

이번에도 우리 같이 한번 해 봅시더~~

 

대신 어제도 비가 좀 왔으니

아침햇살이 완전히 퍼지고나면 일을 시작해도 몸에

덜 무리가 갈것 같으니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울남편 신이나서 10년간 쓰던 낡은 구르마를 짐차에 싣고 

구르마바퀴에 바람까지 넣어오고 준비를 단단히 하는데

마을아래에 사시는 골수암으로 투병중인 할머니가

병원에서 퇴원하였다며 우리집 애호박을 찾는다고하여 

애호박 3개와 호박잎, 왕고들빼기, 가지를 따서 갖다드리니

큰돌 움직이기전에 좋은 예감이 앞선다.

 

나의 좋은 예감이란?

아무런 사고없이 남편의 바램대로 되는것이다.

 

 

 

 

녹차아저씨가 점찍어 놓은 돌찻상감은

차밭 차나무옆에서 절반도 넘게 땅속에 박혀서 잠자던 돌이였다.

 

 

 

 

느닷없이 작은 밭을 만들어본다고 하다가 돌찻상감이 나타나

힘들게 끄집어내서 조금 떨어진 곳에 옮겨 놓았다.

 

 

 

 

이곳에서 돌찻상으론 있기엔 너무 아깝단다.

우리의 텃밭은 똥갈똥갈 만들어진 밭들이고

돌층계가 많아서 아랫쪽에서 윗쪽으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15년간 아침을 안먹고

농삿일하고 생활하는게 우리부부의 삶의 방식이였고 앞으로도 쭈욱~~

아침을 먹은 장정들이 큰돌을 움직이기도 힘드는 판인데

아침도 굶고 우리부부의 몸무게를 다 합쳐도

120kg을 넘기지 못하는데도 땀을 아낌없이 흘렸다.

 

돌층계가 많은 텃밭을 피하고

빈터로 있는 곳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큰돌을 억지로 구르마에 싣고서

풀숲으로 변한 노루가 놀다가는 곳으로

구르마로 끌고 가다가 울퉁불퉁 골이 파인곳에서

결국은 구르마와 큰돌이 같이 넘어졌다.

 

구르마에 더이상 큰돌을 옮겨 싣지는 못하는 상황이되어

둘이서 돌을 넘겨뜨려서 굴리고 또 굴리고

쉬었다가 굴리고 쉬고 굴리고를 반복해서

짐차에 싣기 좋은곳으로 겨우 겨우 길가입구로 나올수 있었다.

 

각시야 ~~

이제 절반은 성공했으니까 매실음료수 좀 마시고 쉬었다가 하자.

 

 

 

 

달마대사가 참선을 하던중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하자

속눈썹을 뽑아 버렸더니 그곳에서 차나무가 자랐다는 설이 있다.

달마대사가 흔적도없이 어디로 사라졌을까?

 

 

 

 

차밭에서 영원히 땅속에 반쯤 박힌 채로 잠을 잤을 큰돌은

우리터에서 가장 높은 곳을 차지하고 

돌찻상으로 살아가는 인연이 되었다.

 

 

 

 

큰돌을 씻겨주는 아빠가 어린애마냥 좋아하자

큰딸은 아빠 그렇게 좋으세요?

 

 

 

 

큰딸아 그렇단다.

지금의 아빠 기분을 당연히 잘 모를꺼야?

 

아빠도 어릴적에는 밭일하기 싫어서 마지못해 했는데

아빠의 할아버지는 농삿일하는게 그렇게 즐겁다고 했단다.

그땐 이해를 못했는데 지금은 할아버지의 마음이 이해 된단다.

너도 이다음에 지나고보면 아빠마음 알게 될거야.

 

오전 9시에 시작하여 오후1시에 끝이나니 네시간이나 걸리었는데

고3수험생들에게 악으로 깡으로 한번 해보라고 충고하시는

전국 최고 영어강사 이충권선생님의 악으로 깡으로가 우리부부에게도 통했다.

저렇게 큰돌을 어떻게 옮겼는지 진짜 꿈만 같다.

출처 : 녹차아지매의 다나눔
글쓴이 : 녹차아지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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