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21. 22:03ㆍ美學 이야기
조선후기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의 영모화(翎毛畵) ‘닭’ 그림과 글씨의 내용 해독
2015. 9. 2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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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 의 영모화 ‘닭’ 입니다.
지본채색화로서 크기는 23 x 23.8cm의 소경(小景) 그림인데 거친 붓질로 수탉 두 마리가 한판의 싸움을 하기 직전의 모습을 긴장감 있게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제화 글에 적혀 있는 시(詩)는 중국 송대(宋代) 시인 한유(韓愈) 의「투계(鬪鷄)」라는 시(詩) 중에서 한 구절을 발췌한 문장입니다.
제화시의 말미에 ‘부설거사(扶薛居士)’라는 명칭이 보이는데 이 명칭이 혜원(蕙園)을 뜻하는지는 아직 확인이 불가능 하나, 이 그림 이외에 다른 혜원의 그림에서도 이 명칭이 있는 것으로 보아 혜원 본인이거나 최소한 혜원과 아주 가깝게 지내던 인물로 추정됩니다.
[제화시의 원문과 해석]
高行若矜豪(고행약긍호) 고상한 행동은 교만한 허세와 같은데
側睨如伺殆(측예여사태) 곁눈질로 허점을 살피네.
愈(유) 한유(韓愈)의 글에서
扶薛居士 부설거사
戊辰 仲冬 蕙園 무진년(1808년) 겨울 둘째 달(음력 11월) 혜원
낙관 : 臥看雲(와간운)
* 高行 (고행 ) : 고상한 품행
* 矜豪 (긍호 ) : 교만과 허세
* 仲冬 (중동 ) : ① 겨울의 두 번째 달 ② 음력 11월
[한유(韓愈)의「투계(鬪鷄)」원시와 해석]
大雞昂然來(대계앙연래) 큰 닭이 당당하게 오니
小雞竦而待(소계송이대) 작은 닭이 두려워 모시네.
崢嶸顛盛氣(쟁영전성기) 높은 기세가 미치니 기운이 왕성하고
洗刷凝鮮彩(세쇄응선채) 물로 씻은 듯 얼어붙은 빛이 선명하네.
高行若矜豪(고행약긍호) 고상한 행동은 교만한 허세와 같은데
側睨如伺殆(측예여사태) 곁눈질로 허점을 살피네.
精光目相射(정광목상사) 깨끗하게 빛나는 눈은 상대를 쏘아보며
劍戟心獨在(검극심독재) 창칼의 마음만 오직 있네.
既取冠為冑(기취관위주) 이미 볏으로써 눈을 내미니
復以距為鐓(복이거위대) 되돌아서 떨어지며 창을 생각하네.
天時得清寒(천시득청한) 하늘이 준 때를 얻어 맑고 차가운데
地利夾爽塏(지리협상개) 우세한 지리를 겸하니 높은 땅이 서늘하네.
* 昂然 (앙연 ) : ① 당당하다 ② 떳떳하다 ③ 씩씩하다
* 崢嶸 (쟁영 ) : (산의 형세(形勢) 가 가파르고) 한껏 높은 모양
* 洗刷 (세쇄 ) : ① 세척하다 ② 씻다 ③ 씻고 닦다
* 清寒 (청한 ) : 청빈하다 ② 맑고 차다 ③ 매우 가난하다
* 地利( 지리 ) : ① 지리적 우세 ② 농작물을 심기에 유리한 토지 조건
한유(韓愈, 768 년 ~ 824 년)
중국 당나라의 문인이자 사상가이다.
자는 퇴지(退之) 이며 선조가 창려(昌黎) 출신이므로 한창려라고도 했다.
관료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3 세에 고아가 되어 형수의 손에서 자랐으며 어려운 환경에서 학문에 정진하여 유가를 비롯한 제자백가의 학문을 두루 섭렵했다. 25 세에 진사시에 합격하고 경조윤 등 여러 벼슬을 거쳐 이부시랑에 이르렀으며 57 세로 생을 마쳤다.
조정에서 예부상서의 관작과 함께 문(文)이라는 시호를 추증하여 한문공(韓文公) 으로 불리기도 했다.
사상적으로는 도가와 불가를 배척하고 유가의 정통성을 적극 옹호ㆍ선양했다.
그의 시는 300여 수가 남아 있는데 독특한 표현을 추구하여 일가를 이루었으며 문장에 있어서는 유종원(柳宗元) 과 함께 고문운동을 주도, 산문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여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머리를 차지하였다.
사위이자 문인인 이한이 한유의 사후에 그의 시문을 모아 『창려선생집』을 간행한 것이 전해진다.
[와간운(臥看雲)을 차용한 시(詩)]
暑中閒詠(서중한영) 무더위 속에 한가롭게 읊다 蘇舜欽(소순흠)
嘉果浮沉酒半醺(가과부침주반훈) 좋은 과일 물에 담가놓고 술이 반쯤 취했는데
牀頭書冊亂紛紛(상두서책난분분) 평상머리엔 서책이 어지럽게 널려있네.
北軒凉吹開疎竹(북헌량취개소죽) 북창의 서늘한 바람 서늘해서 거친 피리 불며
臥看靑天行白雲(와간청천행백운) 누워 푸른 하늘을 보니 흰 구름이 흘러가네.
소순흠(蘇舜欽, 1008년 ~ 1048년)
북송(北宋) 면주(綿州) 염천(鹽泉) 사람. 자는 자미(子美) 고, 호는 창랑옹(滄浪翁) 이다.
소순원(蘇舜元)의 동생이다. 인종(仁宗) 경우(景祐) 원년(1034) 진사에 합격했다.
젊어서부터 큰 뜻을 품어 천성(天聖) 중에 학자들이 글을 쓰면서 대우(對偶)에 얽매이는 병폐를 보였는데, 홀로 목수(穆修)와 함께 고문시가(古文詩歌)를 즐겨 지으면서 당시 호걸들과 많이 교유했다.
처음에 음보로 관직에 올라 대리평사(大理評事)로 옮겼다.
경력(慶曆) 4년(1044) 범중엄(范仲淹)의 천거로 집현교리(集賢校理)로 있으면서 진주원(進奏院) 을 감독했다.
악부(岳父) 두연(杜衍) 과 범중엄(范仲淹) 이 신정(新政)을 주도하자 자주 모함을 받았는데, 옛 지전(紙錢)을 팔아 기악(妓樂) 을 불러 빈객과 연회를 열다가 보수파의 모함으로 관직을 박탈당하고 제명되었다.
이후 소주(蘇州)에 은거하면서 창랑정(滄浪亭)을 짓고 시와 술로 시름을 달랬다.
서곤체(西昆體)의 화려한 문풍에 반대하고 고문운동을 제창했다.
그의 시풍은 호방할 뿐만 아니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였다.
나중에 호주장사(湖州長史)로 있다가 죽었다.
저서에 『소학사집(蘇學士集)』이 있고, 매요신(梅堯臣) 과 함께 ‘소매(蘇梅)’로 불렸다.
[느낀 점]
수탉은 큰 닭 또는 무리의 우두머리란 뜻에서 장닭이라고도 하고 대계(大鷄)라고도 합니다.
수탉의 정수리에는 벼슬이 마치 관을 쓴 모습처럼 보여 벼슬살이를 의미하여 관계(冠鷄) 혹은공계(公鷄) 라 하는데 여기에서 유래하여 수탉이 우는 소리를 공명(公鳴)이라 하며 이 말이 의미 전환되어 공명(功名) 으로 읽어 벼슬살이에서 공을 세우는 뜻으로 이해하였습니다.
대계(大鷄)는 중국어로 대길(大吉)과 발음이 같아 큰 행운을 의미하기도 하여 수탉을 그린 그림을 공명도(功名圖) 또는 대길도(大吉圖)라 불렸습니다.
이 그림은 두 마리의 용맹한 수 탉이 우두머리 자리를 두고 한판의 싸움을 겨루는 형국으로서 투계(鬪鷄) 또는 웅계(雄鷄)의 의미를 가져와서 영웅투지(英雄鬪志)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닭 머리의 벼슬은 관(冠)으로 문(文)이고, 날카로운 발톱은 무(武)이고, 적과 맞서는 것은 용(勇)이며, 모이를 보면 소리를 내어 무리를 부르는 것은 인(仁)이고, 새벽에 때맞춰 우는 것은 신(信)으로 보아 다섯 가지의 덕(德)을 갖춘 오덕군자(五德君子)의 의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 그림은 누구에게 헌정하기 위해 제작한 그림인데 이러한 의미로 볼 때 문인보다는 현재 무인(武人)의 벼슬을 하는 사람에게 수양(수양)을 지속하여 문무(文武)를 겸하고, 용(勇)·인(仁)·신(信)을 갖춘 훌륭한 사람이 되어달라는 희망이 들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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