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시와 그림] 5. 홀로 차를 마신다 - 정호승 抄錄

2016. 2. 10. 14:48茶詩



  [차, 시와 그림] 5. 홀로 차를 마신다 - 정호승     原稿 資料 抄錄

      


홀로 차를 마신다 
                        정호승


홀로 차를 마신다
기어이 너를 죽인다
너를 죽여 삽을 들고 땅에 묻는다
잠시 성긴 눈이 내리고
몇 백년이 지나간다

홀로 차를 마신다
기어이 삽을 들고 너를 파낸다
나뭇가지를 주워 강가에 너를 태운다
진홍가슴새 한 마리
흰 불길 밖으로 날아가고
난초잎이 바람에 흔들린다


(정호승·시인, 1950-)





 겸재 정선의 삼승조망(三勝朓望)

- 삼승정의 눈으로 본 한양 -

 

 

영조 16(1740)년, 개인 소장

동아일보사, 『겸재의 한양진경』, 최완수, 2004년, 43면 전재(轉載)

 

이춘제는 세종의 왕자 영해군(寧海君) 당(瑭)의 10대손으로 판서를 지낸 인물로

인왕산 아래 옥류동에 살며 정선과 절친한 사이였다.

그의 후원에 있는 정자를 삼승정(三勝亭)라 하였는데,

삼승정에서 바라보는 한양전경을 친구인 겸재 정선이 그렸다.




인왕산 동쪽 삼승정에서 좌우 펼쳐진 인왕과 북악산 자락이 보이고

돌기둥만 남아있는 경회루와 송림으로 둘러 쌓인 채 페허가 된 왕궁인 경복궁,

경복궁 북문 뒤 현 청와대자리에

신하가 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의식인 회맹제을 거행하던 공신회맹단(功臣會盟壇),

광해군이 짓다가 인조반정으로 파괴되어 간 미완의 궁궐인 인경궁터,

멀리 늘어선

관악산,

목멱산,

응봉(?)

각각 작은 글자를 써서 그 위치를 표시하였다.


그의 그림 장안연우를 그렸던 날보다 따스한 날

삼승정 그 아래 펼쳐진 장안의 광경을 그윽히 내려다보며 먼 눈길을 던지고 있다.





강영조「풍경의 발견」에서,

‘...자기가 사는 장소를 되돌아보는 이 회억(回憶)의 조망을 맛보는 장소로서

삼승정은 각별하다.

그의 시선은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이윽고 멀리 회유한다.

폐허가 된 궁성을 지나 멀리 남한산성으로, 관악산으로 자유로이 활보하던 시선은

이윽고 자기가 있는 뜰안으로 되돌아온다....

아늑한 자기 공간에서 눈 아래에 펼쳐지는 광경을 내려다보는 이 시선을

바슐라르 <공간의 시학>에서 지배자적인 시각이라고 했지만

나는 자기 삶이 뿌리내리고 있는 대지, 그 아늑한 장소를 새삼 확인하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삼승의 조망을 조망했다.





    응봉                    청계산             목멱산(남산)                  우면산                             관악산 



cafe.daum.net/wooristudy/MAhX/205   <예술만감> 자료 중에서 전재 ......