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27. 14:24ㆍ경전 이야기
1. 아미타불의 명호와 기원
아미타불의 명호
아미타불의 원어는 인도에서는 '무량한 수명을 가진 자(無量壽)'라는 뜻의 아미타유스(Amitayus)와 '무한한 광명을 가진 자(無量光)'라는 뜻의 아미타바(Amitabha)라는 두 개의 산스크리트어로 표기할 뿐 '아미타'에 상당하는 어원은 발견되지 않았다.
'아미타유스'와 '아미타바'가 중국에 전해지자 중국 사람들은 두 단어를 다같이 '아미타'라 번역했으며, 이에 아미타불이란 용어가 생겼다.
중국이나 한국·일본에서는 아미타불 외에 무량수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것은 한역의 정토삼부경에 따른 듯하다.
정토삼부경의 용례를 보면, <무량수경>에서는 경명이 나타내는 그대로 일관되게 무량수불을 사용하며, 무량광불은 무량수불의 광명이 무량하다는 설명을 할 때 그 예로서 단 한 번 사용하고 있다.
<아미타경>은 경명 그대로 아미타불을 사용하였으며, <관무량수경>에서는 아미타불과 무량수불이 거의 같은 횟수로 사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한역 경전에 아미타불 외에 무량수불의 명칭이 많이 쓰인 것은, 이 용어가 불로장생을 구하는 중국 사람들의 성격에 어울리는 말이었기 때문에 좋아한 것이 아닐까 추정하는 학자도 있다.
무량수불이든 무량광불이든 인도에서 두 개의 이름을 가진 부처님이 설해진 것은 정토경전이 처음이다.
정토경전이 한 부처님을 두 개의 다른 이름으로 부른 것은, 원래는 이 두 부처님의 명호가 독립적으로 설해졌지만 점차 서로 결합하여 동일시하게 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와 같이 무량수불과 무량광불을 동일시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양자의 기원이 같기 때문이라고 본다.
아미타불의 기원
아미타불의 기원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학계에서는 많은 이설을 제기하지만 아직 정설은 없다.
예를 들면 서구의 인도학자는 아미타바(무량광)의 관념에서 조로아스터교의 태양신숭배나 광명숭배 사상의 영향을 받아 성립한 것이라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태양신숭배 사상은 이미 인도에서 <리그베다>는 물론 원시불교 경전 속에도 여러 가지 형태로 언급되어 있기 때문에 조로아스터교의 기원설은 근거가 약하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한편 인도 내부에서 기원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는 아미타의 원어에 아미타(무량)라는 의미 외에 감로(甘露)·불사(不死)를 뜻하는 아므리타(Amrta)를 포함한 것에 주목해서
①비쉬누(Visnu) 신화와 관련하는 설,
②범천(梵天) 신화에서 기원을 찾는 설,
③서방의 수호신 바루나(Varuna)와 관련하려는 설,
④불교신화 속의 대선견왕(大善見王)과 동일시하려는 설
등을 제시하지만 어느 것도 아미타불의 기원을 충분히 설명한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현재 가장 타당한 설은 아미타불의 두 개의 원어인 아미타유스와 아미타바의 유래를 불타관의 변천에서 찾는 견해다.
즉 원시불교에서 부파불교(특히 대중부 계통)로 변천해 가는 관정에서 나타나는 불타관을 검토해 보면, 아미타유스와 아미타바의 원에서 대응하는 설이 발견되는데, 그것은 원시불교 경전 속에 이미 석가모니의 수명의 영원성에 대한 관심이 드러나 있고, 부처님과 광명의 결합에 대한 자료도 여러 가지 발견되고 있다.
또한 <이부종륜론(異部宗輪論)>에서도 대중부 계통의 불타관 가운데 아미타유스와 아미타바의 관념에 상당하는 설을 발견할 수 있으며, 더구나 아미타유스와 아미타바가 동일시되는 계기도 나타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아미타불은 원시불교에서 부파불교에 걸쳐 전개된 불타관을 배경으로 성립하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렇게 되면 아미타유스든 아미타바든 원래는 석가모니와 다른 부처님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석가모니를 다른 말로 표현한 것이 된다.
이런 이유로 정토경전에서 두 개의 다른 부처님의 명호가 결합하고 동일시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아미타불과 석가불의 관계
아미타불이 석가모니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면, 왜 정토경전에서는 아미타불은 현재 서방극락세계에 머물면서 설법하는 부처님이라 했을까?
도대체 아미타불은 보리수 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아미타유스와 아미타바의 유래를 불타관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아미타불이 원시불교나 부파불교의 불타관과 똑 같은 입장에서 설한 것이 아님을 주의해야 한다.
원시불교나 부파불교에서의 불타관은 석가모니 한 부처님만의 입장에 서 있기 때문에 현재불로서는 석가모니 이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미타불은 현재 서방세계에서 설법하는 부처님이고, 현재불이라고 하는 점에서 보면, 아미타불은 석가모니와 같은 입장에 선 부처님이다.
따라서 이러한 부처님이 원시불교나 부파불교의 입장에서는 그대로 설해질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떤 입장에서 설해졌을까?
그것은 대승불교의 근본인 보살사상에 근거를 둔다고 볼 수 있다.
대승불교의 보살사상은 일체의 살아 있는 모든 것을 구제한다고 하는 자비와 이타정신을 말하는데, 대승의 구도자인 보살들은 이 정신에 입각해서 각각 이타의 서원을 세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실천한다.
이 실천을 완성하는 것은 보살의 자리·이타의 양면을 완전히 충족하는 것이기에 이것은 곧 깨달음(菩提)에 도달하는 것이고, 부처가 되는 것(成佛)이다.
이런 의미에서 대승불교에서는 현재 많은 보살이 동시에 깨달음을 목표로 수행하며, 동시에 다수의 부처님이 타방세계에 출현한다고 한다.
아미타불에 대한 사상적 기반도 바로 이와 같은 보살사상에 근거를 두고 있다.
석가모니 입멸 후 세월이 갈수록 석가모니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일어 부처(佛陀)로서의 석가모니를 단지 역사적인 실재 인물로만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게 위대한 인물이라면 단지 역사적인 실재 인물(生身)만이 아니라 반드시 전생에 많은 공덕과 수행을 쌓아 비로소 현생에서 부처가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역사적 존재로서의 석가모니는 현생을 초월해서 과거와 미래로 그 영역을 넓혔으며 드디어는 역사를 초월한 부처로 숭배받게 되었다.
이와 함께 역사적인 존재로서의 석가모니의 대비심도 범위를 넓혀 중생구제의 대서원(大誓願)이 되었으며, 생신(生身) 석가모니의 모습은 아미타불이라는 역사를 초월한 위대한 부처님의 모습속으로 흡수되어 갔다.
다시 말하면 석가모니가 정각을 이루기 이전에 행한 보살로서의 수행은 아미타불이 부처가 되기 이전에 법장비구가 행한 5겁의 사유가 되고, 석가모니의 정각 이후의 대비심은 본원(本願)을 성취한 아미타불의 대자비심이라는 형태로 표현되었다.
그리하여 출가수행자나 재가신자들은 이 자비심을 아미타불의 본원으로 받아들였으며, 이 본원에 의지하여 구제되기를 원하였다.
역사를 초월한 부처님이 신봉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경우의 부처님은 법신불(法身佛)로서 이법(理法) 그 자체라든가 본각(本覺)의 부처님이 아니라, 역사적 존재로서의 석가모니를 그대로 확장한 것이기 때문에 수행의 결과 얻어진 보신불(報身佛)이다.
<무량수경>에서 설하는 것처럼, 아미타불은 과거에 법장이라는 보살이었지만 위없는 깨달음을 얻으려는 데 뜻을 두고 중생제도를 위해 서원(願)을 세워 오랜 수행을 거듭했으며, 드디어 그 원을 성취하여 지금부터 10겁 이전에 부처님이 되어 현재 극락세계에 머물고 계신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아미타불은 대승의 보살도를 완성해서 타방세계에 출현한 부처님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토교에서는 아미타불은 석가모니부처님의 참다운 모습을 나타낸 것으로서, 석가모니가 사바세계에 출현한 본 뜻은 아미타불의 가르침을 설하여 고통 속에서 헤매는 많은 중생들을 교화하여 서방정토로 왕생시키기 위한 것으로 간주하여, 석가모니부처님과 아미타불을 동일한 부처님으로 본다. 아미타불은 소위 석가모니가 대승보살의 또 다른 모습으로 재평가되면서 출현한 부처님이라 해도 좋다.
그러나 아미타불이라는 이름이 원래는 석가모니와 관련해서 나온 것이라 하더라도, 원시불교나 부파불교의 견해와는 사상적으로 입장을 완전히 달리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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