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20. 21:25ㆍ美學 이야기
관에서 꼭
봐야 ... 틴토레토
〈자화상〉
벨리니로부터 조르조네, 티치아노로 이어지는 베네치아 화파 중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명의 위대한 화가가 틴토레토(Tintoretto, 1518~1594)이다. 틴토레토는 그의 아버지의 직업에서 나온 별칭이자 애칭으로 ‘작은 염색업자’를 뜻한다. 실제 이름은 야코포 로부스티(Jacopo Robusti)이다. 그에겐 마리아 로부스티라는 딸이 있었는데, 아버지로부터 배운 그림 솜씨가 워낙 출중해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여성이 화가가 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귀족 부인들이 취미 생활로 가끔 붓을 잡았을 뿐, 그것을 업으로 삼는 건 상스러운 일에 속했다. 그런 환경에서도 가뭄에 콩 나듯 알려진 여성 화가들은 마리아처럼 아버지가 일하는 곳에서 어깨 너머로 그림을 배우다가 재능을 인정받은 경우 정도였다.
마리아의 재능은 스페인과 오스트리아를 지배하던 합스부르크 왕가에까지 전해져 궁정화가로 초대까지 받았지만, 틴토레토는 이를 거부하고 딸이 베네치아를 떠나지 못하도록 은세공업자에게 시집을 보냈다. 마리아는 15년 넘게 아버지의 공방에서 작업했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서명한 그림은 몇 점 되지 않는다. 문제는 마리아가 결혼 생활 4년 만에 가진 아이를 낳다가 사망한 이후로 틴토레토 공방에서 생산된 그림 수가 급속도로 줄었다는 것이다. 좋게 생각하면 딸 잃은 아비의 슬픔이 그 이상의 작업을 불가능하게 했다는 것인데, 반대로 생각하면 그간 틴토레토가 자신의 이름으로 서명한 그림의 상당수가 딸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음을 입증한다고도 볼 수 있다.
어느 쪽이 진실이건 틴토레토의 붓은 사물의 질감 표현에 탁월하다. 머리카락, 입고 있는 옷의 감촉 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의 필법은 빛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모피나 머리카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정확히 표현된 것은 그것을 한 올 한 올 다 꼼꼼히 그려서라기보다는, 그 표면에 와 닿는 빛의 양을 적당히 조절하여 때론 뭉개고 때론 살리는 기법에 통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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