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24. 15:54ㆍ나의 詩
*** 拙 詩 :
창포원앙탕 / 步 虛
시방은 맞벌이로 살아가도
겨우 집한간 장만하기도 어려워
남정네들이 빨래는 물론 요리 서너가지 할 줄 알아야 하니
비전의 창포원앙탕 레시피를 전하리다.
전철 1,7호선 도봉산역 앞 창포원 개울가에
작년 이삽십 마리였던 원앙가족이
올봄 깊은 산속 딱따구리 빈둥지를 빌려
알낳고 새끼키워 오육십 마리로 늘었네.
동해 푸른 바닷가 백사장에서 주운 조약돌 서너개를
솔방울 불로 달이는 찻냄비에 넣고
도봉산 선만자가 냄비속에 잠길 때면
뚜껑을 꼭 덮어두고 불장난만 하네.
냄비속에 원앙들이 비춰질 때면
끓는 물 살짝 부어 털 뽑구
피 빼구 내장 제거 후 깨끗이 씻어
다시 뚜껑덮어 솔방울을 더하네.
수락산에 초승달 뜨면 양념으로 곁드리고
삼천년 高樹單叢 보이차 한웅큼 더 넣고
한소큼 끓여낸 후 오랫동안 달여
저 흐르는 강과 함께 마시네.
초겨울 저녁바람은 더욱 훈훈해져
달가듯 흘러가는 구름 이불삼아 다리를 펴니
북두칠성은 차국자로 안쓴다고 시샘하고
동쪽에 떠오르는 해가 물안개를 내쫓네.
* 註 : 1. 조약돌 서너개를 넣거나 돌솥에서 끓인 물을 수벽탕(秀碧湯)이라 한다.
" 돌은 하늘과 땅의 빼어난 기운이 응결되어 형체가 부여된 것이다.
이것을 쪼아 다듬어서 그릇을 만들어도 빼어난 기운은 오히려 남아 있게 마련이니, 그 그릇에 담긴 물이 나쁠 리가 있겠는가."
ㅡ 당나라 소이(蘇廙) <탕품(湯品> : 원명이 <탕품>인데, 16종류로 써놓았기에 일명 '十六湯品'이라 부른다.
2. 찻냄비(다요 茶銚) : 요(銚)자는 논밭을 가는 농기구로 쓰일 때는 가래 조(銚), 작은 냄비 혹은 쟁개비 등 주방용기로 쓰일 때는
냄비 요(銚)라고 부른다. 전란시나 사냥(講武) 등 야외에서 찻냄비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 샤브샤브의 원조격인 쇠갓 철립(鐵笠) 또는 철투구나 동(銅)투구를 엎어놓고 물을 끓이는 찻냄비 대용으로 사용하였다.
3. 도봉산 선만자 = 도봉산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4. 삼천년 高樹單叢 보이차 : 중국 운남성 수령 2,700여년 차왕수 한 그루에서 딴 찻잎으로 만든 보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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